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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17 07:53:32
Name   뤼야
Subject   안고수비(眼高手卑) - 신경숙의 표절시비에 대하여
안고수비는 눈은 높으나 솜씨는 서투르다는 뜻으로, 이상만 높고 실천이 따르지 못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 아침 작가 신경숙의 표절시비 기사를 애인의 카톡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신경숙의 작품을 단 1페이지도 못볼 정도로 신경숙의 작품을 싫어합니다. 한번도 제대로 된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녀가 무슨 무슨 상을 탔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문학계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무척 작가로 살고 싶어하나 그녀의 솜씨는 서투르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알고 있는 표절시비만 해도 3번입니다. 그리고 표절한 문장을 봐도 한심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고작 이따위 문장을 베끼고 표절작가가 되다니...

언어는 인류 문명 최고의 결정체입니다. 치밀하고도 쉽게 파악되지 않지만, 인간의 인식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바로 언어의 본질이죠.  문학 창작은 현재성을 소유하기 힘든 정신적 가치들을 만날 수 있게 만드는 단 하나의 도구입니다. 작가의 창조성이란 작가 자신만의 혼잣말로 시작해서 인류보편의 진실과 상통할 때 가능해집니다. 작가의 심미(深美)라는 것은 그럴듯한 문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정(抒情)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오, 무절제한 자기연민으로 꽃피는 것도 아닙니다. 작가는 자기도 타인도 아닌 제3의 눈을 가져야합니다. 이 중성적인 시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책을 펴듭니다. 눈꼽도 안떼고 머리는 산발을 한 채로 일하러 나가기 싫어 꾸물대는 제 오래된 습관입니다. 20대에는 책을 차마 덮지못해 밤을 홀딱 세는 짓도 잘 했습니다만, 이젠 늙은 관계로 쏟아지는 잠을 물리칠 수가 없네요. 어제 제가 요새 가장 공들여 읽고 있는 작가인 토마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다시 읽다가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어제 읽다 잠든 부분을 좆다가 소식을 들었네요.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제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사람이 이 모양이라니 문학덕후의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제가 아주아주 좋아하던 유부남이 있었습니다. 유부남만 아니라면 제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분이지요. 역시나 이런 고백은 좋지 않지요? 하지만 사실인데 어쩌겠습니까? 제가 한창 블로그를 열심히 하던 시기에 그 분과 이웃이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제가 좋아하는 책(서평집)의 저자였습니다. 제가 그분께 여쭌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그랬더니 "안고수비" 단 한 마디를 제게 던지시더라고요.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냐 되물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좋은 책들때문에 내 눈은 한없이 높아요. 그 책들을 뛰어넘는 책을 쓸 자신이 없어요. 저는 독자로 만족합니다."라고요.

출근하기 싫은 수요일이네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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