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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08 22:31:09
Name   비싼치킨
Subject   남해-여수-순천 여름 휴가 후기
지난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조금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집에서 조카 봐주는 보모이고 남친이 회사를 다녀서 남친 날짜에 맞췄죠.
우왕 비수기, 아직 안 더울 때 가는 여름 휴가다! 아싸!! 하고 좋아했는데 남친은 "나중에 정말 휴가가 절실할 때 일을 하게 되겠지 나는..." 이라고 하더군요.
너 임마 힘내라....

처음에는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회사의 병크로 금토일 3일밖에 쓸 수 없게 되면서 급 계획을 바꾸게 됩니다.
전주를 갈까, 문경을 갈까, 강원도까지 올라가볼까 오만 고민을 다 하다가...
그래도 여름휴가니 바다가 보이고 이곳저곳 한 번에 다닐 수 있는 남해-여수를 가자!! 해서 다녀왔어요.

혹시라도 이번 여름에 이 쪽으로 여행가실 분 계시면 계획에 참고하세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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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좀 빨리 출발해서 사천(사천공항 노포동 버스터미널보다 작은 듯)에서 1박을 하고 아침일찍 남해로 떠났습니다.
삼천포대교 머시쩡....
남자친구가 뭐 배가 왔다갔다 해야 되서 다리 하나에 기둥 모양이 2개인 거라고 설명해줬는데
와 쩐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앙 하느라 기억이 잘 안나네요.

남해를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 계획으로 독일마을 먼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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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다예여.
그닥 볼 건 없더라구요.
다만 환상의 커플을 정말 재밌게 봐서 철수네집 구경한 걸로 만족했습니다.
남자친구한테 꼬라지하고는~하고 조안나 흉내냈더니 넌 강자가 더 어울려.. 라고 해주더군요. 하핫.
동네에서 바다도 보이고 건물들도 이뻐서 한시간 정도 산책하기엔 좋았어요.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들렀다 여유있게 걷고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커피숍에서 파니니와 함께 아메리카노를 먹으면 참 독일스럽겠죠?

그리고 점심먹으러 멸치쌈밥으로 유명한 우리횟집을 갔습니다.
나오자마자 정신줄 놓고 먹느라 사진은 없네요.
휴가때는 사치를 부리자!! 하는 생각으로 2만원하는 멸치회무침과 인당 8000원인 쌈밥을 다 시켰는데 후회없습니다.
멸치회가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것이었다니...!!!
제철에서 한달정도 지난 걸로 아는데 그래도 진짜 맛있더라구요.
쌈밥은 우거지와 된장을 넣고 멸치를 푹 삶아내서 쌈 위에 밥 하나 우거지 하나 멸치 하나 젓갈 하나 올려 먹으면 꿀맛입니다...
남해 멸치회 꼭 드세여. 두 번 드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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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밥 먹고 간 곳은 보리암.

날씨 꼴 좀 보세요. 제 날씨운이 이렇게 좋습니다 여러분.
주차장에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데 아저씨가 지금은 올라가셔도 하나도 안 보이니까 참고하세요~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안 가볼수는 없잖아? 하며 낑낑대며 안개를 헤치고 올라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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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도 됐을 뻔.....
밑에 있는 사진이 안개 조금 걷혀서 요마아아아아안큼 경치가 보이는 사진입니다.
꼴랑 저걸로 우와 보인다 우와 멋있다 우와우와 하다가 갑자기 우리가 너무 초라해져서 잠시 침묵했네여.
내려가서 인터넷으로 사진 찾아보자. 와봤으면 됐지. 괜찮아. 보리암 내가 와봤다!는 거에 의의를 두면 돼. 여잔 그렇다...?
하고 울적해하는 남친(중요한 일 있을 때 항상 비옴. 여행갈때마다 비옴. 폭풍도 옴)을 위로하며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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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랫쪽은 안개가 덜해서 경치가 좀 보이더군요.
이거 보고 가을에 보리암 꼭 다시 오자 했습니다.
날씨 좋으면 진짜 절경일 거 같더라구요.
여행엔 아쉬움이 남아야 되는 거야... 라고 또 침울해하는 남친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예약해둔 미국마을의 펜션으로 고고.
예전에 친구들이랑 여행갔을 때 축협에서 샀던 소고기가 너무 맛있었던 게 기억나서 네이버로 남해 축협을 검색해봤지요.
어머. 두 군데나 있네? 미국마을 근처에 하나 있으니까 거기 가자^^ 하고 네비를 찍어 도착한 곳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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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멘붕오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이럴 거 같았는데 제가 너무 신나하면서 축협 소고기 지인짜 맛있어 히히히 하길래 말을 못했다고...
전 바보인가 봐요.
어쩔 수 없이 근처 마트에서 대충 장을 봤는데 나름 성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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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한 판 꾸바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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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항정살로 마무리하고!!
펜션 뒤에 산도 있고 조그마한 계곡도 있고 근처에 논이 많아서 개구리가 개굴개굴하고 우는데 진짜 신선놀음하는 기분이었어요.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펜션 이름은 빈스하우스입니다. 참고하세요.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니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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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놀음에 제일 필요한 건 모다...?
술이다!!!!!
백종원 모히또를 제조해서 먹어봤는데 깻잎향이 좀 강하게 나긴 했지만 괜찮더라구요.
근데 모히또랑 똑같다는 건 뻥입니다. 깻잎모히또예요. 걍 허브 넣어서 만들어드세요.
저는 애주가라서 술과 사이다 양을 2:3 정도로 했는데 딱 좋더군요.
남자친구는 술 못 마시는데 "에이 음료수네 음료수" 하면서 세 잔을 원샷하고는 얼굴 시뻘개져서 실실대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술은 먹고 싶은데 칵테일처럼 먹고 싶은 밤.
깻잎자르고 레몬 으깨고 하기 귀찮잖아요?
소주, 사이다, 홍초, 얼음을 준비하세여.
홍초 소주잔으로 2잔을 콜라잔같은 좀 큰 잔에 붓고 사이다를 부어줍니다.
양은 색깔로 맞추시면 되는데 진짜 칵테일처럼 예쁘고 연한 분홍색이 나올 때 제일 맛있어요.
그것보다 더 찐하면 시큼한 홍초향이 너무 많이 나요...
거기에 얼음 넣어 드시면 맛있습니다.
백종원 모히또가 재료때문에 더 깊은 야매 칵테일 맛이 나긴 하지만 홍초칵테일도 추천드려요 흐흐흐

밤에 술 알딸딸한 상태에서 미국마을 밑으로 내려왔는데 논이 참 많더라구요.
개구리가(시골출신 남친은 맹꽁이 소리라고 했지만) 짝짓기에 한창인 계절인지 진짜 시끄럽게 울어대더군요.
하늘에 별도 엄청 많이 떠있고...
한시간 정도 산책하고 올라왔는데 참 좋았습니다.



다음날!
다랭이 마을 보러 출발!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다랭이 마을 근처 주차장, 갓길 모두 차로 꽉꽉 차있더라구요 ㅠㅠ
논 구경하는 거 좋아해서 제일 기대했던 코스인데 ㅠㅠ
뽀얀 물 위로 나란히 모가 심어져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능...!!!
남친도 그거 알아서 왕복 운전 5번 해가매 차에서만 구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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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 마을 떠나오는 길에 봤던 신기한 섬.
섬 꼭대기까지 밭으로 만들었더라구요.
도시를 떠나오니까 저런 풍경들을 내내 보게되서 진짜 눈이 맑아지고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전 운전을 안했으니까요. 데헷.


그리고 다음코스인 여수로 갔습니다.
무슨 대교를 건너면 바로 여수인데 눈 앞에 보인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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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여. 왜 공장이여. 고요한 여수밤바다 어디가써...
진짜 한 10분동안 화학단지만 엄청 보이더라구요.
여수가 이런 동네였어...? 하고 좀 혼란스러웠네요.
괴혼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런 거 보면 막 다 붙여서 굴려버리고 싶습니다.
덕후는 여행을 가서도 꼭 티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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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동도에 도착!
박명수 바람의 아들 사태가 일어났던 역사적인 장소!!
빠람아~ 떠욱 더 쎄차게 내께 뿌러라~~~~~
오동도 걷는 내내 저 노래 불렀습니다 크크크크크크
(근데 오동도가 되게 작던데 어디서 2만명 모인 공연을 했던 건지는 의문...)

다리 하나 건너면 바로 오동도인데 저기가 입구 사진입니다.
하지만 거긴 입구가 아니라능...!!
엄청 가파른 계단입니다.
나중에 섬 빠져나와서 멀리서 보니까 능선이 섬 입구쪽은 엄청 가파르고 뒤쪽이 완만하더라구요.
혹시 가실 분들은 섬을 좀 둘러서 뒤쪽으로 걸어가신 담에 올라가세요. 그게 더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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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적왕이 될꺼야!!
사진 멋있게 나왔길래 나도 똑같이 찍어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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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내림을 받을꺼야!!
야 임뫄 ㅠㅠㅠㅠㅠ

오동도 걸어내려오는 내내 옆으로 새는 계단이 많은데 거기서 보는 바다 경치가 아주 그냥 죽여줍니다.
부산 이기대랑은 또 다른 맛이더라구요. 섬도 많고 배도 많고...
되게 큰 배가 많이 떠다니길래 남친에게 물었죠.

"와 배 진짜 크다. 저 배는 무슨 배야?"
"니 똥배"
"이 색히가...???"

저희 참 훈훈한 커플인 듯.

또 오동도의 묘미는 모터보트!!!
섬 주변 한 바퀴 도는데 4만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이지만 돈 안 아까웠어요.
아저씨가 저 리액션 좋다고 관광객들 많은 데로 보트 빠꾸해서 돌려가지고 반바퀴 더 태워줬습니다 크크
진짜 씐나 씐나 씐나 대박 대박 대박!!!!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시다면 꼭 타보세요.
전 휴가가면 돈 아까지 말자는 주의라 야야 걍 타자타자 해서 탔는데 후회없었습니다.

그리고 여수 수산시장에서 하모회 사서 양파 위에 얹어서 된장발라묵으면서
또 술을 처묵처묵하고 돌산바위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사진은 없습니다.
술취했어요.
여행가서 술취해가지고 야경 제대로 기억못하는 나란 여자... 하.......


다음날!!!!
순천으로  떠납니다.
원래는 순천 말고 하동쪽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순천만 정원이 그렇게 좋다길래 계획을 바꿨지요.
이것이 저희를 고행의 길로 들어서게 할 줄.. 그 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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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정원입니다.
진짜 좋긴 좋더라구요.
태국 눙눅빌리지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 쨉도 안돼...!! 다 꺼우져!!!!
정원 돌아다니는 내내 와 진짜 좋다 너무 좋다 와 와 순천에 이런 게 생기다니 와서 살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실제로도 순천만 정원 주변에 막 아파트도 올라가고 개발을 막 하고 있더라구요.
정원 하나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란...

한바퀴 다 도는데 대략 3시간 정도 걸렸어요.
장미정원이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멀리서부터 향이 나는데 꽂향기에 파무친 기분이 이런거구나.. 싶더라구요.
한국정원, 태국정원, 네덜란드 정원 정도가 예뻤구요.
메타세콰이어길도 예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많이 없는 건 다 셀카라서 그렇다능....

그리고 순천만 정원과 순천만을 연결해주는 스카이 큐브라는 모노레일이 있는데...
남친이 이걸 타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저희의 개고생길이 시작됩니다.
저희는 차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기냥 차타고 순천만 갔음 됐거든요.
순천만 정원에서 순천만까지의 거리가 6키로정도 되는데 4.5키로는 스카이큐브로 가고 1.5키로는 걸어가야 합니다.
다시 차를 가지러 와야 하기 때문에 왕복 3키로를 걸어야 하지요.

이미 순천만 정원에서 모든 힘을 써버린 우리는 마치 행군하는 기분으로 순천만을 걸어다녔습니다.
짱뚱어 귀여워 게 귀엽다 재밌네
순천만 막바지에 순천만 전체를 볼 수 있는 산도 아닌 언덕도 아닌 그런 곳이 있는데 예전에 왔을 때는 올라갔었거든요
이번엔 도저히 갈 체력이 안 남아있어서 그냥 중간에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여름 휴가를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갈 때는 사천에서 시작해서 야금야금 왼쪽으로 옮겨갔는데 순천에서 부산으로 오려니까 꽤 먼 거리더라구요
운전 열심히 했던 남친에게 리스펙트-

코스 정리를 해드리자면,,,
1일차 : 남해 독일마을-우리횟집 멸치쌈밥-보리암-미국마을
2일차 : 다랭이마을-여수- 오동도-수산시장-돌산바위 야경
3일차 : 순천만정원-순천만-순천시청근처 벽오동
으로 돌아다녔는데 전 만족스러웠던 코스입니다
순천만 빼고는 다 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했구요.
제일 좋았던 곳은 남해였고 실망스러웠던 곳은 여수였어요.

다들 휴가 계획은 짜고 계신가요?
꽤 글이 길어졌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홍차넷 유저분들 모두 피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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