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04 06:19:37
Name   뤼야
Subject   브람스 좋아하세요? - 클래식 입문하기
브람스의 교향곡이 단 4개 뿐인 사실을 아세요?
베토벤의 교향곡이 9개고, 말러의 교향곡은 그보다 한 개가 더 많은 10개죠.
베토벤과 말러의 교향곡 이야기는 다음 번을 기약하기로 하고 일단 브람스의 교향곡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1번부터 4번까지, 각 4개의 악장으로 도합 16개의 악장 중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3번의 3악장을 제외하면
브람스의 교향곡은 개별 악장별로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하고, 악장 내부에서도 이미 탄탄한 완결성과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나 브람스 1번의 1악장은 그 시작이 매우 강렬한데, 지휘자의 큐를 받자마자 관악기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과 같은 소리는 청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추락하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거대한 1악장에 비해 2악장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3악장의 예고편격이죠.
4악장은 이제까지 전개된 주제를 하나로 완결하고, 강렬한 1악장을 다시 환기시키면서 마무리가 되지요.

대체적인 구조를 살펴보자면,
1악장 - A
2악장 - a'b
3악장 - b'c
4악장 - A'bC
와 같이 이루어 진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정말 이런 구조를 아는 것이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 온전히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주자에 따라 30분에서 40분을 넘나드는 긴 곡을 '온전히 다 듣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흘려들어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입문할 때 제가 가장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곡을 온전히 다 듣지않고 듣기 좋은(?) 일부분만을 편집해서 듣는 것입니다.
시중에 이런 쓰레기같은 음반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고, 궁금해서 그런 음반들을 들어보면 연주실력도 형편없는 것들이 보통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정말 좋은 연주는 이런 음반에 판권을 내 줄리가 없지요.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이론이 바탕이 된 사람이든 아니든 직관의 영역을 건드리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그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죠.
그러나 한 사람의 직관은 단순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한계限界가 분명 존재하는 것이죠.
듣는 이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감수성은 상호작용하며 길러지는 것으로 분명 거기에는 복잡한 역사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클래식을 듣는 재미라고 한다면 이렇게 [감수성을 훈련시키는 것]을 포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무엇부터 들어야 할까요?
듣기 좋은 달달한 멜로디로 무장한 컴필레이션 음반으로는 이런 감수성이 길러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바흐와 헨델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아님 더 앞선 몬테베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무음무조의 현대음악부터 시작해서 역사를 거스르는 방법은 어떨까요?
클래식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초보를 위한 100선]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 문제야 말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가장 대답하기 싫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 시작은 중학교 2학년때 들었던 모짜르트의 [Eine Kleine Nacht Musik] 이지만, 이 곡은 더 이상 제게 즐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제 감수성이 복잡해졌다는 뜻이지요.
여태 단 한번도 클래식을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감수성이 단순할 리는 전혀 없습니다.]
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이유로 클래식에 입문하여 지금은 저보다 귀가 더 많이 트인 제 애인은 그 시작이 저와 같지는 않았으니까요.
아마도 애인에게 어린 시절 내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게 한다면 아마도 그는 클래식 음악을 지루하다 느꼈을테지요.

혹시나 Rock음악을 좋아하신다면, 브람스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1번 1악장을 듣고 토끼굴에 빠져본 경험이 당신을 몇년 후 클래식의 바다로 안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제 글을 보시고 혹 하신 분이 계시다면 제가 추천드리는 브람스 1번 연주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음원을 싼값에 구하기 매우 쉬운 것으로는

1. 푸르트뱅글러 지휘/베를린 필 연주/1952년도
2. 첼리비다케 지휘/뮌헨필 연주/1975년도 또는 1976년도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는

1. 아르농쿠르/베를린 필/1997년도
2.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2008년도
3. 존 엘리엇 가디너/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 2007년도

정도가 있겠습니다.

글이 길어지지 않도록 신경쓰다보니 못다쓴 내용이 많습니다.
여러분께 도움이 될 지도 확신이 안서구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음번에는 [나만의 레퍼런스]만들기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7 도서/문학블랙 아웃 1, 2 / 올클리어 시리즈 2 트린 19/12/29 5276 0
    1869 음악브리트니 커버곡 몇 개... 3 새의선물 15/12/26 4685 0
    11488 음악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의 수퍼그룹 silk sonic 2 판다뫙난 21/03/13 3796 5
    6141 문화/예술브로드웨이와 인종주의 - 흑인 배우가 앙졸라스를 할 때 16 코리몬테아스 17/08/22 7848 7
    3116 일상/생각브렉시트 단상 27 기아트윈스 16/06/25 6299 9
    199 문화/예술브람스 좋아하세요? - 클래식 입문하기 32 뤼야 15/06/04 12713 0
    2283 기타뷰티플 군바리 감상후 솔직한 소감 5 klaus 16/02/24 4788 0
    1439 기타뷰티풀 군바리의 주제 11 블랙이글 15/11/03 17473 0
    4958 역사붉은 건 [ ]다 12 눈시 17/02/22 5028 11
    5250 방송/연예불후의 명곡 김광진 편에 벤양이 출연했어요. 7 베누진A 17/03/21 6658 2
    10883 일상/생각불효해도 만족합니다. 12 지옥길은친절만땅 20/08/26 4419 8
    2997 기타불화살은 존재하지 않았다? 25 눈부심 16/06/11 15143 0
    6309 일상/생각불혹의 나이는 .. 개뿔. 19 한달살이 17/09/20 5382 7
    11713 도서/문학불평등주의체제의 역사, <자본과 이데올로기> 완주했습니다! 3 21/05/23 3700 22
    10744 게임불타는 성전을 기다리는 분을 위해 : BiS 아이템 목록 4 메리메리 20/07/04 24759 2
    3676 창작불타는 금요일 2 제주감귤 16/09/09 3402 0
    998 일상/생각불조심하세요 14 천무덕 15/09/15 3560 0
    9313 역사불운한 재상 자파르 5 치리아 19/06/13 5661 7
    14818 의료/건강불안장애? 8 셀레네 24/08/03 1220 2
    10319 일상/생각불안에 대한 단상 2 안경쓴녀석 20/02/23 3872 20
    4165 의료/건강불안과 향정신성의약품 1 모모스 16/11/16 8706 2
    9144 일상/생각불안 애착 유형과 회피 애착 유형의 연애/이별기 2 자일리톨 19/05/01 6618 16
    5603 음악불심으로 대동단결! 김길수 아닌 불꽃심장 4 천도령 17/05/10 4662 0
    4834 일상/생각불성실한 짝사랑에 관한 기억 (2) 6 새벽3시 17/02/11 3559 7
    4773 일상/생각불성실한 짝사랑에 관한 기억 26 새벽3시 17/02/05 3538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