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30 18:19:40
Name   조홍
File #1   푸_틴.jpg (127.8 KB), Download : 5
Subject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에 대하여...



한 때 비정상회담에서 일리야의 입장은 화제가 되었었는데, 푸틴을 커버쳐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방사능 홍차' 등으로 조롱의 대상인 곳이 러시아이기 때문에 꽤 놀람을 불러일으켰죠.

한국에서는 "까면은 방사능 홍차 배달되니까 그런것이다" 라고 했지만 아마 진심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푸틴의 지지율이 높으니까요. 푸틴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고 봅니다.

1. 반 동성애

러시아는 국가 분위기 자체가 호모포비아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최근 화제가 된 동영상도 있었죠. 남자 둘이 손잡고 다니는 영상 찍어봤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비걸거나 욕설하고 와서 막 팰려고까지 함... 후미진데도 아니고 그냥 대로변을 걷는데 그러더군요. 무섭다 덜덜. 

그런데 푸틴이 반 동성애법을 통과시켰죠.

반동성애법은 동성애를 홍보, 전파,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외국인에도 적용됩니다.
푸틴이 영악한 것이 호모포비아적 성향을 보이면서도 "이건 미성년한테 홍보하지만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성과가 있는 사람(동성애자)들에게 포상이나 훈장을 수여하기도 하고 차별이 없다" "나는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한다" 등의 말을 하면서 어느 정도 면피를 좀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죠. 

2. 정교회, 민족주의

러시아는 사실상 정교회가 국교의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사와 함께하며 민속신앙과도 결합하며 발전해왔고, 정교를 도입한 블라디미르 대공은 성인으로 취급받고 있죠. 공산주의 시대엔 탄압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러시아의 최대 종교지요. 푸틴은 나 정교회 믿어 이러면서 정교회와의 야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러샤는 민족주의적 성향도 강한데 이를 잘 이용하고 있지요.  푸틴은 그루지아나 우크라이나 등에 보인 강경한 행동, 크림반도 병합,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 등등으로 그들을 흡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리야도 미국까는걸 좋아하더군요.
뭐 러시아에서 고르바초프는 한국으로 치면 이완용급 매국노 취급이며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미국과 겨루던 그 시절을 추억하여 바지를 흠뻑 적시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심리를 잘 노린 셈이지요.

3. 경제

자원빨이라곤 하지만 옐친 시대의 개막장을 정리하여 중산층이라도 생성해낸 것은 평가받을 만 할 겁니다. 소련이 망하며 등장한 올리가르히들은 러시아의 큰 문제가 되었는데 이들을 정리(?)해내고 그나마 정상적인 구도에 올려놓았으니 말이지요. 그러나 (?)라 해놓은 이유는 제대로 된 정리를 한 건 아니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만 쳐내고 하수인이 될만한 자들은 남겨놓아 컨트롤하는 것 뿐이라서.
처음 그는 대권을 잡은 후 "당신들, 가만히 있으면 어설픈 민영화에서 이득본거 토하라 안할테니까 정치에 끼어들려 하진 말아라" 라 했고 그 말을 잘 듣는 강아지들에겐 뼈다귀를 주고, 아닌 사람들에겐 파멸을 주었습니다.

- 올리가르히

위에 언급한 '올리가르히'는 플라톤이 언급한 과두제(oligarchy)에서 나온 말로 러시아를 뒤흔든 신흥과두재벌들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소련이 망해 사회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경제가 황폐화되고 이러한 현실속에서 옐친은 금융-산업그룹을 법제화합니다. 또한 대규모로 민영화조치를 실시하는데 올리가르히들은 노멘클라투라(소련시절 고급 관료 계층)들을 이용한 정보 습득, 현 정부와의 유착과 편법, 주가조작, 탈세, 마피아를 이용한 적절한 암살과 폭행 등을 통해 세력을 키우고 순식간에 러시아의 지배세력이 됩니다. 능력도 없는데 부패하기까지 한 옐친이 러샤 경제를 국밥 말아먹듯 후루룩 쩝쩝하는 동안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 환차익으로 큰 이득을 보기도 하고 정경유착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강대해진 계기는 러시아의 LFS 프로그램(Loans for shares : 주식 담보 대출)으로 국영기업들을 헐값에 꿀꺽하여 에너지/방송 등을 장악하면서 입니다.

당연히 이들에 대해 국민들은 반감이 심했는데 이들 중 몇몇이 푸틴에 의해 쓸려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좋아했죠.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국영 자동차 사업의 경영권을 장악했는데 자동차사업 중 갱에게 죽을 뻔하기도 하는 위험을 겪기도 하다 성공합니다. 뭐 그러다 돈을 벌어서 ORT(오에르떼) 언론사를 지배합니다. 이에 반대하던 유력 방송인 블라디슬라프 리스티에프를 암살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그도 푸틴이 집권 후 자신이 저질렀던 경찰 살해, 체첸 반군과의 내통, 탈세, 뇌물공여 등등으로 정부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외국으로 도망갑니다. 그 후 푸틴을 열심히 욕하고 다니다가 2013년 영국의 자택 욕실에서 죽은채로 발견됬는데 영국 경찰의 조사결과 타살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신문과 방송사 등 미디어 재벌이자 미디어 제국의 황제로써 대선도 내가 정한다는 호기를 부렸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도 횡령 등의 비리혐의로 찍혀 감옥에 갑니다. 이 사람의 산하 언론들은 푸틴을 자주 비판했거든요. 미하일 호도로코프스키도 사기,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갑니다. 그는 2013년에야 출소했는데 유럽 인권재판소에 제소했지만 법원은 인권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의 재판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수사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아 이 사람은 재미있는게 러시아에서 포위망이 좁혀질 때 "난 죄가 없으니까 외국으로 안튄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서 꽤 오래있다가 나왔지요. 대충 8년 이상 있었던 듯?

뭐 꼭 이렇게 다 숙청된 것은 아니고 설설 기면 봐줬습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처음 (애송이라고 생각되던) 푸틴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항해보려다 짓밟혔지만 후자의 사람들은 대세를 인정한 올리가르히 들이죠...
90년대 부총리까지 해먹었던 니켈왕 블라디미르 포타닌처럼 사후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을 약속하고 자선사업에 힘쓰거나, 로만 아브라모비치처럼 추코트카 주지사를 지내면서 사재를 털어넣어가며 지역발전에 공헌하거나 이러면 말이죠. 첼시를 인수할 때도 세계에서 명성을 얻어서 좀 압박을 피해보려는 술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런거 아니라며 러시아 축구에 많은 돈을 쏟아부어 지원하였죠. 히딩크가 러시아 감독할 시절 연봉도 이 사람이 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며

러시아인들의 푸틴의 고평가에는 이러한 요소들과 이 전의 대통령이었던 옐친이 역대급 인간 폐기물이었다는 점도 있습니다. 왕조시절때도 전 군주가 명군이면 잘해도 취급 못받고 전 군주가 암군이면 평타만 쳐도 성군이라고들 하죠 -_-;; 뭐 그런 이치겠지요.
푸틴 시절 군대나 공무원사회의 비리도 좀 줄어들었다곤 합니다. 물론 러시아의 부패는 아직도 심합니다.

그러나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현 행태는 심각하긴 합니다. 권력의 수직화 작업이 계속 심화되고 있고 암살로 추정... 아니 간주되는 의문사들도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싸웠던 http://weekly.donga.com/List/3/all/11/95213/1 이런 사건도 있죠.
원래 국가두마의원은 소선거구에서 직접 선출 절반 정당 명부 절반이었는데 100% 정당명부제로 바꿨고, 5%이상 득표 받은 정당은 비례대표 배분의 조건에 들었는데 이걸 7%로 올려서 새로운 인물이 대두하기 힘들게 합니다. 또한 언론도 통제했고 지방선거를 전면 폐지하여 주지사들을 다 관선으로 만듭니다. 2010년대 들어서 다시 민선으로 바꿔주긴 했습니다만. 정보국이랑 국경수비대를 통합시켜서 FSB에 집어넣은 것도 그입니다. 투표 조작도 유명하죠. 100%가 넘는 투표율이 뜨기도 하여 언론에 자주 나오고 인터넷에서 자주 조롱당하는 단골소재입니다. 또 푸틴은 판사들의 대우를 크게 올려줬는데 비리가 줄었다는 긍정적인 평도 있지만 정권에서 사냥개로 쓰기 위한다는 평이...

푸틴은 러시아식 민주주의, 관리 민주주의라며 서방세계와 달리 러시아는 바로 지금 그들과 같은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는 없어서 이런다 뭐 그런, 주장을 하는데 개소리 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군부 독재자들 옹호 논리와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데, 적어도 푸틴은 항상 쿠데타가 아닌 투표로 집권하기는 했군요. 많은 주작작! 주주작!질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런데 재미있는건 일리야는 그런 말도 하더군요.
"그래도 러시아에서 푸틴 까기도 한다. 한국이 더 심함" 이런식으로 말이죠. 밑에 인터뷰를 인용하고 링크도 걸어놉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그럼 러시아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자유로운 편인가?
"자유롭다. 러시아는 반 푸틴, 친 푸틴 방송이 따로 있어 골라 보면 된다. 반 푸틴 방송에서는 심지어 '푸틴이 돈을 훔쳤다' '시계가 몇억 짜리다' 같은 이야기도 하는데, 푸틴이 그걸 막지는 않는다. 요즘 한국을 보면 놀라운 게,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대통령에 대한 농담이 하나도 없다. 모든 한국 사람이 대통령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명 한 명 만나서 물어보면 그렇지 않더라. 그걸 왜 표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에 대해서 써 봤는데 한국도 기적적으로 민주화가 되었... 아니 이제 아닌가...? 
..뭐 어쨌든 한국도 오랜 세월이 걸렸듯이 러시아도 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알고 보면 소련이 망한지도 의외로 얼마 안되기는 했네요. 적어도 제가 태어난 후에도 꽤 있다 망했으니까요. 저는 젊으니까 러시아도 젊은 겁니다.

덧붙이자면 사실 요즘 러시아에선 스탈린도 알고보면 공이 많다 이런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홍차 한 잔 하고 가실게요



6
  • 지금 이런 글을 올리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홍차넷이에요 홍차넷
  • 홍차 한 사발 하실래예??
  • 재밌습니다!
  • 홍차가 또...!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 기타살아오며 가장 부끄러운 일에 대하여 29 DEICIDE 15/05/30 11476 14
1323 IT/컴퓨터인공지능, 고용 없는 성장 19 kpark 15/10/23 11474 1
3708 의료/건강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5 모모스 16/09/15 11465 6
667 요리/음식연인 혹은 아내에게 선물하기 좋은 의미를 가진 와인(~3만원이하) 24 마르코폴로 15/07/27 11451 0
277 기타한인 천재소녀는 진짜인가 37 Azurespace 15/06/09 11450 0
192 기타어제 있었던 "메르스 확산, 어떻게 막을 것인가?" 에 대한 토론 전문입니다.(스압) 2 아나키 15/06/03 11448 0
1027 일상/생각분탕질이란 단어에 대한 생각 20 王天君 15/09/18 11433 0
262 기타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게임 Best 5 12 김치찌개 15/06/08 11431 0
709 IT/컴퓨터컴퓨터 파일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12 한아 15/08/03 11416 0
2808 의료/건강정맥주사라인 잡기 이야기 21 원하 16/05/14 11413 0
1736 IT/컴퓨터막귀 입장에서 써보는 5만원 이하 스피커 사용기 21 전크리넥스만써요 15/12/09 11408 2
1488 음악Janis Ian -Stars 6 새의선물 15/11/07 11380 0
1426 꿀팁/강좌통계, 그 바이어스의 가면을 벗겨보자 28 눈부심 15/11/02 11374 1
5950 기타필름포장지 이야기 18 헬리제의우울 17/07/14 11331 15
562 역사피맛골, 사라진 골목에 대한 아쉬움 18 마르코폴로 15/07/10 11331 0
335 기타쥬라기 월드의 흥행에 적어보는 공룡이야기....왜 새가 공룡의 후예인가 13 개평3냥 15/06/15 11321 0
1376 요리/음식라면 41 헬리제의우울 15/10/29 11309 25
1375 영화우리 2017년에 만나요...가능하면 말이죠... 17 Neandertal 15/10/29 11303 0
7035 IT/컴퓨터딥러닝으로 만든 유인나 오디오북 10 Toby 18/02/02 11299 1
1428 기타베이즈 정리, 몬티홀의 문제, 삶과 죽음의 확률 25 Beer Inside 15/11/02 11292 7
1669 역사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에 대하여... 9 조홍 15/11/30 11291 6
1414 음악Halloween을 맞이하여 Helloween을 소개합니다. 24 맥주만땅 15/11/01 11286 0
1712 문화/예술니 꺼는 내 꺼, 땡큐 18 눈부심 15/12/05 11285 1
7213 기타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써 보는 한 가상의(?) 사례 20 烏鳳 18/03/08 11277 13
1133 경제한국형 시장경제체제 6 MANAGYST 15/09/30 11277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