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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12/28 14:34:15 |
Name | 린디합도그 |
Subject | 올 해 취미생활 회고록. 스윙 댄스. |
정확히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지만 춤, 노래, 연기 셋 중에 하나를 시작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반년 쯤 탱고를 배우고 있던 친구와 대화를 하며 그 뽐뿌는 정점을 찍고 일단 무작정 검색에 들어갑니다. 인천 탱고 인천 살사 인천 댄스 인천 탭댄스 등등 아는 춤은 다 검색해봤는데 우리 동네엔 뭐가 좀 없었습니다. 방송 댄스는 장르도 좀 애매하고 연령대도 많이 어리고...아저씨가 미안해. 무슨 지루박 이런데는 이모 삼촌 뻘이고...나머지 장르는 검색도 안됩니다. 그러다가 인천 스윙댄스 동호회가 검색 끄트머리에 걸려서 파고들어봅니다. 기수제로 운영되고, 두달 정도의 커리큘럼이 있고, 공연도 정기적으로 하고. 뭐 그런 정보를 입수하고 신청하려 하니 며칠 차이로 신청이 마감되어서 꼼짝없이 5주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기다립니다. 그와중에 인원부족으로 폐강 위기여서 새해 소원을 폐강 안되게 해달라고 한 소소한 뒷 이야기... 1월 첫 주말에 시작된 스윙 댄스 강습은 지터벅 부터 시작됩니다. 지루박이라고 알려진 춤인데 지금은 지루박과 지터벅이 완전 다른 춤이 되버려서...여튼 6 박자의 락스텝을 시작으로 스윙 댄스의 기본적인 스텝들과 자세, 모멘트 들을 2달에 걸쳐 배웁니다. 옆에서 보면 어렵나 싶지만 막상 해보면 뚝딱뚝딱 안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몸을 쓰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면서 재밌습니다. 직장인 동호회 특성상 매주 강습이 끝난 후 뒷풀이도 함께 하면서 친목을 다져줍니다. 그렇게 두 달이 흐르면 마지막주엔 졸업공연을 하게 되는데, 살면서 이렇게 긴장해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지금보면 아장아장 거리는 스텝 정도인데 그게 안되서 몇 주동안 연습하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만 태산 같아서 아주 그냥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물론 본 공연때는 다 뿌셨음. 두 달간의 지터벅 생활이 끝나면 이제 스윙의 꽃인 린디합 장르로 넘어갑니다. 기본 스텝부터 바뀌며 춤이 겉잡을 수 없이 화려해집니다. 물론 그만큼 어려워지고...벽에 막히고... 즉흥적으로 안무를 맞추는 댄스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춤을 리드하는 사람과 팔로잉 하는 사람이 나뉘어집니다. 보통 남자가 리더Leader 여자가 Follower인데요, 리더들은 항상 고민을 달고 삽니다. '이 다음에 어떤 동작을 할까?' '내가 잘 추고 있나? 상대방은 재미 없어하나?' 배운건 점점 느는데 정작 춤에서는 같은 동작만 반복하고 상대방이 지루해 하지 않는지 눈치를 보고...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다같이 춤을 추는 시간에도 혼자 의자에 앉아서 다른 사람 춤을 분석하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계속 춰도 늘까 말까한데 머리로만 추고 있으니 늘지 않고 안느니까 안추고 뭐 이런 네거티브 사이클이 계속 돌아가고... 몇 달을 이렇게 앉아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강습은 꾸준히 들으면서 커리큘럼은 빼먹지 않고. 꾸준하게. 동호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4개정도 되는 강습을 들으며 춤을 출수록 적당히 춤을 즐기는 파와 외부 강습도 듣고 경연Competition을 즐기며 파고드는 파로 나뉘어집니다. 저는 벽에 막혀서 허우적 대던 중 부산에서 열리는 대회에 구경 갔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현장 접수한 대회에서 본선 진출을 당해서 본격적인 무대를 경험한 일이 있었는데...그때 참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좋은 쪽으로. 현장의 열기와 댄서들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아주 울고 웃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여기서 내가 진짜 이 춤을 좋아하는구나, 좀 오래 하겠구나 이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외부 강습도 많이 듣고 출빠(다른 빠에 가서 춤 추는 것)도 다니며 인맥과 춤을 넓히는 여름과 가을이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1PhH_WZWLfk 올 해 마지막 대회였던 배틀코리아 파이널쇼다운 올스타 파이널 무대입니다. 2년차까지 루키, 4년차까지 오픈, 오픈 입상자가 어드밴스드, 어드밴스드 입상자가 올스타 대략 이정도 레벨이고 저 영상에 나온 분들은 거의 뭐 8년 10년은 춘 분들인... 사회와 마찬가지로 스윙씬도 12월엔 연말 파티와 대회가 많습니다. 저도 저 위에 있는 대회에 나가서 1년차 부문이지만 입상의 쾌거도 이뤘고 지금은 졸업공연에 특별공연까지 준비하고 있어서 주에 4일 이상은 연습하거나 춤 추거나 하는 것 같네요. 오늘은 무릎이 아파서 쉬어가는 겸 스윙 첫 해 회고록을 생각 나는대로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근데 사실 정리도 정리인데 이런 취미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게 더 크긴 해요. 사교댄스라는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장르기도 하고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고 해서 이렇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걸 알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좀만 더 써보자면 스윙댄스는 어떤 것인지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라라랜드 아시죠? 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안다고 하면 설명이 거의 끝납니다. 사실 라라랜드 속의 춤들이 스윙이냐고 하면 영화에서는 다양한 춤이 한 씬 안에서도 혼합되어 있어 '아니다'에 가깝지만 노래와 배경, 댄스 스타일로 보면 맞다고 볼 수 있어요. 사전적으로 설명하자면 1920~40년대의 경쾌한 빅밴드 재즈에 맞춰 파트너와 추는 즉흥 댄스 라고 하면 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qpfpLyG-4o4 지금은 저런 스타일로 추지만 백년전의 오리지널들은 기예에 가까운 춤을 췄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oJReiCaPk 그리고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커플 댄스들이 많이 받는 오해가 만남의 장이니 어쩌고 저쩌고 불륜이 어쩌고 저쩌고일텐데 그런게 없진 않겠죠, 근데 다른 취미 다른 동호회가 더 했으면 더 했지 이쪽이 더 심하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그냥 사람 모이는 곳에 생기는 그정도에요. 동호회 연령대도 2030이 메인이어서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고 춤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손을 잡고 추는 춤이고 끌어안거나 허리를 잡는 커넥션이 있지만 사실 춤 추느라 이상한 생각 할 시간이 없음. 생각보다 건전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은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인천 부천 거주하시는데 관심이 생기시는 분들은 검색창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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