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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30 12:39:26
Name   눈부심
Subject   호러실화 - 쎄실호텔
21세의 엘리사 램은 중국계 캐나다 여대생입니다. 우울증으로 학업에 매진하기가 힘들어지자 머리도 식힐 겸 미국여행을 계획하고 샌디에고를 찍은 뒤 엘에이로 향하던 중이었어요.

숙박을 예약한 쎄실호텔이 있는 엘에이의 54가 구역은 한참 악명이 높을 때엔 마약중독자, 홈리스들, 극빈자들로 경찰들 또한 꺼리는 동네였어요. 세월이 흐르며 동네가 점점 더 고급화되었다지만 여전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층건물의 위용 속 어딘가는 범죄의 온상이기도 한 으스스한 구역이죠. 지나가는 여행객인 엘리사로선 자세히 알도리가 없었을 거예요. 음산한 곳의 싸구려호텔이지만 14층이나 되는 고층건물에 대리석 바닥은 여전히 건재하고 700인실이나 수용하는 호텔입니다.



엘리사는 텀블러에 다음과 같이 짧은 소감를 기록합니다.

“1928년에 지어져서 마치 주제가 아트 데코 같다. 고급스러운 듯 하지만 엘에이다 보니 낡아빠졌기도 함. 바즈 러만이 위대한 게츠비를 찍을 만한 곳인 건 분명하다.”

1월 31일 엘리사는 몇 블럭 떨어진 곳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합니다. 엘리사를 기억하는 서점 점원에 의하면 엘리사는 아주 발랄하고 활달했다고 하는군요. 그 날 저녁 엘리사는 쎄실호텔의 로비에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불명이 됩니다.

일주일이 지난 2월 6일, 엘에이경찰은 젊은 중국계 캐나다인 여성이 실종되었다고 언론에 발표합니다. 엘리사의 실종은 우려스러운 데가 있고 목격자들은 성실하게 연락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도움을 강구합니다. 가족들은 엘리사와 하루 아침에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기자 걱정스러워 이미 미국에 달려온 상태였습니다.

언론에 실종사실을 알렸으나 크게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합니다. 잠시동안 목격자가 나타나지도 않고 아무런 진전이 없자 이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듯합니다.

2월 13일 엘에이경찰은 다시 한번 대중의 도움을 호소합니다. 이번에는 CCTV영상을 공개합니다. 2월 1일 쎄실호텔의 엘리베이터 카메라에 찍힌 이 영상은 엘리사가 살아 있는 마지막 모습으로, 그녀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나서 공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영상입니다.

화면에서 엘리사는 자정이 조금 지나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가고자 하는 층수의 버튼을 누르려는 모양인지 과장된 몸짓으로 버튼을 들여다보는데 눈이 나쁘니 그건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나서 뒷걸음질 친 엘리사는 얌전히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죠. 특이할 것이 없는 영상입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질 않아요. 엘리사는 걸음을 내딛어 아주 조심스럽게 열린 엘리베이터 문쪽으로 다가갑니다. 복도를 내다 보죠. 이상스럽게 과장된 몸짓으로 오른쪽 왼쪽을 연달아 둘러 봅니다. 그 기괴한 제스쳐는 마치 연기하는 사람 같습니다. 그러다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풀쩍 들어옵니다. 


무엇을 봤거나 들은 모양인지 엘리사는 엘이베이터 한쪽 구석에 서둘러 숨습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문밖을 내다봅니다. 이번에는 복도의 오른쪽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엘리사는 잠시 화면에서 거의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 엘리베이터 안으로 다시 들어오더니 미친 듯 버튼을 눌러댑니다. 문이 닫히지 않자 엘리사는 다시 밖으로 나가는데 복도의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바라보다가 갑자기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를 지휘하기라도 하듯 팔을 마구 휘저어 댑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은데 그는 화면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결국 그녀는 화면의 바깥으로 사라지고 엘리베이터문도 서서히 닫힙니다.

으시시하고 무서운 기운이 머리를 쭈뼛 서게 만드는 영상이죠. 영상은 왠지 누군가의 수정을 거친 듯도 하고 그녀의 이상하고 과장된 행동은 뭔가 무시무시합니다. 편집영상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경찰은 특별한 코멘트없이 영상을 공개하기만 했거든요.

이 영상이 공개되자 미국이며 캐나다가 난리가 나요. 유툽영상의 조횟수와 댓글은 폭발적이었어요. 영상을 직접 보세요..


이제 엘리사실종사건은 미국, 캐나다 심지어 중국에까지 퍼져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각종 음모설과 추리가 온라인에 넘쳐나기 시작했어요. 그 여자가 약을 했을 것이다, 정신병을 앓는 그녀가 환청을 듣고 술래잡기를 하는 거였을 거다, 누가 총으로 위협 중이었을 거다, 정부가 국민우민화를 위해 던진 밑밥이다 등...

어떤 이는 영상을 자세히 보면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인다며  시리얼 킬러의 소행인 것 같다고도 했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분명 그 홀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어요. 엘리사가 팔을 마구마구 휘두른 건 그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였죠. 그리고 그 사람이 범인일 것이라 짐작하기는 쉽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엘리사를 죽였거나 아직도 납치해 둔 상태이거나..

비디오가 공개되고 5일이 지나 쎄실호텔 관리부에 손님들의 불만전화가 평소보다 많이 접수가 됩니다. 수돗물의 수압이 너무 낮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물맛도 좀 이상하다고 합니다.

쎄실호텔의 옥상에 커다란 물탱크들이 있어서 일꾼들을 그 곳으로 보냅니다. 그 곳에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여성은 나체상태였고 옷은 바로 근처에 있었습니다. 경찰은 시체가 엘리사임을 확인합니다. 옷도 비디오에서 목격된 것과 같은 옷이었습니다.

물탱크의 입구가 좁아 시체를 위로 꺼내기가 힘들자 경찰은 수시간의 작업 끝에 탱크아래를 잘라 시체를 꺼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살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에 발표합니다. 시체상태는 깨끗한 편이고 아마 실종된 내내 탱크 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의문의 죽음이 미해결인 상태이다 보니 쎄실호텔과 54가 구역의 음산한 과거가 회자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운타운의 대형 싸구려 호텔인 쎄실은 영구거주지도 없이 며칠에서부터 한 달까지 묵었다가 사라지는 뜨내기들의 소굴이기도 합니다. 그 옛날 수십건의 살인행각으로 악명을 떨쳤던 시리얼 킬러들의 거주지이기도 했고 어떤 시리얼 킬러를 취재하러 온 언론인조차도 시리얼 킬러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마치 쎄실호텔은 시리얼 킬러들을 끌어당기는 살인아지트 같습니다. 이 외에도 엘리사실종사건을 둘러싼 해괴한 음모론은 온라인을 뒤덮게 됩니다.

경찰의 부검결과 저항의 흔적은 전혀 없고 그녀가 평소에 복용하던 우울증치료제와 비디오영상을 본 상당수의 전문가들에 의하면 엘리사는 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꾸준히 언론에 노출되길 꺼려 했는데 경찰도 딱히 가족들이 어떤 증언을 했는가를 밝히는 수고는 생략하고 결국 이 사건은 살인이 아니라 ‘사고’였던 것으로 판단, 사건을 종결하게 됩니다.

워낙에 화재가 되었던 사건이라 필자가 직접 쎄실호텔을 방문을 해봅니다. 으시시할 것이라 기대하고 방문한 호텔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의외로 특이할 곳 없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유독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아 형성된 어느 커뮤니티에서도 정신과의사들의 소견을 담아, 영상 속 엘리사의 과장된 제스쳐는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한 단면이라고 설명하며 드라마틱한 살인이 아닌 하나의 비극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엘리베이터에서 보인 엘리사의 행동은 전형적인 병적 자기몰두와 정신착란증이라고 합니다. 공포에 질려 누군가를 열심히 찾는 듯한 행동, 계산된 듯한 발걸음, 과장된 손짓 등은 많은 비슷한 환자에게서 보이는 행동이라고 하네요. 공포로부터 숨고 싶어하는 엘리사는 자신을 숨겨줄 만한 곳을 찾아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가고.. 나를 숨겨줄 만한 곳은 어딜까 궁리하던 그녀는 물탱크가 답이라고 믿었는지도...그러다 수심이 깊고 입구도 좁아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던..

***으아....!!! 시리얼 킬러의 소행은 아니지만 영상보면서 무서워 죽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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