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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11/25 20:04:37
Name   joel
Subject   (움짤 다수, 데이터 주의)김민재가 한국의 핵심인 이유.



김민재 이야길 하기에 앞서서, 세간에서 말하는 벤투의 '빌드업 축구' 이야기를 먼저 해봅시다. 저 단어의 함의가 무엇이건 간에 빌드업 축구 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발로 공을 차는 축구'를 특정한 축구 전술이라 규정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이 세상에 빌드업을 거치지 않는 축구는 에이스 혼자 공을 드리블해서 상대 진영까지 몰고 가는 축구 게임에서나 가능하거든요. 뻥축이건 숏패스건, 빅 샘이건 펩이건 축구는 패스로 공을 전진시키죠.

우리나라는 벤투식 빌드업 축구를 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압박 들어올 때 숏패스로 풀어가려 하지 말고 과감하게 롱패스 차고, 중원에서의 정면대결 대신 수비라인 내려서 역습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지요. 김판곤 축협 위원장과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러한 단어의 오용을 지적하면서 '능동적 축구'와 '수동적 축구'라는 분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클럽 축구에서도 가끔 나오곤 합니다. 예를 들면 아르테타 2년차의 아스날이 실속없이 공을 사이드로 돌리기만 하는 U자 빌드업이라 욕을 먹을 당시 센터백-골키퍼 간의 패스가 불안정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자 '팀 수준에 맞지도 않는 후방 빌드업 집어치워라' 같은 말들이 나오곤 했지요.

분명히 말하자면, 현대축구에서 후방에서부터 이뤄지는 숏패스 빌드업을 포기하는 팀은 단기적인 요행을 바랄 수는 있으나 결코 장기적인 도약을 꿈꿀 수 없습니다.  현재 유럽축구에서 하위권 팀들조차 후방에서의 패스를 나날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점점 정교해지는 현대 축구에서 후반전의 2~30분 정도 잠그기로 나서는 것은 몰라도 경기 내내 그랬다가는 주도권을 내주고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골을 먹게 마련이지요.

즉,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불안하다면 장기적으로 그걸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그게 무서워서 아예 거시적인 전략에서 정교한 패스 줄기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당장의 위기만 넘기다가 천천히 말라죽는 공손찬의 역경테마파크 같은 발상이란 거죠.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는 것은 한국이 그렇게 맨날 부르짖는 원정 16강을 위해서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벤투의 축구를 비판해야 한다면 '빌드업을 한다'가 아니라 '빌드업을 제대로 못 한다'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간 벤투호의 빌드업 불안정은 강팀과 만났을 때 압박을 이겨내고 전진하지 못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게 끔찍했던 일본과의 평가전, 브라질에게 맞불을 놓았다가 완패한 평가전에서 여실히 보여줬지요.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게도 쩔쩔매던 한국이 발베르데와 벤탄쿠르를 보유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중원에서의 압박을 이겨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 두 경기에서 한국은 김민재가 출전하지 못 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김민재의 가세는 한국 축구에서 수비를 튼튼히 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우리의 축구 자체를 질적으로 바꿀 수 있거든요.

그럼 이제부터 우루과이 전 김민재의 활약상으로 그걸 짚어봅시다.



우루과이의 압박에 황인범이 갇혀 있는 것을 보고 지체없이 후방 측면으로 길게 패스를 연결




황인범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반대편으로 길게 패스 연결




우루과이의 압박에 노출된 황인범에게 그냥 공을 주는 게 아니라 공을 끌면서 상대를 자신 쪽으로 꾀어낸 다음 공간을 확보하여 안전한 연결 




니들이 압박을 안 해? 그럼 내가 가지 뭐. 파이널 써드까지 무혈입성 후 박스 안으로 직접 배송. 




센터백이 너무 전진하면 뒷공간은? 부스터 쓰고 달려서 막으면 됩니다. 그냥 발만 빠른 것도 아니라 1대2로 불리해진 상태에서 상대 선수들의 동선을 보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패스길 차단하며 뛰는 K-판데이크. 




야. 비켜. 



 
상대의 공격을 원천봉쇄하는 길목 수비.




역습을 시작도 못 하게 차단하는 확실한 전진수비.



전반전에 한국이 오히려 우루과이 미드필더들을 싸먹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여태껏 강팀 앞에서 무력해졌다던 빌드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전 과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거침없이 앞으로 전진해서 공을 받아주고, 일단 나왔으면 확실히 공을 처리하면서 수미인 황인범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죠. 적극적인 볼 경합과 탈취는 세컨볼 경쟁에서 한국에게 큰 우위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국가대표팀의 최대 난제는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탁월한 패스 능력과 체격을 갖추어 한국 빌드업의 핵심이었지만 수비력과 포지셔닝, 순발력이 떨어져서 수비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 했던 기성용의 단점을 대신 짊어져 줄 선수를 찾는 것이었죠. 그러나 그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수비력과 패스 능력을 겸비한 센터백이 없었던 한국은 수비라인을 함부로 전진시킬 수 없었고, 그만큼 공격과 수비 간의 간격은 넓어져서 우리 미드필더들에게 과부하를 불러왔지요. 

일본, 브라질 전에서 드러난 벤투호의 단점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두는 벤투의 전술에서 그 1의 자리에 서야 하는 미드필더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일본전은 그야말로 중원이 삭제된 끔찍한 참사였고, 브라질전은 그보단 나았지만 세계의 벽을 절감했었죠. 

이 문제점을 해결해준 것이 김민재입니다. 라인을 끌어올려도 뒷공간을 든든히 지킬 수 있는 빠른 다리와 커다란 체구를 가졌으며 압박 받는 미드필더들을 대신해서 패스를 연결할 능력과 함께 훌륭한 축구지능까지 갖춘 이런 센터백을 여태껏 한국 축구는 가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루과이 전은 김민재만 잘 한 것이 아니라 11명의 선수들 모두를 칭찬해 마땅한 경기였지만, 특히 황인범은 한국 축구사에 남을만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김민재가 있었기에 한국은 주도권을 쥐는 축구를 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줄 요약

벤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10
  • 아니 그럼 이제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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