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2/26 11:18:00수정됨
Name   telamonian_one
Subject   침대에 개미가 많다
제가 있는 곳은 현재 오전 9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오전 9시쯤에 깼다는 것인데.. 학기 중간에 있는 황금 같은 꿀 같은 방학 수요일에 심지어 애인을 비롯한 친구들이 다 놀러 가고 없는데 심지어 밤에 새로 산 위스키에 담배 반값 정도를 태우고 잤는데 9시에 제가 일어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근데 그 이유는 바로 침대에 개미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폴에 살다 보면 (꽤 오래된 학생 기숙사에 살다보면) 이런 일에 익숙해집니다. 개미는 물론이고 각종 벌레들과 날파리 바퀴벌레 (이놈들은 퇴치에 성공하긴 했습니다) 에 익숙해집니다. 뭔가 싸구려커피를 한 잔 해야 할 것만 같군요. 특히 우리 기숙사에는 게코도마뱀 친구들이 많은데 이 친구들은 모기도 먹어주고 날파리도 먹어주고 참 좋은 친구들입니다. 한번 모기를 사냥하는 걸 봤는데 그 혓바닥이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와 이 친구는 계획이 있는 친구구나.. 뤼스펙트!가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애인 방에 나타나면 쓰레빠로 후갈겨 쳐 내립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항상 이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많이 좋게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운이 꽤나 안 좋게도 어릴 때부터 유학을 했습니다. 영국 중-고등학교에서는 찬물로 샤워하고 라디에이터도 고장나고 곰팡이에 그리 시설이 좋은 곳은 아니였습니다. 비도 오고 음침한 영국에서 추웠던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가 몰래 담배도 피우고 술도 먹고 이것도 하고 정학도 당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 때도 영국 기숙사의 시련이 이어져 갔는데.. 한번 영국 애들 4명이랑 '우리도 집을 구해서 광란의 파티도 하고 음란의 파티도 하고 놀아보쟈!' 해서 기숙사에서 나가 산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방에서 거미 두 마리와 사이좋게 잘 살았었습니다. 술 먹고 돌아오면 하이 제임스 하이 토마스 할 정도로 친근했죠. 물론 구애인의 집으로 자주 도피하긴 했지만.. 집에 딸린 가든/마당이 진짜 가관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바베큐도 하고 파티도 하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옆가든들에서 몰려온 각종 식물들 때문에 관리를 안 하니 정글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담배를 피울 공간조차 없어졌습니다. 남자새끼 5명이 같이 사는 건 그리 좋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비추합니다.

역시나 최악은 군대였습니다. 제가 강원도 양구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거기에 도솔대대라고 악명이 높은 곳이 있습니다. 운이 참 좋게도 이곳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이곳에서는 팅커벨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등은 기본입니다. 한동안 물이 안 나와서 똥 위에 똥을 싸는 행위를 태어나서 처음 해봤습니다. 으.. 생각하기가 싫어졌네요. 할튼 그랬습니다.

침대에 개미가 많아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써본 별 의미 없는 글입니다. 다들 좋은 하루되세요!!!




6
  • 똥 위에 똥
이 게시판에 등록된 telamonian_one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59 일상/생각쭈글쭈글 1 사이시옷 19/11/08 3623 6
12947 일상/생각제가 홍차넷에서 하고 싶은 일 첫번째 26 설탕 22/06/24 3623 24
2773 정치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업체가 늘고 있습니다. 4 Leeka 16/05/10 3624 0
4068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13 AI홍차봇 16/11/03 3624 0
5244 일상/생각시즌은 돌고 돌며 우리는 늙는 것 아니겠습니까. 7 틸트 17/03/20 3624 11
5864 일상/생각급식소 파업과 도시락 3 여름 소나기 후 17/06/30 3624 5
6830 게임하늘의 궤적 evo sc 클리어 후기 2 음주동견 17/12/26 3624 2
7606 스포츠180529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시즌 9호 솔로 홈런) 김치찌개 18/05/31 3624 0
8681 일상/생각통영 여행에서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 7 메존일각 18/12/25 3624 17
10325 일상/생각침대에 개미가 많다 4 telamonian_one 20/02/26 3624 6
12515 일상/생각내 고향 서울엔 11 사이시옷 22/02/14 3624 21
4800 음악하루 한곡 023. Bon jovi - Always 9 하늘깃 17/02/07 3625 0
5320 게임간단하게 요약된 롤챔스 경우의 수 1 Leeka 17/03/29 3625 2
10594 IT/컴퓨터스마트폰 재난지원금 구입 정보 1 Leeka 20/05/18 3625 0
11578 게임어떤 어려운 게임들 이야기 5 바보왕 21/04/14 3625 6
4979 게임섀도우버스 초반 즐겨보기 이야기 #1 3 Leeka 17/02/24 3626 0
4584 일상/생각작년말에 받은 경품들 목록 2 집에가고파요 17/01/09 3626 0
8578 영화IMF를 다룬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고 왔습니다. 8 토비 18/11/29 3626 2
9198 스포츠[MLB] 류현진 NL 이주의 선수로 선정.jpg 김치찌개 19/05/15 3626 0
9799 스포츠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 FC 부임 4주년 2 손금불산입 19/10/08 3626 5
11792 게임[디아 3 계층]소는 누가 키우나 (드래프트) 6 불타는밀밭 21/06/17 3626 9
12256 일상/생각본문삭제한 글 2 7 Picard 21/11/09 3626 1
9131 음악[클래식] 브라암스 교향곡 3번 3악장 Poco allegretto 4 ElectricSheep 19/04/27 3627 2
9716 기타강다녤 줄서면 치킨 깊티콘 주는 게시글 추첨결과 69 reliqour 19/09/27 3627 15
4376 일상/생각첫사랑이야기2. 1 The Last of Us 16/12/14 3628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