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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25 10:59:28
Name   YNGWIE
Subject   살면서 처음으로 '늙었다'라고 느끼신 적이 언제신가요?
선생님들은 언제 처음으로 자신의 나이를 느끼셨나요?
제 경우에는 스물 세살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랗다고 할 정도로 어린 나이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저는 군대에 가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공익이라도 갈 수 없을까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게을리 살다가 학사경고가 적혀진 성적표가 집으로 날아들자, 아버지의 불호령에 2주 뒤에 입대하는 스케줄을 잡게 되었습니다. 당시 기타를 다섯대정도 가지고 있었는데, 너무 촉박하게 날짜가 잡힌 바람에 한대도 처분하지 못하고 세대는 소중한 지인들에게 나눔하고 두대는 아직도 하드케이스에서 보관중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 된 군대는 저에게 너무 잘 맞는 곳이었어요. Fraternity를 연상케하는 군대 내부의 문화도 그렇고, 뭐라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 사명감이나 명예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한 것이 아마 그 원인이지 싶어요. 그래서 수능성적에도 자신이 있었겠다, 군생활중에 수능을 쳐서 육군사관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대는 중대장실, 행정실 및 샤워장 등의 공용공간을 중심으로 24인 1실의 큰 방(..)이 대칭적으로 배치되어있는 일자형의 구막사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간부님들의 배려로 일과후에 공부하고자 하는 병사들은 간부연구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시절 짬짬이 고등학생 과외를 했던 덕에 금방 현역시절의 실력이 올라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육군사관학교는 딱 삼수나이까지만 입학을 허용하더라구요.

이십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그때 저는 '내가 벌써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구나'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된 것 같습니다.
홍차넷의 선생님들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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