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5/11/10 01:04:08
Name   kpark
Subject   박병호 미네소타행 - 앞으로의 과제는?

[박병호, 메이저로 가다]

박병호 포스팅의 승자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밝혀졌습니다. 사실 미네소타는 아니었으면 하는 팀이었는데 이렇게 된거 앞에 놓인 과제, 문제가 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포지션 경쟁자: 조 마우어, 미겔 사노

[신이 설계한 포수 시절의 조 마우어]

류현진,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박병호 역시 동일 포지션 내 경쟁자가 어마어마합니다.

먼저 조 마우어. 1983년생. 포지션은 1루/지명타자.

마우어는 [신이 설계한 포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완벽[했던] 포수였습니다. 포수로서 MVP까지 타고 말이죠. 과거형 표현에서 느끼셨겠지만 지금은 각종 부상 때문에 포수 자리를 내려놓고 1루수로 출장 중입니다. 문제는 최고의 포수 시절 장기계약을 맺은 덕에 2016~2018년까지 3년 동안 매년 2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몸이시라는 것.

포수 시절엔 타율 1위를 할 정도의 완벽한 타격과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미국 최고의 포수였습니다. 그러나 2010년 새로 만든 구장으로 옮기면서부터 내리막. 새 구장은 좌타자였던 마우어에게 버거울 정도로 너무 큰 구장이었습니다. 거기에 앞서 말씀드린대로 부상까지... 포지션도 1루/지명타자라서 지금 타격 성적은 매우 불만족스럽습니다.

팀 입장에선 솔직히 좀 골치아픈 상황입니다. 왜냐면 마우어의 성적이 갈 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거든요. 한마디로 대놓고 말은 못하지 '먹튀' 중이십니다. 더 문제는 팀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라서 싼 값에 억지로 트레이드하기도 힘들다는 거...

조 마우어의 타율/출루율/장타율 홈런/타점
2013: .323 .404 .476 11홈런 47타점
2014: .277 .361 .371 04홈런 55타점
2015: .265 .338 .380 10홈런 66타점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팀 입장이고 박병호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집니다. 미국 프로 스포츠의 생리가 그렇듯, 어지간해선 몸값이 높은 선수를 쓰기 마련이거든요. 박병호가 대놓고 실력으로 찍어누르지 않는 이상, 미네소타의 1루수 플랜A는 마우어, 플랜B는 박병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더 큰 산인 미겔 사노.


[미네소타의 차기 대표타자?]

그리고 미겔 사노. 1993년생. 포지션 1루/3루/지명타자.

마우어가 지는 해라면 사노는 진정한 뜨는 해입니다. 올해 마침내 데뷔해서 80경기에 뛰었는데, 성적부터 잠깐 보시죠.

미겔 사노의 타율/출루율/장타율 홈런/타점
2015: .269 .385 .530 18홈런 52타점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A급 타자의 위용이 느껴지는 성적입니다. 데뷔 첫 해부터...

어쨌든 어린 친구니만큼 오랫동안 경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친구도 이력을 소개하겠습니다. 사노는 2009년 9월 미네소타와 국제 FA 계약을 맺었는데(우리나라 고졸 선수들이 가는 것과 비슷하게 보시면 됩니다), 당시 도미니카 출신 역대 계약 1위에 해당하는 31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습니다. 이후 차분히 마이너리그에서 성장했고 2011년 팀내 유망주 3위, 2012년 팀내 유망주 1위, 2013년 팀내 유망주 2위 등에 올랐습니다(가장 높은 평가만 모았습니다).

잘 나가던 사노는 2014년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인대가 찢어지고, 토미존 수술을 받습니다. 이후 1년을 통으로 쉬고 올해는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시작해 7월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리그를 폭격... 수술 여파로 3루수말고 1루, 지명타자도 많이 했습니다.

아마 사노는 앞으로도 최소 3~4년간은 미네소타의 간판으로 뛸 겁니다. 마우어의 상태가 많이 안 좋고, 사노는 팔꿈치 수술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장차 1루수 자리는 사노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가을 교육리그에서 사노가 좌익수 연습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병호에게 당장의 큰 산이 조 마우어라면, 앞으로의 큰 산은 사노가 될 수 있습니다. 사노가 좌익수로 잘 포지션을 바꾼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미네소타의 1루는 마우어/사노/박병호 세 명이 경합해야 합니다. 지명타자로 한 명을 빼도 셋 중 한 명은 벤치에서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작년 강정호 이상으로 경쟁이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정호는 멀티포지션이 가능하다는 강점 덕분에 2루/3루 돌아가면서 출장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박병호에게 3루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과거 이대호가 롯데에서 3루수 보던 것처럼 사노를 3루수로 돌리고 마우어/박병호를 적절히 1루/지명으로 돌려 쓰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또, 사노가 이대호 급으로 수비 막장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노의 수비가 앞으로 이대호 꼴 난다면(...) 상황은 복잡해지겠죠.

(추가) MLB 전문가 켄 로젠탈은 '현재 주전 3루수인 트레버 플루프를 트레이드하고, 사노를 3루로 보내고, 마우어와 박병호를 1루/지명에 기용하는 것이 한 가지 가능성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겠으나... 박병호의 성공 가능성을 모르는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전개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2. 미네소타 홈구장: 타겟 필드

타겟 필드는 중립 구장에 가깝습니다. 단 이것은 득점에 한해서 그렇고, 홈런 쪽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타겟 필드는 홈런 타자들에게 불리한 구장입니다.]

특히 좌타자들에겐 공포의 대상 그 자체입니다. 조 마우어가 이렇게 추락한 원인 중 하나도, 좌타자인 그에게 타겟 필드의 우측 담장이 너무 큰 벽이었기 떄문입니다.

박병호에겐 다행히 우타자에겐 좀 상황이 낫습니다. 그러나 좌타자보단 낫다고 해도 우타자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구장입니다.

우타자 홈런 파크팩터
2010: 98
2011: 98
2012: 98
2013: 98
2014: 98

홈런 파크팩터는 100이 중립, 100 초과면 타자에게 유리, 100 미만이면 타자에게 불리합니다. 보시다시피 우타자가 홈런 만들어내기 쉬운 구장이 아닙니다.

다행히(?) 다저 스타디움, PNC 파크처럼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구장만큼 넓진 않습니다. 다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홈런이 강점인 박병호에게 썩 달가운 소식은 아닙니다.


[구장의 좌측 펜스 전경. 박병호 타석에서 저 너머로 공이 나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으면 하네요.]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물론 연봉 협상에서 의견이 안 맞아서 계약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역대로 그랬던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90% 진출 확정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박병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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