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5/06/29 00:23:05
Name   kpark
Subject   시즌 50%를 소화한 한화를 돌아보며
1. 김성근 감독을 맞이하는 한화 팬들의 기대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성적? 선수 육성? 체질 개선? 아니면 '철밥통'이란 소문이 자자했던 구단 구성원들의 물갈이?

시즌 절반을 소화한 지금, 그 중 몇 가지 기대에는 확실하게 부응했습니다. 작년과 확연히 다른 성적, 그리고 팀 분위기입니다.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걸 한화 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것에 대해서는...




2. 개인 성적을 찬찬히 살펴봤는데, 감상을 둘로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 선수 정말 없구나
- 근데 성적은 왜 이 모양(?)

야수층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습니다. 심했을 때는 부상자들로 타순을 짰더니 홍백전 멤버가 나오더라 -_-; 이런 말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습니다. 오늘도 정근우가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고, 김태균을 받쳐줄 3번/5번이 없다보니 클린업을 김태균(3)-이종환(4)-이시찬(5)으로 짜는 안습한 사태가... 흠흠. 어쨌든 야수층에서 가장 잘해주는 건 역시 이용규+김태균입니다. 이 둘은 정말 대단해요. 정근우, 조인성은 시즌을 늦게 시작한 여파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딱 기대한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네요. 아, 그리고 T와 얼마 전 있었던 악재. 에효... 할 말이 없습니다.

투수 쪽은 이태양이 시즌아웃됐고, 송창현은 이미 작년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사실상 시즌아웃. 큰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 듀오 + FA 듀오가 대형 쪽박을 차면서 5월 초순만 해도 '아이고 망했다' 싶었습니다. 다행히 5월 중순부터 탈보트와 유먼이 기대만큼 해주면서 전보단 훨씬 나아졌습니다. 불펜은 권혁-박정진 쌍끌이가 미칠 듯한 혹사에도 견고히 버텨주면서 작년보다 허리가 더 탄탄해졌습니다. 다만 송은범/배영수는... 아이고. 그 외에는 정대훈-김기현이 가끔씩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줬지만 큰 몫은 아니었고, 이동걸이 뒤처리를 가끔씩 잘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뒤처리 그 이상의 역할은 못했지만. 나머지는 별 활약이 없네요.

그리고 신인. 저는 1년에 신인 농사 1~2명 성공하면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올해 한화가 호성적을 내는데 밑바탕이 된건 20대 후반~30대에 속하는 구면들 덕분입니다. 반대로 말해 신인 농사는 아직 별 과실을 거두지 못한 상태... 5월부터인가 김성근 감독은 여러 번 언론을 통해 권혁-박정진-윤규진의 대안이 될 투수들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6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는 별 소득이 없습니다.




3. 개인적으로는 3년이란 계약 기간 동안 새 얼굴들을 발굴해주길 기대했습니다. 지금은 핵심 불펜 투수들의 노고를 보면서 좀 안달복달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부임 당시에는 제가 기대한 결과물이 나오려면 2년 정도는 있어야 할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워낙에 신인 스카웃을 못했다고 소문이 난 한화였으니까요. 2군 유망주 군은 지금 봐도 한숨이 푹 나올 정도로 두터움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6개월이란 시간이 길지는 않기에 지금도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은 모습입니다. 야수 쪽에선 주현상 선수가 신인답지 않게 수비에서 쏠쏠한 장면 만들어내긴 했지만, 냉정히 말해 그게 전부. 투수 쪽에선 더 내놓을 결과가 없습니다. 올해 이동걸 선수가 그나마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오긴 했습니다. 전형적인 패전조(X치우기)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선수는 유망주가 아니라 '노망주'라는 거죠. 그리고 성적도 패전처리 수준 이상은 아니고요.

선수 육성에 있어서 김성근 감독이 100%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싹이 보이는 선수를 쓰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여태까지 그런 감독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감독이 선수 만든다고 생각했던 제가 무리한 기대를 한게 맞습니다. 보통의 감독들과는 크게 이질적인 스타일의 지도자였기에, 뭔가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 한화의 벽이란. 하지만 별명이 야신이고 야왕이고 야통이고 간에 지도자가 6개월만에 선수 하나 뚝딱 만들면 진짜 '야신'이겠죠. -_-;;

어쨌든, 그 잘난 김광현도 충격의 한국시리즈 데뷔전까지 장장 1년의 시간을 다듬어야 했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자기가 맡은 팀에서 만난 최고의 재능'이라고 극찬했던 그 선수도 말이죠. 그 정도 수준의 인재가 없는  한화라면, 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뭔가 나올 것 같습니다.




4. 하지만... 과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버텨야 할 것인가. 참 막막하네요. 권혁은 벌써 64 1/3 이닝을 소화했습니다. 박정진은 61 1/3이닝. 작년처럼 한 시즌을 133경기라고 하면 올해가 끝날 때 각각 118, 112이닝을 마크할 페이스입니다. 전병두 시즌2라는 비아냥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선발로도 나섰던 전병두 선수였기에, 올해 권혁과 박정진의 사례가 훨씬 심각하다고 여겨야겠죠.

어떤 이유를 갖다대더라도 두 선수의 출장빈도는 혹사의 영역에 속합니다. 선수 본인이 납득하건 자원하건 간에,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너무 큰 걱정이 듭니다. 그나마 교체 타이밍이 정말 잘 들어맞고 성적도 잘 나온다는 명분이 있긴 합니다. 이런 결과물과 흐름 상 이해가 가는 기용법을 뺐던게 딱 전임 김응룡 감독이었죠(시도 때도 없이 송창식...). 하지만 그런 명분만으로 현상유지를 하기엔... 이 선수들 정말 내년부터 못 보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5. 성적을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뒤를 보지 않고 달려드는지, 대충 이해는 갑니다. 올해 성적표를 보면 1~4위에 삼성, NC, 두산, 넥센이 있는데 이 팀들은 일정 이상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과 NC는 이미 가을행 티켓을 끊어놓은 것 같네요. 두산과 넥센이 투수진 때문에 기복이 있긴 하지만, 그 밑에 있는 6개 팀과는 한 체급 이상 차이가 납니다.

반면 5위부터는 혼돈 파괴 망가 그 자체입니다. 우선 한화가 4.5경기 차이로 5위입니다(...). 그 밑에 SK(6.0), KIA(6.0), 롯데(8.5), LG(9.0), kt(22.5) 순으로 포진되어 있습니다. kt는 저 멀리 간 것 같고(ㅠㅠ) 나머지 4개 팀의 상태를 잘 보면 왠지 도토리 키재기란 말이 생각납니다. 사실 SK의 부진은 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긴 한데 -_-;; 어찌 됐든 결과가 이렇습니다.

각 팀의 상태를 보면 2%가 아니라 한 5~6%씩, 심하게는 10%씩 모자라는 듯한 모습입니다. SK는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성적이 안 나오고 있고 감독이 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KIA는 시즌 전 단연 하위권으로 예상됐으나 모자란 전력에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5할을 수성하고 있고요. 롯데는 막강한 화력을 타선과 투수진 모두 뽐내는 중입니다. 역시 감독이 큰 비난을 받고 있네요. LG는 팀의 중심이었던 베테랑들이 대부분 하락세를 겪고 있는 덕에 마치 퓨쳐스 라인업 같은 느낌의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한화 역시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5위 싸움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내가 아슬아슬하지만 다른 경쟁자들도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물론 그 아슬아슬함의 차원이 뭔가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는 게 한화의 차이점입니다...




6. 결국 올해 끝날 때까지는 하루하루 머리맡에 물떠다놓고 비는 심정으로 경기를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독 스타일 상 불펜진의 혹사가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혹사에 대해선 이미 반쯤 포기한 심정입니다. 전임 감독 때 한번 울화통이 터져서 힘이 빠진건지 원... 그나마 경기 결과가 좋아서 망정이지 작년처럼 아무런 결과물도 없는데 갈려나가는 투수들을 봤으면 멘탈이 남아나질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게 작년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고요. 확실한 목표와 결과물이 있다는 것.

서산 2군이 구색을 갖춘 지 얼마 안됐고, 이제서야 뭔가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패배의식이 확연히 사라졌다는 점. 개인적으론 이런 것들에 희망을 걸고 남은 시즌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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