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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 21/04/21 18:57:44
모든 시장참여자가 다 합리적이라면 한 종목의 주가는 저평가될 수도 고평가될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참여자들의 줄다리기의 결과로 결정된 가격이 적정가격이지 뭐겠어요 ㅎㅎ 사실 모든 참여자가 합리적일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개개인으로서는 여기저기 부족한 우리들이 모여서 집단지성을 형성한 뒤 함께 결정한 가격이 현재의 주가이고, 거기에 어떤 충분한 합리성이 있다... 라고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멍청해도 오조오억명이 모이면 똑똑하다 이긔.

그런데 이게 정말로 그럴까요? 엄청나게 많은 쪽수가 달라붙어서 밀고 당기다가 결정된 중간선이 정말로 합리적인 거라면 대학들이랑 학술지는 다 샷다 내리고 우린 모두 나무위키 읽으면서 살면 될 겁니다. 하지만... 다메요... 나무위키가 대중들의 중간지점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합리적인 지점은 아닙니다. 합리성은 때때로 매우 극단적입니다. 나무위키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극단적입니다.

주식시장도 비슷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밀당 끝에 정해진 오늘의 종가는 나무위키의 결론들과 비슷합니다. 대체로는 적절해보이지만 안목 있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깊은 불합리성을 느낍니다. 이 회사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지? 대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 가격에 이 회사 주식을 사고파는 거야? 노이해 ㅇㅇ. 그리고 훌륭한 투자는 바로 이런 감정, 나무위키 페이지를 읽은 뒤 남는 씁쓸한 뒷맛 같은 기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기분으로부터 출발하여 해당 종목을 정밀진단한 끝에 내가 맞고 시장이 틀렸다는 확신이 생길 때 매수 판단을 내리게 되지요. 애초에 시장을 거스르며 시작한 투자인지라 지금 당장은 계좌가 고통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이기게 됩니다. 뭐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50퍼센트보다는 높은 확률로 이깁니다. 그리고 투자자에겐 그정도 승률이면 충분합니다.

나무위키의 모든 페이지를 읽고 이런 기묘하게 싸름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면야 금방 워렌버핏 뺨을 치러 미국행 비행기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은...어... 그렇게 안됩니다 ㅋㅋㅋ 피터 린치였나 누구였나, 이런 종목 다섯 개만 찾을 수 있으면 너님 평생 돈걱정 없이 살 거라고 했지요.

이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해당 종목(나무위키 페이지)에 대해 충분히 공부가 되어있어야 할 겁니다. 저는 나무위키의 성리학관련 서술 전부를 난도질 칠 만큼 공부가 되어있지만 2차대전 관련 페이지는 뭐라고 보탤 말이 없습니다. 공부가 부족해서...ㅠㅠ 제가 현재 큰 비중으로 들어간 종목들 역시 떠들어보라면 꽤 길게 프리젠테이션 가능할 만큼 할 말이 믾지만, 제가 모르는 분야는 거의 모릅니다. 각자 자신의 공부를 바탕으로 자신있는 영역의 기업들을 면밀히 분석하다보면 운명적으로 시장에게 외면당한 저평가 유망주를 만나게 됩니다. 이런 친구들을 서로 다른 몇 개 업종에서 찾아낸 뒤에 골고루 씨를 뿌리고나면 이제부턴 인내심의 시간입니다. 시장이 맞았으면 싹이 안 틀 것이고 내가 맞았으면 뭔가 나오겠죠. 모두가 크게 자라진 않겠지만 (잘 고르고 잘 기다린다면) 몇몇은 아주 크게 자랍니다. 충분히 커져서 이정도면 시장의 평가와 내 평가가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가 매도타이밍입니다. 사실은 "아직 저평가라고 보지만..." 정도의 느낌만 들어도 분할매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확한 결과물을 다시 새로 찾아낸 "불합리한" 놈들에게 골고루 뿌려주고, 이 과정을 반복하기만하면 투자로 돈 법니다.

그러니 우리 공부합시다. 오직 공부만이 주린이를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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