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05/06 20:49:14수정됨
Name   켈로그김
Subject   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잘 표출하지 않으려 하지만, 혹은 표출이 되지만 그 이상으로 저는 많은 것에 분노합니다.

특히 저를 분노캐 하는 것은 사람을 업수이 여기는 모든 것들.
그것은 제가 딱히 박애주의자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업수이 여기는 행위에 저 자신의 트라우마가 활성화되기 때문이지요.


판매영업 고충엔 분유, 와이퍼 팔때의 기억이.
공장 노동자 고충엔 닭공장과 페인트 챔버의 기억이.
편의점, 까페 이야기엔 룸(;;)과 삼겹살집 알바의 기억이.


각각 해당하는 동질감 또는 안좋은 기억의 소환이 동반됩니다.저는 이 사회의 모든 '갑'에 대한 분노가 있었읍니다.
지금도 있지요... 물론 조금 수정되긴 했지만;;


저는 역지사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원한다면/의지가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었읍니다.
동시에 과거의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바꿔줄 순 없으나 친절과 호의로서 잠깐의 휴식정도는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요.

그 바람은 진작 이루어졌을 수도 있읍니다.
과거 제가 보던 관점 그대로 세상이 이뤄졌다고 가정한다면(;;;;)

치기로 봤던 세계와 지금 배워가는 세계는 많이 다릅니다.
저는 분노의 마음으로 바라보던 많은 사람들을 용서하고 사과했어야 했고,
스스로를 많이 용서하고 혐오해야 했읍니다.


디테일이 달라진 지금,
저는 제가 바라던 그대로의 사람이 되진 않았을겁니다.
그래도 실수 덜 하고 살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과거의 나에게 적당히 핑계를 댈 수 있는/용서받을 정도로만 변경되어(...라고 믿고싶;;;)
이정도면 그래도 잘 큰거 아니냐고 우겨보고 싶기는 해요 ㅋ


나름 곱게 큰 부분도 있고, 험하게 큰 부분도 있어서
생각보다 굴곡이 있고, 굴곡에 비해 고운 면도 있는..
지 마음대로 크긴 했지만;;;
그래도 할머니한테 많이는 안부끄러운거 같읍니다.


정말 멋진 사람이 되고싶기도 했지만 그건 어렵겠고;
대충 컴파일 크리티컬에러(;;) 안 나는 정도를 추구할랍니다;;
이제 대충 옆집애랑 다 씻고 밥먹고 했으니 드가면 될 듯;

남에게 분노한다는건 그 때의 마음을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혐오하는 것과 같다... 라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싶읍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5-22 23:2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4
  • 캬!
  • 겉절이는 추천합니다.
  • 멋진분 추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7 과학[코로나] 데이터... 데이터를 보자! 20 기아트윈스 20/03/22 6622 12
938 정치/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4) - 젠더는 BDSM 속에서 작동하나요? 6 호라타래 20/03/23 5275 13
939 정치/사회가속주의: 전세계의 백인 지상주의자들을 고무하는 모호한 사상 - 기술자본주의적 철학은 어떻게 살인에 대한 정당화로 변형되었는가. 18 구밀복검 20/03/24 7622 23
940 역사오늘은 천안함 피격 사건 10주기입니다. 23 Fate(Profit) 20/03/26 6209 39
941 일상/생각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하는 이유 24 그저그런 20/03/31 6328 10
942 정치/사회[데이빋 런시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권력의 본성을 드러냈다. 10 기아트윈스 20/04/02 6149 22
943 창작말 잘 듣던 개 6 하트필드 20/04/04 5370 4
944 정치/사회해군장관대행의 발언 유출 - 코로나 항모 함장이 해고된 이유. 4 코리몬테아스 20/04/07 5713 11
945 창작그 애 이름은 ‘엄마 어릴 때’ 14 아침 20/04/08 5099 12
946 창작기대 속에 태어나 기대 속에 살다가 기대 속에 가다 3 LemonTree 20/04/09 5088 15
947 문화/예술[번역] 오피니언 : 코로나 19와 동선추적-우리의 개인적 자유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 39 步いても步いても 20/04/13 6152 6
948 일상/생각아싸, 찐따, 혹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11 이그나티우스 20/04/17 6196 17
949 역사도철문, 혹은 수면문 이야기 2 Chere 20/04/18 5214 16
950 일상/생각자아를 형성해준 말들 30 ebling mis 20/04/21 5804 32
951 일상/생각돈으로 헌신에 감사 표하기 28 구밀복검 20/04/22 7425 25
952 정치/사회[번역-뉴욕타임스]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 6 자공진 20/04/22 5544 25
953 일상/생각한국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와 영미(英美)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차이점 16 ar15Lover 20/05/01 5924 5
954 일상/생각큰고모님 4 Schweigen 20/05/02 5033 27
955 일상/생각할아버지 이야기 10 私律 20/05/03 4435 17
956 일상/생각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9 켈로그김 20/05/06 5084 34
957 기타출산과 육아 단상. 16 세인트 20/05/08 4960 19
958 일상/생각제주도에서의 삶 16 사이시옷 20/05/13 5716 26
959 일상/생각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에 대한 반성, 무식함에 대한 고백 18 메존일각 20/05/16 6208 49
960 일상/생각웃음이 나오는 맛 13 지옥길은친절만땅 20/05/17 4583 11
961 과학고등학교 수학만으로 수학 중수에서 수학 고수 되기 11 에텔레로사 20/05/22 6172 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