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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22 18:46:54수정됨
Name   자공진
Subject   [번역-뉴욕타임스]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
https://www.nytimes.com/2020/04/19/world/asia/samsung-tower-protest.html

'나의 마지막 싸움': 대한민국에서,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교차로가 내려다보이는 25m 높이의 교통카메라 철탑 꼭대기에서 고공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용희의 싸움이 300일을 넘기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교차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25m 높이의 교통카메라 철탑이 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60세 남성 김용희가, 침낭과 비닐시트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기업인 삼성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가지고 올라가 있다.
그는 315일째 그곳에 있다.
"여기보다 더 안 좋기도 어렵겠지만, 저는 더 나쁜 상황에서도 삼성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요." 고공농성 중인 김씨는 드높은 삼성 본사 건물을 바라보며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악덕 대기업과 싸우는 저의 마지막 자리입니다."
삼성은 1995년, 다른 많은 이들이 그 전에도 그 후에도 하려고 했던 일 - 독립적인 노조를 조직하는 일 - 을 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해고했다. 그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그의 복직을 위해 노력했고, 영향력이 사회 곳곳에 배어 있어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그 회사의 보상과 사과를 요구해 왔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는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를 지배하는 가족경영 대기업이자 가장 큰 재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선박 및 자동차 제조 대기업인 현대와 같은 다른 재벌들이 대규모 파업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삼성은 한 번도 심각한 노동쟁의를 겪어 본 적이 없다.
지난 12월에 나온 두 개의 법원 판결은 그 이유를 드러내 준다. 주로 삼성 전·현직 간부인 39명이 수년간 계열사 두 곳과 하청업체들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공모를 해 왔다는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2018년 이들을 기소한 검사들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노조 활동가 해고, 임금 삭감, 허위진술 하에 활동가들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경찰관 매수 등, "노조 와해 전략 일람"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것. 판결을 내린 한 판사는 삼성의 임원진들을 찰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에 나오는 조사이어 바운더비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그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고 조롱하는 인물이다.
삼성의 권력서열 2인자로 널리 알려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몇몇 고위직들이 감옥에 갔다.
당시 삼성은 "국민 정서와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저희의 노조에 대한 과거 태도를 겸허히 인정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희귀한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6년이 넘는 수사와 공판이 진행되었다. 다른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임원진들도 수년간 중죄의 혐의를 받아 왔으나, 철창에 갇힌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병든 이건희 회장도 두 건의 뇌물과 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단 하루도 형을 살지 않았다.
그가 심장마비로 꼼짝 못하게 된 이래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그의 아들 이재용은 2017년 뇌물공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삼성과 다른 대기업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일로 탄핵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스캔들에 연루된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1년도 안 되어 풀려났다. (이건희, 이재용 부자와 이상훈이 친척인 것은 아니다.)
"삼성을 생각하면, 스마트폰에서 오는 모던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거예요." 김용희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조직을 도운 종교학자 하성애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삼성의 더러운 이면에 도전할 때 어떤 일을 겪을 수 있는지 김용희 씨의 사건만큼 잘 보여주는 경우도 없을 겁니다."

김씨는 19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뒤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삼성 직원들에게 납치당했지만 오히려 결심이 굳어졌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김씨가 1991년 노동자들에게 나눠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을 위해 싸우자는 내용의 유인물에 손으로 쓴 문구이다.
그해, 20세의 삼성 노동자가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김씨에게 폭로를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러나 공판기록에 따르면 삼성은 오히려 김씨가 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씌워 그를 해고했다고 한다.
그 여성은 김씨가 자신을 성추행한 적이 없다는 진술을 했고 김씨는 복직을 요구하며 삼성을 고소했다. 결국 회사는 그가 소를 취하하고 1년간 러시아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그를 복직시켰다.
그가 러시아에서 집으로 보낸 편지에는 그가 평생 두려움에 떨었다고 적혀 있다. 그는 삼성의 직원들이 그를 포박하고, 노조 활동을 포기하라고 압박했으며, 대한민국 대사관에 그가 북한의 간첩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썼다. 그는 삼성에 대한 투쟁의 일환으로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편지의 사본을 제출했다.
삼성은 김씨의 그 어떤 주장에도 대답하지 않았고, 러시아에서 그가 일했던 계열사는 더 이상 삼성그룹 소속이 아니라고만 말했다.

1995년 김씨가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삼성은 그가 활동을 공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말했고, 그는 거부했다.
그때부터 김씨의 삶은 삼성 본사 근처에서의 끝나지 않는 농성과 단식투쟁의 연속이 되었다. 그는 삼성을 지옥에 비유하며 "삼성을 죽이고 싶다"고 호소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삼성은 그를 명예훼손, 협박 등의 혐의로 압박했다. 김씨는 두 번 구속되었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는 동안, 비극은 그의 가족에게 닥쳤다. 그의 아버지는 실종되었다. 어머니는 그가 감옥에 있을 때 뇌졸중으로 고통을 겪었다. 1992년 그의 아내는 성폭력을 당했고, 언론은 가해자가 삼성과 관계가 있다는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했다.
김씨는 그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삼성의 책임이라고 본다. 김씨가 저항하고 있는 철탑 아래쪽에는 이런 슬로건이 있다. '내 인생은 단지 삼성에 노조를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망가졌다.'

김씨와 같은 농성의 방식은 한국 노동운동에 있어 일종의 전통이다. 가장 먼저 조직된 반재벌 투쟁 중 하나였던 1990년 현대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그들은 2주 동안 조선소 크레인 꼭대기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들은 관심을 끌기 위한 최후의 시도로서 이 소위 고공농성이라는 방식의 저항에 내몰리는 거예요. 뉴스에 딱 한두 줄만 나게 될지라도. 다른 방법은 다 실패했으니까."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책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및 다른 재벌들 간의 정경유착에 저항하기 위해 서울 한복판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행렬에 동참했던 그때, 김씨의 희망은 피어올랐다. 삼성의 실질적인 회장 이재용은 박 전 대통령에게 700만 달러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겨나 감옥에 갔다. 그러나 이재용은 2018년 2월 징역 5년이 절반으로 깎이고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석방되었고, 이것은 김씨에게 쓰디쓴 실망감을 안겼다. 삼성은 건드릴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신호였다.

김씨는 지난해 6월 10일, 사다리차를 섭외해 온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철탑 위에 올랐다. 그는 경찰이 억지로 자신을 끌어내리려 하면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경찰은 철탑 아래 에어쿠션을 설치했다.
그의 동료들은 밧줄로 음식과 책, 휴대폰 배터리 등을 올려보낸다. 그의 아내는 역시 밧줄로 일주일에 한 번 그가 배출한 쓰레기를 수거한다. 때때로 그는 삼성에 대해 격분하며 철탑 위에 일어서서 확성기를 잡는다.
"제가 여기 올라오기 일주일 전에, 아들뻘의 삼성 보안요원이 제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김씨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내가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구나, 그러나 아무도 관심이 없구나. 그래서 저는 이제 이 고공에서 싸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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