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5/11 07:34:42수정됨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남의 석사논문을 욕보이면 3대가 고통받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신봉자, 처녀자리 B형남이므로 그런 미신 따위는 믿지 않지요. 그래서 한 번 읽어봤습니다. 남의 석사논문.

근데 이건 사실 석사논문이 아니라 석사논문을 수년 뒤에 수정보완해서 책으로 출판한 경우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남의 석사논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지요. 그러므로 제 손자손녀들은 고통받지 않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다행이다...'ㅅ'

본서는 18세기경 산업혁명의 여파로 경제가 급성장한 런던이 템즈강 상류의 수상유통 (강&운하) 경제를 어떻게 변모시켰는지를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제 1장은 서론입니다.

제 2장은 기술의 발전, 특히 수문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조운비용을 떨어뜨렸는지 등을 분석합니다.

제 3장은 주요 거래품목이 어떠했으며 그 양은 어떠했는지 분석합니다. 이 때 하행선과 상행선에 오간 품목이 달랐던 것도 당연합니다. 상류에서 런던으로는 목재와 곡물, 특히 곡물 중에서도 맥아가 많이 팔렸습니다. 런더너들 술 소비량 ㄷㄷㅎ. 세계 각지에서 런던으로 흘러들어온 각종 물품이 템즈강을 따라 위로 올라갔는데, 특히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은 석탄이었다는군요.

제 4장은 석탄운반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하행때는 걍 배띄우고 가면 되는데 상행 때는.... 인마가 배를 끌고가야 하는 군요....ㅠㅠ 40명의 장정이 런던에서 배를 끌고 중부잉글랜드까지....아휴... 저기 사람들이 밧줄로 배 끄는 것좀 보세요.


제 5장은 곡물, 특히 맥아무역을 분석합니다. 아래 도표에 보이는 UBD라는 약어는 낯이 익군요.



대체로 잘 쓴 근대 영국경제사 논문(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도 많고 도표도 많고... 자료도 참 이것저것 꼼꼼히도 찾아놨습니다. 이정도로 공들여서 썼으면 석사학위 정도야 충분히 받고도 남았겠어요.

그런데 좀 ㅋㅋㅋ 지루합니다 ㅋㅋㅋㅋㅋ 읽다가 계속 졸았 ㅋㅋㅋㅋㅋㅋ 이게 참, 모든 역사학 연구가 이렇진 않아요. MSG 팍팍 들어간 맵고 짠 연구서가 얼마나 많은데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음지에서 미친척하고 치밀한 기반연구를 해줘야 또 이 위에 다른 누군가가 벽돌을 쌓고 이쁜 건물을 올립니다. 건축학 vs 토목학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문제는, 이처럼 MSG 하나도 안들어간 밍밍한 논문만 쓰면 학계에 자리잡기가 힘들어요 ㅠ.ㅠ 포닥이든 교수자리든 MSG좀 간간하게 친 연구주제 잡은 애들이 가져가기 쉽습니다.

이 논문 쓴 친구는 석사학위를 1985년인가에 받았던데, 나중에 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학계에서 전혀 자리를 못잡았다네요. 요즘은 아빠 일이나 도와주며 산다고......

짜샤 힘내. 사학과 대학원 나와서 교수 못되는 사람이 천지 삐까리야. 논문 보니까 넌 성실하고 꼼꼼한 A형일 것 같다. 안봐도 비디오야. 그런 자세로 아빠 일 거들면서 밥 벌어먹고 열심히 사는 거, 응, 그거 아주 좋은 거야. 열심히 해 봐 나루히토.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5-21 15:1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6
  • 그래서 저 친구는 가업을 이었나요?
  • 그림책 조아
  • 순간 호카게인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1 일상/생각생각을 명징하게 직조하기 10 기아트윈스 19/06/01 6819 42
807 역사모택동 사진 하나 디벼봅시다 18 기아트윈스 19/05/24 8037 44
801 문학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34 기아트윈스 19/05/11 6496 16
777 일상/생각영국은 섬...섬... 섬이란 무엇인가? 38 기아트윈스 19/03/04 6329 26
772 일상/생각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without even being asked) 10 기아트윈스 19/02/19 5684 64
769 정치/사회북한은 어떻게 될까 - 어느 영국인의 관점 85 기아트윈스 19/02/12 9190 79
745 일상/생각오징어 깎는 노인 32 기아트윈스 18/12/12 7091 67
742 철학/종교인생은 아름다워 22 기아트윈스 18/12/08 7562 50
665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20 기아트윈스 18/07/19 5925 44
660 문학왜 일본 만화 속 학교엔 특활부 이야기만 가득한가 - 토마스 라마르 31 기아트윈스 18/07/09 8084 30
656 꿀팁/강좌고부갈등을 해결해보자 - 희망편 40 기아트윈스 18/07/02 7713 56
653 철학/종교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76 기아트윈스 18/06/28 8339 16
638 정치/사회권력과 프라이버시 32 기아트윈스 18/05/28 5885 27
615 영화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24 기아트윈스 18/04/10 7894 31
605 철학/종교감동(感動) 23 기아트윈스 18/03/22 7428 31
596 철학/종교옛날 즁궈런의 도덕관 하나 6 기아트윈스 18/02/23 6873 21
594 체육/스포츠축구에서 세트피스 공격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11 기아트윈스 18/02/18 9013 13
582 과학국뽕론 44 기아트윈스 18/01/25 7779 36
573 체육/스포츠잉글랜드 축구는 왜 자꾸 뻥뻥 차댈까요. 35 기아트윈스 18/01/07 8246 10
572 역사무굴제국의 기원 26 기아트윈스 18/01/06 6371 24
501 철학/종교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 93 기아트윈스 17/08/26 10178 25
468 역사중국 상고음(上古音)으로 본 '한(韓)'의 유래 38 기아트윈스 17/07/07 6391 19
927 의료/건강세계 각국의 중국과의 인적교류 통제 상황판 (업데이트끝. 나머지는 댓글로) 8 기아트윈스 20/02/28 5845 17
426 일상/생각논쟁글은 신중하게 28 기아트윈스 17/05/09 5566 11
425 정치/사회[펌] 대선후보자제 성추행사건에 부쳐 112 기아트윈스 17/05/04 8817 1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