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4/15 01:49:39수정됨
Name   월화수목김사왈아
File #1   47f30c9b9d758.jpg (29.4 KB), Download : 32
Subject   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코카인, 히로뽕


로버트 할리가 잡혀갔읍니다. 하라는 한 뚝배기는 안하시고 왜 한 짝대기를 하셨는지, 모를일입니다만 버닝썬 사건 희생제물의 일환으로 털린게 아닐까 생각이 드니 연예인 목숨은 파리목숨이구나 싶습니다. 연예인 걱정, 재벌 걱정은 하는게 아니지만 무엇이 환갑나이의 성인남성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라질리언 왁싱을 하게끔 하였는지 이야기하는건 재미있을거 같았습니다. 마약의 작용과정이 신기하기도 하고 곰곰히 뜯어보면 인간에 대한 통찰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거든요. 할리아재가 놓은건 뽕이지만 코카인, 히로뽕, 헤로인을 다뤄볼까 합니다. 각각 재료도 다르고 효과도 다르지만 3대 각성제이기도 하고 이 셋의 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인간을 점차적으로 나락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중독성 순서인 코카인, 히로뽕, 헤로인 순서로 가겠습니다. 이야기에 앞서 제가 전문적인 지식을 전하는게 아니다보니 정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미리 밝히고 잘못된 부분이나 미진한 부분을 지적해주신다면 내용이 더욱 풍성해질테니 미리 감사의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삼위일체뇌(Triune Brain)
먼저 마약이 주로 작용하는 신체기관인 뇌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신경과학자 폴 맥린(Paul D. MacLean)인간의 뇌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삼위일체뇌 모델을 제시합니다. 삼위일체뇌란 인간의 뇌가 맨 안쪽의 1층은 파충류의 뇌, 2층은 포유류의 뇌, 가장 바깥쪽의 3층은 영장류의 뇌로 구성되었음을 말합니다. 파충류의 뇌는 생명유지와 공격, 도주, 방어 등의 활동을 관장합니다. 포유류의 뇌는 기분, 감정 등 정서적 측면을 관장합니다. 영장류의 뇌는 좌뇌는 이과, 우뇌는 문과를 가게 하죠. 폴 맥린의 뇌모델은 인간의 뇌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진화론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간이 파충류의 특질을 공유함과 동시에 인간고유 특질이 있음을 명확히 구분했으니까요. 3층위가 결합된 인간의 뇌는 생명유지뿐만 아니라 생명유지 외의 활동에서 자극받고,기억하고, 창조하고, 공유하게 해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은 3층위에 의해 구성되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죠. 그런데, 마약은 2층위에서 작용합니다. 마약에 중독되면 2층위가 3층위를 지배하게 됩니다. 삼위일체뇌 모델에 비추어본다면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는 표현이 적절하겠군요.

2. 중추보상체계(central reward system)

https://youtu.be/uofQPLuLV9A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Limbic System)의 안쪽에 뇌의 보상중추인 복측 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이하 VTA)이 있습니다. VTA에는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neurons)들이 자리잡고 있고요. 이 위치에서 약물이나 알코올 등이 아닌 특정 행동 자체에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힌 때는 1954년이었습니다.
캐나다 맥길 대학 심리학과의 제임스 올즈(James Olds)와 피터 밀너(Peter Milner)는 쥐를 이용해 자극과 임무 수행에 관련된 실험을 하던 중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쥐가 이를 쾌락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들은 쥐의 머리를 열고 뇌의 변연계 부위에 아주 작은 전극을 심었고, 이와 연결된 레버를 주었습니다. 레버를 누르면 미세한 전류가 뇌에 자극을 가하게끔 한거죠. 이제 남은건 쥐가 레버를 누르느냐, 마느냐였습니다. 놀랍게도 쥐는 레버를 누르는걸 좋아했습니다. 아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섰죠.
올즈와 밀너는 실험상자 안의 양쪽끝에 레버를 각각 하나씩 두고 중간에는 전기장애물을 설치했습니다. 한쪽 레버에서 서너번까지만 전기자극을 주면 레버의 전원이 꺼지고 반대편 레버가 활성화되는걸 반복하게끔 했고, 반대편의 레버를 누려고 이동하면 중간지대의 전기장애물이 쥐에게 고통을 주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쥐는 고통을 감수하고 반대편 레버를 누르러 갈 것이냐는 의도였는데, 쥐는 그런걸 개의치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왕복하며 레버를 눌렀던거죠. 이 레버누르기에 중독된 쥐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은채 연속으로 26시간동안 레버를 5만번 가량을 눌러댔고 죽었습니다. 사인은 탈수였습니다.

3. 신경세포(neurons)와 도파민(dopamine)
고교시절 과학교과서에서 계란터진 것 같은 신경그림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신경세포가 모여 전깃줄처럼 된다는건 졸업후에야 알았네요. 신경세포가 모여 신경이 되고, 뉴런이 모여 네르프가 되고 그런 느낌입니다. 다만 신경과 전선은 하나의 밧줄처럼 주욱 연결되어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많이 다르더군요. 전선은 전기만 흐르지만 신경에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흐릅니다. 전선의 구리는 연속된 물체지만, 신경은 각 신경세포들이 분절된 형태입니다. 하나인 듯 하나가 아닌 신경에는 뉴런과 뉴런 사이에 작은 틈새가 있는데 이를 시냅스 틈(synaptic cleft)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마법은 이 작은 틈새에서 시작되는거죠. 사람이 겪는 다양한 경험은 희,노,애,락 등의 감정과 관련된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 틈으로 내보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트랜스포터(Transpoter)를 통해 시냅스 틈으로 나와 옆의 뉴런의 수용체(receptor)를 초인종 누르듯 자극하고 다시 본래의  뉴런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전달과정이 VTA를 시작점으로 연속적으로 전달이 일어나며 전두엽으로 신호를 보내 인간의 감정이 나오는거죠.
다양한 감정의 신경전달물질 중 우리가 주목할 것은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의 역할을 다양하고 그 수의 과다, 부족에 따라 병이 생기는 등 여러 특징이 있지만, 여기서는 도파민이 쾌락과 관련있다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도파민은 행위에 대한 보상입니다. 글을 쓰고 칭찬을 받는다거나,넷째를 간다거나,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학업적 성취내지는 합격을 한다거나 하면 분비되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중독행위에서도 분비되는데, 예컨대 음주로 도파민이 분비되면 술을 들이 붓게 되는거고, 흡연으로 도파민이 분비되면 줄담배를 피우게 됩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행위에 사람은 쾌락을 느끼게 되고, 중독될 경우 거기에만 집착하게 되는거죠.

4. 코카인(cocaine)
코카인은 관목식물인 코카나무의 잎에서 나오는 성분을 정제해서 만드는 마약입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지폐를 말아 코로 흡~빨아들이는게 묘사되는 마약이 이거죠. 코카나무가 열대성 식물이다보니 남미나 아프라카 같은 곳에서나 자라고, 기르는게 금지된 나무다보니 마약카르텔이 지배하는 곳에서나 재배되어 공급이 엄청 작습니다. 그래서 값이 비싸서 돈 많은 월가나 고위직들 아니면 구하기 힘들다고 하는군요.  
코카인이 하는 일은 세로토닌(기쁨)-노르에피네프린(활력)-도파민(쾌락)의 재흡수를 억제한다고 합니다. 시냅스 틈에서의 전달물질분비, 수용체 자극, 물질이 본래 있던 뉴런으로의 재흡수 과정중 재흡수를 막아버리는거죠. 코카인은 물에도 잘녹고 기름에도 잘 녹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코의 점막을 통해서도 흡수가 잘됩니다. 코의 점막으로 흡수된 코카인은 혈관을 타고가는게 아니라 혈관 장벽을 넘어 뇌로 갑니다. 도파민의 분비와 재흡수는 트랜스포터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나가는 길만 열리고 재흡수길을 코카인이 막는거죠. 시냅스틈을 떠도는 도파민은 코카인이 분해될때까지 수용체를 마구 자극합니다. 코카인은 약 40분간 도파민의 분비가 크게 증가되어 쾌감을 극도로 솟아나게끔 해줍니다.

5. 매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이하 히로뽕)
매스암페타민은 2차세계대전때 일본의 '대일본제약사'라는 회사에서 감기약을 만들려다 만든 마약입니다. Crystal meth, ICE, 필로폰, 짝대기 등등 서민층에서 쓰이는 마약인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여기서는 히로뽕으로 쓰겠습니다. 히로뽕이란 명칭은 당시에 합법적으로 팔리던 상품명이었던 다이닛폰 제약(大日本製藥)사의 히로폰(ヒロポン)에서 유래한 것이라 합니다. 원어를 존중해줘야죠.
히로뽕은 코카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코카인이 도파민의 재흡수를 방해했다면, 히로뽕은 도파민의 재흡수 방해는 물론이고 뉴런내에 보관하고 있는 도파민 소포들을 죄다 찢어 시냅스틈으로 내보냅니다. 시냅스틈으로 무상반출된 엄청난 규모의 도파민들은 약 8~12시간동안 수용체들을 과잉자극하게 되는데, 이때의 도파민 수치가 코카인의 3배, 평소의 12배에 이릅니다. 이때 쾌락은 물론 엄청난 집중력과 반사신경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거의 2배 수준의 상승으로 일반 운전자에서 F1 드라이버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하네요.

6. 코카인과 뽕의 부작용

https://youtu.be/oSKQ9xl52MA

코카인과 히로뽕의 부작용은 마약의 효과와 정반대입니다.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자신감대신 불안, 행복 대신 우울함이 찾아오죠. 이를 잊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게 중독의 시작입니다. 본격적인 중독은 수용체의 파괴에서 시작됩니다. 도파민과 수용체는 한쌍으로 작용하는건데 수용체에 대한 과잉자극은 수용체를 망가뜨려버립니다. 아무리 손가락이 많아도 누를 스위치가 없으면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코카인의 경우는 중독될 경우 수용체의 20%가 상실되어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우울감에 빠지게 됩니다. 히로뽕은 더 합니다. 수용체의 파괴에 더불어 뉴런내 도파민이 부족해집니다. 히로뽕은 뉴런내 도파민을 쥐어짜고 수용체를 마구잡이로 부숴댑니다. 이전과 같은 쾌락을 맛보기 위해 더 많은 양을 투여하게 되며 맛탱이가 가는거죠.
코카인의 부작용 중 특이한건 코의 점막이 걸레짝이 된다는겁니다. 코카인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혈액공급이 제한된 콧 속의 내부는 점차 망가지기 시작해 코피가 자주 나고 심하면 구멍이 뜷리기도 합니다. 히로뽕만의 부작용은 피부와 이가 심하게 상하게 됩니다. 먹는걸 잊게되니 살이 빠지고 피부엔 반점이 생기며, 심한 이갈이와 더불어 침샘이 말라 충치와 잇몸질환으로 입이 망가집니다. 누가봐도 약쟁이가 되는거죠.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4-29 13:5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8
  • 코카콜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8 역사프랑스혁명과 아이티(Haiti) 독립혁명 이야기 6 droysen 19/03/13 5684 15
779 기타펠리세이드 3.8 AWD 4천 km운행기 17 맥주만땅 19/03/13 9521 18
781 여행타베로그 이용 팁 8 温泉卵 19/03/18 14303 12
782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21 세란마구리 19/03/21 8417 15
783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번외. ROC와 카파통계량 9 세란마구리 19/03/22 6469 11
784 일상/생각과거 카풀 드라이버 경험 11 행복한고독 19/03/24 6012 14
785 의료/건강AI와 영상의학의 미래는? 33 Zel 19/03/27 7540 28
786 체육/스포츠안면밀폐형(방독면형)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기. 14 작고 둥근 좋은 날 19/03/27 7239 7
787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2. 진단=사후확률Up & 진단의 두 축 3 세란마구리 19/04/03 5812 10
788 정치/사회제1저자, 교신저자, 학회, 자리싸움, 그리고 관행 25 烏鳳 19/04/03 6539 23
789 과학화학 전공하면서 들은 위험했던 썰 몇가지 36 Velma Kelly 19/04/05 8799 18
790 일상/생각봄의 기적, 우리 동네 6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9/04/06 5195 26
791 일상/생각유폐 2 化神 19/04/10 5168 29
792 문학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9 임아란 19/04/13 6319 12
793 의료/건강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코카인, 히로뽕 6 월화수목김사왈아 19/04/15 8939 18
794 의료/건강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헤로인 17 월화수목김사왈아 19/04/15 9178 26
795 의료/건강오늘 받은 정관수술 후기 21 미스터주 19/04/17 13838 37
796 일상/생각축구지를 펴내기까지... 그 나름의 철학 ㅋ 18 커피최고 19/04/18 8090 26
797 역사현대에도 신분제도는 남아있을까? 10 메존일각 19/04/21 5811 11
798 문화/예술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고택의 현황과 활용상 문제 22 메존일각 19/04/24 6475 11
799 문학[단편] 어느 게임 마니아의 일상생활 18 트린 19/04/29 7159 14
800 일상/생각불안 애착 유형과 회피 애착 유형의 연애/이별기 4 자일리톨 19/05/01 15412 17
801 문학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34 기아트윈스 19/05/11 6513 16
802 일상/생각30대 기획자. 직장인. 애 아빠의 현재 상황. 15 아재 19/05/12 6173 37
803 일상/생각끝나지 않은 투병기 25 Chere 19/05/16 6331 7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