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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4/03 11:54:12수정됨 |
Name | 세란마구리 |
File #1 | Epidemiology+of+chest+pain.jpg (74.9 KB), Download : 38 |
Subject | 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2. 진단=사후확률Up & 진단의 두 축 |
그동안 서론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본론인 진단과정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진단(診斷)을 Naver 사전에 쳐보니 이 단어를 '의사가 환자의 병 상태를 판단하는 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병명'이 아닌 '병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는 위암을 예로들자면 진단이란 '위암'이라는 병명을 내리는데 그치지 않고, 조직형, 침습도, 전이상태 등 '병 상태'를 판단하는 과정도 포함한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진단이란 것은 의사가 하는 행위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병명을 내리는 행위를 '협의의 진단', 병명 뿐만이 아닌 병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행위를' 광위의 진단'을 구분 없이 혼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단과정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습니다. 먼저 '과'에 따라서 접근 방식이 달라지며(정신과의사가 진단하는 방식과, 정형외과 의사가 진단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있지요.) 같은 과 내에서라도 질환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같은 궤양성 병변을 보이더라도 단순 위궤양과 위암은 다르게 접근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총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나, 큰 뿌리는 같기에 일반적으로 의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내과의 진단과정을 기준으로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1. 진단은 사후확률을 올리는 과정 환자가 내원하게 되면 의사는 '병력청취' 소위 문진 이라는 것을 시작합니다. 먼저 환자가 병원에 오게된 계기인 '주소'를 묻습니다. 그 후 '언제부터', '어떻게', '어디가', '다른 증상은', '악화/완화 요인' 등등의 현재 아픈 상태를 나타내는 '현병력'에 대해서 묻고, '과거력', '복용력', '사회력', '가족력' 등등의 부가적인 정보에 대해서 묻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는 특정 질환에 대한 '사후확률'을 높이고, 낮추게 됩니다. 위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좋은 환자분이 왔다 가셨네요. 방금전에 한 여학생이 몸살을 주소로 내원하였습니다. 이 '주소'를 통해 의사는 일정 질환들의 리스트를 떠올리고 역학적 지식을 사용하여 각각의 사전확률을 대략적으로(높다, 어중간, 낮다) 추정합니다. 역학적 지식이란 쉽게 말하여 '흔한 것일 수록 확률이 높고, 드문 것일 수록 확률이 낮다.' 는 것입니다. 여학생이 몸살로 왔고 현재 독감이 유행 중이니 이를 바탕으로 독감, 감기, 세균성 인두염, 신우신염, 폐렴의 리스트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리스트 순서는 확률 순으로, 앞쪽에 확률이 높은 것, 뒷쪽에 낮은 것을 배열하지요. 자 이렇게 리스트가 만들어졌으면 다음 단계는, 문진, 신체진찰, 검사 등을 통해 특정 질환의 사후확률을 극대화 하고 나머지의 사후확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협의의 진단'입니다. (1) 문진이란 질문을 통하여 사후확률을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으로서 일반적으로 민감도가 높아서, 특정질환의 확률을 낮추는데 유용합니다. 위의 예로 문진을 해보면, 어제 밤부터 온몸의 관절 마디가 쑤시는 몸살과 열이 난 후 오늘 아침부터 마른기침과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목은 아프지 않았고, 소변과 관련된 증상은 없었으며, 가래도 나오지 않았네요. 과거에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후 완치 되었으며, 3개월 전에 A형 독감에 걸렸었습니다. 현재 먹는 약은 없고,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하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룸메이트가 독감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병력진찰에서 얻어진 각 정보들을 리스트군에 있는 질환의 확률을 올리거나 내리는데 사용하여 의사들은 임상적 추정(impression)을 내리게 됩니다. 관절마디가 쑤신 다는 정보는 독감일 가능성을 높이며, 마른 기침과 콧물이라는 것은 독감과 감기의 확률을 높입니다. 목이 아프지 않는다는 것은 세균성 인두염에 관한 확률을 줄이고, 소변과 관련된 증상이 없다는 것은 신우신염에 대한 확률을 줄입니다. 가래가 나오지 않은 것은 폐렴의 가능성을 줄이게 됩니다. 갑상선암과 독감에 걸린 과거력은 일단은 별다른 정보를 현재는 주지 않네요.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점과 룸메이트가 독감에 걸렸다는 점은 독감일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적 추정으로선 독감이 가능성이 높고, 그다음 감기 나머지는 좀 낮다고 볼 수 있겠네요. (2) 이 다음 시행하는 것은 신체진찰로서 이 또한 사후확률을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특이도가 높기에 특정질환의 확률을 높이는데 유용하지요. 위의 예에서는 체온이 38.3도, 혈압 102/67mmHg, 맥박 113회/분, 호흡수 14회/분, 편도(비특이), 청진 양호, 늑골척추각 압통 음성, 경부 림프절 종대 및 압통(-) 등이 나타났습니다. 신체진찰은 민감도 보단 특이도가 높기에 양성인 징후가 중요한데, 위 경우에는 체온이 높고 맥박이 빠르다. 외에는 특이 사항이 없네요. 고온은 감기 외에 나머지 질환들의 가능성을 높이긴 한데, 특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아 이것만으로 확진은 힘듭니다. 신체진찰을 통해서 그닥 얻는 것은 없어 보이네요. 그래도 독감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3) 마지막으로 검사입니다. 검사는 각각 검사의 특성에 따라 민감도, 특이도가 달라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특이도가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고로 검사의 기본은 내가 어떤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에 대해 확신을 갖기 위해 시행하는 것입니다.(예외도 많습니다만, 후술하겠습니다.) 위의 경우에는 인플루엔자 항원검사를 시행하였고 B형 양성이 나와 B형 인플루엔자로 진단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과정이 '협의의 진단'의 일상적인 과정입니다. 리스트를 만들고 확률 놀이를 하게 되지요. 여기서 중요한점은 이전 글에서 설명한 '어떤 검사(or 문진 or 신체진찰)가 사후 확률을 높이는 데에는, 사전 확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한 검사(or 문진 or 신체진찰)의 사후확률은 다음 검사(or 문진 or 신체진찰)의 사전확률로서 사용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뒤의 것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예를 들어 독감에 대해 문진을 하고 난 뒤의 사후확률이 50%라면, 이 50%를 가지고 신체진찰의 사전확률로서 사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가지 제한이 있는데 '각 항목들 간에는 가능한 독립이어야 한다.'는 점 입니다. 허리둘레가 이상지질혈증의 사후확률을 높이고, 다음으로 BMI(체질량지수)로 높이는 것은 허리둘레와 BMI간에 상관이 상당히 크기에 같은 정보를 이중으로 활용하는 꼴이 되지요. 그렇기에 관련이 적은 BMI와 가족력 등의 정보조합으로 사후확률을 높여야 합니다. 먼저 협의의 진단이 사후확률을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설명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각 진단의 두 축, 광의의 진단, 의사의 진단 패턴 등에 대해서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사진도 없이 줄글이라 가독성이 떨어질 것 같아 죄송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는 어느 질환일 가능성에 대해서만 논해 왔는데, 의학에 있어서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질환들을 안놓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감기의 경우엔 제대로 진단을 못하여 놓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는 반면, 지주막하 출혈을 놓치게 된다면 큰일이 발생하게 되지요. 그렇기에 위의 확률만이 아니라 질환의 중요도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도란 결과가 중한 것과 빠른 개입이 필요한 것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의식을 잃은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왔는데 동공이 매우 작다(pinpoint pupil)이라면 가장 중요도가 높은 질환은 농약중독입니다. 그 외에 교뇌출혈과 모르핀중독이 있습니다만, 교뇌출혈의 경우 질환의 결과는 사망으로서 매우 중하나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중요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모르핀중독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질환이지요. 그렇기에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로 이끌 수 있으면서, 빠른 개입이 필요한 농약중독(유기인중독)의 중요성이 가장 높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병원에 오는 행태를 크게 둘로 나누자면, 일반외래로 오는 경우와 응급실로 오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가지 환경에서 의사가 진단하는 모드는 달라지게 됩니다. 일반외래에서는 보다 빈도를 중시하게 되고, 응급실에서는 보다 중요도를 중시하지요. 위의 표를 바탕으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표는 흉통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들의 원인에 대해 조사한 자료입니다. 미국 일반외래, 유럽 일반외래, 응급실의 세 환경에서 흉통에 대한 각각의 원인(근골격, 소화기, 순환기, 정신과적, 호흡기, 불명)에 대한 빈도를 나타내고 있지요. 여기서 중요도를 따지자면 순환기계(Cardiovascular), 호흡기계(Pulmonary)가 놓치게 될 경우 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근골격계(Musculoskeletal)와 소화기계(Gastrointestinal)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외래에서는 빈도가 보다 중시 됩니다. 그렇기에 근골격계나 소화기계 질환을 보다 고려해야 하지만, 순환기계 질환도 결코 낮지 않은 비율을 갖고 있기에 순환기계를 언제나 염두해두면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찾아가야 합니다. 반면에 응급실의 경우에는 중요도를 중시하기에 순환기계 및 호흡기계 같은 질환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이 경우엔 위 두 질환의 비율도 높네요. 그렇기에 이 시리즈 첫글에서 적었던, 사전확률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를 재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질환의 경우는 빈도도, 중요도도 떨어지기에 나머지 질환들의 가능성이 줄어든 경우에야 마지막으로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응급실은 기본적으로 중한질환을 배제 하기 위해서 기능하게 됩니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더라도 응급실은 보다 중한 질환들의 사전확률이 올라가게 되고, 당장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배제하기 위해 많은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물론 질환을 배제하기 위한 기본은 병력청취이나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의 경우, 병력을 제대로 청취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의식저하 등...) 이 경우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많이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곳은 확진을 내리기 위한 곳이 아니라 중환이 그 상황을 넘기기 위해 오는 곳이라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위 글을 바탕으로 결국 의사가 환자를 면담하여 하는 모든 행위는 사후확률을 변동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그렇기에 환자분들에게 있어 왜 이런 질문을? 이라는 생각이 드는 질문들도 의사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귀차니즘이 있습니다. 하루에 50명 가량 보고 있으면 한명당 질문 하나씩만 추가해도 많은 시간이 소모될 수 있기에 필요없는 질문은 안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귀차니즘을 이기고 하는 질문 및 신체진찰들은 그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기에 왜 이런 질문을?, 이런 신체진찰을? 이라는 의문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응급실에 대해서는 사실 응급실에 있는 대다수의 의사들이 저 처럼 환자를 많이 보거나 검사를 많이 해도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막말로 환자가 안 오는게 최고인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들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돈에 미쳐서가 아니라 자신의 면허를 보호하기 위해서(즉, 환자를 중한 상태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이니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오히려 검사 하면 신경 쓸게 많아서 하기 싫습니다. 그래도 어쩌겠나요 놓치면 안되기에 해야지)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4-14 21:0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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