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3/21 17:45:33수정됨
Name   세란마구리
File #1   다운로드ddd.jpg (7.6 KB), Download : 36
File #2   maxresdefault.jpg (56.8 KB), Download : 35
Link #1   https://redtea.kr/?b=3&n=8351
Subject   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아직 의사가 된지 이제 1년 밖에 안된 치킨에도 못 쓰일 병아리 입니다만, 의료계열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서 의사가 환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무지가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오해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물론 의사들 개개인마다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과별로 천차만별이 되기에(특히 정신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대의 의학적 진단의 기준이 되는 베이즈식 사고의 기초에 대해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진단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주축이 되는 개념들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기에, 이번에는 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에 대한 글을 적을 때에는 많은 분들이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쓰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 편입니다만, 이 곳에는 제 스승뻘 되시는 선생님들도 많아서 틀린 사항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작성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민감도와 특이도(Sensitivity and Specificity)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어떠한 검사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저희는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민감도(Sensitivity)란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올 확률'을 뜻합니다.
          특이도(Specificity)는 '질병이 없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올 확률'을 뜻하지요. 
아래의 표를 보면 보다 잘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위의 민감도, 특이도는 검사 결과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병력, 신체진찰 등 거의 의사가 진단을 위해서 하는 모든 행위에 적용이 가능한 개념입니다.
이를 약간 비틀면 1-민감도 즉,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올 확률'을 실제 음성이 아닌데, 음성으로 나왔다고 하여 '위음성률'이라고 하며
1-특이도 즉, '질병이 없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올 확률'을 '위양성률'이라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질환을 놓치는 것을 무서워 하기에 '위음성률'을 낮추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후에 설명드리지만, 그러면 위양성률이 높아지게 되어 과잉진단이라는 문제가 생기지요.)


2. 우도비(Likelihood Ratio)
 위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독립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함정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검사를 적용하는 모든 환자에 대해서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하게 되면 이 검사의 '심근경색'에 대한 민감도는 1이(즉 100%) 될 것입니다.(반면에 특이도는 0이 되겠지요) 이러한 검사가 의미가 있을까요?
 또한 어떠한 질환에 대해 민감도와 특이도가 0.5인 검사가 있다고 하면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동전이 앞면이면 양성, 뒷면이면 음성이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경우겠네요)
 위 두 검사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민감도와 '특이도를 각각 보는게 아니라 이 둘을 조합하여 사용해보자.' 해서 나오게 된 개념이 우도비(가능도비) 입니다. 
 양성우도비란 '민감도/(1-특이도)'로 나타내며 결국은 '실제로 병이 있는데 있다고 한 사람의 비율이, 실제로 병이 없는데 있다고 한 사람의 비율의 몇배인가'를 나타낸 말입니다.  간단히 '민감도/위양성률'이며
 음성우도비란 '(1-민감도)/특이도'로 나타내며, '실제로 병이 있는데 없다고 한 사람의 비율이, 실제로 병이 없는데 없다고 한 사람의 비율의 몇배인가'를 나타낸 말입니다. '위음성률/특이도'이지요.

결국엔 검사, 병력, 신체진찰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의 '우도비'란 개념을 사용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2,5,10의 원칙을 사용합니다. 대략
 양성우도비가 2인 경우 15%, 5인 경우 30%, 10인 경우 45% 질병의 확률이 올라가며
 음성우도비는 위의 역수인 0.5인 경우 15%, 0.2인 경우 30%, 0.1인 경우 45% 질병의 확률이 내려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양성우도비가 5이상, 또는 음성우도비가 0.2 이하면 쓸만하다고 봅니다.
반면 위의 두 예를 든 검사는 양성우도비, 음성우도비가 1이 나오는 검사이기에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한다. 즉, 쓸수가 없다고 보게 됩니다.


3.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 (Positive Predictive Value and Negative Predictive Value; PPV and NPV)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검사 자체'에 대한 설명입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이 검사가 양성일 때 실제 병에 걸려있을 확률이 얼마인가'인데 위에서 설명한 개념들은 이에 대한 역만 설명하고 있지요. 
 지금 설명할 개념에 대해서는 이전에 Sophie 님께서 티타임에 올린 글이 있으니('당신은 암에 걸리지 않았다 - 의사들도 잘 모르는 사실)
이 글을 참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링크1입니다.)
 양성예측도란 '검사가 양성일 때, 실제 환자가 병에 걸려있을 확률'을 나타내며
 음성예측도란 '검사가 음성일 때, 실제 환자가 병이 없을 확률'을 나타냅니다. 
 전에 제가 타임라인에서 대장내시경 관련으로 적은 적이 있습니다만, 분변잠혈검사의 민감도는 0.3 정도, 특이도는 0.95 이상입니다. 그런데 이 검사의 양성예측도는 33%정도라고 하였습니다.
 특이도가 0.95 이상일 테니, 위양성도 0.05 이하가 될텐데 실제로 검사해서 양성이 나올 확률이 33% 밖에 안되다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정상인 사람이 너무많다보니(즉 질환의 유병률이 낮다보니) 이들 중 위양성으로 나온 숫자가, 실제로 질병을 가진 사람보다 많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계산 해보지요.
파킨슨병의 유병율이 1000명 중 1명이라고 하고, 어떤 검사가 파킨슨병에 대하여 민감도가 0.9, 특이도가 0.9라 가정해 봅시다.
10만명의 집단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100명이 되며, 파킨슨병이 아닌 사람은 9만 9천 9백명이 되지요.
민감도가 0.9이니까 파킨슨병 환자 100명 중, 90명이 검사결과 양성이 됩니다.
또한, 특이도가 0.9이기에(즉, 위양성률이 0.1이기에) 파킨슨병이 아닌 사람 약 10만명 중 1만명이 양성이 됩니다.
위를 바탕으로 양성이 나온사람은 약 90+1만명이 되지요. 이 중에서 실제 파킨슨병을 가진 사람은 90명이니
양성예측도는 90/(90+1만) 즉 대략 0.9%가 됩니다. 
0.1%에서 오르기는 하였지만, 0.9%면 파킨슨병이라 하기는 어렵겠지요...

 위 검사의 우도비를 측정해보면 양성우도비는 9, 음성우도비는 0.11로서 검사 자체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는 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가 유병률(정확히는 사전확률)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도비가 높다 한들 사전확률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검사 자체가 의미가 적게 됩니다.
위의 2,5,10의 법칙은 어떤 질병의 '사전확률'이 0.5인 경우를 가정하여 쓰는 것이지요.  
댓글의 그림처럼 질병의 사전 확률이 너무 높은 경우, 음성우도비가 0에 가깝다고 한들 '사후확률'이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역으로 '사전확률'이 너무 낮은 경우 양성우도비가 높다고 한들 '사후확률'이 크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확률'  입니다.

 이 '사전 확률'이란 것은 일반적으로 유병률에 의존합니다만, 의사가 근무하는 환경이 크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있는 동네병원에서 기침 환자가 오면 감기일 확률이 높습니다만, 대학병원에 기침 환자가 올 경우 감기일 확률은 떨어지게 되고 보다 중한 질환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듯 질병에 대한 '사전 확률' 자체는 딱히 정의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로 의사는 경험이 스승이지요.


다음 글에는 위 개념들에 대한 보충설명 같은것을 하고(ROC 나 카파통계량) 본격적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상당히 두서없이 길어진 것 같은데, 피드백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4-01 16:3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5
  • 고3때 공부 못 해서 다행이야.. 휴우...
  • 후우 공부는 여기까지 내인생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01 경제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경제가 망할까? 15 MANAGYST 19/12/21 8322 18
261 철학/종교손오공과 프로도 배긴스 32 기아트윈스 16/09/04 8326 18
65 경제큐이괴담 - QE를 또! 해야 한다는 이유가 또! 나오는 이유 23 MANAGYST 15/09/04 8332 4
519 경제외감법 개정과 감사인 지정제는 왜 해야하는가 75 CathedralWolf 17/09/26 8340 9
338 일상/생각홍차넷 10000플 업적달성 전기 123 파란아게하 17/01/05 8341 46
1129 기타남자 곰타입의 옷배색에 관한 연구 43 흑마법사 21/09/15 8348 10
653 철학/종교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76 기아트윈스 18/06/28 8359 16
57 영화안티고네는 울지 않는다 - 윈터스 본(Winter's Bone) 6 뤼야 15/08/03 8363 0
157 문화/예술게임계의 절대적인 상징, 슈퍼마리오 7 커피최고 16/02/18 8364 6
359 꿀팁/강좌인간의 일 22 moira 17/02/04 8364 16
286 역사클로비스 화살촉과 발사무기 8 모모스 16/10/20 8367 8
576 경제원전으로 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24 소맥술사 18/01/10 8370 18
219 문화/예술돌멩이를 모으는 남자 28 Toby 16/06/15 8372 21
21 정치/사회전염병을 앞에 두고 “나는 누구의 편인가”를 논하는 한국 사회 26 삼공파일 15/06/11 8376 0
583 체육/스포츠테니스를 araboza 22 무더니 18/01/25 8381 18
82 일상/생각수줍수줍..이런걸 한번 해봤어요.. 23 얼그레이 15/09/29 8386 21
117 기타연말, 연초에 선물하기 좋은 와인 30 마르코폴로 15/11/24 8404 7
77 경제집은 시장리스크, 전세는 신용리스크 20 MANAGYST 15/09/22 8415 6
782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21 세란마구리 19/03/21 8417 15
126 경제Negative world(마이너스 금리 시대) 4 MANAGYST 15/12/07 8424 7
718 요리/음식TV 맛집 목록 총 취합 36 소비의왕 18/10/19 8428 62
243 정치/사회정말 젊은 여성들은 정치/사회에 관심이 없을까? 26 DoubleYellowDot 16/08/03 8432 10
371 창작생선살 발라주는 사람 64 열대어 17/02/20 8439 19
691 경제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 28 Danial Plainview(Profit) 18/08/30 8440 14
49 경제그리스 위기 즈음에 돌아보는 한국의 IMF(최종편) 19 난커피가더좋아 15/07/22 8448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