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10/13 08:54:12수정됨
Name   풀잎
Subject   햄 버터 샌드위치
신혼은 모험과 도전 그리고 정글의 시절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살림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갓 결혼한 아내는 모든 것을 도전 정신으로 처음 끓여보는 미역국도 남편에게 어떻게 끓이는지
물어봅니다.

냄비에 물 넣고 마른 미역을 넣고 끓이는데,
이상하게 뻣뻣하게 잘 안되어서  일하는 남편에게 전화로 물어봅니다. "자기 미역국 어떻게 끓이는거야? 이렇게 하는 것 맞어?"

요리를 잘하던 남편은 미역국 안 끓여봤어? 라고 한 번만 물었던 것 같네요.

도시락을 처음 싸주었을때였어요.

미국 사람들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잖아 샌드위치를 싸줘야겠다 싶었어요.

그때는 인터넷도 FTP 나 Telnet 으로 접속하던 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다니는지는
알게 뭐랍니까? 그냥 잡지 사진으로 기억에 있던 샌드위치 햄이랑 야채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져있던 버터를 넣어서 주면 되겠거니했었지요.

코스코에서 식빵과 버터를 사오고 햄을 사왔던가그래요.

그리고 식빵 사이에 햄 한 장, 그리고 버터 스틱을 1/4로 얕게(하하하) 잘라서 빵 햄 버터 야채 이렇게 싸주었어요.

촉촉한 빵에 햄 그리고 햄과 빵 사이에 들어가있는 두텁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 본 기억은 있는데 그것이 치즈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나봅니다.

버터를 먼저 1cm 크기로 잘라서 넣어줍니다. 한 일주일 정도의 샌드위치를 1센티 버터를 싸주니, 컴플레인이 들어옵니다.
좀 느끼하네... 김치가 필요한 것 같아!!

앗..미안 버터가 조금 두꺼웠나 봐!!! 그래서 5 mm 두께로 넣으면서 "맞아 맞아... 예전 사진에 5 mm 정도였던 것 같아!!! "

그렇게 남편은 치즈 대신에 버터를 두껍게 썰어넣은 버터햄 샌드위치를 한 6개월 매일 매일 싸가지고 다녔습니다.

6개월후..

어느날... 와이프가 이야기합니다.

"이제 버터 샌드위치는 그만 싸야겠어...버터 칼로리가 너무 높은 것 같고 버터는 몸에 안 좋다는데, 매일 먹는 건 아닌것 같아!!"

그리고... 어느날 와이프는 생각합니다.

'맞어... 버터가 아니라 다른 미국 사람들은 치즈를 넣는 것 같네...
남편이 갑자기 10킬로 정도 더 찐 게 버터 때문이었나? '

그리고도 한 5년 동안 남편은 매일 아침을 V8 토마토 쥬스와 피넛버터 바른 식빵 바나나 한 개를 메뉴 한 번 바꾸지 않고
아침 도시락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습니다.

그런 아내는 후에 대신에 아이들한테는 본인의 황당했던 과거가 생각나는지 열심히 가르쳐줍니다.

나중에 아이들 혼자 살게 되더라도 본인이 겪은 과정을 되풀이 안했으면 하는 바램인지..
아이들 10살부터 빨래, 설거지, 청소 그리고 달걀후라이, 파스타 만들기, 김치 만들때 돕기, 마늘까기, 만두 같이 만들기
등등....

그렇게 5년이 지나니 아이들이 손재주가 아주 좋습니다. 막내는 도대체 몇 년차인지...야채 썰어서 오믈렛도 프로급으로 만듭니다.

친정엄마가 저를 참 곱게 키우셨지만 평생 책만 보고 살 건 아니잖아요. 엄마의 희망사항이셨겠지만... 도우미 아줌마는 제 인생에 없거든요.

딸이든 아들이든 간에 밥 먹고 청소하고 요리도 하고 살껀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집 둘째아들은 그래서 본인이 꼭 김치 만드는 걸 배워서 나중에 김치는 본인이 만들어먹을꺼래요. 사 먹는 김치 맛없쟎아? 그러더라구요.

아마 저처럼 신혼을 보내실 분들은 없을거라 생각되어요.
요즘은 다들 원룸에서 독립해서 살고 있으니 어떻게든지 요리를 하고 먹거리를 챙기고 화면으로 요리법을 금새 찾아볼 수 있는 시절이기도 하니깐요. 다들 어느정도 서바이블 스킬을 갖추고 사는 것 같아요.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0-25 17:0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8 일상/생각'편 가르기'와 '편 들기' 17 소라게 17/05/12 6595 25
    361 꿀팁/강좌사진찍으러 갈까요? 22 사슴도치 17/02/07 7941 25
    210 기타아들이 말을 참 잘합니다. 37 Toby 16/05/30 6574 25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2528 24
    1332 일상/생각나의 은전, 한 장. 6 심해냉장고 23/09/30 2758 24
    1305 창작서울에 아직도 이런데가 있네? 7 아파 23/06/01 4408 24
    1246 과학이번 카카오 사태에 가려진 찐 흑막.jpg 코멘터리 18 그저그런 22/10/25 5139 24
    1241 기타대군사 사마의 감상. 나관중에 대한 도전. 10 joel 22/09/30 3864 24
    1152 일상/생각헌혈하는 것의 의미 9 샨르우르파 21/12/14 3947 24
    1116 정치/사회동북아에서 급증하는 무자녀 현상 (부제: 초저출산이 비혼'만'의 문제인가?) 23 샨르우르파 21/08/13 6050 24
    1101 역사왜 작은 어머니를 숙모라고 부를까. 24 마카오톡 21/06/30 5550 24
    1098 기타한국 만화의 이름으로. 고우영 수호지. 15 joel 21/06/15 5597 24
    1065 정치/사회수준이하 언론에 지친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대안언론들 20 샨르우르파 21/03/03 8209 24
    1058 문학오늘부터 5월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는 20 순수한글닉 21/02/04 5027 24
    1054 일상/생각내가 맥주를 마실 때 웬만하면 지키려고 노력하는 수칙 52 캡틴아메리카 21/01/21 6700 24
    1013 일상/생각나는 순혈 오리지날 코리안인가? 50 사이시옷 20/10/05 6539 24
    971 정치/사회그냥 이야기 12 Schweigen 20/06/16 4585 24
    916 창작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5 작고 둥근 좋은 날 20/01/29 6526 24
    827 과학블록체인의 미래 - 2018 기술영향평가 보고서 2 호라타래 19/07/03 7180 24
    765 일상/생각돈이 없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 10 The xian 19/01/31 7494 24
    717 철학/종교은탄환의 딜레마 15 메아리 18/10/16 7684 24
    713 일상/생각햄 버터 샌드위치 30 풀잎 18/10/13 7571 24
    623 일상/생각선배님의 참교육 12 하얀 18/04/29 7507 24
    618 기타황구 출현 이틀차 소감 15 쉬군 18/04/19 7176 24
    584 문화/예술프사 그려드립니다. 72 1일3똥 18/01/28 8699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