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9/15 20:34:30수정됨
Name   호타루
Subject   글을 쓰는 습관
옆동네에 썼던 글을 거의 그대로 가져옵니다. 여기와 옆동네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이 글은 그간 제가 투고했던 글을 바탕으로 제 글쓰기 습관을 리뷰한 것입니다. 글 자체에 대한 자가비평은 덤.



최근 3년간 PGR에 제가 투고한 글이 70건이 넘었습니다. (홍차넷에서는 16건) 저도 이렇게 많이 쓴 줄은 몰랐네요. 평균적으로 2주에 한 번꼴로 썼다는 이야기인데... 글의 구성은 역사 49개, 지리 14개, 그 외 잡담 포함 기타 9개로 역사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시리즈로 연재한 게 3시리즈에 총 35개의 글이니 같은 주제를 갖는 글로 추려내면 역사 17주제, 지리 14주제로 엇비슷하겠군요. 물론 역사 이야기에 지리가 끼여들고 지리 이야기할 때 역사를 빼놓은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어쨌건 큰 주제로 갈라보면 그렇습니다.

따라서 제가 쓴 글은 굉장히 학술적인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정치나 경제, 사회 이슈 등에는 글을 쓰기 꺼려집니다. 나름대로의 논리와 철학이 있고 키보드 배틀 경험도 꽤나 해 본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제 멘탈이 강한 건 아닙니다. 이제는 이슈를 가지고 싸우기에는 솔직히 겁이 매우 납니다.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기꺼이 방천화키보드와 적토마우스를 끼고 달려들었을 이슈에도 최대한 입을 닫거나, 정 견디지 못하겠을 때 속풀이로 털어놓는 선에서 끝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글을 흘려보낼 게 아니라 게시판에 박제를 시켜놓을 거라면 말이죠. 제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티타임을 절대 안 쓰고 타임라인에만 글을 쓴 이유기도 합니다. 거기는 문자 그대로 빠르게 생각을 흘려보낼 곳이라 작정하고 뒤지지 않는 이상 박제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서죠.

이런 이유로 반쯤은 의도적으로 학술적인 글쓰기에만 치중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난 겁니다. 그래도 학술적인 글쓰기 자체가 재미가 있었으니 3년간 70여 건에 달하는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볼까, 그런 고민이 저라고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샤워하면서 오 이런 걸 대상으로 글을 써 보면 재밌겠다 싶을 때 그 주제를 잘 기억해 놓았다가 자료 조사 들어가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식으로 글을 씁니다. 이 글도 샤워하면서 내 글쓰기 습관을 분석해 보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쟁여놓았다가 오늘 글이 좀 쓰고 싶어지는,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날이구나 싶을 때 꺼내든 카드죠.

이런 식으로 주제를 잡다 보니 평소에 머릿속에 좀 관심이 있고 재미있어하는 분야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죠.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학부 때 화학과와 수학과 졸업장을 땄고(복수전공), 대학원에 진학하여 화학과 석사를 따고 나왔습니다. 역사, 지리, 군사와는 퍽이나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아예 뇌가 돌아가는 방식이 다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업보다 이쪽이 재미가 있고 관심이 많아서 역사와 지리를 바탕으로 글을 썼던 거죠. 솔직히 제 학위논문은 제가 봐도 이게 학위논문이냐 싶을 정도입니다. 지나가는 개가 씹는 나뭇가지도 제 학술논문보다는 가치가 있을 것 같군요(...)

석 줄로 줄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 관심분야 - 역사 / 지리
글을 쓰는 타이밍 - 글을 쓰고 싶을 때, 특히 손이 자동으로 움직일 때(손이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쓰다가 지워버리고 미루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글을 그렇게 자주 쓰지는 못하는 이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 - 아침 저녁에 샤워할 때가 가장 많음.

주제 선정과 글을 쓰는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본격적으로 제 글에 대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쓰는 글은 명문이라는 축에 들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간결함이라는 점이 제 글에서는 아예 없습니다. 명문은 짧은 글에 핵심을 담아내는 게 명문입니다. 제 글은 그렇지 못합니다. 문장을 보시면 보통 제가 구사하는 문장은 상당히 긴 축입니다. 분명히 줄일 수도 있는데 줄이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글을 쓰는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저는 마치 이야기를 풀어놓듯이 글을 씁니다. 구술 그 자체가 글이 되는 거죠.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할 때의 어투가 그대로 글 속에 녹아들어가는 겁니다.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 12권에서 시오노 나나미가 막시미누스 트라쿠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 사용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저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글로 옮기기만 하면 명문이 되는 카이사르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글이 깁니다. 연재가 아닌 이상 기본이 6천 자는 그냥 넘어가고 1만 자를 넘게 쓰는 경우도 종종 나옵니다.

최근 올리고 있는 지리 시리즈로 이야기해 보죠. 저번 몰도바편은 이미지, 공백 제외 11,172자였습니다. 에스토니아편 10,445자, 안도라편 7,412자, 크로아티아편 6,402자, 알바니아편 7,051자, 아이슬란드편 7,438자. 어지간히도 많이 썼고, 연재를 하면 할수록 분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네요.

이렇게 글이 긴 이유는 일단 구어체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는 아무런 기본 정보 없이 뜬금없이 던져대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기-승-전-결이 분명해야 하고, 누구나 그걸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서 써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러니 글이 길어질 수밖에요. 그래서 저는 쉼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글을 쓸 때, 반드시 쉼표의 위치와 그 쉼표 전후의 문장 서술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거기를 기점으로 문장을 한 번 끊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죠.



이 서술 방식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보죠. 이런 서술 방식이 제 글에서 간결함이라는 요소를 날려먹는 중요한 이유가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 글을 다른 분의 글과 구분지을 수 있는, 제 글만의 특색을 나타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는 맥락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연재를 하고 있는 내용이 역사라면 사건의 배경 -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 한 글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야 합니다. 지리 관련 글에서도 역사적인 측면이 전혀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가 쓴 글의 대부분은 주제에 따른 글의 흐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과거의 글이, 왕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전제 정치 시절의 이야기였다면 이게 사실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왕이 살아 있는 한 왕은 둘이 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짧은 시기를 놓고 이야기할 때는 인물에 집중하는 기전체적 특성과 사건에 집중하는 편년체적 특성이 서로 아주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죠. 대표적으로는 제가 썼던 팔왕의 난 이야기를 들 수 있겠네요. 마침 이 시기는 권력에서 밀려나면 그대로 목숨이 달아났던 시기였기 때문에, 편년체적인 서술로 들어가도 기전체적 특성을 띄게 되죠. 권력자가 알아서 죽어 주니 인물의 이야기가 자동으로 끝나게 되고, 그러니 사건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더라도 기전체적인 특성을 일부는 띄게 될 수밖에요.

하지만 아주 긴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거나,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무는 케이스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 물론, 기계적으로 편년체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가는 여기저기 널뛰는 시점에 우선 제 머리부터가 버틸 수를 없다를 외치니, 적당히 구역을 갈라서 서술하긴 합니다. 그러나 제 글에서는, 흐름을 중요시하는 특성상 기전체처럼 인물이라는 요소가 두각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하지,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지는 않습니다.

재미적인 측면 때문에 인물 이야기를 배제하지는 않지만, 결코 그 이야기가 메인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지난 연재분이었던 작전과 작전 사이에서의 레닌그라드 주변 공방전(경적필패편)을 예로 들면, 당시 사로잡혀 전향했던 안드레이 블라소프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안드레이 블라소프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었죠. 그 때 레닌그라드를 구원하기 위한 소련군의 전략적 구상과 실제 움직임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포로가 된 안드레이 블라소프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진 겁니다. 메인디쉬가 아니라는 거죠.

이게 제 글이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글과는 관점이나 서술 방식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저는 인물을 결코 메인으로 올리지 않습니다. 사건은 사람이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건과 인과관계의 필연성에 더 주목했고, 때문에 지금까지 인물 위주의 서술이 주된 인터넷의 여러 글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조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제 글에는 제 글만의 특색이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그 글이 뛰어난 명문이거나,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여담이지만, 저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글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을 바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글을 쓰는 근본적인, 주된 이유라고 여깁니다.)



이번에는 제가 글을 쓰면서 무기로 삼는 포인트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네요.

흐름을 서술하려면, 그 흐름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제가 이야기의 주제를 충분히 섭렵하기 전에는 펜을 잘 들지 않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구어체를 그대로 옮겨 서술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글을 읽는 상대와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서술하게 되고,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이 곁들여져서, 자연스럽게 글을 읽으면서 상대가 던질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내려주는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사실 이건 키배를 뜨면서 사전에 상대방의 반박을 차단하기 위한 스킬이었기도 합니다만(...)

이런 식이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최대한 없어야 하고, 그래서 관련 자료 조사는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한계선을 먼저 긋습니다. 그 한계선 내의 자료를 철저하게 뒤져서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합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걸 한 번 게을리했던 게 저번 에스토니아편에서의 세금 이야기였는데(자료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어설프게 이야기를 꺼낸 결과는 역시 좋지 않더군요(...) 물론 사건의 경중을 따지고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들어가긴 합니다. 큰 흐름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건은 과감히 서술에서 배제합니다. 안 그랬다가는 가뜩이나 긴 글이 책을 쓸 정도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지난 몰도바 편을 예로 들어봅시다. 몰도바의 역사에서 중요한 플래그라 할 수 있는 사건 중 하나가 베사라비아 분할이었거든요. 러시아와 투르크의 전쟁의 결과로 러시아가 삥을 뜯어낸 건데 그 지도를 보면 부코비나가 나와 있습니다. 이게 오스트리아령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와 함께요. 그러면 당연히 글을 읽다 보면 누군가는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겠습니까. 부코비나가 왜 나오며, 싸운 건 러시아와 투르크인데 왜 엉뚱하게 오스트리아가 이 땅을 가져가냐? 여기에 대한 답으로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의 뒤를 받쳐준 덕분에 부코비나를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한 줄 넣어주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몰도바의 역사이지, 러시아나 투르크나 오스트리아의 역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전쟁의 뒷배경이나 실제 전황에 대해서는 과감히 이야기를 쳐내고, 남은 인과관계, 즉 이 전쟁의 결과로 몰도바와 루마니아가 갈라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서 서술하는 겁니다. 이런 식의 서술은 장단점이 있죠.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만, 저는 제 글을 정독하면 역사의 인과관계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끔 이 정도는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겠지 싶어서 휙휙 넘기는 게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당연히 이에 수반하는 단점이 있는데, 일단 내용이 길어집니다. 그리고 내용이 길어지다 보니까 집중이 좀 어려워지죠. 즉 한 번 슥 읽으면 깔끔하게 머릿속에 이해가 된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안 좋은 방향으로 포텐이 터지면 제 딴에는 제가 하나의 맥락을 가지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점을 서술에서 뺀 결과로 인해 제3자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의 연속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제3자 입장에서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대체 무엇인가, 이해가 안 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죠. 글에서 간결함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간결하면 최소한 장광설에 압도되어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는 않거든요. 그러면 좀 글이 불완전해도 얼추 맥락을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거고.



이상이 제가 제 글에 대하여 스스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여러분들이 글을 쓰는 방식은 어떤지, 같이 비교해 보았으면 해서 글을 써 봅니다. 다음과 같은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 지금까지 쓴 글의 주 분야
* 글의 주제를 잡는 법
* 평균적인 글의 길이
*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법
*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 강점으로 여기는 포인트
* 글쓰기의 장단점
* 글을 쓰는 이유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9-27 12:2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8


    Cascade
    아웅... 예전엔 안그랬는데 요즘은 긴 글을 보면 자꾸 삼줄요약만 찾게되네요 ㅠㅠ

    저는 주로 영화에 대한 글을 길게 적는 편이고, 글의 길이는 대부분 2000자 가량 됬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장점을 먼저 적고 단점을 서술했으며, 특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추천 여부는 여러 번 적었습니다.

    근데 글을 왜 쓸까요? 저는 보통 이 영화를 다른 사람들도 보면 좋을 것 같기에 추천합니다.
    알료사
    일단 정성글에 춫천 드렸구요..

    1. 책 / 일기류 / 과거회상

    2. 딱히 없음

    3. 1000자 ~ 7000자 정도.. 짧고 정리가 안되더라도 가급적 싸지르고(...) 보자는 주의..

    4. 손가는대로 / 예전에 썼던 글 짜집기(셀프표절) / 오랜기간동안 머릿속(망상)에서 숙성(...)

    5. 어그로력? (관종)

    6. 선정성. 여러 의미에서 (...)

    7,8 이런 비슷한 주제에 제가 항상 재탕해서 발췌하는 구절.. 출처는 <지하생활자의 수기>

    맹세하거니와 나는 지금 내 손으로... 더 보기
    일단 정성글에 춫천 드렸구요..

    1. 책 / 일기류 / 과거회상

    2. 딱히 없음

    3. 1000자 ~ 7000자 정도.. 짧고 정리가 안되더라도 가급적 싸지르고(...) 보자는 주의..

    4. 손가는대로 / 예전에 썼던 글 짜집기(셀프표절) / 오랜기간동안 머릿속(망상)에서 숙성(...)

    5. 어그로력? (관종)

    6. 선정성. 여러 의미에서 (...)

    7,8 이런 비슷한 주제에 제가 항상 재탕해서 발췌하는 구절.. 출처는 <지하생활자의 수기>

    맹세하거니와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쓴 것을 단 한 마디도 믿지 않는다. 나 자신이 뻔뻔스런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에 걸린다. '뭣 때문에 이런 걸 썼는가?'라고 당신들은 물을 것이다. '너는 생활에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인생의 여러 문제를 혼란스런 논리로 해결하려 한다. 입으로는 대담한 소리를 뇌까리면서도 줄곧 겁을 먹고 변명을 한다. 아무것도 겁날 게 없다고 호언하면서도 우리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너는 너 자신의 농담이 재미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문학적 가치에 사뭇 만족해하고 있다. 너는 하잘것없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자기의 진실을 자랑하려고 시장 바닥에 전시해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있다. 뭔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서도 너는 두려움 때문에 그 마지막 한마디를 감추고 있다. 너는 그럴 결단력이 없는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당신들의 말은 지금 나 자신이 지어낸 것이다. 도대체 나는 뭣 때문에 당신들을 '여러분'이라 부르며 독자를 대하기라도 하는 태도를 취하는 걸까. 내가 하려는 고백은 활자로 인쇄해서 남에게 읽게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머릿속에 한 가지 공상이 떠올라서 그걸 실현하고플 뿐이다. 누구나 절친한 친구 이외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도 아주 은밀히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일,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고백하기 두려운 일. 나 자신도 최근에 지난 어떤 일을 회상하기로 결심했고 불안감 때문에 항상 피해 왔지만 그걸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글로 남겨 놓기로 결심한 지금으로서는 과연 나 자신에 대해 숨김없는 태도를 취하고 모든 진실을 꺼려하지 않을 수 있을는지 스스로 그것을 시험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관해선 반드시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므로 정확한 자서전이란 있을 수 없다. 루소가 참회록에서 자신을 헐뜯는 것도 허영심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허영심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만 나 자신을 위해 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의 형식에 그 어떤 구속도 받고 싶지 않다. 순서니 체계니 아랑곳않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써 나갈 뿐이다. 당신들은 나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네가 정말로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런 설명이나 변명을 뭐하러 하느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내가 겁쟁이어서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이 글을 써 나가는 데 있어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눈앞에 대중을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구태여 종이에 옮겨 적을 것 없이 마음속으로 죄다 상기하면 족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종이에 적으면 어쩐지 엄숙해지는것 같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고 자기비판도 철저해질거 같고 그럴싸한 말도 떠오를거 같다. 그러니까 한 번 그렇게 해본다고 해서 나쁠건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나는 언제나 심심하니까. 뭔가를 글로 쓴다는 건 정말 일답게 느껴지니까.
    호라타래
    저는 크게 3가지를 생각해요. 1) 배경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을까? 2) 가능한 반론들에 답할 수 있을까? 3) 주장의 수준은 직관이 아니라 경험적 근거/이론적 추론에 얼마나 근거해 있는가?

    누군가는 '그거 그거 아냐? 딱 보면 그런데'라고 할 내용을 적기 위해 얼마나 논문을 찾아보는지, 얼마나 주장의 강도를 조정하는지 몰라요. 혹자에게는 그런 특성 때문에 당신 글은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ㅋㅋ 어쩔 수 없지요. 감수해야지요.

    여튼 호타루님 글 항상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글을 자주 쓰지 않아서 제시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저는 무의미한 동어반복과 진부한 예시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것만 아니라면 인터넷에서 긴 글을 읽는게 훨씬 유쾌한 경험인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긴 글에는 그만큼의 정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수가 이건 쓸데없이 긴 똥글이라고 욕하는 경우조차 제 흥미를 끄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인터넷 글 읽기에서 제가 느끼는 재미는 글쓴이가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그 맥락을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하게 풀어내는가에서 결정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재치도 재미있고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논리의 전개로 동... 더 보기
    글을 자주 쓰지 않아서 제시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저는 무의미한 동어반복과 진부한 예시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것만 아니라면 인터넷에서 긴 글을 읽는게 훨씬 유쾌한 경험인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긴 글에는 그만큼의 정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수가 이건 쓸데없이 긴 똥글이라고 욕하는 경우조차 제 흥미를 끄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인터넷 글 읽기에서 제가 느끼는 재미는 글쓴이가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그 맥락을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하게 풀어내는가에서 결정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재치도 재미있고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논리의 전개로 동일한 분량으로도 머리가 트이는 느낌을 주는 멋진 글도 있습니다. 근데 재치만 있는 글은 앞서 말한 맥락의 풍성함에 있어 깊이가 떨어지고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글은 인터넷에 굉장히 드물기도 하거니와 그런거 볼거면 학술서를 보지 인터넷에서 제가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어요. 차라리 횡설수설이라도 여기선 사람 목소리가 궁금하고 듣고 싶은 것이거든요. 긴 글에는 그런 사람 냄새가 강하게 베어 있습니다. 긴 글이라는 성격 때문에 그 과정에서 주제를 이탈하거나 논리가 표류해도, 심지어 중간에 모순이 있다고 해도 단순히 어떤 부분에 어떤 아조로 얼마나 서술을 할애하는가로부터 그 사람의 생각이 어디서 기원하고 있으며 세상을 어떤 식으로 구조화하여 바라보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거든요. 앞서 주제보다는 맥락을 본다고 말했지만 이렇게 보면 주제 자체도 맥락으로 포섭된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글쓴이가 어떤 주제를 선정했고 어떤 의제를 제시하는가도 그 내용과 관계없이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거든요. 가끔 지극히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재미로' 일베나 메갈을 눈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도 이러한 사람 목소리에 대한 갈증에서 오는것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구밀복검님께서 탐라에 인터넷 글들이 갖는 문학적 성격에 대해 언급하신적이 있는데 (https://redtea.kr/?b=31&n=77597) 방향은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47 꿀팁/강좌1. 만화란 뭘까? 인스타툰은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11 흑마법사 25/03/12 823 26
    1346 기타스몰웨딩 하고싶은 티백들에게-2 4 흑마법사 23/12/16 2404 8
    1341 꿀팁/강좌스몰웨딩 하고싶은 티백들에게-1 31 흑마법사 23/11/30 3381 23
    1140 창작개통령 1화 47 흑마법사 21/11/02 7603 27
    1136 꿀팁/강좌여자 생활한복 경험담+코디팁+쇼핑추천(부제:남편이여 선물하라) 38 흑마법사 21/10/12 8913 27
    1129 기타남자 곰타입의 옷배색에 관한 연구 43 흑마법사 21/09/15 9020 10
    1124 일상/생각그동안 홍차넷에서 그린것들 80 흑마법사 21/09/08 6220 29
    1123 기타남자바지3종(청바지,검은바지,베이지면바지) 입는방법에 대한 연구 22 흑마법사 21/08/31 15162 17
    1120 기타남자양말 신는방법(?) 47 흑마법사 21/08/24 8522 9
    1104 기타남자 빅사이즈 인터넷 옷쇼핑(3XL이상부터)+그외인터넷쇼핑후기 27 흑마법사 21/07/12 8804 23
    416 여행2017년 3월 여행기 1편 "그냥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을 뿐" 6 황금사과 17/04/22 6395 12
    877 문학[자랑글] 구글독스 기반 독서관리 시트를 만들었읍니다 7 환경스페셜 19/10/20 6297 15
    1172 정치/사회비전문가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향후 추이 예상 20 호타루 22/02/28 5274 28
    1114 게임[스타2] [이미지 초스압] 자날 캠페인 노치트 무손실 클리어 성공했습니다. 13 호타루 21/08/08 6198 14
    900 게임마작 치는 법 룰북 정리하여 업로드합니다. 23 호타루 19/12/19 7467 18
    888 일상/생각4C - 글을 쓸 때 이것만은 기억해 두자 21 호타루 19/11/15 7495 22
    856 문화/예술여러 나라의 추석 4 호타루 19/09/05 6571 8
    722 여행이름부터가 북쪽의 땅 - 노르웨이 16 호타루 18/10/28 7975 18
    714 음악 쉬어가는 페이지 - 음악으로 이어 보는 근대 유럽사의 한 장면 호타루 18/10/10 7158 5
    706 여행긴 역사, 그리고 그 길이에 걸맞는 건축의 보물단지 - 체코 6 호타루 18/09/29 7607 13
    697 일상/생각글을 쓰는 습관 4 호타루 18/09/15 6350 8
    684 여행관심 못 받는 유럽의 변방 아닌 변방 - 에스토니아 6 호타루 18/08/15 8534 16
    672 여행산 속의 꼬마 - 안도라 1 호타루 18/07/29 6338 5
    663 여행어두운 현대사와 화려한 자연경관 - 크로아티아 12 호타루 18/07/15 6452 21
    575 역사작전과 작전 사이 (1) - 이대도강 1 호타루 18/01/09 6601 12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