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7/19 00:48:11수정됨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살다보면 누구나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돼요
그리고 불행히도, 역시 살다보면, 그들과 이별하게 되구요

이별이야 같은 이별일진대 양상은 참으로 다양하지요
급하게 떠나기도 하고
천천히 떠나기도 하고
손을 잡고 떠나기도 하고
떠난 뒤에야 떠났음을 알기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이별은 사라짐 같아요
오던 사람이 안보이고
기억이 희석되면서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인냥 바람에 씻긴냥 사라져버리고
장강의 도도한 물결처럼 새로운 사람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그렇게 커뮤니티는 무심히 흘러가지요

홍차넷의 어떤 분이 쓰는 글을 특히 좋아했어요
글에서 향이 나는 분이었어요
봄바람과 이야기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했지요

많이 아프다고 하시더니
어느날부터인가 말 없이 사라지셨어요
가실 때 인사 한 마디를 아낄 분이 아닌데
사정이 너무 급하여 그럴 여유가 없었던 걸까요
'읽지 않음'으로 남아있는 쪽지가 쌓여가는 건
이제 영영 홍차넷에 오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딸아이가 와서 왜 그렇게 슬퍼하냐고 물었어요
--아빠 친구가 좀 멀리 가서 이제 만날 수가 없어서 그래
--그래? 나도 서준이가 한국 가버려서 슬프고 걱정돼. 이제 못만나니까

한 이십 분이나 지났을까.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쪼르르 오더니 말을 덧붙입니다
--아빠, 그런데 나 안슬프다? 왜냐면, 서준이는... 음... forever holiday한거야. 그러니까 난 서준이가 그리운데, 그게 슬프진 않아. 그러니까 아빠도 슬퍼하지 마

딸은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가 아주아주 긴 방학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나봐요.
포레버 헐리데이
영원한 방학
영원한 휴가
영원한 휴양
영원한 안식
여행은 이처럼 긴밀하게 죽음을 은유해주는군요

이제는 어쩌면 영원한 휴양을 떠났을지도 모르는 제 홍차넷 친구 역시 죽음을 여행으로 비유한 적이 있어요
제 짐작이 억측으로, 이 글이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라지만
설령 정말로 그분이 영영 떠났다할지라도
나는 조금 덜 슬퍼하고 더 그리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 수박이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7-30 07:5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4
  • ...그립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8 역사중국 상고음(上古音)으로 본 '한(韓)'의 유래 38 기아트윈스 17/07/07 6290 19
501 철학/종교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 93 기아트윈스 17/08/26 10036 25
572 역사무굴제국의 기원 26 기아트윈스 18/01/06 6287 24
573 체육/스포츠잉글랜드 축구는 왜 자꾸 뻥뻥 차댈까요. 35 기아트윈스 18/01/07 8150 10
582 과학국뽕론 44 기아트윈스 18/01/25 7613 36
594 체육/스포츠축구에서 세트피스 공격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11 기아트윈스 18/02/18 8887 13
596 철학/종교옛날 즁궈런의 도덕관 하나 6 기아트윈스 18/02/23 6771 21
605 철학/종교감동(感動) 23 기아트윈스 18/03/22 7303 31
615 영화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24 기아트윈스 18/04/10 7766 31
638 정치/사회권력과 프라이버시 32 기아트윈스 18/05/28 5753 27
653 철학/종교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76 기아트윈스 18/06/28 8135 16
656 꿀팁/강좌고부갈등을 해결해보자 - 희망편 40 기아트윈스 18/07/02 7565 56
660 문학왜 일본 만화 속 학교엔 특활부 이야기만 가득한가 - 토마스 라마르 31 기아트윈스 18/07/09 7949 30
665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20 기아트윈스 18/07/19 5825 44
742 철학/종교인생은 아름다워 22 기아트윈스 18/12/08 7430 50
745 일상/생각오징어 깎는 노인 32 기아트윈스 18/12/12 7005 67
769 정치/사회북한은 어떻게 될까 - 어느 영국인의 관점 85 기아트윈스 19/02/12 8825 79
772 일상/생각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without even being asked) 10 기아트윈스 19/02/19 5573 64
777 일상/생각영국은 섬...섬... 섬이란 무엇인가? 38 기아트윈스 19/03/04 6237 26
801 문학고속도로로서의 템즈강: 18세기 템즈강 상류지역의 운항과 수송에 관한 연구 34 기아트윈스 19/05/11 6328 16
807 역사모택동 사진 하나 디벼봅시다 18 기아트윈스 19/05/24 7839 44
811 일상/생각생각을 명징하게 직조하기 10 기아트윈스 19/06/01 6678 42
820 일상/생각전격 비자발급 대작전Z 22 기아트윈스 19/06/19 5762 50
842 정치/사회한일간 역사갈등은 꼬일까 풀릴까? 데이빋 캉, 데이빋 레헤니, & 빅터 챠 (2013) 16 기아트윈스 19/08/10 6019 14
879 기타영국 교육 이야기 16 기아트윈스 19/10/23 6591 3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