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살다 보면 가벼운 피부병이나 하부요로증후군, 허피스 같은 것들이 왔다가 지나갑니다. 이런 질병들은 동물병원에 다니면서 환경을 개선하고 꾸준히 관리하다 보면 다행히 어느새 나아있어요. 아래는 좀 더 심각한 질병인 신장병, 심장병, 악성종양 같은 질병으로 확진된 노령의 고양이 경우, 그러니까 대개 고양이 삶의 마지막 투병 기간 동안에 약간 도움이 되실까 싶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간병 정보를 얻기 위한 카페 가입 도움이 되는 경우> ①번 카페: 처음 이상 증상을 느끼고 대강의 정보를 파악할 때. 동물병원, 장례업체 선택 등에 참고. ②번 카페: 신장병을 비롯한 위중한 상태의 [고양이] 간병 정보
카페 가입으로 충분하지는 않았어요. 반려인이 이렇게 많은데도 고양이 질병에 관한 이해는 카페보다는 구글링이 나았습니다. 고양이 희귀질환은 동물병원에서 관련 논문을 프린트 형태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자료를 요청하셔도 됩니다. 2) 어려운 결정들 반려인이 수의사와 상담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하나의 명쾌한 답은 없어요. 제 경우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2-1) 병원 선택 최근 몇 년 동안 동물병원의 대형화는 뚜렷한 추세입니다. 임상경험과 판독의 전문성을 찾다보면 결국 대형 동물병원을 가게 되더군요. 그러나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이든, 00전문 동물병원이든 사람을 위한 3차 병원의 진료와 관리 같은 것을 동물병원에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로컬을 전전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평이 좋은 곳을 선택하는 편이 나았어요. 대형 혹은 전문 동물병원의 좋은 예> a병원: 하부요로증후군을 고치러 왔다가 심장병을 조기 발견했습니다. 심장병을 고치러 왔다가 디스크를 발견했습니다. b병원: 특정 질병 전문 동물병원은 여러 모로 하이엔드라서 반려인이 더 나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대형 동물병원의 좋지 않은 예는 적절하지 않은 단계에서 수술 강권, 반려인 상의 없는 과잉 진료, 증상과 무관한 종합검진, 오진 등을 경험했고 병원 변경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대개 고심해서 동물병원을 선택하고 나면 병원의 치료방향을 따르는 편임에도 '이것은 아니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진단이 미심쩍을 때는 바로 병원을 변경했고, 치료 방향이 의심스러울 때는 다른 병원의 소견을 청취하면서 비교하여 변경했습니다. 1개월이 넘어가는데도 호전되지 않을 때는 변경할 수밖에 없고요. 고양이전문 병원을 특별히 신뢰하진 않았습니다. 해당 질병에 대한 임상경험을 1요건, '고양이 입원' 치료에 관한 이해를 2요건, 고양이 입원실의 분리 여부를 3요건 정도로 보았습니다. 참고로 수의사가 개인적으로 10세 이상의 반려묘를 키우는 경우 좀 더 의사소통에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뭔가 구구절절한데, 동물병원 선택이 참 어렵습니다.
2-2) 입원 치료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입원 치료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노령의 고양이에게 며칠 혹은 수 주가 넘어가는 입원은 스트레스로 인해 식욕을 떨어뜨리고 수치를 올립니다. 원래의 식욕을 회복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노령묘의 경우 식욕이 돌아오기는 할지 간병 중에는 알 수 없습니다. 동물병원이 특별히 이 점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고양이 입원에 대해 반려인과 매우 신중하게 상의해 주는 곳이라면 좋은 고양이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2-3) 식도관 시술 노령의 고양이가 위중한 질병의 와중에 자발적 식욕이 완전히 사라지고 며칠 혹은 1주일 이상 경과한 채 체중 변화가 현저하다면 식도관 시술을 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먹는 만큼 더 나은 상태로 더 오래 투병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식욕이 절반 이상 사라지면 부분적으로 강제급식을 해야 하고, 완전히 사라지면 강제급식으로 매일을 버텨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떤 고양이도 한 번에 충분할 만큼 많은 양을 먹이기 어렵고,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퇴근한 직장인이 가능한 한 많이 먹이려고 수 회에 걸쳐 시간과 노력을 다하는데도 1일 요구섭취량의 절반을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마취 부작용과 염증의 위험이 있더라도 적절한 검사 후 식도관을 장착하면 일단 잘 먹일 수 있습니다. 식도관 장착한 상태로 자발 식욕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시술 당일을 제외하면 입원이 필요하지 않았고, 고양이가 생활하는 동안 다행히 염증도 없었고 꼼꼼한 시술 덕분에 관이 이탈하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3) 간병을 위한 간단한 팁 3-1) 먹이기 치료는 병원이 하고 있으니 중요한 것은 먹이는 것입니다. 먹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위의 간병 카페에 잘 나와있습니다. 3-1-1) 유동식캔
캔에 물을 소량 넣어서 믹서로 갈아서 주사기로 급여합니다. AD캔이 일반적인데, 영양 측면에서 이상적이라기보다 급여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유동식의 '형태'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이 캔으로 강제급식을 하다가 반려인이 자신감이 붙고 강제급식 기간이 장기화된다면 베이비캔과 병행하거나, 엔터럴케어+프라이멀너겟으로 변경해 보세요. 주사기든 식도관이든 급여관이 막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3-1-2) 주사기 용량
식도관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라면 20ml 이상은 사용하기 어려웠고, 반나절에 3개까지는 먹일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저항하고 먹이는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시간입니다만, 큰 용량으로 성급하게 먹이려 들면 고양이의 거부감만 강해지므로 때로는 5ml, 3ml까지 용량을 줄일 필요도 있습니다. 적은 용량이라도 고양이가 '먹는다'라는 느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5ml 용량을 사용할 때는 1일 1/4캔 이상 급여하기 어려웠습니다. 3-1-3) 급여 온도
강제급식 시 스트레스를 줄이고 식욕을 돕기 위해서는 온도도 중요합니다. 유동식을 만들어서 냉장보관했다가 데워먹이려면 주사기 형태로는 용이하지 않습니다. 또 사용하는 주사기 용량이 자주 변하기 때문에 얼마나 먹였는지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다이소에 구입할 수 있는 70ml 소형 양념통이 있습니다. http://www.daisomall.co.kr/shop/goods_view.php?id=0000012240 원기둥 모양의 70ml 양념통 하나에 유동식 50ml 정도 넣으면 알맞습니다. 1캔은 4통에 나눠 담을 수 있고요. 한번에 4통을 만들어 냉장했다가 데울 때는 하나씩 꺼내 더운 물에 중탕하면, 데우기와 급여 용량 기억에 도움이 됩니다.
3-1-4) 급여 방법흔히 주사기 끝을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 틈으로 넣어 측면에서 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제 경우 오히려 위아래 앞니 사이로 정면에서 줄 때 더 편안해 했습니다. 이리 저리 방법을 바꾸며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엘리자베스 칼라(부채꼴 플라스틱 턱받이)가 있으면 급여에 도움이 됩니다. 3-2) 피하수액 주기 대개 50ml주사기를 사용하는데, 50ml 주사기는 바늘 18G, 나비침은 23G-25G가 알맞습니다. 특히 나비침의 게이지는 높아야 고양이가 아파하지 않습니다. 수액의 온도도 중요합니다. 차가운 수액이 들어가면 질색을 합니다. 50ml 주사기는 1일 2회 사용해도 괜찮다지만(바늘은 매번 교체) 그냥 1회만 사용하고 폐기했습니다. 나비침은 굵은 침으로 단시간에 놓는 것보다 얇은 침으로 쾌적하게 놓는 것을 더 편안해 합니다. 시간 차이도 많이 안 나고요. 게이지 숫자가 높은 것이 얇은 침입니다. 혼자 수액을 놓아야 할 때는 나비침을 찌르기 전 핸들 부분에 의료용 종이테이프를 붙여 놓고, 찌른 후 테이프를 고양이 등에 살짝 고정했습니다. 이러면 어지간해선 빠지지 않습니다. 피하수액 여부는 동물병원이 결정합니다. 모든 것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문의하세요. 주사기와 테이프 구입은 온라인몰을 이용했고, 그 외에 수액 데우는 법과 놓는 법은 관련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3-3) 기록하기 낱장 종이와 연필을 냉장고에 붙여두고 그때 그때 기록했습니다. 냉장고 주변에서 밥과 수액을 수시로 준비하기 때문에 이쪽이 편했습니다. 그날의 섭취량, 배설량, 복약 기록, 구토와 설사, 호흡과 운동량 등 컨디션 모두를 포함한 간병일지를 일과 후에 단번에 적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4) 고양이 항암에 대해 확진을 받고 반려인으로서 호스피스와 항암 사이 선택을 요구 받은 그날부터 직장에서 틈틈이 해외논문을 검색했습니다. 비강종양은 전이율이 낮고 특히 림포마는 항암 예후가 나쁘지 않다, 비강종양은 항암을 해도 며칠에서 수 개월 정도 생존율을 보인다, 항암 프로토콜의 어떤 약물 독성은 고양이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등의 병원 소견으로부터 더 나아간 결과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노령묘임에도 강인하게 투병해온 고양이에 대한 기대와 생존에 대한 희망,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에 기대어 항암을 결정했습니다. 동물병원이 도보 7분 정도로, 당일 입원조차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항암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제 고양이는 세 번째 항암 부작용을 견뎌내지 못했는데, 투병 초기 체력이 양호했을 때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다시 호스피스와 항암 사이의 결정을 해야 한다면 호스피스와 안락사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마땅해서가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 때문입니다. 만약 호스피스를 선택했다면 항암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겠지요.
그래도 역시 그날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표에 나와있는 HHHHMM scale 중 배변 문항은 고양이의 경우 조금 다릅니다. 이제까지 고양이 세 녀석을 복막염, 심장병, 비강종양으로 보냈는데 모두 마지막 하루를 제외하곤 화장실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5-28 08:5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