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4/10 22:04:07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제목부터 끔찍한 혼종이지요. 본문은 https://kongcha.net/?b=31&n=88830 에 대한 댓글을 달려다가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티타임으로 튕겨나온 글입니다. 혹시 원래 맥락이 궁금하신 분은 위의 링크를 따라 타임라인에 가보시길.


인어공주 아리엘은 인어왕국의 슈퍼 인싸, 인싸계의 사우론, 인싸계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입니다. 인어왕국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으며 누구나 그녀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리엘에게도 남모를 고뇌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외국인 셀럽 에릭. 아리엘은 에릭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매일매일 그의 인싸타그램을 복습하지만, 에릭이 사는 외국은 아리엘이 갈 수가 없는 곳입니다.

답답한 아리엘은 '그래, 외국어 배운다고 유학간다고 하면 아빠가 보내주지 않을까' 싶어서 아빠를 찔러보지만 돈 없다고 혼만 나지요. 그렇게 울적한 가운데 유학 컨설턴트 우르술라가 접근합니다.



우르술라: 내가 유학비 대출을 해주지. 하지만 이건 3일 왕복 비행기표란다. 3일 안에 니가 외국에 가서 에릭을 꼬셔서 결혼해서 영주권까지 따내면 니가 이기는 거고 아니면 너는 대출금의 30000%를 내게 갚아야 하는거야. ㅋㅋㅋㅋ

아리엘: 하지만 전 그나라 말을 하나도 못하는 걸요?

우르술라: 말? 인싸가 되는데 말이 뭐가 중요해? 너는 예쁜 얼굴이 있잖아? 게다가 답답하면 바디 랭귀지를 쓰면 되지.

https://youtu.be/xfkkMHieqcI?t=90

여기서 아리엘은 잠시 고민합니다. 인싸 중의 인싸로 살아온 16년 인생을 되돌아보며 과연 말 한 마디 없이 옆동네 슈퍼인싸를 3일 만에 내 남자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치밀하게 각을 재봅니다. 우르술라 역시 각을 잽니다. 지아무리 인어계의 인싸킹이래도 설마 외국어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이역만리에 빨가벗겨 던져졌는데 그나라 인싸킹을 넘길 수 있겠어? 안돼안돼 ㅋㅋㅋ

여기서 아리엘이 승부수를 던지지요. "되겠는데요? ㅋ"

우르술라는 속으로 'ㅄ ㅋㅋㅋㅋㅋ 되긴 뭐가 돼 ㅋㅋㅋ 각이 나오냐 그게? ㅋㅋㅋ' 하면서 계약서에 도장 찍고 아리엘을 외국으로 던져버립니다.

하지만 우르술라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친구래봐야 뱀장어 두마리가 전부인 아싸였기 때문에 아리엘의 무한한 인싸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리엘은 보통 인싸가 아니었습니다. 최고의 인싸이언 전사들 중에서도 만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 전설의 인싸이언, 초인싸이언이었던 것이지요.

Related image


초인싸이언에게 원래 말 따윈 필요 없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커녕 목소리도 안나오고, 화장빨 옷빨 아무 것도 없어도, 심지어 데이트 중에 포크로 머리를 빗어도 초인싸이언 아리엘은 슈퍼셀럽 에릭을 찍어 넘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르술라는 맘이 넘나 급해졌지요. 말도 안돼. 불가능해. 이럴 순 없는거야. 자기도 잽싸게 성형을 하고 에릭을 넘기러 갑니다. "ㅋㅋㅋ 네년의 인싸력의 비밀은 예쁜 얼굴과 바디 랭귀지야 그렇지? 그것만 있으면 나도 초인싸가 될 수 있어. 게다가 난 외국어로 스몰토크도 잘한다고 아하하하하하하!!!"

하지만 우르술라는 몰랐던 것입니다. 고작 스몰토크나 외모만 가지고는 전설의 전사 초인싸이언을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을. 초인싸이언은 온 우주에게 '모두들, 나에게 조금만 힘을 나눠줘' 챤스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을. 인싸력이 궁극에 이르면 갈메기도 돌고래도 물고기도 물개도 모두 모두 초인싸이언의 무한한 인싸력에 포섭된다는 것을. 아리엘은 두 손을 하늘을 향해 올리고 인기옥(人氣玉)을 모았고, 이 궁극의 필살기 한 방에 우르술라는 무너지고 맙니다.

다시 아리엘의 무구정광대다라닌싸력에 포섭된 에릭은 그녀가 유창하게 스몰토크를 하는 걸 듣고 놀라서 말합니다. '아니, 원래 이렇게 우리말을 잘 했어요? 왜 여태 아무 말도 안했어요?'

아리엘: '어머 에릭, 원래 인싸들은 먼저 친구를 만들고 그 친구에게 말을 배워요. 말을 배운 뒤 친구를 사귀겠다는 건 아싸들이나 하는 발상이지요.'

에릭: '아하! 그랬군요. 내게도 나중에 인어말을 가르쳐줘요.'

...

아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지...

혼란하다 혼란해.

잠시 후 혼자 밥먹으러 갑니다.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4-23 08: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1
  • 두유워나빌더스노맨
  • 홍차넷 인싸력 만렙
  • 인어공주 보고 글쓴이를 알았습니다.
  • 춫천
  • 인싸 싫어
  • 내 인어공주가 인싸일리없어!
  • 어휴 인싸냄새
  • 인어공주의 비밀을 알고나니 예전처럼 볼 수 없겠습니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8 과학. 26 리틀미 16/02/18 9001 16
722 여행이름부터가 북쪽의 땅 - 노르웨이 16 호타루 18/10/28 8971 18
848 일상/생각Routine과 Situation으로 보는 결혼생활과 이혼 38 Jace.WoM 19/08/22 8966 39
445 음악세상은 이런 색을 하고 있었던 걸까 5 틸트 17/06/05 8963 7
366 기타홍차상자 이야기 :) 54 새벽3시 17/02/15 8958 38
759 IT/컴퓨터컴퓨터는 메일을 어떻게 주고 받을까? 13 ikuk 19/01/18 8957 17
830 정치/사회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비용을 찾아서 41 Fate 19/07/10 8955 38
726 꿀팁/강좌홍차넷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2 Cascade 18/11/04 8950 27
62 과학쇠똥구리곤충의 GPS, 밀키웨이 13 눈부심 15/08/26 8942 0
649 문학빨강머리 앤 : 캐나다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12 구밀복검 18/06/16 8934 15
368 기타현실 직시하기, 그것의 어려움 39 은머리 17/02/17 8932 14
808 일상/생각영업사원의 삶이란? 27 배워보자 19/05/26 8919 34
829 경제퀀트는 어떤 일을 하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5 굴러간다 19/07/10 8918 26
446 일상/생각어떤 변호사의 이혼소송에 관한 글을 보고. 11 사악군 17/06/05 8910 26
557 정치/사회온라인 공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상) 84 호라타래 17/12/06 8909 39
615 영화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24 기아트윈스 18/04/10 8905 31
1021 경제내집 마련을 위하는 초년생들을 위한 짧은 팁들 24 Leeka 20/10/21 8888 19
272 게임SKT와 ROX를 보며 97, 98년의 NBA를 떠올리다 (응원글) 14 Vinnydaddy 16/09/28 8871 6
251 기타"국왕" 대신 "국가와 조국" 위해 싸운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8 모모스 16/08/18 8864 3
201 과학쌀, 보리, 밀 이야기 (자화수분-자웅동주식물) 3 모모스 16/05/06 8855 5
22 정치/사회시스템과 부패(corruption) 9 기아트윈스 15/06/11 8851 0
214 과학Re : Re : 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29 고양이카페 16/06/06 8849 10
1223 일상/생각딸아이는 자스입니다. 13 세상의빛 22/07/15 8838 152
810 의료/건강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20 Zel 19/05/30 8838 73
667 여행서울 호우캉스 호텔 결정 로직 43 졸려졸려 18/07/25 8828 15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