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3/04 07:25:56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대영박물관 습격기
안녕하세요, 저는 영쿡에 유배중인 기아트윈스예용. 얼마 전에 우리은행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는 과정에서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세 번 틀리는 바람에 계좌정지를 당했다는 타임라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어요 (베드로야, 너는 공인인증서를 발급 받기 전에 보안카드를 세 번 부인하리라...).

신분증을 지참하고 지점에 오라는데 어떻게 한국까지 가겠어요 -_-;; 그래서 런던지점에 이메일을 보내고, 한국의 제 주거래지점과 삼각 이메일링을 몇 차례 시전한 결과! 제가 런던지점까지만 가서 필요서류를 작성하면 그걸 한국지점에 팩스로 보내주는 형식으로 계좌를 풀어주겠대요.

그래서...갔습니다...론돈!


1.



가는 길에 마침 시작한 SKT vs KT 경기를 보려고 했으나... 고속버스 와이파이는 100메가까지만 지원해준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래서 한참 재밌는 순간에 멈춰버림 ;ㅅ;

어쨌든 런던지점에 무사히 도착해서 계좌 푸는 데 성공! (지점의 본래 업무범위를 벗어난 일임에도 선의로 일을 주선해서 해결해주신 오문경 주임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멀리서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엔 버스비가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도영 4년 만에 처음으로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 가보기로 결정했어요.

2.


위엄 ㄷㄷ해

3.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유물 중 하나인 로제타 스톤 원본이에요. 히야. 횽아가 한창 대항해시대 할 적에 이집트에서 너 찾느라 고생 좀 했었는데... 영국에 있었구나.


4.


집사와 냥이의 끔찍한 혼종들

5.


대통령 각하도 뵙고 (판사님, 이 문장은 위의 고양인간들이 썼습니다.)

6.


고대 앗시리아 제국에서 포로를 잡아가는 모습이래요. 이렇게 잡아온 포로는

7.


이런 문을 통과하며 퍼레이드를 해요.

8.


그리고 황제폐하 앞에 이렇게 끌려와서 목을 뎅강...;ㅅ;

9.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제우스. 머리를 빠개고 나오는 여신이 아테네예요.

10.


고인이 된 판테온.

11.


그리스 군대의 투구 모양이 점점 변하는데... 이거 홍차넷에서 누가 관련된 글 써준 적 있지요? 그거 보고 배웠던 게 새록새록 생각났어요.

12.


타우렌 멱따는 테세우스. 그리스 도자기 그림들 보는 법도 홍차넷에서 배운 건데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13.


페리클레스예요. 사실상의 그리스 민주정 창시자.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보다가 처음 알게 된 양반인데, 거기서 제가 제일 좋아하던 셋째 딸이랑 커플이 되지요 (셋째 맞나? 기억이...). 지금보니 과연 존잘.

14.


2학년 선배가 OT에서 새내기에게 술을 강권하고 있다.

15.


"야 들이 부어!"
사발식을 하는 장면이다.

16.


"새내기들이 아주 빠져가지고 말야... 우리 때는, 어, 어, 사발식을 했다하면 이렇게..."

어휴...-_-;

17.


또다른 앗시리아 유물이에요. 앗시리아 제국의 도시들은 정문을 이렇게 그리핀도르 두마리가 떡하니 지키고 있었대요. 그리고 수문장들이 늘 교대로 지키고 있었구요. 그런데...!!

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굉장히 우연히 발견된 스크래친데ㅋㅋㅋㅋㅋ, 후대의 낙서가 아니라 이 유물이 당당히 서있던 앗시리아시대 당시에 긁어놓은 거래요. 그 정체는 바로.... 보드게임 ㅋㅋㅋㅋ

19.


이게 고대 중근동에서 유행했던 보드게임이래요. 심지어 룰을 적어놓은 설명서 (사진 아래쪽 점토판)도 남아있어요. 가운데가 보드게임 판.

그러니까, 18번 사진은 수문장들이 근무시간에 '야, 심심한데 보드게임 난투나 할까' 하고 월도짓을 하다가 남긴 흔적이지요.

월도의 역사가 못해도 3천년이나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러분. 더욱 당당하고 가열차게 월도하세요!

20.


아프로디테 여신은 왼쪽 종아리가 늘 가려웠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1.


철학자 양반들. 이야... 이거 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친구들인데 직접 보니 반갑네요. 제일 왼쪽은 소크라테스, 제일 오른쪽은 에피쿠로스, 가운데 들은 약간 듣보들 (미안해 친구들아..).

22.


박물관 너무 넓어요... 그리고 도자기는 또 왜이리 많은지. 처음엔 열정적으로 달라붙어서 그림 하나하나 뜯어보고 막 그랬는데 도자기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시간은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휙휙 건너뛰고 말았어요 ㅠ

23.


로마 이전에 이탈리아 반도의 주인이었던 에트루리아인들이 썼던 칼이래요. 비파형동검인지 세형동검인지를 쓰는 걸 보니 환국의 후손임이 틀림 없습니다 (울컥).

24.
오현제 나갑니다.


찌찌파티 하드리아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5.


이건 예루살렘인가에서 나온 건데, 그 유명한 [본디오 빌라도]가 주조한 동전이래요. 오오..

26.


이건 바빌론에서 파온 기록들이래요. 얘들이 왜 중요하냐면, 이게 바빌론의 거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네브카드네자르 2세 (느브갓네살) 때 작성된 문서들이라서 그렇대요. 왕의 이름이 나오는 건 물론 그의 오른팔이었던 Nabu-Sharussu-ukin 이라는 내시장(長)도 나오는데, 그게 구약의 예레미야 39장에 나오는 살스김(Nebo-Sarsekim)이래요.

27.


이게 네브카드네자르 2세 치하의 바빌론 유적 발굴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상상도예요. 가운데 개선문 같은 걸로 끌려온 유대인들이 줄줄이 통과했을거래요. 그렇게 끌려오면서

28.


이런 걸 봤을 게 분명하구요. 뭔가 그 때 사람들과 역사의 한 장면을 공유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요상했어요.

29.


일본관과 한국관도 있었어요. 이건 일본관에서 전시중인 데즈카 오사무.

30.


이건 한국관에 지어놓은 사랑방



대충 이런식으로 4시간 가량 정신없이 돌고나니 거의 다 커버가 됐어요. 물론 초반에만 열심히 구경하고 나중엔 주마간산이었지만요. 작정하고 구경하려면 넉넉히 이틀 잡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뭘 느꼈느냐 물으신다면.

<1> 중근동에서 많이도 훔쳐왔다 -_-

<2> 한국/일본은 반대로 제발 우리 물건도 전시해달라고 각종 재단에서 돈을 출연해서 강제로 한국/일본관을 만들었다. 한/일이 서방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다.

<3> 복마전인 걸 알면서도 서방세계가 자꾸 중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중 하나는 그곳이 성서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이나 바빌론, 니네베, 알렉산드리아 같은 곳을 발굴하면서 19세기~20세기 박물학자/고고학자들은 얼마나 흥분했을까.

<4> 이게 다 공짜임 'ㅅ' 여왕폐하 만세.


-끗-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3-13 09:2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1
  • 아주 풍부하고 좋은 내용으로 감동받았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2 의료/건강산후우울증에 대한 소고 21 Obsobs 16/02/12 6707 7
216 일상/생각회한 22 nickyo 16/06/10 6717 11
764 체육/스포츠슈퍼볼 53(Super Bowl LIII) 프리뷰 (약스압) 5 Fate(Profit) 19/02/02 6721 11
740 일상/생각엑셀에 미쳤어요 24 Crimson 18/12/03 6722 27
198 기타커피 이야기 - Caffeine (리뉴얼버전) 15 모모스 16/04/29 6725 3
590 일상/생각자아비판 - 커뮤니티의 유혹 7 epic 18/02/09 6725 18
411 정치/사회쓰리네요 18 tannenbaum 17/04/14 6731 16
835 체육/스포츠파퀴아오-서먼 : Who will be resurrected? 5 Fate(Profit) 19/07/21 6732 27
106 문학[2015년 노벨문학상]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여성은 전쟁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16 다람쥐 15/11/01 6733 11
178 사진봄, 그리고 벚꽃 (10장) 14 다시한번말해봐 16/03/29 6733 7
620 일상/생각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26 탐닉 18/04/22 6734 25
1007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3 rustysaber 20/09/20 6734 25
881 기타낭만적 사랑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 24 호라타래 19/10/29 6736 20
222 일상/생각브렉시트 단상 27 기아트윈스 16/06/25 6737 9
379 문화/예술대영박물관 습격기 33 기아트윈스 17/03/04 6737 11
135 일상/생각더 힘든 독해 35 moira 15/12/29 6748 13
495 기타국제법이 헌법보다 위에 있을까? 8 烏鳳 17/08/16 6750 12
671 여행후지산 산행기 13 하얀 18/07/28 6761 28
817 과학0.999...=1? 26 주문파괴자 19/06/14 6765 19
914 일상/생각멘탈이 탈탈 털린 개인카페 리모델링 후기 51 swear 20/01/23 6772 32
630 문화/예술때늦은 <라이프 오브 파이> 리뷰 14 자일리톨 18/05/10 6774 18
933 역사인도에 대하여 7 Fate(Profit) 20/03/13 6780 20
550 역사아우슈비츠로부터의 편지 11 droysen 17/11/20 6795 18
541 음악Cool Jazz - 그대여, 그 쿨몽둥이는 내려놓아요. 4 Erzenico 17/11/07 6796 7
52 정치/사회착한 사람을 잡아먹는 착한 사람들 13 nickyo 15/07/27 6806 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