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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12/10 20:38:33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면접으로 학부신입생 뽑은 이야기 |
안녕하세요, 영길리(英吉利)국 어드메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기아트윈스라고합니다. 모국의 동지여러분께서 월급 훔쳐먹으며 국회방송 보느라 여념이 없으신 가운데 전 오랜만에 밥값을 했어요. 그거슨 신입생 면접, 두구두구둥. 1.개요 신입생 선발에는 여러가지 평가항목들이 있어요. 현재 제가 다니고있는 곳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수능 + 추천서 + 자소서 + 면접]인데, 추천서랑 자소서는 면접관들이 읽어보지도 않았고 (...) 그나마 수능은 그냥 A등급(한국기준 1등급 정도?)만 받으면 땡이니 실제로 모든 건 면접에서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어요. 지원자들을 교수 하나당 6~8명 정도로 맞춰서 배분하면 각 교수가 자기 파트너 (주로 자기가 지도하는 박사과정생 중 하나)랑 같이 2:1로 이 때 영 지원자들이 맘에 안들어서 자기 쿼터만큼 못뽑았으면 다른 교수에게 바로 전화해서 "님이 탈락시킨 애들 중에 좀 아깝다 싶은 애들 있으면 좀 이쪽으로 보내줘봐. 난 다 꽝이야." 라고 합니다. 그럼 걔들을 또 30분씩 면접을 봐서 뽑을까 말까 결정하지요. 그래서 어떤 지원자들은 그날 하루만 30분씩 세 번 털리기도하고 그러더라구요. 저랑 이야기한 친구들 보니까 막 긴장해서 손에 땀이 흥건하고 그러던데 개불쌍. 2. 어떻게 갈구는가 일단 면접 전에 학생들에게 뭔가를 줘요. 어떤 교수는 짧은 글을 나눠주고 그걸 읽고온 후에 거기에 대해 대화를 진행하는 식으로 면접을 보는 반면 다른 교수는 지원자 개인이 가장 관심 있는 "토픽"을 하나 골라오라고 시켜서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저나 제 지도교수 쌤이나 크게 보면 중국사 전공이라 얼라들한테 중국사에 관해서 아무거나 골라오라고 했더니 대개 대약진운동이니 문화대혁명이니 하는 걸 골라오더군요. 물론 얼라들이 뭘 골라오든... 탈탈 털립니다 ;ㅅ; 어쩌겠어요. 수준차이가 엄청 나는 걸요. 대개 자기들이 골라서 공부해온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시각이 단조롭고 서술이 뭉툭해요. 그런 부분이 나올 때마다 면접관은 '그거 정말 그래?' 라는 식으로 찌르고 들어가지요.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중국의 고전들을 보면 중국인의 심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바로 '그럼 플라톤을 읽으면 유럽인의 심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고 반문했고,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중국 인민들은 마오를 불신하기 시작했고...'라고 이야기하자 '네가 광동성의 농촌에서 대약진운동의 실패를 경험한 농민이라고 생각해봐. 거기서부터 베이징까지 가는 것보다 로마에서 런던까지 가는 게 더 빠를걸? 맛폰도 인터넷도 없는 시대인데 과연 농민들은 마오가 이 일에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지 알고는 있었을까?' 라고 갈궜어요. 3. 왜 갈구는가 우리의 목표는 털어서 내다 버리는 게 아니라 신나게 턴 다음에 주워서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터는 와중에 계속해서 탈출구를 줘요. 대약진운동 운운한 친구에겐 불만의 주체가 실은 중국 공산당 최정상급 간부들이었고, 실제 농민들은 중앙은 보다는 지방정부에 대해 아주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문화대혁명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마오에 대한 민중의 직접적 불만이라기보단 바로 공산당 정상층에서 발생한 내부갈등임을 자각하게끔 하려고 했어요. 중국 고전 이야기를 한 친구에겐 플라톤과 현대 서구인의 세계관 사이에 별 접점이 없으며, 있다해도 그것은 끽해야 19세기 이후에 발굴/재구성된 것임을 알게 하고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중국 고전과 현대 중국인 간의 관계를 바라보게끔 하려고 했지요. 물론 두 후보 모두 이런 유도과정을 잘 따라오지 못하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관한 아이디어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유래한 것으로...' 같은 헛소리를 하다가 장렬히 탈락했지만요 ;ㅅ; 물론 탈출구를 잘 잡은 친구들도 있었어요. 한 친구는 청조의 '사실상' 마지막 지도자인 서태후에 대해서 조사해왔는데 서태후의 집권과정과 비판점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당시 세계 정세와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 (연합군의 북경점령->궁궐소실->이화원건설), 여기서 젠더문제는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는지 (왕조 몰락시 왕가의 여인 중 하나가 비난 몰빵을 맞는 현상)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지요. 그래서 살살 유도를 했는데 민첩하고 유연하게 잘 따라오더라구요. 이 친구는 성격이 아주 좋고 말도 시원하게 잘해서 수능 성적에 조금 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뽑으려고 했어요. 다른 교수가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 자기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그양반에게 뺏겨버렸지만요. 쌤이 무척 아쉬워하심. 4. 누가 붙는가 스펙 같은 건 별 의미가 없어요. 누구는 시골의 영세한 공립학교에서 오고 누구는 헉소리나는 무시무시한 사립학교에서 오지만 2:1로 30분간 압박축구를 하고 나면 밑천이 금방 드러나니까요. 어떤 친구는 실제로 집안이 무척 가난해서 이런저런 보조를 받아가며 영세한 동네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수능성적조차 좋지 못했어요. 그런데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실제로 매우 영민한 아이이며,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으면 훨씬 좋은 성적을 냈을 것임이 분명해보였어요. 그 친구 면접이 끝난 후에 쌤이 하는 말이 "방금 30분간 걔가 똘똘한 학생처럼 보이려고 연기했던거라면 당장 오스카를 줘야해." 라더군요. 반면 어떤 학생 하나는 준비가 잘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특별하지 않았어요. 면접의 다른 부분들은 무난하게 해냈지만 정작 "왜 중국학을 전공하려고 해?" 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어요. 뭔가 장황하게 이야기하긴 했는데 이건 그럴싸한 포장이요, 실제로는 그냥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게 보였어요. 쌤은 "방금 걔는 여기서 4년간 한자 왼다고 죽쑤느니 그냥 다른 데 가서 비즈니스나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라는 촌평을 남기고 "탈락!" 그런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덮어 놓고 무조건 붙여야하는 천재도 있어요. 구사하는 언어의 수준이 황홀하고, 관심의 폭과 깊이가 경이적이며, 주제를 탐구하는 태도가 매우 분석적(analytical)이고, 이바닥에서 30년을 구른 교수가 작정하고 갈구려고 덤비는데도 때론 반문을 하거나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함으로써 순간순간 자신의 이해의 지평을 넓혀가더라구요. 스텝이 무슨 무하마드 알리인줄. 그 친구 면접 끝나고나서 제가 다 기가 죽어서 "쌤, 쟤 너무 무서워 (intimidating). 쟤랑 나랑 학부생자리 하나 놓고 경쟁하면 내가 질 거 같은데?" 라고 하니 쌤이 웃으면서 "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낄낄." ㅠㅠ 립서비스로라도 '아냐, 난 그래도 널 뽑을 거야' 같은 걸 기대했는데. 매정한 양반.... 5. 특이 합격자 한 명이 자기는 한국문화 팬이라는 말을 했어요. 쌤은 그 중에 뭘 좋아하냐고 물었고 그친구는 최근에 봤던 [W]라는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했지요. 쌤은 대강 듣더니 "야 근데, 만화랑 현실을 오가는 설정 말야. 그거 너무 복잡하지 않니? 왜 그냥 이야기를 풀지 않고 같은 주제를 그렇게 판타지라는 형식을 빌려서 했을까? 구성을 복잡하게하면 시청자들이 이해하는 데 더 어려울 수도 있지 않겠어?"라는 거예요. 근데 어버버 대답을 잘 못하더라구요. "글쎄요, 그쪽이 더 재밌으니까?" 같은 말이나 하고. 쌤이 원했던 답은 실은 대개의 판타지는 현실의 반영이요 풍자다. 스타워즈는 배경만 우주SF지 실제론 죄다 미국 사회 이야기일 뿐이다. 판타지라는 껍데기를 쓰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자유롭게 무언가를 말하고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뭐 이런 거였어요. [W]가 그런 거랑은 거리가 먼 작품이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이 친구는 이 질문에 발목이 잡혀서 거의 10~15분을 고생했어요. 그래서 쌤은 이 친구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거의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데 면접 종료 3분이 남은 상황, 쌤이 추가로 할 질문이 없나 찾아보려고 이 친구 서류를 이리저리 들추다가 보니 수능과목으로 음악(Music)을 골랐더라구요. 그래서 음악 이야기나 해보라고 했더니 웬걸!? 기적이 일어났어요. 청산유수인거예요. 본인이 피아노를 오래 쳤는데 특히 쇼스타코비치 같은 걸 좋아한대요. 그래서 쇼스타코비치 이야기를 하는데 이해도가 아주 좋았어요. 자신이 그의 곡들을 치면서 그 속에서 작곡가의 스탈린주의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느꼈는지 이렇게저렇게 설명을 하는데 참 괜찮더라구요. 이 친구는 중국사에 대한 식견도 높지 않았고, 한국 드라마 분석에도 실패했는데, 쇼스타코비치 하나로 발전가능성을 인정받고 최종적으로 붙어버렸어요. 사실 면접 내내 갈굼도 많이 당하고 본인 스스로도 자기가 헤맨 걸 알고서 죄송하다는 말을 수차례 하고 갔는데, 그래서 필시 떨어졌을 거라고 집에서 울고있을 것 같은데, 합격통보 받으면 얼마나 기뻐할른지 모르겠어요. 내년에 만나면 물어보려구요 ㅎㅎ 6. 그리고... 지원자 8명 중 7명이 여자였고, 이 중 4명이 K-Pop 팬이었어요. 그것도 그냥 팬 수준이 아니라 자기 지원서에 "한국빠가 된 것이 중국학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쓸 만큼 열혈 팬이었던 거예요. 한글을 써보라는 요구에 자신있게 종이에 "안녕하세요 XXX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라고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수준. 그럴 때마다 쌤은 절 가리키면서 ["야야, 얘도 코리안이다? 근데 너네가 좋아하는 보이밴드처럼 안 생겼지? 이쪽이 현실이야 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놀림. 지원자들도 그냥 막 웃음. ![]() 니네 그러는 거 아냐.... 다 두고보자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12-19 09:33)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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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학생을 뽑아야 해요! 우리 학교는 질문 하나 던져놓고 그거에 대답 잘 했으면 합격시켜줬다능..ㅠㅠ
패러데이의 법칙이 뭐냐를 물어보고 거기에 대답 잘 하면 그냥 붙여줬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그렇게 뽑혔다능..(??) 그 질문 던져준 교수님이 4학년 졸업작품 만드는 class에서 지도교수님이었었는데, 그 졸업작품 다 만들고 그 class의 학생들과 그 교수님이 뒷풀이로 고깃집에 가서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학교에 이런 식으로 붙었다, 참 운 좋게 들어왔다, 했더니 그 교수님이 "사실 그 질문 내가 던진거야 ㅋㅋ... 더 보기
패러데이의 법칙이 뭐냐를 물어보고 거기에 대답 잘 하면 그냥 붙여줬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그렇게 뽑혔다능..(??) 그 질문 던져준 교수님이 4학년 졸업작품 만드는 class에서 지도교수님이었었는데, 그 졸업작품 다 만들고 그 class의 학생들과 그 교수님이 뒷풀이로 고깃집에 가서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학교에 이런 식으로 붙었다, 참 운 좋게 들어왔다, 했더니 그 교수님이 "사실 그 질문 내가 던진거야 ㅋㅋ... 더 보기
저렇게 학생을 뽑아야 해요! 우리 학교는 질문 하나 던져놓고 그거에 대답 잘 했으면 합격시켜줬다능..ㅠㅠ
패러데이의 법칙이 뭐냐를 물어보고 거기에 대답 잘 하면 그냥 붙여줬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그렇게 뽑혔다능..(??) 그 질문 던져준 교수님이 4학년 졸업작품 만드는 class에서 지도교수님이었었는데, 그 졸업작품 다 만들고 그 class의 학생들과 그 교수님이 뒷풀이로 고깃집에 가서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학교에 이런 식으로 붙었다, 참 운 좋게 들어왔다, 했더니 그 교수님이 "사실 그 질문 내가 던진거야 ㅋㅋㅋ" 하셔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사실 패러데이의 법칙이 아니었더라도 고딩 물리 수준의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다 대답할 수 있었을 것임!
그리고 사람들은 자꾸 재능 vs 노력 하면서 "재능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재능이 있어도 노력 안 하면 소용없어" 뭐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올바른 공부의 방향을 알고' '마땅히 내 머릿속에서 궁금한 것/궁금해야 하는 것이 질문으로 던져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보곤 하는' 것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해요. 이것을 위해서 재능이 필요할 수도 있고,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의 IQ는 소수의 아웃라이어가 아닌 이상 다 거기에서 거기입니다. 또 노력은 무슨 만화에서 기합 넣듯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는 오래 못 가요. 스스로 공부를 재밌게 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것을 찾고 거기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하면서 자신이 보완해야 할 점을 끊임없이 외부의 input을 참고해서 바꾸어나아가야 해요. 외부와 소통하지 않으면 공부의 방향을 이상하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학생이 이렇게 올바른 공부의 태도를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론을 잘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학부모와 선생님들과 교육시스템의 힘이죠.
결국 이 시험이 요구하는 것도 "마땅히 어느 영역을 공부하다보면 필연적으로 궁금해야 할 것들을 알고, 그 궁금한 점에 대해 스스로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질문-답을 해볼 수 있느냐" "어설프게 아는 추상적인 것을 얼마나 구체화시킬 기량/태도를 가지고 있느냐?" "어떤 생각을 할 때 그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그것을 음미하고 검토할 수 있느냐?" 결국 이 능력을 주되게 묻는 것 아니겠어요? 질적 연구방법을 알면 여기에 vital하게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패러데이의 법칙이 뭐냐를 물어보고 거기에 대답 잘 하면 그냥 붙여줬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그렇게 뽑혔다능..(??) 그 질문 던져준 교수님이 4학년 졸업작품 만드는 class에서 지도교수님이었었는데, 그 졸업작품 다 만들고 그 class의 학생들과 그 교수님이 뒷풀이로 고깃집에 가서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학교에 이런 식으로 붙었다, 참 운 좋게 들어왔다, 했더니 그 교수님이 "사실 그 질문 내가 던진거야 ㅋㅋㅋ" 하셔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사실 패러데이의 법칙이 아니었더라도 고딩 물리 수준의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다 대답할 수 있었을 것임!
그리고 사람들은 자꾸 재능 vs 노력 하면서 "재능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재능이 있어도 노력 안 하면 소용없어" 뭐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올바른 공부의 방향을 알고' '마땅히 내 머릿속에서 궁금한 것/궁금해야 하는 것이 질문으로 던져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보곤 하는' 것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해요. 이것을 위해서 재능이 필요할 수도 있고,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의 IQ는 소수의 아웃라이어가 아닌 이상 다 거기에서 거기입니다. 또 노력은 무슨 만화에서 기합 넣듯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는 오래 못 가요. 스스로 공부를 재밌게 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것을 찾고 거기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하면서 자신이 보완해야 할 점을 끊임없이 외부의 input을 참고해서 바꾸어나아가야 해요. 외부와 소통하지 않으면 공부의 방향을 이상하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학생이 이렇게 올바른 공부의 태도를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론을 잘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학부모와 선생님들과 교육시스템의 힘이죠.
결국 이 시험이 요구하는 것도 "마땅히 어느 영역을 공부하다보면 필연적으로 궁금해야 할 것들을 알고, 그 궁금한 점에 대해 스스로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질문-답을 해볼 수 있느냐" "어설프게 아는 추상적인 것을 얼마나 구체화시킬 기량/태도를 가지고 있느냐?" "어떤 생각을 할 때 그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그것을 음미하고 검토할 수 있느냐?" 결국 이 능력을 주되게 묻는 것 아니겠어요? 질적 연구방법을 알면 여기에 vital하게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문/이과가 다를 수도 있단 생각도 들고, 변론술 가지고 사람 차별하는 유구한 소피스트 전통이란 생각도 들고 (이 말 들으면 쌤이 뒷목 잡으실 듯;;), 서양문화는 말>>넘사벽>>글이라는 데리다의 폭로도 생각나고...
그런데 사실 학문 연구에 뛰어날 얼라들은 눌변이어도 티가 나요. 뭐랄까, 똑같이 노래를 못불러도 누구는 구제불가능인 반면 누구는 성량이 좋고 박자는 딱딱 맞춘다면 단연 후자가 훌륭한 원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이양반이 저 붙여줄 당시엔 말보단 글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너 말 잘... 더 보기
그런데 사실 학문 연구에 뛰어날 얼라들은 눌변이어도 티가 나요. 뭐랄까, 똑같이 노래를 못불러도 누구는 구제불가능인 반면 누구는 성량이 좋고 박자는 딱딱 맞춘다면 단연 후자가 훌륭한 원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이양반이 저 붙여줄 당시엔 말보단 글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너 말 잘... 더 보기
문/이과가 다를 수도 있단 생각도 들고, 변론술 가지고 사람 차별하는 유구한 소피스트 전통이란 생각도 들고 (이 말 들으면 쌤이 뒷목 잡으실 듯;;), 서양문화는 말>>넘사벽>>글이라는 데리다의 폭로도 생각나고...
그런데 사실 학문 연구에 뛰어날 얼라들은 눌변이어도 티가 나요. 뭐랄까, 똑같이 노래를 못불러도 누구는 구제불가능인 반면 누구는 성량이 좋고 박자는 딱딱 맞춘다면 단연 후자가 훌륭한 원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이양반이 저 붙여줄 당시엔 말보단 글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너 말 잘하는 건 알겠는데 글을 잘 쓸지는 모르겠다. 학계는 글써서 싸우는 곳이므로 네가 석사논문을 써서 그게 몇 점 이상 받을 정도로 글빨을 인정받으면 붙여줄께 뭐 이런 식으로 컨디션을 줬었지요. 아마 학계 죽돌이가 될 애들(박사과정생) 뽑을 때랑 졸업해서 학계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 애들 (학부생) 뽑을 때랑 다른 기준을 적용한 건 아닌가 싶기도해요.
그런데 사실 학문 연구에 뛰어날 얼라들은 눌변이어도 티가 나요. 뭐랄까, 똑같이 노래를 못불러도 누구는 구제불가능인 반면 누구는 성량이 좋고 박자는 딱딱 맞춘다면 단연 후자가 훌륭한 원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이양반이 저 붙여줄 당시엔 말보단 글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너 말 잘하는 건 알겠는데 글을 잘 쓸지는 모르겠다. 학계는 글써서 싸우는 곳이므로 네가 석사논문을 써서 그게 몇 점 이상 받을 정도로 글빨을 인정받으면 붙여줄께 뭐 이런 식으로 컨디션을 줬었지요. 아마 학계 죽돌이가 될 애들(박사과정생) 뽑을 때랑 졸업해서 학계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 애들 (학부생) 뽑을 때랑 다른 기준을 적용한 건 아닌가 싶기도해요.
투명성이라.... 헌데 면접이란 게 끝내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면접관 각자가 정직하게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아놔도 나중에 그 결과물을 모아놓고 보면 숨어있는 바이어스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컨대 면접관들이 평균적으로 이성 학생이나 특정인종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든가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실제로 저희 학교도 학부생 레벨에서 흑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적은데 이게 문제가 돼서 한바탕 논란이 됐던 적이 있어요. 면접관이 백인 지원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요 이러저러하게 하라는 '지침'이 있... 더 보기
실제로 저희 학교도 학부생 레벨에서 흑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적은데 이게 문제가 돼서 한바탕 논란이 됐던 적이 있어요. 면접관이 백인 지원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요 이러저러하게 하라는 '지침'이 있... 더 보기
투명성이라.... 헌데 면접이란 게 끝내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면접관 각자가 정직하게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아놔도 나중에 그 결과물을 모아놓고 보면 숨어있는 바이어스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컨대 면접관들이 평균적으로 이성 학생이나 특정인종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든가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실제로 저희 학교도 학부생 레벨에서 흑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적은데 이게 문제가 돼서 한바탕 논란이 됐던 적이 있어요. 면접관이 백인 지원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요 이러저러하게 하라는 '지침'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면접관들이 대놓고 인종주의자였냐하면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면접을 해놓고 결과를 모아보니 그렇게 나와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을 때는 공정한지 불공정한지 같은 건 아예 신경 안쓰고 오직 결과의 유효성만을 따지겠다는 자본주의적인 자세? 배짱? 책임감? 같은 게 필요해요. 주관적이든 뭐든 모르겠고 그냥 적임자를 뽑으면 우리가 흥하는 거고 못하면 우리가 망하는 거라는 식의 자세. 그래서 그렇게 불투명하다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에서 사람 뽑을 땐 다 면접보잖아요?
영국 대학에서 면접으로 학부생을 뽑는 데도 투명성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영국사회가 한국사회보다 투명해서라기보단 '대입'이 영국사회에서 점하는 위치가 한국과 판연히 달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이곳 대학 진학률은 고작 40%대 후반에 불과해요. 그나마도 15년 전엔 40%를 밑돌다가 지금은 이만큼 올라온거라고 하구요. 가는 사람보다 안가는 사람이 많다보니 여기 대학은 한국 대학과는 조금 다르고... 어떻게 보면 한국 기업과 비슷한 데가 많아요. 그냥 뭐... 학교들이 각자 서로 자기 학교를 더 흥하게 해줄 (직원)학생들을 뽑는데 혈안이 되어있고, 그러다보니 공정하건 뭐건 면접과정을 중시하고, 외부장학금 받아오면 어서옵쇼하고 받아주고, 당연히 기여입학도 받고, 등등.
만약 영국의 대학진학률이 한국수준 (80%전후)까지 올라올정도로 사회가 급변하게된다면, 그래서 '대입'이 갖는 위상이 한국처럼된다면. 아마 영국대학들도 면접제도에대해 다시 생각하게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희 학교도 학부생 레벨에서 흑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적은데 이게 문제가 돼서 한바탕 논란이 됐던 적이 있어요. 면접관이 백인 지원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요 이러저러하게 하라는 '지침'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면접관들이 대놓고 인종주의자였냐하면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면접을 해놓고 결과를 모아보니 그렇게 나와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을 때는 공정한지 불공정한지 같은 건 아예 신경 안쓰고 오직 결과의 유효성만을 따지겠다는 자본주의적인 자세? 배짱? 책임감? 같은 게 필요해요. 주관적이든 뭐든 모르겠고 그냥 적임자를 뽑으면 우리가 흥하는 거고 못하면 우리가 망하는 거라는 식의 자세. 그래서 그렇게 불투명하다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에서 사람 뽑을 땐 다 면접보잖아요?
영국 대학에서 면접으로 학부생을 뽑는 데도 투명성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영국사회가 한국사회보다 투명해서라기보단 '대입'이 영국사회에서 점하는 위치가 한국과 판연히 달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이곳 대학 진학률은 고작 40%대 후반에 불과해요. 그나마도 15년 전엔 40%를 밑돌다가 지금은 이만큼 올라온거라고 하구요. 가는 사람보다 안가는 사람이 많다보니 여기 대학은 한국 대학과는 조금 다르고... 어떻게 보면 한국 기업과 비슷한 데가 많아요. 그냥 뭐... 학교들이 각자 서로 자기 학교를 더 흥하게 해줄 (직원)학생들을 뽑는데 혈안이 되어있고, 그러다보니 공정하건 뭐건 면접과정을 중시하고, 외부장학금 받아오면 어서옵쇼하고 받아주고, 당연히 기여입학도 받고, 등등.
만약 영국의 대학진학률이 한국수준 (80%전후)까지 올라올정도로 사회가 급변하게된다면, 그래서 '대입'이 갖는 위상이 한국처럼된다면. 아마 영국대학들도 면접제도에대해 다시 생각하게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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