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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20 18:35:26
Name   Eneloop
Subject   (잡문) 문학에서의 \'부사\' 사용
안녕하세요. Eneloop라고 합니다.
취미로 잡문을 씁니다.

홍차넷에는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앞으로 문학, 혹은 문학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잡담들을 늘어놓아볼까 합니다.
근래에는 외피가 점점 줄어들어 개인적인 잡문밖에 쓰지 않게 되었기에, 이년 전 작성했던 가벼운 잡문을 하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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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의 ‘부사’ 사용

  문학동네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이름은 “문학 이야기”. 진행자는 흠잡을 데 없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이다. 그의 책 <몰락의 에티카>와, <라이프 오브 파이>, <케빈에 대하여>에 대한 영화평들은 적지 않은 감명을 선사했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이 꽤나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형철은 인간의 말과 행동이 형편없는 불량품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들이 통제를 벗어나고, 엇나가기 때문에 문학이 불가피하다 이야기한다. 시인들은 말들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그 실패를 끊임없이 곱씹는 사람들이며, 소설가들은 “인간의 행동이 통제불능”이기 때문에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려는 자들이다. 그들은 문학을 통해서 인간이 무엇을 말할 수 있고/없고, 무엇을 행할 수 있는지/없는지 곱씹는다.(<몰락의 에티카>) 이에 따르면, 문학은 “정확하게 말하기 위한”것이다.
  팟캐스트에서 신형철은 다이나믹 듀오와 신동엽의 예를 들면서 문학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다이나믹 듀오가, 신동엽에게 “자주 보자”고 이야기하자, 신동엽은 “우리 바쁜데 어떻게 자주 보겠냐. 그러지 말고, 우리 가끔씩 오래 보자”고 이야기를 했단다. 이런 것이 정확한 말하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문학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말을 한다. 이어서 신형철은 “부사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문학은 부사의 사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면서, “어떤 문학가가 부사를 사용하는걸 보고, 내심 실망했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너무”, “엄청”, “굉장히”와 같은 부사는 분명히 발화자가 목표하는 지점을 흐려버린다. ‘엄청 대단한 것’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너무 아름답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아름다운 것인가? 신형철은, 정확함이란 “대체불가능한 상태”라 이야기한다. 정확하게 표현을 위해서는 부사를 버리고 묘사 혹은 비유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신형철의 말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지점이 존재한다. 문학이 가 닿아야 하는 지점은, 각 문장의 정확함에 존재하지 않고, 텍스트 전체의 정확함에 존재한다. 후자를 이뤄내기 위해서 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확하지 않은 세상을 담아내기 위해서 나는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표현들, 정확하지 않은 문장의 사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생각한다. ‘부사의 사용’을 줄이고, 묘사와 비유를 통해 정확하게 말하려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비루하게 쏟아 내뱉는 일상어들의 층위를 수용자들에게 비춰야 할 때는, 부정확한 일상어를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대체불가능함'이란 '객관성'에 대한 환상과 별다를게 없지 않을까.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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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6-25 14:1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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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사를 버리고 묘사를 하라는 말을 저도 읽은 기억이나는데요. 가벼운 꿀밤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들 말 들어보면 막 뭐이런 부사로 자기말에 긴장감을 더하잖아요.유치하지만 부사를 생략하면 글쓴이의 케릭터가 잘 안드러나요.
    성경의 마가복음은 성격급한 베드로가 구술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곧이라는 부사가 많이 나옵니다 같은 장면의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요.
    성경이 신의 말씀이 맞다면 신도 용인하는게 그거거든요.
    예수께서 막 하시니라 뭐 이러면 곤란하겠지만요.
    Eneloop
    그렇죠. 역시 \'꿀밤\'정도, 그러니까 굳이 지키지는 않더라도 어느쪽을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채찍질같은거겠죠.
    내심 이해는 하면서도 \'부사\'를 써서는 안된다는 말 자체에 천착하여 괜히 꽁해져서 써봤던 글입니다.

    마가복음에 부사가 많이 쓰여졌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막 \"저들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막 이러면서 \"저들은 저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매우 크게 말씀하셨어요.
    뭐 이런거 생각해보니 웃기긴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눈은 역시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들이 권투글러브처럼 뭉퉁해진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언어의 힘은 적절과 적실함으로 무장하여 촌철살인해야 제 맛인데, \'강도\'만을 강조하는 표현은 상대를 배려치않은 폭력성을 배태하기 마련이지요.
    한편으로는 이런 힘을 기르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한 훈련이 필요한 일인텐데, 그의 언어가 부박함은 곧 그의 지성이라 아니할 수 없겠지요.
    뉘신지 궁금하고, 묻지 않은 것이 예의인 것을 알고는 있으나, 언젠가는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리라 다짐해봅니다.... 더 보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눈은 역시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들이 권투글러브처럼 뭉퉁해진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언어의 힘은 적절과 적실함으로 무장하여 촌철살인해야 제 맛인데, \'강도\'만을 강조하는 표현은 상대를 배려치않은 폭력성을 배태하기 마련이지요.
    한편으로는 이런 힘을 기르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한 훈련이 필요한 일인텐데, 그의 언어가 부박함은 곧 그의 지성이라 아니할 수 없겠지요.
    뉘신지 궁금하고, 묻지 않은 것이 예의인 것을 알고는 있으나, 언젠가는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리라 다짐해봅니다. 크크크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는 저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약간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는 언젠가 게시판을 통해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아껴두겠습니다.
    Eneloop
    저는 딱히 내로라할만한 사람이 아닌 터라 \'정체를 밝히겠다\'는 말씀에 되레 부응하지 못할까 두렵군요.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자주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무게를 키우지 않은 상태로요.
    글쓰기가 즐거워야 하는데 요새는 무겁다는 생각만 들곤 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막\' 써보려 합니다. 허허.
    王天君
    좋은 표현이네요
    파란아게하
    말씀하시는 내용에 동의합니다.
    가장 위대한 문학이란 것이 \'티 없이 완벽하여, 상스런 대중과는 동떨어져 있는 어떤 것\'은 아니겠지요.
    Eneloop
    의견 감사합니다.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감탄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문학의 언어가 너무 정제되어 현실과 유리되어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교열도 하지 않아 틀린 맞춤법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10대-20대 작가의 쓴 인터넷 소설(...)이나
    라이트노벨, 혹은 투명드래곤류(...)의 판타지 소설, 야설(...)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여러가지 글들 역시
    복잡한 인간의 층위를 보여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술성은 물론 논외로 해야겠죠.

    사람들의 생각이 참 제각각이구나.
    세상은 참으로 ... 더 보기
    의견 감사합니다.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감탄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문학의 언어가 너무 정제되어 현실과 유리되어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교열도 하지 않아 틀린 맞춤법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10대-20대 작가의 쓴 인터넷 소설(...)이나
    라이트노벨, 혹은 투명드래곤류(...)의 판타지 소설, 야설(...)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여러가지 글들 역시
    복잡한 인간의 층위를 보여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술성은 물론 논외로 해야겠죠.

    사람들의 생각이 참 제각각이구나.
    세상은 참으로 넓고 인간은 참으로 다양하구나.
    여기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세상을 살기가 힘들겠구나.
    그런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darwin4078
    부사는 사과의 일종으로 맛있... 이게 아니지...;;;

    부사를 쓰면 문장이 편해지지만, 소설가, 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문장 다루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부사를 남용하는 건 직무유기 아니냐...
    뭐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들은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소개팅때 들었나...;;;

    신형철씨의 말은 시인과 소설가는 언어 사용의 전범이 되어야 한다는, 좀 빡빡한 의미로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글 자주 써주세요.
    기아트윈스
    그래서 예뻤나요?
    darwin4078
    예쁘니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지 않겠습니까...
    마르코폴로
    그 기억 삽니다.
    Eneloop
    물론 부사는 맛있습니다. 하나 먹고 싶어지네요.
    말씀이 맞습니다.

    [몰락의 에티카]에서 한구절 옮겨봅니다.
    말은 미끄러지고 행동은 엇나간다. 말에 배반당하기 때문에 다른 말들을 찾아헤매는 것이 시인이다. 시인들은 말들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그 실패를 한없이 곱씹는다. 그 치열함이 시인의 시적 발화를 독려한다. 한편 행동이 통제 불능이라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려는 자들이 소설가다. 소설가들은 법과 금기의 틀을 위협하는 선택과 결단의 순간을 창조하고 그 순간이 요구하는 진실을 오래 되새... 더 보기
    물론 부사는 맛있습니다. 하나 먹고 싶어지네요.
    말씀이 맞습니다.

    [몰락의 에티카]에서 한구절 옮겨봅니다.
    말은 미끄러지고 행동은 엇나간다. 말에 배반당하기 때문에 다른 말들을 찾아헤매는 것이 시인이다. 시인들은 말들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그 실패를 한없이 곱씹는다. 그 치열함이 시인의 시적 발화를 독려한다. 한편 행동이 통제 불능이라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려는 자들이 소설가다. 소설가들은 법과 금기의 틀을 위협하는 선택과 결단의 순간을 창조하고 그 순간이 요구하는 진실을 오래 되새긴다.

    언어는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생업 수단 이상의 것이겠죠. 매일같이 갈고닦아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 없을 것입니다.
    기아트윈스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부사 사용에 대한 비슷한 주장을 하는 글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블로거는 부사를 사용하지 않는 미덕의 화신 같은 존재로 김훈을 꼽더군요. 적잖이 공감하면서도 한 편으론 [막] 수긍하고 그럴 수는 없었던 게, 의식 없이 던져대는 난사쟁이와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글쓰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잘 벼려낸 부사를 사용하는 이들은 다를 테니까요.

    총포가 난무하는 현대전에서도 무술훈련이나 총검술이 아직 의미가 있는 건, [꼭] 그게 아니면 안 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Eneloop
    그렇죠. 부사의 사용은 언어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모호함 자체가 때로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검술에의 비유가 절묘하군요.
    최종병기캐리어
    살아있는 문학은 그당시 널리쓰이는 말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그 의미가 모호하지만 않다면 문학이건 어디건 충분히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또한 부사의 존재가 표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본문에서 \'엄청 대단한 것\'이 모호한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미 \'대단하다\'라는 것 자체가 모호한 표현입니다. \'엄청\'이라는 부사가 붙기 이전부터 모호한 표현인 셈이죠. 그렇다면 묘사는 \'정확한 표현인가?\'라는 의문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구요. \'정밀묘사\'의 해상도가 어... 더 보기
    살아있는 문학은 그당시 널리쓰이는 말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그 의미가 모호하지만 않다면 문학이건 어디건 충분히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또한 부사의 존재가 표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본문에서 \'엄청 대단한 것\'이 모호한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미 \'대단하다\'라는 것 자체가 모호한 표현입니다. \'엄청\'이라는 부사가 붙기 이전부터 모호한 표현인 셈이죠. 그렇다면 묘사는 \'정확한 표현인가?\'라는 의문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구요. \'정밀묘사\'의 해상도가 어느정도여야 정확한 것인가에 대한 개인의 차이도 있는 셈이구요.

    부사가 많은 글은 의미가 과장되거나 왜곡될 여지가 크지만, 부사를 사용해서 글에 맛을 더해줄 수도, 표현에 재미를 더해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Eneloop
    전부 동의합니다.

    약간 첨언해보자면 문학이 당대의 언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시의성을 얻음과 동시에 영속성을 버릴 수 있게 되는 일종의 \'선택\'적인 무엇이라 생각합니다.
    당대의 언어들이 많이 사용된 글들은 그 당시에는 적확한 것이 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학적 가치를 잃고 사료로만 사용되겠죠. 흐흐.
    하지만 뭐, 그런 문학이면 또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王天君
    부사는 정말 피해야 해요. 스스로 자기 문장을 과장하는 느낌이 너무 심합니다.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어지간하면 형용사도 좀 안쓰고 싶더라구요 저는.
    헤밍웨이를 지망하지만 조금만 폼을 잡으면 되다 만 피츠제럴드로 흘러버리는 문장들이여~
    최종병기캐리어
    하지만 구어체에서 부사는 일상적인 것이다보니 좀처럼 신경쓰지 않으면 안쓰기가 어렵죠.

    이미 윗 댓글에도 정말 너무 좀 조금만 등 부사가 문장에 한번씩 사용되었으니..
    스트로
    아마 왕천군 님께서 일부러 그렇게 쓰신 거 같습니다. 비꼬고 계시는 느낌이 드네요.
    최종병기캐리어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습니다.

    부사를 쓰고 싶어하지 않지만, 자기자신도 모르게 쓰게되는게 부사라는걸 말하고자 함이었죠.
    스트로
    억, 아뇨. 왕천군 님이 신형탁 씨를 비꼬는 거 같았다는 뜻입니다. ㅜ ㅜ ㅜ ㅜ 죄송합니다.
    최종병기캐리어
    억... 그랬군요...아닙니다. 허허.
    파란아게하
    두 분께서 감탄사와 말줄임표, ㅜ ㅜ 의 용법 예시를 보여주고 계신 거군요.
    스트로
    친근한 구어체를 통해 빨리 오해를 풀고 싶은 다급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훗
    王天君
    의도한 거 아닙니다.
    나 왜 이렇게 부사 많이 썼지?ㅠㅠ
    너무너무 짜증나네요 정말 괴롭습니다. 부사는 엄청난 악입니다.
    Eneloop
    으하하. 역시 부사는 우리의 친구입니다.
    할머니
    신형철은 프로포즈 마저도 \' 정확하게 사랑하는 일로 평생을 살아가겠다.\' 라고 하는 사람이니까요. 평론가입장에서 부사란 정확한 해석을 방해하는 요소일 수 있다고 보고,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이글을 보니 황병승의 \' 진실을 말하려고 할수록 나의 거짓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라는 싯구를 읽었을 때 들었던 복잡한 마음이 다시 생각나네요. 그렇지만 신형철이 본문에서 지적하는바가, 완벽하게 계산된 부사 사용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부사를 맛갈나게 사용한 소설구절이나 싯구를 알고 계신게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기아트윈스
    사실 싯구는 부사 투성이지요.

    [고이] 접어 나빌레라

    [사뿐히] 즈려밟고

    등등.
    할머니
    과거의 시들의 부사사용이나 의도적인 주어사용의 배제를 서양시의 발전사를 쫒아가지 못한 \'실패\'로 바라보는 견해가 있어서 혹시 현대시중에서도 그런게 있나 해서 질문드렸습니다. 댓글을 달고나서 황지우,이성복,황병승 등 몇명 작가의 시집들을 훑어봤는데 부사사용을 배제하는 견해에 동의하는건지 부사사용이 없는것 같아서요.
    마르코폴로
    댓글을 읽고 저도 궁금해져서 한예종에서 황지우 시인 밑에서 공부했던 지인에게 연락해봤습니다. 할머니님의 추측대로 의도적으로 부사를 배제한 것이 맞는것 같더군요. 실제로 부사 사용에 대해서 인색하고 단어선택에 집착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Eneloop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정말 신형철다운 프로포즈였죠.

    부사를 맛깔나게 사용한 구절을 딱히 염두에 두고있지는 않습니다.
    막상 이렇게 대답을 해야 하니 조금 부끄러워지네요. 후후.
    앞으로는 좀 더 신경써서 읽어봐야겠어요.

    언급하신 황병승은 트랙에 수록되어있나요 아니면 시코쿠에 수록되어있나요? 한번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할머니
    여장남자 시코쿠에 수록된 여장남자 시코쿠에 있습니다.
    부사를 보면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전문적인 글쓰기의 경우야 얘기가 다르겠지만, 일상문의 경우 너무 정제된 표현은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지더라구요.
    Eneloop
    일상어의 층위는 확실히 부사로 점철되어있죠.
    적어도 일상어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부사를 쓰는게 맞지 않나 싶어요.
    마르코폴로
    위에 언급하신 신동엽의 말같은 글이네요.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글입니다. 스스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나 확신이 없을 때 문장이 복잡하고 장황해지는 경험을 많이해봐서 글에 공감이 가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공감되네요. 핵심만 말해서 글이 짧아져서, 분량을 채우기 위해 문장을 질질 늘리는 경우를 저도 자주 경험합니다. 보통 그럴때는 정제되지 않은 일상적 표현, 그러니까 부사를 많이 갖다 쓰게 되더라고요.
    Eneloop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부사를 생략하고 묘사를 한 예를 소개하면 곧이라는 부사를 유난히도 즐겨 쓰는 마가복음 자신의 장면인데요.

    51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52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곧 두개가 51과 52에서 각각 묘사로 바뀐 장면입니다. 곧 뿐만 아니라 부사 자체가 없죠.

    저 청년은 마가로 추정되는데요 최후의 만찬이 마가의 다락방에서 있었고 미치지 않고서야 남의 집에서 벗고 잘리 없으며 마가복음에만 나오는 장면이고 무엇보다 구술하는 베드로나 받아적는 마가나 모를리... 더 보기
    부사를 생략하고 묘사를 한 예를 소개하면 곧이라는 부사를 유난히도 즐겨 쓰는 마가복음 자신의 장면인데요.

    51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52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곧 두개가 51과 52에서 각각 묘사로 바뀐 장면입니다. 곧 뿐만 아니라 부사 자체가 없죠.

    저 청년은 마가로 추정되는데요 최후의 만찬이 마가의 다락방에서 있었고 미치지 않고서야 남의 집에서 벗고 잘리 없으며 마가복음에만 나오는 장면이고 무엇보다 구술하는 베드로나 받아적는 마가나 모를리 없는데 익명으로 처리 했다는거죠.

    부사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짖궂은 구술자와 당황한 기록자 두사람의 귀여운 수위조절 밀당이 떠오릅니다.
    Eneloop
    찾아봤습니다.
    마가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안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자신이라고 밝히기는 부끄러워서
    \'청년\'으로 기술했다는 이야기가 있군요. 허허.

    성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여쭙습니다만, 구술자와 기록자가 어떻게 나뉘는 건가요?
    마가복음은 마가가 스스로 작성한 것이 아닌가요?
    당시 이스라엘에서 사용되던 언어는 아람어고 팍스로마나의 공용어는 그리스어였기에 그리스어로 기록된 마가복음은 어부출신인 베드로가 아람어로 불러주면 마가라는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교양된 양아들이 그리스어로 기록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스트로
    홍차넷이 본격 문학사이트로 향하고 있네요. 내공이 부족한 저는 얌전히 글과 댓글들 보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습니다.

    Eneloop 님의 본문에 공감합니다. 작가가 쓰는 글이라면 부사의 사용과 같은 모호함들 역시 자신이 의도한 수준에서 필요한 만큼만 나타나야 할 것 같네요. 글 전체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요. 글에 쓸려가 정확함을 잃지 않도록 고삐를 틀어쥔 채로.
    Eneloop
    문장을 쓰다보면 이게 내가 쓰려고 했던 문장인지, 손끝에 익숙해져서 나온 문장인지, 그 무엇도 아닌 어디에서인가 온 문장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죠.
    글에 \'쓸려간다\'는 표현이 매우 와닿네요.
    yangjyess
    부사의 사용과는 좀 거리가 있는 내용이지만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떤 작가가 이야기한 것이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서 옮겨적어 봅니다.

    맹세하거니와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쓴 것을 단 한 마디도 믿지 않는다. 나 자신이 뻔뻔스런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에 걸린다. \'뭣 때문에 이런 걸 썼는가?\'라고 당신들은 물을 것이다. \'너는 생활에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인생의 여러 문제를 혼란스런 논리로 해결하려 한다. 입으로는 대담한 소리를 뇌까리면서도 줄곧 겁을 먹고 변명을 한다. 아무것도 겁날 게 없다고 호언하면서도... 더 보기
    부사의 사용과는 좀 거리가 있는 내용이지만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떤 작가가 이야기한 것이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서 옮겨적어 봅니다.

    맹세하거니와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쓴 것을 단 한 마디도 믿지 않는다. 나 자신이 뻔뻔스런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에 걸린다. \'뭣 때문에 이런 걸 썼는가?\'라고 당신들은 물을 것이다. \'너는 생활에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인생의 여러 문제를 혼란스런 논리로 해결하려 한다. 입으로는 대담한 소리를 뇌까리면서도 줄곧 겁을 먹고 변명을 한다. 아무것도 겁날 게 없다고 호언하면서도 우리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너는 너 자신의 농담이 재미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문학적 가치에 사뭇 만족해하고 있다. 너는 하잘것없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자기의 진실을 자랑하려고 시장 바닥에 전시해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있다. 뭔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서도 너는 두려움 때문에 그 마지막 한마디를 감추고 있다. 너는 그럴 결단력이 없는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당신들의 말은 지금 나 자신이 지어낸 것이다. 도대체 나는 뭣 때문에 당신들을 \'여러분\'이라 부르며 독자를 대하기라도 하는 태도를 취하는 걸까. 내가 하려는 고백은 활자로 인쇄해서 남에게 읽게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머릿속에 한 가지 공상이 떠올라서 그걸 실현하고플 뿐이다. 누구나 절친한 친구 이외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도 아주 은밀히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일,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고백하기 두려운 일. 나 자신도 최근에 지난 어떤 일을 회상하기로 결심했고 불안감 때문에 항상 피해 왔지만 그걸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글로 남겨 놓기로 결심한 지금으로서는 과연 나 자신에 대해 숨김없는 태도를 취하고 모든 진실을 꺼려하지 않을 수 있을는지 스스로 그것을 시험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관해선 반드시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므로 정확한 자서전이란 있을 수 없다. 루소가 참회록에서 자신을 헐뜯는 것도 허영심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허영심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만 나 자신을 위해 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의 형식에 그 어떤 구속도 받고 싶지 않다. 순서니 체계니 아랑곳않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써 나갈 뿐이다. 당신들은 나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네가 정말로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런 설명이나 변명을 뭐하러 하느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내가 겁쟁이어서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이 글을 써 나가는 데 있어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눈앞에 대중을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구태여 종이에 옮겨 적을 것 없이 마음속으로 죄다 상기하면 족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종이에 적으면 어쩐지 엄숙해지는것 같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고 자기비판도 철저해질거 같고 그럴싸한 말도 떠오를거 같다. 그러니까 한 번 그렇게 해본다고 해서 나쁠건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나는 언제나 심심하니까. 뭔가를 글로 쓴다는 건 정말 일답게 느껴지니까.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중>
    파란아게하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연상되는 이야기네요.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적당히 포장하고 둘러대는 것들이라도 스스로는 알고 있으니까,
    그 지점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 내면에 귀기울이며 솔직해지는 것이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neloop
    \'너는 하잘것없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자기의 진실을 자랑하려고 시장 바닥에 전시해 오히려 망신만 당하고 있다\'라고 도스토 옹께서 스스로를 질책하듯 말씀하시니 저같은 사람은 오히려 힘이 나는군요... (...)
    구밀복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방송을 위해 녹음을 한 후, 편집 과정을 통해서 대화를 보다 깔끔하게 처리하는 작업을 하곤 하죠. 이때에 터득한 것이, 각 사람의 발언에서 쓸데없다 싶은 부사나 관형사만 걸러내도 퀄리티가 현격하게 다른 대화가 되더군요. 또한 달변가이냐 아니냐와 무관하게, 깊이 있는 관념에 근거하고 있으며 자신이 말하는 바의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있는 이의 경우 부사와 관형사 등의 덧말이나 대화 사이사이의 주저와 침묵만 가지치기하면 되는 반면 - 비록 편집 이전의 발언만 가지고는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지만... 더 보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방송을 위해 녹음을 한 후, 편집 과정을 통해서 대화를 보다 깔끔하게 처리하는 작업을 하곤 하죠. 이때에 터득한 것이, 각 사람의 발언에서 쓸데없다 싶은 부사나 관형사만 걸러내도 퀄리티가 현격하게 다른 대화가 되더군요. 또한 달변가이냐 아니냐와 무관하게, 깊이 있는 관념에 근거하고 있으며 자신이 말하는 바의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있는 이의 경우 부사와 관형사 등의 덧말이나 대화 사이사이의 주저와 침묵만 가지치기하면 되는 반면 - 비록 편집 이전의 발언만 가지고는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지만 기본적인 편집만 거치도 듣기 좋아집니다 - 발화의 내용이 얄팍하고 사유가 정리되지 않은 이의 경우에는 그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되지 않으며, 문장 전체를 통째로 들어내거나 어휘의 순서를 바꾸거나 하는 지난한 편집 작업을 거쳐야만 합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진정으로 말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알게 되었죠. 더불어, 과연 어떤 것이 시의적절한 부언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를 판별하는 직관력이 문장력과 언변의 핵심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에 부사를 쓰는 것이 효율적인지, 어떤 어휘가 지금 상황에 가장 적절한지와 같은 것은 아무래도 법칙을 세우기는 어렵고, 스스로 살면서 체득한 중용 정도에 대한 경험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경험적 판단이 날카로운 사람이 있고 둔탁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더군요. 그것이 바로 언재言材일 것이고.

    * 의외로 발화 도중 [이제]를 얼마나 적게 구사하는지가 얼마나 언어적 훈련이 되었는지 판독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이제 아까 동물원에 갔었는데, 거기 들어가서 이제 둘러보다보니까 이제 얼룩말들이 이제 생각보다 크더라고\'라는 식으로, 구어에서 말문이 막힐 때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것이 [이제]더군요. 이걸 알게 되고 나면서 스스로도 경계하는 편입니다.
    최종병기캐리어
    사람마다 약간은 다르지만 저는 \'그러니까..어...\'를 상당히 많이 쓰는 편이고, 팀장은 \'그게말이야\'를 입에 붙이고 삽니다.

    뭐... 미국사람으로 치면 you know...겠죠 크크.
    스트로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사실\'을 많이 쓰더군요. 항상 속이고 숨기고 뻥치는 짓만 골라서 해와서인지 스스로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먼저 밝히고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Eneloop
    어휴. 편집을 하면서 순서를 바꾼다니. (...) 엄청난데요.
    제가 말하고 쓰는게 어디 나올 일이야 없겠지만,
    혹여나 모를 일. (...)
    말이든 글이든 편집자분들을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역시 잘 사용해야겠어요.
    구밀복검
    그래서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정돈해서 말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말이 느리다든지 머뭇거림이 있다든지 생각하느라 고심한다든지 등의 이유로 인해 언뜻 듣기에는 눌변처럼 느껴지더라도, 지울 것만 지워서 핵심만 쉽게 간추릴 수가 있거든요. 반면 말만 청산유수지 실제로는 문장과 어휘의 논리적 연결이 뒤죽박죽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대적인 재창조 작업 없이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요. 이런 이들을 접할 때에는 편집할 때 겪을 어려움이 생각나서 갑갑해지곤 합니다.
    너무, 엄청 같은 특정 부사를 두고 하는 말씀이겠죠..? 저는 한국어 문장의 아름다움은 부사에서 나온다고 보는 입장이라..
    그냥 아이가 자랐다 라고 하면 문장에 무슨 재미가 있습니까? 무럭무럭 자랐다고 해야 실감이 나지...
    Eneloop
    그렇겠죠? \'부사\'에 천착할 것만은 아닌거 같아요.
    박초롱
    첫 울음을 터뜨린 지 한 해 그리고 여섯 달 남짓, 아이는 벌써 식탁 위의 물건을 볼 수 있는 몸이 되었다.
    ... 죄송합니다. ㅠㅠ
    헉.. 이러면 문장이 완전 바뀌잖아요. 모든 문장을 다 이렇게 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요.
    박초롱
    신경숙씨의 표절 문구를 패러디를 해보았는데 망한 드립이었네요 ㅜㅜ
    아........ 꽤 관심사였는데 이건 못 알아본 제 잘못인 걸로..
    소고를 쓸 때마다 부사를 비롯해 수식어와 묘사하는 대목를 완성하는 지점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 글에서 설명하는 증상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습니다. 가끔 영어로 된 칼럼을 국어로 번역합니다. 한 시간 지나고 하루 지나서 되돌아 볼 때마다 필자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단 생각에 답답한 경험이 계속 있는지라,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면서 본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하고싶은 말은 글 잘 쓰는 분들이 부럽네요. 많이 정말 엄청 무척 진짜 완전.
    Eneloop
    역자라면 누구나 필자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함에 자책할 것 같습니다.
    국어 외에 두드러지게 잘하는 언어가 없는 터라 역자분들의 그런 고뇌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공감하고 싶은데 말이죠... (..)

    어떤 때 주로 장벽을 느끼시나요? 특정 언어에만 있는 표현을 옮길 때? 문화적인 차이? 뉘앙스?
    A라는 표현이 \'가\'라는 표현으로 온전히 뜻을 담지 못할 때가 제일 골치 아프죠. 아무리 1대1 대응을 하려고 해도 아예 그 1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1대5 정도로 연결되면서 어떤 걸 골라야 하나 끙끙 앓을 때도 있고요. 번역하면서 있던 일은 아니지만, Schadenfreude란 단어를 처음 알았을 때 한 3초 머리회전이 멈추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 단어는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먹먹하네요...
    Eneloop
    \'타인의 고통으로부터 파생되는 즐거움\'이라. 확실히 어렵네요.
    Eneloop
    <!--|1-->\'글로 일가를 이룬다.\'라니, 장대한 꿈이네요.
    그러려면 얼마나 글을 써야 할까요. 글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늘려나갈 수 있는 글의 완성도나 기교라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결국 필자의 깊이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겠지만, 시는 확실히 재능같아요.
    로얄밀크티
    스티븐 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작법책(을 빙자한 유쾌한 본인 썰풀기)에 부사에 대한 내용이 여러 번 나옵니다.
    --------------------------------------------------------------------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자신의 논점이나 어떤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이 문장을 보라.
    \'그는 문을 세게 닫았다.(He closed the door firmly)\'
    여기서 \'세게\'라는 부사가 ... 더 보기
    스티븐 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작법책(을 빙자한 유쾌한 본인 썰풀기)에 부사에 대한 내용이 여러 번 나옵니다.
    --------------------------------------------------------------------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자신의 논점이나 어떤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이 문장을 보라.
    \'그는 문을 세게 닫았다.(He closed the door firmly)\'
    여기서 \'세게\'라는 부사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라. 물론 이 문장은 \'그는 문을 닫았다\'와는 다른 어떤 상황을 표현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나도 그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맥이 있지 않은가? \'그는 문을 세게 닫았다\'는 문장에 앞서 이미 자세한 설명이 나왔을 것 아닌가? 그것을 읽었다면 그가 문을 어떻게 닫았는지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중략)
    부사는 민들레와 같다. 잔디밭에 한 포기가 돋아나면 제법 예쁘고 독특해 보인다. 그러나 이때 곧바로 뽑아버리지 않으면 이튿날엔 다섯 포기가 돋아나고… 그 다음날엔 50포기가 돋아나고… 그러다 보면 여러분의 잔디밭은 철저하게(totally), 완벽하게(completely), 어지럽게(profligately) 민들레로 뒤덮이고 만다. 그때쯤이면 그 모두가 실제 그대로 흔해빠진 잡초로 보일 뿐이지만 그때는 이미-으헉!!-늦어버린 것이다.
    (중략)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
    글 참 맛깔나게 잘씁니다. 하지만 이런 본인도 소설을 탈고할 때 충분히 부사를 제거하지 못했다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니 우리 같은 범인은 더더욱 쉽지 않겠죠.
    Eneloop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믿는다\' 라니 (...)
    이렇게까지 부사에 거리를 둬야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걸까요.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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