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6/10/20 11:38:36
Name   모모스
Subject   클로비스 화살촉과 발사무기
클로비스(clovis)인


적어도 13,000년 전에 클로비스 화살촉이라는 매우 특징적인 화살촉을 가지고 북아메리카에 거주 중이었던 인류가 있었습니다. 이들을 클로비스 (Clovis) 인이라고 부릅니다. 이들도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들 중 일부로 여겨집니다.




당시 정밀한 도구가 없으니 흑요석 같은 날카롭게 깍이는 돌을 일반 다른 돌을 내려쳐서 저 화살촉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에 재현해봤는데 동물가죽을 무릎위에 펴고 흑요석들을 열심히 다른 돌로 내려치면서 날카롭게 화살촉을 만드는 것은 거의 대부분 쉽게 성공하였으나 저 홈을 파다가 화살촉을 두동강 나버리더라구요. 당시에도 홈을 파는 기술이 어려워서 상당히 능숙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화살촉의 홈을 파는 기술이 당시엔 하이테크 기술이었고 아마 전문 장인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이들의 특이한 클로비스 화살촉은 실은 화살의 앞부분이 아니라 투창에 앞부분입니다. 저 홈이 왜 중요하나면 그냥 돌을 매단 창보다 저 홈에 창대를 끼워 넣으면 밀리지 않아 훨씬 관통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홈에 끼운 투창은 사냥감에 더 깊이 박혀 효과가 더 좋아 사냥효율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투창은 일반적으로 그냥 던지기보다는 현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atlatl" 라는 부르는 투척기를 이용하여 던졌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저 클로비스석기를 끼운 투창을 투척기를 이용해서 던지면 시속 150km 속도로 최대 150m 까지 날라간다고 하네요. 보통 활과 화살과는 개념부터가 좀 다르죠. 활과 화살은 연사속도가 빠른 기본화기라면 클로비스의 투척기와 투창은 명중률이 떨어지고 연사속도도 느리지만 적에게 확실한 데미지를 주는 일종의 중화기입니다. 아마도 대형 동물을 사냥할 때 화살보다 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 그냥 던지는 투창보다 투척기를 이용하여 던지는 투창이 사거리가 길어서 매머드 같은 위험한 대형 동물을 사냥할 때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강력한 클로비스투창 덕분에 많은 대형동물들이 멸종되지 않았나 의심이 됩니다. 물론 당시 기후 조건의 변화도 있겠지만 북아메리카에서 대형동물들이 멸종한 시기와 클로비스투창이 활약한 시기가 상당기간 겹치기 때문에 의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클로비스인들은 이 클로비스석기를 맨단 투사체를 먼거리에서 투척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부족끼리 전쟁 할 때는 갑옷 같은 것이 없었던 당시에는 파괴력이 큰 투창보다는 파괴력이 조금 낮더라도 연사속도가 빠르고 정확도가 뛰어난 활과 화살이 더 유리했을 거라 여겨집니다. 판처파우스트를 한자루 들고 있는 군인과 돌격 소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 1대1로 싸우면 누가 이길라나요?

이 클로비스석기를 썼던 클로비스 문명 (Clovis culture)은 그 후에 아메리카로 진출한 기술 수준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인류 (Folsom culture) 에 의해서 통합되고 흡수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 인류는 상대적으로 육체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거리 무기를 선호했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여 수많은 무기들이 탄생했습니다. 이런 창의적인 무기와 전술들로 기술이 떨어지는 부족과 종족들을 정복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이들의 유골을 보면 뼈가 부러졌다가 아문 흔적이 많은데 아마도 사냥을 할 때 일반적인 투창과 육박전술를 사용하기 때문에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많이 당했을 거로 여겨집니다. 이에 반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면서 원거리 무기를 통해 사냥이나 전쟁을 했는데 아마도 현생인류보다 체격이 더 좋은 네안데르탈인을 정복하는데 이런 롱레인지 무기들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활과 화살


13000~15000년 전 동굴벽화로 여겨지는 라스코 동굴벽화에 활을 쏘는 인류의 모습이 나옵니다.


보기와 달리 활과 화살이란게 당시엔 '고도의 하이테크 기술' 로 만들어지는 복잡한 무기라서 한 번 본다고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무작대기 하나에 줄하나 건다고 다 무서운 활이 되는 것이 아니에요. 활과 화살은 만드는 기술에 따라 사정거리와 관통력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이런 활을 만드는데 엄청나게 공을 들인 민족이 많은데 특히 우리 민족도 이쪽에서는 뒤지지 않습니다. 중앙과 동아시아에서 기원한 투르크, 몽고 계열에서 복합궁들이 유명한데 예맥각궁의 전통을 이어받는 우리의 국궁도 그에 뒤지지 않는 복합궁입니다. 한반도에서 생산되지 않는 무소뿔 등을 비롯해 여러 재료를 민어 부레 등의 천연접착제로 단단히 붙여 만든 최고의 복합궁 중 하나입니다. (물론 비가 오거나 습한 환경이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지요) 그 유명한 영국의 거대한 장궁 (Long Bow) 과 비교가 되죠. 이런 복합궁은 만들기도 어렵고 제작기간도 오래 걸리는 당시에는 첨단 무기였고 계속 발전해가는 무기였습니다. 심지어 이런 복합궁은 제대로 사용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한 무기입니다. 또 사용하는 사람들이 계속된 연습을 통해 숙련도를 유지해야 하기도 합니다. 만들기도 어렵고 사용하기도 까다롭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적보다 뛰어난 롱레인지 무기를 장비해야만 했던 당시의 절박함을 이해해 주어야죠. 특히 여러 부족간에 경쟁이 심했던 구대륙 특히 유라시아대륙에서는 이런 무기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솔뤼트레인 (Solutrean)


클로비스인의 후예로 여겨지는 8,340–9,200년 전 유골인 Kennewick Man의 두개골과 생전 모습을 재현한 두상. 좀 유럽인들 (Caucasian) 과 생김새가 비슷하죠. 이건 만들기 나름이니까요.


솔뤼트레인 (Solutrean )은 20,000~15,000년 전까지 유럽 지역인 스페인, 프랑스 주변에 살았던 현생 유럽인들보다 먼저 유럽에 정착했던 종족으로 여겨지며 클로비스 석기와 비슷한 석기 사용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알래스카와 미국을 가로막은 빙하가 열려 (대략 12,600년 전) 다수의 아시아인들이 북아메리카에 도달하기 전에 유럽에서 대서양을 통해 북아메리카 동부로 진출한 솔뤼트레인들이 클로비스인들의 선조라는 좀 무리한 설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클로비스인들은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들 중 일부로 여겨지고 역시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Kennewick Man 역시 DNA 분석 결과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으로 (mtDNA haplogroup X2) 역시 아시아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의 후손으로 여겨집니다.  


직접적인 클로비스인의 유골로 여겨지는 Anzick-1 유골의 DNA 분석 결과 역시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으로 (mtDNA haplogroup D4h3a) 여겨집니다. mtDNA 분석을 통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시아계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다만 클로비스 석기의 흔적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DNA 분석으로 유럽인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징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도 일부 나타난다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이와 연관되어 근래에 시베리아의 말타 (Mal'ta) 유골에서 흥미롭게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들이 나왔습니다. Kennewick Man, 클로비스인, 솔뤼트레인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10-31 09:42)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8
  • 정말 재밌어요
  • 이런 지식글은 언제나 추천!
  • 언제나..는 아니지만 잘 보고 있습니다. 읽어봐야지 하고 미뤄뒀다 읽는 속도가 글 쓰시는 속도보다 느려서 절반 정도만 읽고 있는 듯;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01 경제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경제가 망할까? 15 MANAGYST 19/12/21 8321 18
261 철학/종교손오공과 프로도 배긴스 32 기아트윈스 16/09/04 8326 18
65 경제큐이괴담 - QE를 또! 해야 한다는 이유가 또! 나오는 이유 23 MANAGYST 15/09/04 8332 4
519 경제외감법 개정과 감사인 지정제는 왜 해야하는가 75 CathedralWolf 17/09/26 8339 9
338 일상/생각홍차넷 10000플 업적달성 전기 123 파란아게하 17/01/05 8341 46
1129 기타남자 곰타입의 옷배색에 관한 연구 43 흑마법사 21/09/15 8347 10
653 철학/종교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76 기아트윈스 18/06/28 8359 16
57 영화안티고네는 울지 않는다 - 윈터스 본(Winter's Bone) 6 뤼야 15/08/03 8362 0
157 문화/예술게임계의 절대적인 상징, 슈퍼마리오 7 커피최고 16/02/18 8363 6
359 꿀팁/강좌인간의 일 22 moira 17/02/04 8364 16
286 역사클로비스 화살촉과 발사무기 8 모모스 16/10/20 8366 8
576 경제원전으로 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24 소맥술사 18/01/10 8370 18
219 문화/예술돌멩이를 모으는 남자 28 Toby 16/06/15 8372 21
21 정치/사회전염병을 앞에 두고 “나는 누구의 편인가”를 논하는 한국 사회 26 삼공파일 15/06/11 8375 0
583 체육/스포츠테니스를 araboza 22 무더니 18/01/25 8381 18
82 일상/생각수줍수줍..이런걸 한번 해봤어요.. 23 얼그레이 15/09/29 8386 21
117 기타연말, 연초에 선물하기 좋은 와인 30 마르코폴로 15/11/24 8404 7
77 경제집은 시장리스크, 전세는 신용리스크 20 MANAGYST 15/09/22 8415 6
782 의료/건강어떻게 의사는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21 세란마구리 19/03/21 8417 15
126 경제Negative world(마이너스 금리 시대) 4 MANAGYST 15/12/07 8424 7
718 요리/음식TV 맛집 목록 총 취합 36 소비의왕 18/10/19 8427 62
243 정치/사회정말 젊은 여성들은 정치/사회에 관심이 없을까? 26 DoubleYellowDot 16/08/03 8432 10
371 창작생선살 발라주는 사람 64 열대어 17/02/20 8439 19
691 경제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 28 Danial Plainview(Profit) 18/08/30 8440 14
49 경제그리스 위기 즈음에 돌아보는 한국의 IMF(최종편) 19 난커피가더좋아 15/07/22 8448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