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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7/24 08:11:13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아빠이야기
애비는 으삽니다. 예과시절에 들었던 교양 철학 수업이 제일 재밌었고 본과는....우웩! 열라 재미 없었대요. 그래서 시험은 늘 재시(=재시험) 안나올 정도로만 저공비행을 하고 나머지는 여가활동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천성이 문돌이인데 의대에 잘못 들어온 케이스였지요. 그래서 제일 문돌스러운 쪽으로 전공을 고른게 정신과였답니다.

결혼은 또 오지게 일찍해서 애도 오지게 일찍 낳았어요. 아빠 나이 스물 넷에 제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임신은 스물 셋....결혼은....흠흠.. 그래서 저는 별나게도 아빠의 무의촌 생활 시절, 아빠의 인턴 시절, 아빠의 레지던트 시절 따위가 기억에 있어요. 심지어 아빠 대학교에 있던 탁구대도 기억이 나네요.

나이차가 별로 안나다보니 아빠는 저를 장난감으로 써먹곤 했지요. 바둑/장기/탁구/나아가 게임 상대는 기본이었고 그 외에도 툭하면 프로이트/융 썰 풀고, 특이한 임상 케이스 썰 풀고 그랬더랬지요. 재밌었어요. 책 추천도 많이 해줬구요. 아직도 기억나는데 고 이동식 선생의 현대인과 노이로제/현대인과 정신건강/현대인과 스트레스 3부작을... 고딩 때 읽었던가? 여튼 꽤 어린 나이에 읽었어요. 지금도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파니까 관심 있으면 한 번 읽어보세요. 명저에요.

이동식 선생의 저서도 그렇고 아빠의 화법도 그렇고 제 눈에 비친 정신과 으사들은 조금 독특한 방향으로 발달된 독해력(?)이 있었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이 양반들은 남이 무슨 말을 하면 절대로 곧이 곧대로 안들어요.

예컨대 이래요. 제 동생은 엄빠가 담배피는 걸 무척 싫어했어요. 집에서 피는 것도 아니고 꼭 베란다 나가서 폈음에도 불구하고 여튼 그 자체를 굉장히 싫어했어요. 못피게 말리고 울고불고 그랬었지요. 동생은 담배가 건강에 안좋다, 냄새난다, 다 떠나서 그냥 싫다 등등의 이유를 댔어요. 그런데 아빠는 그런 이유들을 싹 무시하고 재문했어요 "그런 거 말고 엄빠가 담배필 때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싫은지 한 번 잘 생각해봐. 무슨 기분인지." 물론 동생은 화가나서 길길이 날뛰며 자기가 이미 말했지 않느냐고, 건강에 안좋고 냄새나고 그래서 싫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지요. 하지만 이런 대화가 수차례 오고간 후 사실 동생은 가족이 다 모여서 공동활동을 하던 중 (식사라든가) 갑작스레 엄빠가 서로 눈짓을 주고 받은 뒤 둘이서만 밖으로 휙 나가고 자신과 오빠만 식탁에 남겨지는 그 단절 경험을 싫어했던 것임이 [밝혀졌]어요. [밝혀졌]다는 건, 동생 본인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빠에 따르면, 사람은 본인의 의식이 포착하기도 전에 이미 경험을 통해 불쾌한 감정을 품게 되고, 의식은 이미 생성된 이 감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후에 이유를 찾아내서 만든다는 거에요. 따라서 상대방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사후에 만들어낸 껍데기 (이유, 논리,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그 이면의 원초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포착해서 의식화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래요. 만약 엄빠가 동생의 주장을 표면 그대로 인식하고는 성인으로서 자신들의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변론을 했다면 (얘야 들어보렴, 사람에겐 기호품 선택의 자유가 있고 이건 그 어떤 엄혹한 독재정권하에서도 허용되었던 것으로 자유주의자인 나로서는 네 주장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그만 억지부리렴....등등) 제 동생은 필경 1) 화를 참지 못해 울고불고 난리를 치거나 2) 설득된 의식이 불쾌한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원한감정 (resentment)을 만들어내어 나중에 더 커진 형태로 다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서 재림하게 되거나 했을 거에요.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대요. (이건 아빠가 말해준 건지 이동식 선생 책에서 본건지 확실치 않아요) 어떤 내담자가 자기 부친에게 쌓인 원한감정을 풀지 못한 게 병이 되어 의사를 찾아왔대요. 상담을 할 때마다 부친 욕을 그렇게 하는데 욕의 수준이 뭐 대단했대요. 문제는 부친이 이미 작고한 뒤라 직접 찾아가서 담판을 짓거나 할 수도 없다는 거에요. 의사는 혹시 묘소가 있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내담자는 '으사양반 거 참 말 잘하셨소' 하는 표정으로 "내가 가서 포크레인으로 그거 다 파버려야겠소" 하더래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그걸 말리기는 커녕 포크레인 타고 갈 때 술 먹고 운전하지 말고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했대요.

^오^

그래서 내담자는....

정말 포크레인을 몰고 가서...

묘소를 보자마자 울음을 펑 터뜨리고 봉분에 난 풀을 쥐어 뜯었다 끌어안았다 가슴을 쳤다 하면서 한참 통곡을 하고 돌아왔대요. 그 후로 홧기가 많이 풀렸는지 표정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듣다보니 어쩐지 선사 냄새가 나지 않나요? 맞아요. 아빠나 이동식 선생이나 선불교를 무척 좋아했어요. 선사들의 불립문자 (문자의 표면에 집착하지 않고) 직지인심 (똑바로 사람 마음을 찌른다) 이야말로 실은 치료적 (therapeutic) 행위요, 소위 깨달음이란 이런 치료경험을 거쳐 원숙한 정신으로 레벨업한 상태라는 거에요.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겨요. 사실 남의 속마음을 그렇게 콱 움켜쥐고 꺼내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하면 되지 뭐하러 문자를 가지고 키배뜨는데 힘을 쓰겠어요? 누구나 그런 걸 할 수 있으면 세상이 참 평화로울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지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남의 맘을 그렇게 "직지인심"할 수 있냐고 묻자 아빠 대답이,

잘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된대요.

ㅠ_ㅠ

으사양반 이 무슨 국영수 위주로 교과서로만 공부해서 수능 만점 받는 소리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다시 묻자 폴 틸리히 (Paul Tillich) 라는 실존주의 신학자의 말을 하나 인용해줬어요. 이 신학자에 따르면 한 종교인이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자 할 때는 [개종의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대요. 내담자를 대할 땐 그런 각오로 그렇게 집중해서 들어야 한대요. 말의 표면에 흔들리지 말고, 그 말 속에 담긴 감정을 간파해야 한다는 거에요.

말은 암호에요. 우리가 다 똑같은 한국어를 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개별 사용자들은 각자 놀랍도록 유니크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구사하는 한국어와 제 와이프가 구사하는 한국어는 겉으로는 동일해보여도 실은 아주 유사할 뿐 결코 같지는 않아요. 유사한 만큼 의사소통이 되고, 유사하지 않은 부분만큼 소통이 안돼요. 그래서 싸움도 나고 하지요. 싸움을 막으려면 서로간에 다른 암호체계를 사용하고있음을 주지하고, 두 암호체계의 유사성을 높이는 쪽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한 편, 상대방의 암호를 그때그때 적절히 해독해서 암호 속에 포장된 감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위의 포크레인 내담자는 자기 아버지에 대해 수도 없이 패드립을 쳤어요. 그냥 친 게 아니라 실제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봉분을 파버리러 출동하기까지 했구요. 출동한다고 했을 때 의사가 황급히 말렸으면 길길히 화내면서 진짜 가서 파버렸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갈 때 조심해서 가요"라고 하는 순간 포크레인남의 표정이 약간 흔들렸대요. 

보통은 "왜 그렇게 죽은 아버지를 미워하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봉분을 파면 그건 범죄다. 너 패륜아냐." 같은 반응을 내는데, 이런 반응은 이 포크레인남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들이래요. 포크레인남의 진심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무한한 갈증이었어요. 패드립과 욕설, 원한과 증오라는 암호로 복잡하게 코딩되어있을 뿐이에요. 이 암호는 상당히 복잡해서 [개종의 각오] 수준의 역지사지가 아니면 풀기 어려워요. 하지만 일단 풀고 나면, "갈 때 조심해서 가요"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게 된대요. 그래서 의사는 그렇게 말했고, 포크레인남은 의사가 핵심을 짚었다는 걸 은연중에, 하지만 틀림없이, 느꼈기 때문에 표정이 흔들렸던 거에요. 

단 한 사람,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이 암호를 풀고, 닫힌 문을 열고, 그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은, 무협지 스타일로 비유하자면, "바다에서 물 한 줌 떠내는" 것 정도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바로 그 한 줌을 떠내준 덕분에 주인공은 주화입마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하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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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좀 눈팅을 해봤어요. 평균적인 한국인의 도덕감수성을 마구 자극할만한 비범한 수위의 말들이 작렬하는 곳이에요. 당연히 맨정신으로 보고있기 힘들지요. 하지만 [개종의 각오]로 들여다보면 실은 그 욕설들이 비명소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정신이 허약한 사람일수록 암호화 수준이 높아져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향으로 어휘를 고르고 표현을 채택한대요. 극단적 욕설이나 패드립 같은 것들도 그 일부이구요. 하지만 이런 욕설과 패드립은 실은 이상신호고, 비명이에요. 그렇게 말하지 않고는 못견딜만한 감정이, 그런 감정이 누적된 사람들이 그 뒤에 있어요.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자기 엄빠 욕하기 싫어해요. 자기 엄빠가 자랑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 자랑스러운 사람들이 자기를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자기 엄빠를 김치녀 한남충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참으로 불행한 사람들일 거에요. 전 그들 하나하나의 누적된 개인사가, 가정사가 궁금해요. 대체 인생의 궤적이 어떠했길래 이렇게까지 악을 쓰게 된 걸까요. 그들이 그런 경험을 겪게 된 데에는 어떤 사회적 맥락이, 나아가 역사적 맥락이 있었을까요. 그들과 같은 이들이 또 나오지 않게 하려면 저는, 또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혹 그들이 여태 불행했다면, 앞으론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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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개종의 각오]라는 것은 필시 그 존재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지 싶습니다.
  • 단 한 마디의 힘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저랑 같은 귀를 가지셨어요.
  • 이런분들덕에 제가 굳이 글을 안써도 좋아요
  • 정말 멋진 글이네요~
  • 많이 배웠습니다


April_fool
이 글을 읽고 문득 떠오른 것이, IS에 제 발로 가담하는 사람들의 [진심]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기아트윈스
(점심시간을 틈탄 번개 같은 피드백) 식자들은 거시적으론 이라크 전쟁을 많이 꼽아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도덕성이 어찌됐든 간에 시아/수니라는 일종의 철천지 원수집단으로 갈린 나라를 간신히 봉합해둔 최후의 봉인 같은 거였는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뜯어버린 덕분에 이라크 전역이 생지옥이 되었고 그 고통 속에서 증오와 원한으로 똘똘뭉친 복수의 화신이 나타났으니 그거시 IS라고 해요.

실제 지난 파리 테러 이후 전세계인들의 애도물결을 보고 일부 중동인들은 아주 역겨워했다고해요. 왜냐하면, 바그다드는 거의 1~2주에 한 번 꼴로 그런 규모의 테러가 일어나고 있거든요. ... 더 보기
(점심시간을 틈탄 번개 같은 피드백) 식자들은 거시적으론 이라크 전쟁을 많이 꼽아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도덕성이 어찌됐든 간에 시아/수니라는 일종의 철천지 원수집단으로 갈린 나라를 간신히 봉합해둔 최후의 봉인 같은 거였는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뜯어버린 덕분에 이라크 전역이 생지옥이 되었고 그 고통 속에서 증오와 원한으로 똘똘뭉친 복수의 화신이 나타났으니 그거시 IS라고 해요.

실제 지난 파리 테러 이후 전세계인들의 애도물결을 보고 일부 중동인들은 아주 역겨워했다고해요. 왜냐하면, 바그다드는 거의 1~2주에 한 번 꼴로 그런 규모의 테러가 일어나고 있거든요. https://www.start.umd.edu/news/geospatial-analysis-critical-power-infrastructure-vulnerability-baghdad-iraq

이런 생지옥에서 자란 20대 청년이라면 IS에 가담하고싶어진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April_foo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레이드
사람을 이해하는건 사람뿐이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기아트윈스
감사합니다.
이번 논란을 보며 하는 생각은 그동안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개인사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으며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냔 겁니다. 메갈이 한남충을 용서 못하고 남초가 메폭도를 용인 못하는데도 그간 너무도 쉽게 공산당을, 김일성 만세를, 종북을, 노동조합을, 김대중을, 박정희를, 친일파를, 전두환을, 서정주와 이문열을 용서하고 이해하라 말해왔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저들은, 그리고 저들이 암시하거나 비호하는 어떤 색깔은 과거 자신의 삶과 터전과 가족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앗아가고 부수어놓은 것들인데 말입니다.
기아트윈스
동감해요. 예전에 조부모님을 모시고 임진강 구경하러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저희 가족은 서울 근처에 좋은 데 없나 찾다가 임진강 정도면 재밌지 않을까해서 갔는데 북쪽으로 올라가고 철책이 보이고 하면서 조부모님 표정이 딱딱하게 굳더라구요. 무드가 아주 최악이었어요. 북한이란 두 글자가 1920년대생에게 어떤 느낌인지 그 전까진 짐작도 못했는데 그 이후론 "아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지요.
리틀미
ㅋㅋㅋㅋ왜 이렇게 웃기죠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저는 아무래도 메갈리아(를 비롯한 최근의 급진 "페미니스트"들)을 그렇게 연민어린 시선으로 볼 수가 없더군요.
저는 오히려 그 사람들이 혐오를 일종의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으로, 좀 더 강렬하게 모욕적인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모욕이 겨냥하는 대상에게 전달되는지 어떤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고요.
기아트윈스 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 넘치다 못해 곪아터진 "뜨거운" 부류라면, 제가 느낀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 더 보기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저는 아무래도 메갈리아(를 비롯한 최근의 급진 "페미니스트"들)을 그렇게 연민어린 시선으로 볼 수가 없더군요.
저는 오히려 그 사람들이 혐오를 일종의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으로, 좀 더 강렬하게 모욕적인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모욕이 겨냥하는 대상에게 전달되는지 어떤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고요.
기아트윈스 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 넘치다 못해 곪아터진 "뜨거운" 부류라면, 제가 느낀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 마비된 "차가운" 부류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그 두 개가 별로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기아트윈스
공감대 형성 여부를 좌우하는 조건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 소통 매체가 무엇이냐도 있어요. 예컨대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무난하게 합의하고 넘어갔을 사안도 전화로 조율하다보면 큰 싸움으로 번지곤 해요. 화상통신기술이 그렇게 발달했는데도 주요 회의는 다 비행기타고 12시간 날아가서 얼굴 보고 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어요.

이런 면에서 "글"은 아주아주아주, 열라, 아주 매우 비효율적인 매체에요. 글은 작자와 작품 간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울만큼 작가로부터 뚝 떨어져있고, 그래서 그 표면을 파고 내려가 이면을 ... 더 보기
공감대 형성 여부를 좌우하는 조건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 소통 매체가 무엇이냐도 있어요. 예컨대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무난하게 합의하고 넘어갔을 사안도 전화로 조율하다보면 큰 싸움으로 번지곤 해요. 화상통신기술이 그렇게 발달했는데도 주요 회의는 다 비행기타고 12시간 날아가서 얼굴 보고 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어요.

이런 면에서 "글"은 아주아주아주, 열라, 아주 매우 비효율적인 매체에요. 글은 작자와 작품 간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울만큼 작가로부터 뚝 떨어져있고, 그래서 그 표면을 파고 내려가 이면을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있어요. 글에는 악센트도 톤도 표정도 눈짓도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론 일베 유저들을 이해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아마 그 중 몇몇을 만나서 동행취재나 심층면담을 했었더라면 훨씬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리틀미
그런데 사실 자기 아버지 묘소를 포크레인으로 파내 버리고 싶다는 감정 자체는 그닥 놀랍지 않은 것일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이 없다면 이상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그것 때문에 홧병이 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죠.

메갈리아의 문제는 충격적인 표현방식이나 생각이 아니라 그 피해의식을 강화하고 뭉치는 방식 같아요. 어느 커뮤니티건 집단적인 행동을 보일 때 똑같은 것이긴 하지만요. 오늘 나는 애비 묘소를 포크레인으로 파냈어라고 가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주변인들이 그걸 공유하고 박수쳐주면 다시 이 가짜 감정을 갈구하고 여기서 집... 더 보기
그런데 사실 자기 아버지 묘소를 포크레인으로 파내 버리고 싶다는 감정 자체는 그닥 놀랍지 않은 것일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이 없다면 이상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그것 때문에 홧병이 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죠.

메갈리아의 문제는 충격적인 표현방식이나 생각이 아니라 그 피해의식을 강화하고 뭉치는 방식 같아요. 어느 커뮤니티건 집단적인 행동을 보일 때 똑같은 것이긴 하지만요. 오늘 나는 애비 묘소를 포크레인으로 파냈어라고 가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주변인들이 그걸 공유하고 박수쳐주면 다시 이 가짜 감정을 갈구하고 여기서 집단적 동질감을 느끼면서 누군간 용기 내어 포크레인을 몰고 나가는 악순환이랄까요. 한창 때 일베가 그랬고 한창 때 메갈리아가 그랬고 지금 etc가 그러고 있고요.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물론 한국 여성이든 한국 남성이든 일베든 오유든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억압과 슬픔이 있겠지만 모두 해결점을 찾아야 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홧병이 아무리 흔하다고 해도요. 그냥 개개인이 인터넷에서 집단 행동하는 게 부끄럽고 미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안 하는 걸 기대하는... 그냥 곧이 곧대로 엄마아빠 말을 듣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키보드로 애비 묘소를 파내든 애비 묘소 파내는 년들의 골을 파내든... 우리가 함께 할 때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는데 단결을 깰 방법이 없네요.
기아트윈스
누구나 공감을 얻고싶어해요. 공감을 산다는 건 사랑받는 거거든요. 저도 제가 쓴 글에 리플이 달리거나 하면 늘 고맙고 행복한데 메갈러든 일베러든 다 비슷한 심정일 거에요.

맞아요. 왜 만화나 그런 거 보면 자존감이 약한 인물들이 어떻게든 사랑을 받고 싶어서 겉으로 보기엔 어마어마하게 부조리한 악행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잖아요. 21세기소년에서 "친구"의 친구가 되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쫄따구들이라든가, 몬스터에서 요한의 웃음을 얻고 싶어서 사람을 막 쏴죽이는 부하들이라든가. 일베/메갈 등에서 벌어지는 악순환도 이런 종류가 아닐까 싶어요.
졸려졸려
일베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군요.
기아트윈스
맞아요. 일베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론, 다른 댓글에서도 적었지만, 그들을 조금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많이 미워하고 욕하고 그랬었어요. 하지만 이제사 생각해보면 무슨 심정으로 그러는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아요. 주변에 누가 없어서 그런데 혹 일베충을 정말로 만나게 되더라도 이젠 차분하게 이야기 할 (?) 자신이 있다능 ㅎㅎ.
연쇄살인마들도 삐뚤어진 계기는 있을 것이고,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에 대한 동정 정도는 표할 수 있겠죠. 그 노르웨이에서 보여준 모습이 유명하기도 했고요. 뭐 일베나 메갈도 그렇게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안쓰럽고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네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려는 사람에게도 이를 드러내고, 박애만 갈구하지도 않는 거 같아서 마냥 안타깝게 봐주기도 뭐하더군요. 그나저나 아버님 대단하시네요.
기아트윈스
아빠 말이 환자는 물귀신과 같대요. 물귀신 이야기들을 보면 물속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피해자 발목을 확 나꿔채서 물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걸로 나와요. 의사의 역할은 물귀신에 말려들어서 물 속에 빠져도 안 되고, 물귀신을 잡아서 물 밖으로 끌어내도 안 되고, 그저 물귀신의 힘이 빠질 때까지 그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거래요. 그러면 발목을 잡고 채가려고 낑낑거리던 물귀신이 끝내 힘이 빠져서 제발로 물 밖으로 걸어나온대요.

일베나 메갈이나 물귀신 같은 면이 있어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려는 잠재적 이해자들에게까지도 이를 드러내고 물어... 더 보기
아빠 말이 환자는 물귀신과 같대요. 물귀신 이야기들을 보면 물속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피해자 발목을 확 나꿔채서 물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걸로 나와요. 의사의 역할은 물귀신에 말려들어서 물 속에 빠져도 안 되고, 물귀신을 잡아서 물 밖으로 끌어내도 안 되고, 그저 물귀신의 힘이 빠질 때까지 그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거래요. 그러면 발목을 잡고 채가려고 낑낑거리던 물귀신이 끝내 힘이 빠져서 제발로 물 밖으로 걸어나온대요.

일베나 메갈이나 물귀신 같은 면이 있어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려는 잠재적 이해자들에게까지도 이를 드러내고 물어뜯으려고 하지요. 사랑을 구하려는 행동치곤 꽤나 과격하지요. 제가 정신과의사, 아니면 뭐 성인군자쯤 되면 "자 지칠 때까지 어디 물어보아라." 하고 대주겠지만 마... 쉽지 않지요 =_=; 정신과의사도 그거 다 돈받고 하는 일인데 제가 왜 무료로...흐흐..
눈부심
메갈리아와 같은 커뮤니티의 정제되지 않은 이념은 개인이 성숙하게 체화해야 할 문제이지 그들의 일면을 수긍하면 메갈의 '모든' 언행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하거나 그들의 '모든' 언행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면 철저하게 비토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메갈에 우호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사람을 거리에서 'ㅆ치남 재기해'라고 외치는 메갈인들과 등치시키는 것과 메갈에 강한 혐오를 표하는 사람을 한남ㅊ과 등치시키는 것은 같은 수준의 몰이해일 것인데 이런 극단적인 흑백논리는 보편적인 범주를 벗어난다 보고 논외로 하면..

각자의 인식... 더 보기
메갈리아와 같은 커뮤니티의 정제되지 않은 이념은 개인이 성숙하게 체화해야 할 문제이지 그들의 일면을 수긍하면 메갈의 '모든' 언행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하거나 그들의 '모든' 언행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면 철저하게 비토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메갈에 우호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사람을 거리에서 'ㅆ치남 재기해'라고 외치는 메갈인들과 등치시키는 것과 메갈에 강한 혐오를 표하는 사람을 한남ㅊ과 등치시키는 것은 같은 수준의 몰이해일 것인데 이런 극단적인 흑백논리는 보편적인 범주를 벗어난다 보고 논외로 하면..

각자의 인식과 입장이 다를 때 나이스하게 비토하는 것, 조심스럽게 공감을 표하는 것이 잘 지켜지면 서로 피로하지 않을 거예요.

메갈과 겹친다는 워마드가 스타벅스의 군인할인행사를 조롱했을 때 저는 비회원으로서 한심한 작태라고 생각했지만 메갈회원조차도 그 이벤트에 흥분하던 워마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저의 메갈에 대한 입장은 기아트윈스님 같이 비명소리가 들렸다는 입장과 비슷한데 이렇게 말씀 드리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리만치 화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인간은 겨우 인간일 뿐이라 사고가 정말 중구난방이에요. 메갈은 같은 여성에게서도 극렬한 비난을 받아요. 인간군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냐면, 메갈을 두고 여자일베라며 극도의 혐오감을 표하는 기혼여성이 있는데 그녀가 남편에게, 벌어들이는 돈이 성에 안 찬다고 매일같이 바가지를 긁으며 남편더러 성격만 온순하고 명품가방 하나를 못 사주는 병신이라고 욕한다고 쳐요. 어떤 기혼여성은 메갈에 우호적인데 경제양극화의 세계에서 실직자로 전락한 남편이 집에서 편히 지내도록 배려하고 같이 고민하고 가정경제를 떠맡는 걸 마다않고 상부상조한다고 쳐요. 상상이 잘 안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들 모두 가능한 시나리오랍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상을 두루두루 상정하다보면 내 기호에 맞지 않는 의견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이 가진 다양한 시각 중 자그마한 편린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어요.
기아트윈스
ㅇㅇ 맞아요. 공감의 정도야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요. 저도 메갈을 이해하는 게 일베를 이해하는 것보단 쉬웠고, 아직 IS라든가 니스 테러범이라든가 하는 이들을 이해하는 건 무척 어려워요. 아마 자제력을 잃는 순간 저도 이슬라모포비아를 드러낼지도 모르지만 전 PC하고 착한 코리안이므로..헤헤...
맷코발스키
논지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좋은 글이네요 :) 추천하고 가요.
기아트윈스
감사합니다 :)
제 생각엔 메갈리안 지지자들조차도 그 비명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사람들은 자기 논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존심 싸움하는것으로 밖에는 안보일때가 많아요.

실제로 메갈 들어가보면 어릴적부터 가족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글이나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아버지에 대한 글이 보이더군요
소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거나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며 메갈 옹호하는 사이에
그런 메갈리안들은 피해의식에 함몰되어서 인생을 망치고 있습니다.

메갈리안은 아니지만 메갈리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네요.
모든 한국남자... 더 보기
제 생각엔 메갈리안 지지자들조차도 그 비명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사람들은 자기 논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존심 싸움하는것으로 밖에는 안보일때가 많아요.

실제로 메갈 들어가보면 어릴적부터 가족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글이나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아버지에 대한 글이 보이더군요
소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거나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며 메갈 옹호하는 사이에
그런 메갈리안들은 피해의식에 함몰되어서 인생을 망치고 있습니다.

메갈리안은 아니지만 메갈리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네요.
모든 한국남자를 한남충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 한 여고생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
어릴적 친척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자존감을 찾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소위 미러링을 보고 그걸 비명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애초에 여혐에 빠지거나 성차별적 발언을 하지도 않았겠죠.
그 놈의 미러링 때문에 여성인권에 관심은 없어도 여혐은 아니었던 중간지대에 있던 사람들은 다 적이되고 있습니다.
기아트윈스
워마드의 행동 강령 중 진짜 "지지"해줘볼만한 구석이야 사실... 하나도 없지요 'ㅅ' 이건 그녀들의 실존적 고통을 공감하지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 고통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용인이 어려울 [뿐더러] 본인들의 실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상 거의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에요. 말씀하신 그대로에요. 어릴적 친척들에게 성폭행 당한 트라우마를 치료하려면 적확한 수단을 써야지요. 그 피해자에게 "자, 모든 한국 남자를 한남충 씹치남 재기해라고 외쳐봐. 그러면 네 삶이 나아질거야" 라고 귓속말 하는 건 한 순간의 뽕을 위해 모르핀을 건내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에요.
Beer Inside
학생시절 정신과 병동에 한 여학생이 입원해 있었는데 저를 보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깜짝 놀랬죠.

그랬는데, 알고 보니 모든 남자 의사나 학생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 한 것 이였습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학생이 좋아한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래는 반응을 보였지요.

이후 회의시간에 주임교수님이 그 여학생 케이스를 리뷰하면서,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해 주라는 것이였습니다.

병원 퇴원하고 하면 너희들 찾아오지도 않을 것이라면서요.

그 여햑생은 학교... 더 보기
학생시절 정신과 병동에 한 여학생이 입원해 있었는데 저를 보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깜짝 놀랬죠.

그랬는데, 알고 보니 모든 남자 의사나 학생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 한 것 이였습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학생이 좋아한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래는 반응을 보였지요.

이후 회의시간에 주임교수님이 그 여학생 케이스를 리뷰하면서,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해 주라는 것이였습니다.

병원 퇴원하고 하면 너희들 찾아오지도 않을 것이라면서요.

그 여햑생은 학교에서 좋아하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 후 병이 생겨서 입원한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였는데,

실습나오는 학생들마다 병력 청취한다고 접근해서 이야기하다가 좋아한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니,

병이 호전되지 못했던 것이였지요.
기아트윈스
ㅜㅜ
눈부심
웹툰작가들 같은 경우를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사람들이 웹툰작가로서 독자를 조롱한 건 독자로서 용납하기 힘든 일이에요. 이건 젠더이슈가 아니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의 상식문제인데 그들은 이념을 쏙 집어넣고 기고만장 했어요. 자신의 돈줄이 되는 독자를 조롱하고 비웃는 건 업계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 그렇다고 자신의 이념을 부정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손하게 피력하면 될 일이었어요. 그래도 파장이 있긴 했겠지만요. 현실세계에서 비상식적인 언행을 보이고 메갈식의 멜팅 팟 같은 이념 뒤에 숨어서 자신들... 더 보기
웹툰작가들 같은 경우를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사람들이 웹툰작가로서 독자를 조롱한 건 독자로서 용납하기 힘든 일이에요. 이건 젠더이슈가 아니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의 상식문제인데 그들은 이념을 쏙 집어넣고 기고만장 했어요. 자신의 돈줄이 되는 독자를 조롱하고 비웃는 건 업계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 그렇다고 자신의 이념을 부정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손하게 피력하면 될 일이었어요. 그래도 파장이 있긴 했겠지만요. 현실세계에서 비상식적인 언행을 보이고 메갈식의 멜팅 팟 같은 이념 뒤에 숨어서 자신들을 합리화하는 건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에요. 비명소리의 주인공과 그 소리에 귀기울였던 이들에 대한 모욕일 거예요. 메갈이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앓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지 젠더 감수성이 훨씬 발전한 요즘 시대에 겨우 온라인 키배뜨다가 스스로 페미니즘전사입네 깝치는 애들 좋으라고 편들어 주는 건 아니에요. 웹툰작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저도 잘 알지는 못하므로 악담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엄마가 하는 소리다하고 들어주기를.
기아트윈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본껵 분석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도대체 왜 이 불똥이 웹툰계로 튀었는지도 이해를 못하겠고, 나아가 그 불똥이 왜 큰 불로 번졌는지도 전혀 이해가 안가서 접었어요. 왜일까요 대체 ==;;;
눈부심
저도 혼자 내린 섣부른 결론이지만 웹툰계로 튄 건 매우 단순한 것 같아요. 순전히 그네들의 말투가 화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잉님께서 언급하셨듯 쓸데없고 멍청한 '자존심싸움'이 원인인 것 같아요. 넥슨이 여성성우분의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게 만든 (남성)유저들의 탈퇴러시자체는 팟저님의 처음글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아쉬운 풍경이지만 탈퇴자들을 "현실세계"에서 한남ㅊ취급하는 순간 메갈들만의 게임규칙을 어긴 것이 되므로 동조할 수 없게 돼요. 메갈을 이해하는 건 그네들의 언어를 액면그대로 수긍하기 때문이 아니라 본심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메갈이 그네들만의 해우소일 때만 leave them alone하는 거지 저렇게 갑툭튀해서 조롱섞인 언어로 젠더이슈를 흙탕으로 만들면 여성들만 피해볼 거예요.
눈부심
오. 생각해보니 웹툽작가들의 조롱은 현실세계가 아닌 개인SNS에서 일어난 일이군요. 기계적으로 이야기하면 개인 블로그나 트윗이 커리어에 영향가는 건 부당하지만 '어투'는 사람의 역린을 건드리거든요. 그걸 내 두눈으로 읽은 이상 화나지 않을 순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 시점 이후부터는 '내 돈 내고 읽다가 내 돈 끊겠다는데 그게 무엇이 문제냐'가 맞는 말이라는... 북한이 쏘니영화사 해킹했을 때 여성임원이었나 유명여배우 뒷담화한 게 까발려져서 자리에서 물러났나 그랬을 거예요. 가물가물. 알아봐야징=3
해고당했군요.
(http://www.hollywoodtake.com/amy-pascal-fired-sony-salary-under-fire-after-hack-reveals-obama-email-interview-crisis-pr-65400)
정신과 전공을 하고 싶었는데, 학생 실습하고나니 못하겠더라고요. 기아트위스님 아빠와 동생과의 에피소드 잘 읽었습니다. 내공이 남다르시네요.
기아트윈스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아트윈스님 혹시 레진 아이디 있으신가요? 거기 이자혜=겸디갹 작가 작품 <미지의 세계>라고 있는데 한번 읽어보세요. 거의 끝부분 제외하고는 무료로 풀려 있어서 결제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트위터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10대 20대 여성들의 외계언어(겸디갹을 포함해서)가 그 웹툰을 보고 나서 좀 이해가 됐어요. 저가 그분들을 이해하고자 나름 '개종의 각오'는 있으되 도무지 암호해독이 안 되던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아 여동생분이 있으시니까 저보다 해독을 더 잘 하실지도..) 제가 최근에 쏟아져나온 다양한 웹툰들을 많이 ... 더 보기
기아트윈스님 혹시 레진 아이디 있으신가요? 거기 이자혜=겸디갹 작가 작품 <미지의 세계>라고 있는데 한번 읽어보세요. 거의 끝부분 제외하고는 무료로 풀려 있어서 결제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트위터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10대 20대 여성들의 외계언어(겸디갹을 포함해서)가 그 웹툰을 보고 나서 좀 이해가 됐어요. 저가 그분들을 이해하고자 나름 '개종의 각오'는 있으되 도무지 암호해독이 안 되던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아 여동생분이 있으시니까 저보다 해독을 더 잘 하실지도..) 제가 최근에 쏟아져나온 다양한 웹툰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작품은 저의 인식 수준에선 21세기 여성 성장웹툰?의 마스터피스라고 할까 암튼 위대한 작품이었어용. 그걸 읽고 났더니 웹툰 속의 미지가 진짜 겸디갹이고 트위터에서 헛소리하는 겸디갹은 그녀의 가짜 페르소나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음 아버지가 그렇게 멋있는 분이셨군요. 부전자전이겠죠?
기아트윈스
요번에 큰 맘 먹고 레진 결제도 했어요. (위에도 적었지만) 웹툰 작가들의 행동양상이 잘 이해가 안되어서 그들 본인들을 독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추천작은 꼭 읽어볼게요. 그리고 아빠는... 확실히 열라 멋진 면모들이 있어요. 하지만 아빠가 잘한 것들 빼고 삽질한 것들만 모아도 근사한 책 한 권이 나올거에요 ㅎㅎ 사학도는 해석쟁이들이므로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까페레인
아버님 말씀 중에 새겨들을말이 참 많은것 같아요. 예를 드신 환경쪽에서 일하는데 궁금한건...왜 물귀신을 건져내면 안되나요 같이 말려들어간다구요? 부작용이 뭘까요. 기다리라는 말씀은 해탈의 Clue 같은 말씀이에요. 아하...했거든요. 원래 들어주고 기다려주는것이 정답인데 가끔 허우적되고 있을때는 건져주는 역할도 하지 않나 싶은데 뭔가 missing하는 포인트가 있는것 같아요.
기아트윈스
방금 카톡으로 물어봤어요^^;;

건져내는 건 치료자가 주인공이 되는 거래요. 반면 환자가 걸어나오는 건 환자가 주인공이구요. 치료자가 중심이 되면 늘 폭력의 가능성이 있어서 위험하대요. 마치 수술처럼요. 환자의 주체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해요.
까페레인
오...명답이세요. 저의 딜레마였는데 아주 새겨들어야겠어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라는 노래가사가 지나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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