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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11 17:59:39 |
Name | 삼공파일 |
Subject | 전염병을 앞에 두고 “나는 누구의 편인가”를 논하는 한국 사회 |
메르스는 결국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어떤 종류의 사회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무슨 측면으로 보든지 직관적으로 느끼기에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하다. 한국 사회가 큰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회의적으로 답변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여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은 아니다.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이어서 행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고, 언론은 이슈를 만들며 정치권이 이를 피드백하고, 행정부는 다시금 대처한다. 여기서 보인 기형적인 부분은 사회적 문제가 메르스 창궐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문제로 시작되었다가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이후에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한 문제로 넘어갔다. 여론에서 주도권조차 잃어버리는 모습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장악력이 이토록 떨어지나 다시 한 번 탄식하게 되지만 사람들이 관심 갖는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행정부의 무능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이제는 박 시장이 잘했느냐 못했느냐로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버렸다. 정치인이나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래서 메르스 창궐 사태에 대해 언론과 행정부가 사소한 실수는 있을지언정 각각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여론의 관심을 부추기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행정부는 이를 다루고 진정시키고 대응하고 있다. 잘못된 점은 여론 그 자체, 혹은 대중의 인식이다. 메르스 창궐 사태의 주어는 엉뚱하게도 박 시장이 되었고 변주으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기타 등등이 간혹 등장한다.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거나 생명을 다루는 일에는 선제적 대처가 중요하다거나 어느 사건에 적용하더라도 그럴법한 핑계거리가 되는 이야기들이 동원되며 박 시장에 대해 논한다. 이 논의는 사태에 따라오는 특수한 비판이 아니라, 박 시장이라는 혹은 박 대통령이라는 주어에 따라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여론은 메르스 창궐 사태를 놓고 또다시 “나는 누구의 편이고, 너는 누구의 편인가?”라는 질문만 미친듯이 던져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본질적으로 서사적이었다. 서사적인 것은 역사적이다. 역사의 해석은 정치적이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속성이다. 다만, 세월호 사건에서는 언론과 정치, 지식인의 역할 부재로 서사를 완성하지 못했고 정치성이 서사성을 앞질러 서사의 완성을 방해했기 때문에 문제였다. 하지만, 메르스 창궐 사태에는 아무런 서사가 없다. 여론은 전염병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진정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공포는 언론이, 진정은 행정부가 담당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문제일 것 같은 언론과 행정부가 아니라, 여론에서 심각한 이상 증세를 확인할 수 있다. 여론은 전염병을 두고 당연히 느껴야 할 양가 감정을 제쳐두고 박 시장에 대한 명확한 하나의 감정을 결정하려고 한다. 어떤 종류의 사회적 문제가 발발하더라도 여론은 무조건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먼저 느낀다. 그리고 이 혼란은 우리로 하여금 “나는 누구의 편인가”라는 반복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되뇌게 만든다. 한국 사회가 이슈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정치성에 매몰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문제는 그동안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나는 과거의 정치성과 지금의 정치성을 달리 해석한다. 과거의 정치성은 정치성이다. 정치성은 이념에 기반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성은 이념이 거세되었다. 이념이 거세된 정치성은 정치성이 아니라, “정체성”이 되었다. 정체성은 기반을 찾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모든 이슈에 달라붙어서 특수성을 제거해버린다. 메르스 창궐 사태를 대하는 여론의 태도가 세월호 사건과 거의 똑같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형적 여론의 탄생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 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복지”를 전면적 화두에 내세우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념적 구분이 사실상 사라졌다. 민주당 정부와 MB 정부를 실제로 체험한 대중이 이념적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체득했고, 이를 간파한 박 대통령이 선거 전략을 맞추어 짠 것이다. 대중이 판단해야 할 부분은 박근혜 개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밖에 없었다. 여기서 필요한 판단 근거는 “내가 누구의 편이냐” 뿐이었다. 대선 열기가 과열되고 언론 환경이 바뀐 것도 크게 한 몫 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직관 자체를 뒷받침할 이념적 근거 자체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후 모든 사회적 이슈에 여론은 대처할 능력을 잃었다. 병원 실습을 돌고 있는 의대생으로서 메르스 창궐 사태에 대해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가질 것인가 고민해봤다. 개인적인 사회적 위치가 윤리적인 입장을 요구하고, 이러한 특수한 입장과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견해가 있어야 한다. 메르스가 어떤 병인지 공부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우려해야 할 부분과 안심해도 될 부분을 구분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준다면, 아마 의대생으로서 더없이 좋은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메르스 창궐 사태보다 여론이 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저열한 비유를 할 생각은 없다. 지금 메르스 창궐 사태는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이념이 거세되어 정체성 불안을 느끼는 여론 때문에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선행된 문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전염병이 퍼지든, 배가 침몰하든,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나는 누구의 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팔다리는 제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머리가 생각할 힘을 잃어버렸다.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6-17 15:4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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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치적 질문은 정상적인 사회 기능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도 그렇게 썼고요. 지금 여론은 그런 논의가 아니라 \"내가 박원순 편이냐 아니냐\"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해서 쓴 글입니다. 지금의 정치성은 정치성이 아니라고 쓴 문장도 그런 의미이고요. 박원순 편을 들 수도 있고 안 들 수도 있고, 그렇게 편을 갈라서 싸우는 게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인데, 여론이 계속해서 \"나는 박원순 편이야\", \"너는 박근혜 편이야\"만 외치고 있다는 것이죠.
전염병을 앞두고 느끼는 공포와 빨리 진정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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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치적 질문은 정상적인 사회 기능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도 그렇게 썼고요. 지금 여론은 그런 논의가 아니라 \"내가 박원순 편이냐 아니냐\"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해서 쓴 글입니다. 지금의 정치성은 정치성이 아니라고 쓴 문장도 그런 의미이고요. 박원순 편을 들 수도 있고 안 들 수도 있고, 그렇게 편을 갈라서 싸우는 게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인데, 여론이 계속해서 \"나는 박원순 편이야\", \"너는 박근혜 편이야\"만 외치고 있다는 것이죠.
전염병을 앞두고 느끼는 공포와 빨리 진정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보다도 내가 누구 편인지 확인해서 알려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는 이 상태가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이런 혼란은 세월호 사건 자체가 이런 부분에서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따라올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메르스가 몇 가지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다고 해서 여론으로 하여금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길만 한 사건은 아닌데도 그러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이 길을 잃은 건 당면한 문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여론 자체가 뭔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 거고요.
지금 여론 자체가 별 문제가 없다고 느끼신다면 공감을 하기 어려운 문제 제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마 많은 분들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토의 자체가 과열되면서 뭔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염병을 앞두고 느끼는 공포와 빨리 진정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보다도 내가 누구 편인지 확인해서 알려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는 이 상태가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이런 혼란은 세월호 사건 자체가 이런 부분에서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따라올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메르스가 몇 가지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다고 해서 여론으로 하여금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길만 한 사건은 아닌데도 그러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이 길을 잃은 건 당면한 문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여론 자체가 뭔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 거고요.
지금 여론 자체가 별 문제가 없다고 느끼신다면 공감을 하기 어려운 문제 제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마 많은 분들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토의 자체가 과열되면서 뭔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는 누구 편이냐\'가 저 질문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마지막 줄에 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내가 나설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재명 시장도 그렇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나설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오늘 있었던 국회 특위에서는 \'질본이 책임지고 삼성병원을 폐쇄해라\'가 나왔고요.
좀 더 거친 반문을 하자면, 애초에 정치의 본질은 공을 가지고 과를 넘기는 것에 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논지는 모두 질병으로 대표되는 특정 이벤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이에 대한 ... 더 보기
좀 더 거친 반문을 하자면, 애초에 정치의 본질은 공을 가지고 과를 넘기는 것에 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논지는 모두 질병으로 대표되는 특정 이벤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이에 대한 ... 더 보기
\'너는 누구 편이냐\'가 저 질문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마지막 줄에 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내가 나설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재명 시장도 그렇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나설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오늘 있었던 국회 특위에서는 \'질본이 책임지고 삼성병원을 폐쇄해라\'가 나왔고요.
좀 더 거친 반문을 하자면, 애초에 정치의 본질은 공을 가지고 과를 넘기는 것에 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논지는 모두 질병으로 대표되는 특정 이벤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이에 대한 정치적 담론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를 가져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인 전제가 아닙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질병에 걸리지 않은 시민은 나의 유병 가능성이 제로이기를 담보받고 싶어하고, 접촉의 가능성이 제로이기를 원하며, 내가 느낀 공포감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가급적이면 피냄새 나는 책임을) 지기를 원합니다. 좀 더 실물 정치에 연관된 사람이라면 그 책임을 지게 만드는 액션에 앞장서서 누군가를 매달아버리고 \'보아라 내가 정의의 실현자이니라\'를 외치고 싶어하겠지요. 이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굉장한 논란이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비정상적인 정치인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요(常).
더군다나 이 문제에 있어서, \'정상\'적인 시스템 가동 중에 누가 책임지고 누가 나서야 하는가에 대해서 \'박원순 서울 시장이다\'라고 답할 여지가 애초에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강한 개입을 외쳤습니다.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일단 박원순 시장 본인의 포지션이 \'현재의 시스템 가동에 문제가 있으므로 내가 해결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시스템의 책임자와 대적할 것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방역 문제는 그 자체로 정치적입니다. 무엇이 가장 \'과학적\'인가보다, 무엇이 가장 \'정치적\'인가를 따지는게 당연한 시점이며 또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도 힘듭니다. 이미 문제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섰으니까요. 메르스라는 질병 문제-방역 이슈가 정치 담론에서 독립적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한, 이 글과 삼공파일님의 주장은 비현실적인 탈정치화를 외치는 것과 다름없게 됩니다.
좀 더 거친 반문을 하자면, 애초에 정치의 본질은 공을 가지고 과를 넘기는 것에 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논지는 모두 질병으로 대표되는 특정 이벤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이에 대한 정치적 담론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를 가져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인 전제가 아닙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질병에 걸리지 않은 시민은 나의 유병 가능성이 제로이기를 담보받고 싶어하고, 접촉의 가능성이 제로이기를 원하며, 내가 느낀 공포감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가급적이면 피냄새 나는 책임을) 지기를 원합니다. 좀 더 실물 정치에 연관된 사람이라면 그 책임을 지게 만드는 액션에 앞장서서 누군가를 매달아버리고 \'보아라 내가 정의의 실현자이니라\'를 외치고 싶어하겠지요. 이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굉장한 논란이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비정상적인 정치인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요(常).
더군다나 이 문제에 있어서, \'정상\'적인 시스템 가동 중에 누가 책임지고 누가 나서야 하는가에 대해서 \'박원순 서울 시장이다\'라고 답할 여지가 애초에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강한 개입을 외쳤습니다.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일단 박원순 시장 본인의 포지션이 \'현재의 시스템 가동에 문제가 있으므로 내가 해결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시스템의 책임자와 대적할 것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방역 문제는 그 자체로 정치적입니다. 무엇이 가장 \'과학적\'인가보다, 무엇이 가장 \'정치적\'인가를 따지는게 당연한 시점이며 또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도 힘듭니다. 이미 문제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섰으니까요. 메르스라는 질병 문제-방역 이슈가 정치 담론에서 독립적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한, 이 글과 삼공파일님의 주장은 비현실적인 탈정치화를 외치는 것과 다름없게 됩니다.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이어서 행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고, 언론은 이슈를 만들며 정치권이 이를 피드백하고, 행정부는 다시금 대처한다. 여기서 보인 기형적인 부분은 사회적 문제가 메르스 창궐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 처음부터 정치적 담론은 중요하고 지금 이 부분에서 특별히 언론이나 청와대, 서울시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청와대는 미온적으로 서울시는 과도하다는 정도의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상황이 그러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문제라고 지적... 더 보기
글 처음부터 정치적 담론은 중요하고 지금 이 부분에서 특별히 언론이나 청와대, 서울시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청와대는 미온적으로 서울시는 과도하다는 정도의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상황이 그러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문제라고 지적... 더 보기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이어서 행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고, 언론은 이슈를 만들며 정치권이 이를 피드백하고, 행정부는 다시금 대처한다. 여기서 보인 기형적인 부분은 사회적 문제가 메르스 창궐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 처음부터 정치적 담론은 중요하고 지금 이 부분에서 특별히 언론이나 청와대, 서울시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청와대는 미온적으로 서울시는 과도하다는 정도의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상황이 그러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디테일한 담론의 흐름이 아니라, 이 흐름 속에서 여론이 나타내는 이상한 반응입니다. 이 이상한 반응은 세월호 사건 때부터 감지되었던 것이고요. \"나는 박원순 편이다\"에서 출발해서 담론으로 흘러 들어가야 하는데, 담론에서 출발해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박원순 편이다\"로 흘러 갑니다. 단순한 정치적 편향이나 논쟁의 범위를 넘어서서 특수한 담론의 본질을 덮어버릴 정도로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인 논의냐 정치적인 논의냐 윤리적인 논의냐 이런 건 지금 아무런 소용이 없고, 한국 사회가 정체성 불안을 해소하고 이념적 기반을 회복하기 전에는 어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담론의 장으로 제대로 내놓을 수가 없다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과 전혀 반대로 정치적인 이슈가 정치적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 삼고 있는 것이죠.
여론이 정말 그 정도로 심각하게 정체성 불안을 느끼고 있느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느냐는 본문에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느끼는 바가 다를 수도 있겠죠.
글 처음부터 정치적 담론은 중요하고 지금 이 부분에서 특별히 언론이나 청와대, 서울시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청와대는 미온적으로 서울시는 과도하다는 정도의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상황이 그러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디테일한 담론의 흐름이 아니라, 이 흐름 속에서 여론이 나타내는 이상한 반응입니다. 이 이상한 반응은 세월호 사건 때부터 감지되었던 것이고요. \"나는 박원순 편이다\"에서 출발해서 담론으로 흘러 들어가야 하는데, 담론에서 출발해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박원순 편이다\"로 흘러 갑니다. 단순한 정치적 편향이나 논쟁의 범위를 넘어서서 특수한 담론의 본질을 덮어버릴 정도로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인 논의냐 정치적인 논의냐 윤리적인 논의냐 이런 건 지금 아무런 소용이 없고, 한국 사회가 정체성 불안을 해소하고 이념적 기반을 회복하기 전에는 어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담론의 장으로 제대로 내놓을 수가 없다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과 전혀 반대로 정치적인 이슈가 정치적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 삼고 있는 것이죠.
여론이 정말 그 정도로 심각하게 정체성 불안을 느끼고 있느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느냐는 본문에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느끼는 바가 다를 수도 있겠죠.
말씀하신 걸 한 줄로 바꿔쓰면 현재의 담론이 수준 이하다로 요약이 되고, 그 이유는 논지 전개가 후지고 답정너에 가까워서... 로 읽힙니다. 맞는지가 궁금하고... 이게 맞다면, 원래 대중적인 담론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보다 나은 수준의 논지가 난무하는 사회 문제를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뭐 좀 더 냉소적으로 말하면 \'언제나 그러했듯 그 모양 그 꼴일뿐이다\' 라는 이야기기도 하고요. 한국 사회가 정체성 불안을 안고 있다, 이념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 사회의 담론 수준을 올려... 더 보기
말씀하신 걸 한 줄로 바꿔쓰면 현재의 담론이 수준 이하다로 요약이 되고, 그 이유는 논지 전개가 후지고 답정너에 가까워서... 로 읽힙니다. 맞는지가 궁금하고... 이게 맞다면, 원래 대중적인 담론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보다 나은 수준의 논지가 난무하는 사회 문제를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뭐 좀 더 냉소적으로 말하면 \'언제나 그러했듯 그 모양 그 꼴일뿐이다\' 라는 이야기기도 하고요. 한국 사회가 정체성 불안을 안고 있다, 이념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 사회의 담론 수준을 올려야 한다... 이건 저부터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주장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는 솔직히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저런 건 식자들끼리나 하는 것이고 식자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흉내라도 내보는 것이죠. 무엇보다 정체성 불안이 없다가 갑자기 생겼거나, 최근에 악화 인자가 엄청나게 많았거나... 그런 게 아니었잖습니까. 30년 전보다는 나아졌고, 1-2년 전보다는 나아졌는지 어쨌는지 모르겠고... 이게 사회 담론의 레벨이고,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인간 사회의 수준 평가고요.
그래서 제가 궁금한 것은 사실 이 지점입니다. 삼공파일님은 현재의 여론과 그 여론에 대한 평가가, 이전 혹은 직전의 다른 사회 문제와 비교해서 급격하게 나빠졌거나 수준이 열화됐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그래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궁금한 것은 사실 이 지점입니다. 삼공파일님은 현재의 여론과 그 여론에 대한 평가가, 이전 혹은 직전의 다른 사회 문제와 비교해서 급격하게 나빠졌거나 수준이 열화됐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그래보이지가 않습니다.
해결책을 굳이 제시하자면 사회 과학 서적을 열심히 읽어서 이념적인 기반을 다지자라는 정도 밖에 제시하지 못하겠지만, 단순하게 담론 수준이 떨어졌다 정도로 보기에 뭔가 심각하게 결여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념적 기반이 얼마나 훌륭하느냐 이전에 아무리 후지고 멍청한 것이더라도 정치적 편향성을 정당화시키는 데는 이념적 기반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머릿 속에서 그런 기반 자체가 아예 세워지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세월호 사건 때는 식자들끼리 해야하는 그 역할조차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문제... 더 보기
세월호 사건 때는 식자들끼리 해야하는 그 역할조차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문제... 더 보기
해결책을 굳이 제시하자면 사회 과학 서적을 열심히 읽어서 이념적인 기반을 다지자라는 정도 밖에 제시하지 못하겠지만, 단순하게 담론 수준이 떨어졌다 정도로 보기에 뭔가 심각하게 결여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념적 기반이 얼마나 훌륭하느냐 이전에 아무리 후지고 멍청한 것이더라도 정치적 편향성을 정당화시키는 데는 이념적 기반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머릿 속에서 그런 기반 자체가 아예 세워지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세월호 사건 때는 식자들끼리 해야하는 그 역할조차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문제 제기로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메르스를 앞두고 공포가 확산되는 속도보다 정체성의 위기가 확인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딱히 메르스 관련해서 식자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해야할 말을 안 하고 숨거나 그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의사 입장이나 행정가 입장이나 언론 입장이나 다 자기 입장에 맞춰서 합리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여론이 논하는 수준은 과도한 정보로 인해서 부정확성이 올라갔다는 점까지 고려해도 예전에 비해서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지식이 동반되어 올라간 상태입니다. 박원순을 공격하든 방어하든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동반되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과 메르스 확진 의사 간의 논쟁이라든지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과 그에 따른 여론의 반응이 \"아, 이 사람들은 지금 메르스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박원순 얘기를 하는구나\"라고 느끼는 게 만든 것이죠. 전염병에 대한 공포보다도 박원순에 대해 평가하려는 감정이 앞지르고 있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당선되었다는 사건이 이런 혼란의 시작을 알릴 정도로 큰 사건이 아니었나 그렇게까지 생각됩니다.
세월호 사건 때는 식자들끼리 해야하는 그 역할조차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문제 제기로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메르스를 앞두고 공포가 확산되는 속도보다 정체성의 위기가 확인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딱히 메르스 관련해서 식자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해야할 말을 안 하고 숨거나 그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의사 입장이나 행정가 입장이나 언론 입장이나 다 자기 입장에 맞춰서 합리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여론이 논하는 수준은 과도한 정보로 인해서 부정확성이 올라갔다는 점까지 고려해도 예전에 비해서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지식이 동반되어 올라간 상태입니다. 박원순을 공격하든 방어하든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동반되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과 메르스 확진 의사 간의 논쟁이라든지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과 그에 따른 여론의 반응이 \"아, 이 사람들은 지금 메르스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박원순 얘기를 하는구나\"라고 느끼는 게 만든 것이죠. 전염병에 대한 공포보다도 박원순에 대해 평가하려는 감정이 앞지르고 있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당선되었다는 사건이 이런 혼란의 시작을 알릴 정도로 큰 사건이 아니었나 그렇게까지 생각됩니다.
이념적 기반에 의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설명이 유효하지 않은 지점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얘기가 한 2-30년 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식이 메인이고 이 부분은 곁가지였지만 아무튼 지금 와서 돌이켜본다면, \'내가 믿는바가 이래서 우리 편이 얘네\'가 아니라 \'편이 정해졌으니 이념을 골라볼까 or 이념은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드니까 편을 골라놓고 이념 논쟁을 누가 하려고 들면 촌스럽다고 까야겠다\'라고 변한 것도 대충 20년쯤 된 것 같습니다. 운동권 담론이 딱 그랬거든요.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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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 기반에 의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설명이 유효하지 않은 지점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얘기가 한 2-30년 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식이 메인이고 이 부분은 곁가지였지만 아무튼 지금 와서 돌이켜본다면, \'내가 믿는바가 이래서 우리 편이 얘네\'가 아니라 \'편이 정해졌으니 이념을 골라볼까 or 이념은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드니까 편을 골라놓고 이념 논쟁을 누가 하려고 들면 촌스럽다고 까야겠다\'라고 변한 것도 대충 20년쯤 된 것 같습니다. 운동권 담론이 딱 그랬거든요.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지식 수준이 세월호보다 올라가보인 것은 좀 더 다른, 그리고 단순한 이유에서 설명이 된다고 봅니다. 한국에 의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전문 지식/기술에 가까운 영역은 해류, 다이빙, 구조작업, 기타 해양 사고 관련 지식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전공자가 무지하게 적습니다. 그리고 전공 지식을 갖춘 상태로 현직에서 뛰는 사람은 명단을 추려내는게 가능할 정도로 적죠. 반면에 전염병에 관련된 지식은 질병 그 자체, 예방/방역, 보건 위생, 국제 뉴스 정도인데 병원 안 가본 사람 없고, 방역 정책 얘기해줄 사람(감염내과/예방의학 전공자, 방역 관련 공무원)은 많고, 저런 거 해석해줄 사람(당장 삼공파일님도 저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해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의료인은 널리고 널렸고, 국제 뉴스는 정말 다들 보는 것이죠. 사스 혹은 광우병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의 지식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보기가 힘듭니다. 즉 느끼시는 이질감이 어쩌면 카테고리의 문제지 대중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뭐... 옛날 역사만 뒤집어봐도 전염병은 굉장히 정치적으로 잘 쓰였습니다. 왕을 갈든 정적을 갈든 민란을 일으키든 전쟁을 일으키든... 어차피 전염병 문제에서,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는 감염 확산 방지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큰 영향을 준다고 하기가 힘듭니다. 프레임 문제는 전적으로 책임자 혹은 속죄양을 추려내기 위해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전염병이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 적이 누구고 내 편이 누구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걸 잘못됐다라고 할 수 있는가... 좀 의문입니다. 잘못됐다고 한다면 애초에 방역 정책을 정치가가 다루는 것 자체가 원죄라면 원죄인데, 방역 정책의 기본 틀과 시민 권익의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니까요.
오히려 말씀하신 마지막 줄에서, 문제 관찰에 선행한 프레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살짝 들게 합니다. 이 부분은 뭐 제가 추궁할 부분도 아니고 삼공파일님께서 스스로 생각해보셔야 할 문제겠지만...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지식 수준이 세월호보다 올라가보인 것은 좀 더 다른, 그리고 단순한 이유에서 설명이 된다고 봅니다. 한국에 의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전문 지식/기술에 가까운 영역은 해류, 다이빙, 구조작업, 기타 해양 사고 관련 지식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전공자가 무지하게 적습니다. 그리고 전공 지식을 갖춘 상태로 현직에서 뛰는 사람은 명단을 추려내는게 가능할 정도로 적죠. 반면에 전염병에 관련된 지식은 질병 그 자체, 예방/방역, 보건 위생, 국제 뉴스 정도인데 병원 안 가본 사람 없고, 방역 정책 얘기해줄 사람(감염내과/예방의학 전공자, 방역 관련 공무원)은 많고, 저런 거 해석해줄 사람(당장 삼공파일님도 저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해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의료인은 널리고 널렸고, 국제 뉴스는 정말 다들 보는 것이죠. 사스 혹은 광우병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의 지식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보기가 힘듭니다. 즉 느끼시는 이질감이 어쩌면 카테고리의 문제지 대중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뭐... 옛날 역사만 뒤집어봐도 전염병은 굉장히 정치적으로 잘 쓰였습니다. 왕을 갈든 정적을 갈든 민란을 일으키든 전쟁을 일으키든... 어차피 전염병 문제에서,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는 감염 확산 방지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큰 영향을 준다고 하기가 힘듭니다. 프레임 문제는 전적으로 책임자 혹은 속죄양을 추려내기 위해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전염병이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 적이 누구고 내 편이 누구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걸 잘못됐다라고 할 수 있는가... 좀 의문입니다. 잘못됐다고 한다면 애초에 방역 정책을 정치가가 다루는 것 자체가 원죄라면 원죄인데, 방역 정책의 기본 틀과 시민 권익의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니까요.
오히려 말씀하신 마지막 줄에서, 문제 관찰에 선행한 프레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살짝 들게 합니다. 이 부분은 뭐 제가 추궁할 부분도 아니고 삼공파일님께서 스스로 생각해보셔야 할 문제겠지만...
음... 헌팅턴이랑 후쿠야마가 [문명의 충돌]이나 [역사의 종말] 같은 책을 쓰면서 나온 이데올로기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그런 부분도 제가 사실 좋아하는 이야기고 이렇게 되는데 기여한 부분이 많겠습니다만,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사람에게는 편향성이 존재하고 그 편향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이념을 가져온다는 이이기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당화 부분이 무너지면서 편향성 자체가 불안해졌다는 것이죠. 사람은 일단 ... 더 보기
음... 헌팅턴이랑 후쿠야마가 [문명의 충돌]이나 [역사의 종말] 같은 책을 쓰면서 나온 이데올로기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그런 부분도 제가 사실 좋아하는 이야기고 이렇게 되는데 기여한 부분이 많겠습니다만,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사람에게는 편향성이 존재하고 그 편향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이념을 가져온다는 이이기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당화 부분이 무너지면서 편향성 자체가 불안해졌다는 것이죠. 사람은 일단 어떤 사건에 대해서 편향되어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딥니다. 다른 편으로 넘어갈 지언정 직관이 그렇게 작용하죠.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내가 왜 박근혜 편이고 내가 왜 박원순 편인지 도저히 이유를 못 찾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세월호 사건도 가져오고 메르스 창궐도 가져오고 그러는 바람에 이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식자들의 논의 부재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해된 것 같은데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역사성을 가지는지 이야기하지 않아서 사람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메르스는 딱히 그런 설명을 할 필요가 있는 역사성을 가진 사건은 아니고 사회 기능적으로 식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 것입니다.
담론 수준 자체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사스 때나 광우병 때나 마찬가지로 지금 의학적 지식 등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 상태라는 뜻에서 쓴 것이고요. 지식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사스 때나 광우병 때도 위키피디아 있고 인터넷 다 되는 때였으니 의학적인 지식 때문에 수준이 낮다고 지적하려는 글은 아니었는 말이었고요. 세월호 때 비해서 지식 수준이 올라갔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야 본문에서도 썼듯이 전체적인 프레임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건 때부터 사람들이 내러티브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메르스 사태에서도 뭔가 담론 방향이 역행하고 있는 현상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이게 제가 생각에 사건을 꿰어 맞추려고 왜곡시켜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처음에 탈정치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하셔서 탈정치화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정상화를 주장했던 거라고 설명했고, 다음에는 담론 수준이 낮은 것 지적하는 것이냐고 하시길래 담론 수준은 오히려 충분하고 여론에서 이념적 기반이 결핍되었다고 대답했는데, 이념적 기반은 원래 의미가 없었던 것이고 담론 수준이 높아진 건 아니라고 하시네요 ;; 특별히 지적하시는 부분과 제 주장이 상충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제가 글을 좀 오해가 되게 썼나 봅니다.
그나저나 특히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박원순 시장과 메르스 감염 의사 간의 대립 구도였는데 그 와중에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네요... 걱정됩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내가 왜 박근혜 편이고 내가 왜 박원순 편인지 도저히 이유를 못 찾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세월호 사건도 가져오고 메르스 창궐도 가져오고 그러는 바람에 이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식자들의 논의 부재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해된 것 같은데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역사성을 가지는지 이야기하지 않아서 사람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메르스는 딱히 그런 설명을 할 필요가 있는 역사성을 가진 사건은 아니고 사회 기능적으로 식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 것입니다.
담론 수준 자체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사스 때나 광우병 때나 마찬가지로 지금 의학적 지식 등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 상태라는 뜻에서 쓴 것이고요. 지식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사스 때나 광우병 때도 위키피디아 있고 인터넷 다 되는 때였으니 의학적인 지식 때문에 수준이 낮다고 지적하려는 글은 아니었는 말이었고요. 세월호 때 비해서 지식 수준이 올라갔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야 본문에서도 썼듯이 전체적인 프레임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건 때부터 사람들이 내러티브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메르스 사태에서도 뭔가 담론 방향이 역행하고 있는 현상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이게 제가 생각에 사건을 꿰어 맞추려고 왜곡시켜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처음에 탈정치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하셔서 탈정치화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정상화를 주장했던 거라고 설명했고, 다음에는 담론 수준이 낮은 것 지적하는 것이냐고 하시길래 담론 수준은 오히려 충분하고 여론에서 이념적 기반이 결핍되었다고 대답했는데, 이념적 기반은 원래 의미가 없었던 것이고 담론 수준이 높아진 건 아니라고 하시네요 ;; 특별히 지적하시는 부분과 제 주장이 상충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제가 글을 좀 오해가 되게 썼나 봅니다.
그나저나 특히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박원순 시장과 메르스 감염 의사 간의 대립 구도였는데 그 와중에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네요... 걱정됩니다.
결국 이제 받아들이는데에 대한 차이점인데
1. 예전에도 내가 왜 이 편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널렸었고(대표적으로 투표에서의 계급 배반 사례들)
2. 세월호 사건의 역사성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나오기는 상당히 나온 부분이며 애초에 이 부분은 사건이 지나간 후 후행적으로 이야기될 부분이고
3. 담론 수준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해서 대중에 의한 대중의 토론이 언제나 그렇듯 관심가진 개인만도 못한 것인데, 다른 사례에 비교해서 메르스가 딱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저도 ... 더 보기
1. 예전에도 내가 왜 이 편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널렸었고(대표적으로 투표에서의 계급 배반 사례들)
2. 세월호 사건의 역사성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나오기는 상당히 나온 부분이며 애초에 이 부분은 사건이 지나간 후 후행적으로 이야기될 부분이고
3. 담론 수준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해서 대중에 의한 대중의 토론이 언제나 그렇듯 관심가진 개인만도 못한 것인데, 다른 사례에 비교해서 메르스가 딱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저도 ... 더 보기
결국 이제 받아들이는데에 대한 차이점인데
1. 예전에도 내가 왜 이 편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널렸었고(대표적으로 투표에서의 계급 배반 사례들)
2. 세월호 사건의 역사성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나오기는 상당히 나온 부분이며 애초에 이 부분은 사건이 지나간 후 후행적으로 이야기될 부분이고
3. 담론 수준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해서 대중에 의한 대중의 토론이 언제나 그렇듯 관심가진 개인만도 못한 것인데, 다른 사례에 비교해서 메르스가 딱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저도 사실 좀 말을 빙빙 돌려서 약간 착오가 있는데, 제 얘기는 그러합니다. 여타 다른 사회 문제에서의 대중이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좀 더 뉘앙스를 강하게 말하자면 \'\'대중이 원래 그렇지 뭐...\'에 가까운 얘기입니다. 개인-개인의 그것에 비해서는 깊이와 논거가 낮을 수 밖에 없고, 다른 문제에서의 대중 내 담론과 비교하면 오히려 파편화된 지식이나마 좀 더 올라가 있고, 다른 문제이면서 카테고리가 같은 대중 내 담론과 비교하면 정확히 동등하고.
사실 요약해서 말하면 \'대중이 원래 그랬는데 뭘 새삼...\' 이 되는데, 이걸 그대로 쓰면 공격적으로 비춰지겠거니와 저것보다는 좀 더 약한 뉘앙스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잘 안된 것 같네요.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1. 예전에도 내가 왜 이 편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널렸었고(대표적으로 투표에서의 계급 배반 사례들)
2. 세월호 사건의 역사성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나오기는 상당히 나온 부분이며 애초에 이 부분은 사건이 지나간 후 후행적으로 이야기될 부분이고
3. 담론 수준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해서 대중에 의한 대중의 토론이 언제나 그렇듯 관심가진 개인만도 못한 것인데, 다른 사례에 비교해서 메르스가 딱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저도 사실 좀 말을 빙빙 돌려서 약간 착오가 있는데, 제 얘기는 그러합니다. 여타 다른 사회 문제에서의 대중이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좀 더 뉘앙스를 강하게 말하자면 \'\'대중이 원래 그렇지 뭐...\'에 가까운 얘기입니다. 개인-개인의 그것에 비해서는 깊이와 논거가 낮을 수 밖에 없고, 다른 문제에서의 대중 내 담론과 비교하면 오히려 파편화된 지식이나마 좀 더 올라가 있고, 다른 문제이면서 카테고리가 같은 대중 내 담론과 비교하면 정확히 동등하고.
사실 요약해서 말하면 \'대중이 원래 그랬는데 뭘 새삼...\' 이 되는데, 이걸 그대로 쓰면 공격적으로 비춰지겠거니와 저것보다는 좀 더 약한 뉘앙스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잘 안된 것 같네요.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2&cid=1018477&iid=1252957&oid=421&aid=0001465733&ptype=052
뇌사는 아니라는군요. 여기저기 올라오는 지피셜들 보면 심각한 상황인 것은 맞긴 한 것 같습니다
뇌사는 아니라는군요. 여기저기 올라오는 지피셜들 보면 심각한 상황인 것은 맞긴 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슈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정치성에 매몰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문제는 그동안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나는 과거의 정치성과 지금의 정치성을 달리 해석한다.]
중간에 이런 문장도 썼듯이, 단순하게 너무 편만 가른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편을 가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 편을 가르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편가르는 것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못 본다는 것입니다. 일단 편 가르는 것부터 제대로 하고 넘어가야 제대로 기능을 하는데 그 단계에서부터 막혀버린다는 것이죠.
중간에 이런 문장도 썼듯이, 단순하게 너무 편만 가른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편을 가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 편을 가르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편가르는 것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못 본다는 것입니다. 일단 편 가르는 것부터 제대로 하고 넘어가야 제대로 기능을 하는데 그 단계에서부터 막혀버린다는 것이죠.
저는 이번 이슈가 통찰력이 필요없는 단순한 것이어서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역대 최악의 무능정부를 겪은 국민들이 지지정당이 어디든 현정부의 무능을 인지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을 배출할 정당이 현재의 여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불안함(아무래도 너무 삽질을 했어. 이대로는 야당이 집권할 것도 같아!)과 야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조바심(어이없네. 이렇게 초대형 삽질을 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녀석들이 아직도 있다니. 다음 정권도 지금의 여당에서 나오는 거 아냐? 또 여당이 집권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이 더해진 결과 \"너 ... 더 보기
그리고 여기에 역대 최악의 무능정부를 겪은 국민들이 지지정당이 어디든 현정부의 무능을 인지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을 배출할 정당이 현재의 여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불안함(아무래도 너무 삽질을 했어. 이대로는 야당이 집권할 것도 같아!)과 야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조바심(어이없네. 이렇게 초대형 삽질을 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녀석들이 아직도 있다니. 다음 정권도 지금의 여당에서 나오는 거 아냐? 또 여당이 집권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이 더해진 결과 \"너 ... 더 보기
저는 이번 이슈가 통찰력이 필요없는 단순한 것이어서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역대 최악의 무능정부를 겪은 국민들이 지지정당이 어디든 현정부의 무능을 인지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을 배출할 정당이 현재의 여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불안함(아무래도 너무 삽질을 했어. 이대로는 야당이 집권할 것도 같아!)과 야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조바심(어이없네. 이렇게 초대형 삽질을 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녀석들이 아직도 있다니. 다음 정권도 지금의 여당에서 나오는 거 아냐? 또 여당이 집권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이 더해진 결과 \"너 누구 지지해? 정체를 밝혀.\" 글쓴이가 관찰한 내용이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메르스 사태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없어 흑백논리가 제대로 적용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흑백논리는 극단적인 이념의 대립이기 때문에 현상황은 분명 이념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거기에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니 흑백논리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죠.
음... 여기까지 쓰는 중에 그 의사분이 젊은 나이에 뇌사 상태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네요.
기름을 부은 데에 화약을 끼얹은 형국이 되지 않을지...
그리고 여기에 역대 최악의 무능정부를 겪은 국민들이 지지정당이 어디든 현정부의 무능을 인지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을 배출할 정당이 현재의 여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불안함(아무래도 너무 삽질을 했어. 이대로는 야당이 집권할 것도 같아!)과 야당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조바심(어이없네. 이렇게 초대형 삽질을 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녀석들이 아직도 있다니. 다음 정권도 지금의 여당에서 나오는 거 아냐? 또 여당이 집권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이 더해진 결과 \"너 누구 지지해? 정체를 밝혀.\" 글쓴이가 관찰한 내용이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메르스 사태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없어 흑백논리가 제대로 적용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흑백논리는 극단적인 이념의 대립이기 때문에 현상황은 분명 이념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거기에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니 흑백논리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죠.
음... 여기까지 쓰는 중에 그 의사분이 젊은 나이에 뇌사 상태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네요.
기름을 부은 데에 화약을 끼얹은 형국이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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