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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1/22 11:23:41 |
Name | Darwin4078 |
Subject | 천재 소년의 마음 속 온도 |
처음에는, '아오... 또 천재 소년이야~? 심사위원보다 잘썼다고? 오바두 참...'하는 생각으로 심드렁하게 스크롤을 내리다가 하나하나 나오는 소년의 글에 눈물이 납니다. 숲의 하루, 돌 같은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좋고 코끝이 찡해지네요. 글짓기 대회 대상작 전문도 올려봅니다. ------------------------------------------------------------- ‘마음속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전문> 여름의 끝자락에서 바람도 밀어내지 못하는 구름이 있다. 그 구름은 높은 산을 넘기 힘들어 파란 가을하늘 끝에서 숨을 쉬며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듣는다. 저 산 너머 가을은 이미 나뭇잎 끝에 매달려 있다고 바람은 속삭인다.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고 가을을 많이 닮은 엄마가 계신다. 가을만 되면 산과들을 다니느라 바쁘시고 가을을 보낼 때가 되면 ‘짚신나물도 보내야 되나보다’ 하시며 아쉬워 하셨다. 그러시던 엄마가 2년 전 가을, 잦은 기침으로 병원을 찾아다가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가족들은 정말 별일 아닐거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서울구경이나 해보자며 서울길에 올랐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암3기’라는 판정이 나왔다.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 깨어나야 되는 순간이라 생각이 들 때 아빠가 힘겹게 입을 여셨다. “혹시 오진일 가능성은 없나요? 평소 기침 외에는 특별한 통증도 없었는데요.” 무언가를 꼴똘히 보던 그때의 선생님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소를 우리에게 보이셨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빛이 차단되는 것 같은 병원을 우리 가족은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지나가도 우리의 시간은 멈추고만 있는 것 같았다. 집에 오는 내내 엄마는 말을 걸지도 하지도 않으며 침묵을 지켰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토할 것 같은 울음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내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 안타까워 나도 소리내어 울었다. 왜 하필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생겨야만 하는 것일까? 엄마는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밖에도 나가시지도 않고 세상과 하나둘씩 담을 쌓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엄마는 어느 날, 우리를 떠나서 혼자 살고 싶다 하셨다. 엄마가 우리에게 짐이 될 것 같다고 떠나신다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엄마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엄마는 그러면 여태껏 우리가 짐이였어? 가족은 힘들어도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이잖아!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내 눈물을 보던 엄마가 꼭 안아주었다. 지금도 그 때 왜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했는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아빠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공기 좋은 산골로 이사를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한 곳은 밤이면 쏟아질 듯한 별들을 머리에 두르고 걷는 곳이며, 달과 별에게도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오지산골이다. 이사할 무렵인 늦가을의 산골은 초겨울처럼 춥고 싸늘하게 여겨졌지만 그래도 산골의 인심은 그 추위도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어스름한 저녁, 동네 할머니가 고구마 한 박스를 머리에 이어 주시기도 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베트남 아주머니가 봄에 말려 두었던 고사리라며 갖다 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함께 아파해 주셨다. 이곳 산골은 6가구가 살고, 택배도 배송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도 못 보겠구나 생각할 무렵,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 우체국 아저씨가 편지도 갖다 주시고, 멀리서 할머니가 보낸 무거운 택배도 오토바이에 실어 갖다 주시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 하셨는데 엄마가 암환자라는 얘기를 들으셨는지 ‘꾸지뽕’이라는 열매를 차로 마시라고 챙겨주셨다. 나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속의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란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고구마를 주시던 할머니에게서도 봄에 말려두었던 고사리를 주었던 베트남 아주머니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산골까지 오시는 우체국 아저씨에서도 마음속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따뜻함 때문에 엄마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다시금 예전처럼 가을을 좋아하셨음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가을은 너무 아름다운 계절같아!” 하시며 웃으셨던 그때처럼 말이다. (경북영양 수비초 6-1 정여민)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1-31 16:5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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