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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12/05 01:26:31 |
Name | Echo-Friendly |
Subject | 지방 소멸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이 필요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
잘 알지 못하는 주제를 갖고 지나치게 단호한 어조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 것은 하나의 입장이므로 애매하게 표하느니보다는 소신껏 주장하고 나름의 의견에 대해 피드백이 오면 그에 대한 응답을 성실히 해보는 것이 낫겠다 생각해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지방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하나의 유령이 한국 의료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이 유령은 늘 총선 즈음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나 현실을 보여주고 국민들이 겁을 먹게 만듭니다. 아무리 지방이 소멸되고 있니 어쩌니 해도 여전히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은 비수도권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사는 곳이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국가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의료는 의료진이라는 무형의 자산과 병•의원,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유형의 자산이 투입되어 질병의 치료라는 결과물을 생산하는 일종의 산업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의료진의 확대라는 대책 이외에 어느 것 하나 일관된 주장이 나오고 있지 않으며 이 마저도 사용자와 공급자 간의 견해차이가 극심한 상태입니다. 양 쪽의 의견은 듣고 있으면 모두 그럴듯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런 경우 결국 원하는 사람이 많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개원 총량제, 지역별 병상 총량제라는 카드도 슬쩍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설립된 서울 수도권 내 대학병원 분원만 해도 이대서울, 은평성모, 용인세브란스, 의정부을지, 광명중앙대가 있고 그 외에도 시흥서울대, 청라아산, 송도세브란스, 남양주/과천고대, 김포인하, 평택아주, 안산한양 등이 추진 중이어서 수도권 내 대학병원 과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정부에서 시행한 제3차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따르면, 전국을 중진료권 70개로 나누었을 때 일반병상의 공급 제한지역이 39개, 공급 조정 24개, 공급 가능 7개 진료권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예상과는 달리 서울 4개 진료권은 하나가 제한, 3개가 조정지역이었고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에 따르면 수도권과 서울은 전체 권역으로 따지면 조정지역에 가깝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출처: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Amp.html?idxno=3008486). 그렇다면 저 많은 제한지역은 다 어디에 있는걸까, 보건복지부의 제3차 병상수급 기본시책으로 돌아가면 병상수급의 제한/조정/가능 지역을 나누는 것은 결국 [병상공급량, 인구추계, 재원일수, 병상이용률, 유출입지수를 반영]하였다고 밝히고 있으며, 병상 공급이 많은 지역에 공급자에 의한 의료이용유인이 많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병상공급 제한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 힌트기 될 것 같습니다. 위 얘기했던 의료자원정책과장의 또다른 인터뷰에 따르면 [공급제한이 수도권에 몰려있지 않고 전국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에 혼재되어 있으며, 어떤 지역으로 더 밀집되어있다는 특징은 개인적으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medipana.com/article/view.php?news_idx=315359). 따라서, 대형병원의 밀집도가 높은 데 비해 인구 및 수요 대비 병상의 수급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생각해볼 점은 (1) 권역별 중증진료를 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병원이 지역 병상 수에 비해 적은 것인가? (2) 공공의료를 지탱하기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 투입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가? (3)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지방에 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당위성 외에 자원이 투여될 유인이 있는가? (4) 일시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진료권을 배후지로 둔 의료기관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네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1. 권역별 중증진료를 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병원이 지역 병상 수에 비해 적은 것인가? => 모든 권역에는 현재 대부분의 과목에 대응할 수 있는 상급 종합 의료기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강원도 영서 지방은 존재하나 영동 지방이 문제고 충북 권역에는 한쪽에 치우쳐 있는 충북대병원만 존재하는 등 문제가 여전히 있습니다만...). 이 상급 종합 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력이 잘 수급되고 있는 지, 그리고 인력이 있더라도 하위 기관에서 처리할 진료를 보고 있느라고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지 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만 그 문제는 언급하면 너무 협소한 문제로 치우칠 위험이 있어 다음 기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2. 공공의료를 지탱하기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 투입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가? => 물론 훌륭하신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국가 보건의료체계 지속가능성]을 재고하고자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니 재원 역시 투입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나오고 있는 안을 살펴보면 공공보건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신설 의대 및 부속병원 설립 등 대학병원 중심의 계획에 그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국민 전반에 짙게 보이는 대학병원 선호 현상 및 의료 전달 체계의 실패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은 어디까지나 민간인데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초기에 동력만 마련하고 정작 중요한 지속에 필요한 재원은 각 병원이 직접 마련하도록 떠넘길 여지를 얼마든지 남겨둔 것이라고 의심이 됩니다. 그러면 이 의지도 약하다...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3. 지방에 사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킨다는 당위성 외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정당화 할 요인이 있는가? 4.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진료권을 배후지로 둔 의료기관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 => 모든 사업은 (특히 관에서 하는 사업은 더더욱) 타당성을 따져 진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타당성의 측면에서 결국은 지방의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고 인구 대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결과 새로 생긴 병원이나 늘어난 병상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결국은 지방 인구 감소가 완화되고 지방의 핵심도시 중심으로라도 지방 인구가 일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이 환자들이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지역에서 치료받는 것을 선호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지역 필수의료 확충은 일회성 정책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지방 인구의 회복, 그리고 서울로 몰리는 의료이용 선호 현상의 억제를 필요로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현 정부 및 정치권의 지역 인구 회복, 또는 지역 상생을 위한 비전이 얼마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전문분야도 아니고 하니 더욱 편하게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나라 지방소멸 방지 전략은 '인구 감소', '고령화', 그리고 '저출산'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 인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인력으로서의 인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가 줄고 있어 일할 사람이 없으니 외국인을 들여오자, 나이 든 사람이 늘어나고 일할 인구가 적어지니 연금을 줄이고 정년을 미루자 등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에 1차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렇다면 일할 수 있는, 일하고 싶은 인구가 지방에 있을 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고, 그로 인한 기대 소득이 높은가? 그리고 그 소득이 평균과 같거나 높을 때 그 소득을 소비로 연결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서울/수도권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보다 적어도 열등하지 않은가? 를 물어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방이 빠르게 고령 사회가 되고,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면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 기업의 유인도 없고,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할 정부의 타당성도 떨어지게 되며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은 이미 온 국민이 주지하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악순환이라고 말씀드렸으니만큼, 결국은 그 고리를 끊으려면 그 중 그나마 바뀔 수 있는 약한 고리를 풀어내야 하고, 그 힘이 가장 큰 것은 아직까지는 정부나 기업이지 국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강력한 지방 분산 정책을 펼치고 이것이 국가의 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기업에 이득을 제공하는 방법, 또는 기업이 지방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자사의 사업을 개발할 의지를 표명하면 이에 보조를 맞춰 정부가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 등이 그나마 동력이 생길 수 있는 시나리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는데?' 라고 물으면 할말이 없는 것...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그나마 지방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주택 가격은 뻥튀기 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수도권에 비해서 싼 땅값이 될 수도 있고, 밀집도가 낮음으로 인해서 가지는 발전 가능성이 될 수도 있으며, IT/BT 접목으로 변화하고 있는 농/어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 이건 아닐수도...). 서울 집값 상승 및 경쟁 사회의 가속화, 일자리 부족 및 워라밸에 대한 추구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인구 감소는 여기에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을 떠나 수도권에서 위성도시 생활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울의 인프라를 누리려 지하철과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에 소위 '현타'가 올 때, 서울보다는 좀 못하지만 수도권보다는 낫고 그래도 독립적인 인프라를 가진 지방 거점 도시, 특히 광역시와 위성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지방 분권을 다시 꿈꾼다면 그것은 비록 꿈이지만 좋은 꿈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은 지방의료에 대한 말말말 들로 부터 느낀 답답함에서 시작해서 결론은 지방소멸이 문제다. 로 와버렸고 사두 사미인 글이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한 때 나마 지방 분권이 이 나라의 나아갈 길이라고 믿고 진지하게 주장하던 리더가 있었고, 그 비전이 이제는 아주 먼 것이 되어버린 현실은 어두워만 보입니다. 그렇지만 부동산 문제, 의료 소외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서울/수도권 집중으로부터 발생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이 떄 누군가는 칼을 들어 매듭을 내리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2-19 09:4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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