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근래 새로 온 손님 가운데 쉬장투 徐壯圖 라고 상하이교통대 졸업한 중년 신사가 있어요. 당당한 얼굴에 큰 키, 잘 다져진 몸매에 수제양복이 잘 어울리는 신수가 아주 훤한 분이죠. 타이베이의 신흥 사업가 쉬장투의 회사는 타이베이의 공업화 바람을 타고 일어난 수많은 회사 가운데서도 발군의 실적을 자랑한답니다. 최신 경영 지식으로 무장한 쉬장투가 거대한 시멘트 회사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이 나이 불과 사십,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 사이에 귀여운 아이 둘을 낳았고요. 가정은 화목하고 회사는 전도양양, 완벽하게 성공한 인생 아니냐고 찬사가 대단하답니다
쉬장투가 인쉐옌 저택을 첫 방문한 날 마침 저택에서 생일 축하연이 한창이었어요. 인쉐옌이 마련한 우 사장의 회갑연이었답니다. 쉬장투는 바로 우 사장의 외조카로 우 사장을 따라 저택에 발을 디뎠죠.
그날 인쉐옌의 옷매무새는 근사했답니다. 하늘하늘한 유백색 치파오를 걸치고 소매엔 살구빛 노리개를 달았죠. 구두도 유백색 공단으로 마감한 수제 꽃자수화였고 구두코 끄트머리엔 해당화 잎사귀 한쌍이 방울처럼 깜찍하게 달렸구요. 축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오른쪽 귓가엔 전에 없이 술잔만한 크기의 새빨간 울금향鬱金香 을 꽂았고 양쪽 귀에는 은제 귀걸이를 한치 가량 늘어뜨렸어요. 응접실에 마련된 축하연 자리는 온통 화사한 장식이 가득했답니다. 식탁 위아래에 만향옥晚香玉 이 겹겹이 둘러졌죠. 쉬장투는 안에 들어가자마자 훅 풍기는 감미로운 향기에 살짝 취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얘야, 내가 귀빈 한 분 데려왔다" 깔끔한 새 비단 장삼을 걸치고 구부정하게 선 우 사장이 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인쉐옌과 쉬장투 두 사람을 서로 소개했답니다. "내 딸자식이나 다름없는 아이야, 아주 효녀일세. 이, 나같이 삼재오난 당한 놈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니까. 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직책도 직함도 없는 주제에 다 늙어빠져선 오늘내일하는 골골한 몸이거늘 염치가 있지, 무슨 복을 바라냐고. 그런데 오늘 이렇게 제대로 된 생일상까지 받다니 내 몸둘 바를 모르겠다. 여기, 내 외조카일세. 내 조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아직 젊은 나이에 능력도 뛰어나고 의젓하단 말일세. 오늘 아침에도 기특하게스리 이 노인네 기쁘게 해주겠다고 와줬단 말이야. 얘야, 내 너니까 하나만 더 부탁하자꾸나. 여기 내 조카 좡투도 좀 챙겨줘"
" 쉬 선생님 같은 분을 뵙게 되다니 제가 영광인걸요, 대부님 조카분이기도 하시고. 당연히 잘해드려야죠" 인쉐옌은 화사한 얼굴로 답했어요. 머리에 꽂은 새빨간 울금향 꽃잎이 하늘하늘 흔들렸답니다.
쉬장투는 과연 인쉐옌의 특별한 환대를 받았어요. 인쉐옌은 쉬장투 바로 옆자리에 앉아 술과 요리를 권했답니다 . "쉬 선생님, 이건 저희집 주방장 특선 요리에요, 한번 드셔보세요. 다른 곳 솜씨랑 견주면 어떨는지요"
본 요리 후 인쉐옌이 직접 신선한 앵두 두 개가 올려진 차가운 행인두부杏仁豆腐 를 그릇에 담아 쉬장투에게 건넸어요. 식사가 마무리되고 마작판이 펼쳐지자 인쉐옌은 수시로 쉬장투 쪽으로 와서 패를 살펴보았죠. 마작 실력이 일천한 쉬장투는 악수를 연발했어요. 겨우 여덟 판 째에 본전을 반절 이상 잃었지 뭐예요. 쉬장투가 매화오동梅花五筒 골패를 던지려는 순간 인쉐옌은 재빨리 몸을 틀어 가느다란 손을 뻗어선 쉬장투 손등 위에 얹고 속삭였어요. "쉬 선생님, 경솔한 패에요"
이윽고 쉬장투는 <만원화滿園花> 를 내며 순식간에 본전 대부분을 만회했답니다. 손님들 가운데 하나가 농담처럼 항의했어요. "쉐옌씨, 불공평하잖아, 이럼 내가 섭섭하다고! 내 쪽도 와서 훈수 좀 해주시구려. 다 잃게 생겼어."
"여러분, 쉬 선생님은 저희 집에 처음 오셨는데, 다 잃고 돌아가시면 제가 죄송해서 어쩌나요" 쉬장투는 고개를 돌려 만면에 미소진 인쉐옌을 응시했어요. 새카만 머리칼 아래 늘어뜨린 은백색 귀걸이가 달랑거렸죠.
거실의 만향옥 香玉 향은 밤이 깊어갈수록 한층 농염해졌어요. 쉬장투는 따끈한 화조 몇 잔을 연거푸 마신 데다 <만원화滿園花> 의 흥분이 더해져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엔 몽롱하게 취기가 돌았어요.
"쉐옌씨 덕분이에요. 쉐옌씨 아니었다면 오늘 밤 크게 잃을 뻔했어요"
현관에서 배웅하는 인쉐옌에게 쉬장투는 감개 어린 목소리로 말했어요.
새하얀 옷으로 감싼 인쉐옌은 문가에 서서 관세음보살처럼 두 손으로 가슴께에 모으고 쉬장투에게 싱긋 웃었어요. "무슨 말씀을요, 언제 한번 또 오셔서 마작 공부 같이 해보아요"
이틀 후, 과연 쉬장투는 인쉐옌에게 마작을 가르쳐주십사 저택을 방문했답니다.
5.
쉬장투의 부인은 반쯤 넋이 나간 듯 등나무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현관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부인은 하루가 다르게 얼굴살이 빠지고 두 눈은 퀭하게 들어갔어요.
쉬 부인이 의지하는 대모 우吳 여사가 쉬 부인을 살피러 와서는 깜짝 놀라 두 손을 꼭 붙들고 외쳤어요. "어머 세상에, 대체 어찌 된 게야. 겨우 한 달 못 본새 이리 초췌해졌누?"
우 여사는 연세가 육십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풍채가 좋고 흰 머리 하나 없는 데다 발도 커서 젊은이 못잖게 이곳저곳 나는 듯 걸어 다닌답니다. 일찍이 쓰촨 칭청산青城山 에 위치한 도교 사원 백운관 白雲觀 에 들어가 영험하기로 이름난 노법사를 사부로 모시고 수련하셨다네요. 우 여사는 천성이 맑고 자질이 뛰어나 수제자로 인정받아 스승께서 선종하실 적 의발衣缽 을 물려받았다 해요. 우 여사는 타이베이 집 한켠에 법당을 열어 정 가운데에 스승의 신주를 모셨어요. 신주 아래엔 가로세로 여덟 자 길이의 노란 비단을 걸었고요. 우 여사는 사부의 영령이 비단에 깃들어 말씀을 내려주시는 덕에 세상만사 길흉화복을 점칠 수 있노라 주장하시죠. 우 여사의 수많은 신도 대부분은 어느 정도 사회 지위가 있는 중년 여인네들이랍니다. 부인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되 마음 한구석 공허함을 어찌하지 못하는지라, 매월 1일과 15일에는 마작이나 여타 다른 모임을 빼고선 우 여사 법당으로 몰려가 경건하게 기도하고 경전을 따라 읽고 거액을 시주하고 자선활동에도 열심이시죠. 그러면서 본인과 가족들의 복을 빌구요. 가족 중에 큰 병이 들었다거나, 불화가 생겨 어찌할 바 모르는 부인네들에게 우 여사는 돌아가신 스승의 고강한 신통력을 받아 잡귀를 다스리겠노라 자신 있게 약속하신답니다.
"이 사람아, 기가 너무 허해졌어야!" 우 여사가 쉬 부인의 안색을 자세히 뜯어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했어요. 쉬 부인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그간 쌓인 서러움을 쏟아냈고요.
"대모님, 아시잖아요" 쉬 부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어요. "저흰 오래 결혼생활 하면서 여태 한 번도 얼굴 붉히거나 큰 소리로 싸워 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 그이가 어디 가서 지고는 못 사는, 자존심이 참 센 사람이잖아요. 늘 남자는 일이 우선이라고 입에 달고 다니고. 대만에 와서 십몇 년간을 그리 고생고생해서 시멘트 회사 키웠는데, 그이 이름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출장이다 접대가 늘 바쁘게 바깥으로 돌아다니니 제가 속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녔다고요. 사업이 잘되든 안되든 그저 그이 몸 건강하기만을 빌었어요. 저랑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하든 달게 받겠다고요. 그런데 저번 달 초부터 우리 그이가, 사람이 아주 이상하게 변해서는요, 이틀이고 사흘이고 외박을 밥 먹듯 하더니만 집에서도 말 한마디 거슬린다 싶으면 밥상을 뒤엎질 않나, 도무지 감당되질 않아요. 요전번엔 아이들에게도 손찌검하더라니까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남편이 밖에 애인을 만나고 다니는데 아주 예쁘고 우아한 아가씨래요. 대모님, 저처럼 큰 욕심 안 부리고 하늘에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는 여자한테 이게 무슨 날벼락이랍니까? 전 이제 어째요?"
"자네" 우 여사가 손뼉을 짝하고 쳤어요. "자네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가려 했네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세간에 나도는 뒷소문 가지고 시시비비 따지는 성격은 아닐세. 그렇지만 우리가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당연히 내가 힘을 보태줘야지. 그 왜, 쑹 상무 부인 말이야, 통통한 쑹 부인 말일세. 남편이 오월화라는 술집의 계집한테 홀려버렸다고 눈물범벅이 되어서는 나한테 와서 사부께 빌어보라고 난리를 피우더니만. 내가 그 남편 사주를 풀어보니 역시나 재액이 끼었더라니까. 그래, 부인은 내 스승님 신주 앞에 치성드리고 나는 곁에서 열두 경전을 모두 낭독하니 과연, 남편이 마음 바로잡고 새사람 돼서 집에 돌아왔다 이 말일세! 내가 나중에 쑹 부인한테 한마디 했지, 종일 그 여우 같은 계집이랑 그만 붙어 다니고, 열심히 경전 읽고 선업을 쌓으라고! 그런데 그 부인네가 자네 남편 이야기를 시시콜콜 풀어줘서 내 들었네만, 그 인쉐옌이란 년, 자넨 그년이 뭐 대단한 여자인 줄 아나 본데 그게 다 남자 꾀는 천한 재주라니까. 자네 남편 같은 착실한 남자도 걸려들면 꼼짝을 못해요. 자고로 포사니, 달기니, 조비연이니, 양귀비니, 남자들 홀려서 나라까지 말아먹은 년들이 한둘인가. 그게 다 요물이 사람으로 둔갑한 게야! 난세에는 그런 요사한 것들이 더더욱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뛰는 법이지. 인쉐옌 그년도 어떤 요물이 씌웠는지는 모르겠지마는, 어서 손을 쓰지 않으면 조만간 횡액이 닥칠걸세"
"대모님" 쉬 부인이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우리 그이가 본디 생각 없는 사람 아닌 거 아시잖아요. 밖에서 고생하는 거 집에 와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전 그이 힘든 거 다 아는데. 혼자 인상 찌푸리고 계속 담배나 피우고 있으면 겁이 나서 가까이 가진 못하겠고 제 속은 타기만 하고. 요 몇일간은 더더욱 뭐에 빠진 것 같아요. 집에 와선 회사 사람들이 죄다 말을 안 듣는다고 고래고래 고함지르고요. 회사에서 서로 언성 높이다 아예 그 자리에서 몇 사람 해고해버렸대요. 소인배들한테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좋게좋게 달래려 했는데 저한테도 화내고 호통치는 거 있죠. 정말이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제 속만 문드러져요"
"그럼 그럼, 내 다 알지" 우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난 그저 자네 남편한테 어떤 액운이 얽힐지가 걱정돼서 하는 말일세. 남편 생시를 줘보겠나, 내 돌아가서 신점을 쳐보겠네"
쉬 부인은 남편의 생시를 적어 우 여사에게 건넸죠. "대모님, 전 대모님만 믿겠어요"
"맘 푹 놓게나" 우 여사가 문간을 나서며 격려했어요. "내 사부님 신통력이 닿지 못할 곳이 없어야, 기필코 재난을 물리쳐주실걸세"
그러나 우 여사 사부의 신통력도 쉬장투를 구해내긴 모자랐나 봅니다. 어느 날,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있는 대로 역정을 내는 쉬장투를, 회사 기술자가 참다못해 별안간 날카로운 드릴로 가슴을 찔러버렸지 뭐예요.
6.
쉬장투의 장례위원회는 우 사장이 간사를 맡았어요. 연일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우 사장은 그러지 않아도 신경통으로 욱신욱신 쑤시는 몸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하여 극락빈의관極樂殯儀館 안팎을 비틀비틀 들락거리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조문받는 날 빈의관 안에 영당靈堂이 차려졌어요. 순식간에 일가친척과 지인들이 바친 새하얀 조화와 만장輓章들이 빼곡하게 쌓여 빈의관 입구까지 늘어섰죠. 시멘트 회사 사람들은 <통실영재 痛失英才> 넉 자로 고인을 기렸어요. 아침 아홉 시부터 조문객 행렬이 끊이지 않았어요.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만치 통곡하던 쉬 부인은 간신히 일어나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고 두 아이를 양옆에 끼고 영정 앞에서 조문객을 맞이했죠. 영전 뒤 법단 앞에서는 법의를 걸치고 불진拂塵을 손에 쥔 우 여사가 도사 열 두 명과 함께 고인의 업을 씻고 내세의 복을 비는 경문을 읊었어요. 거기에 열댓 명의 스님들의 독경 소리까지 한데 어울려 울려 퍼졌죠.
정오 즈음, 영당을 꽉 채운 조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고인을 회상하는 중이었어요. 영당 입구 쪽 사람들이 일순 술렁이더니 이윽고 좌중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해졌어요. 인쉐옌이 아무 예고 없이 한점 바람처럼 나타난 거예요.
인쉐옌은 평소 입던 새하얀 옷차림에 다만 화장기가 전혀 없는 맨 얼굴이었어요. 사뿐사뿐 접수대로 걸어가 태연히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방명록에 서명하고 천천히 영당 가운데로 다가갔죠. 인쉐옌의 걸음을 따라 사람들이 물길 갈라지듯 저절로 길을 터 주었어요. 영정 앞에 선 인쉐옌은 침통한 표정으로 쉬장투의 영정을 바라보더니 허리를 깊이 숙여 세번 절을 올렸어요. 영당 안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죄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고요.
누구는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고 누구는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으며 누구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죠. 하지만 다들 주문에 걸려 몸이 굳어버린 건 매한가지였어요. 쉬 부인 쪽 친척들은 이번 참사 원인을 인쉐옌 탓으로 돌리고 노발대발했지만 설마하니 인쉐옌이 몸소 영당에 오리라고 꿈에나 상상했겠냐고요. 숨이 막힐 듯 긴장감이 팽팽히 감도는 가운데 다들 미동도 하지 못했어요. 인쉐옌은 절을 마치고 쉬 부인에게 다가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정중한 태도로 쉬 부인에게 악수했답니다. 사람들이 얼이 빠져서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는 동안 인쉐옌은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처럼 가볍게 극락빈의관을 나가버렸어요. 영당 안은 순간 대혼란에 빠졌답니다. 쉬 부인은 갑자기 혼절해버리고 우 여사는 재빨리 불진을 팽개치고 달려가 쉬 부인을 후당으로 옮기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날 저녁, 인쉐옌의 저택에선 또 마작판이 벌어졌답니다. 손님 몇몇은 낮에 쉬장투의 영당에서 만나 약속을 잡아 온 이들이었고요. 우 사장은 또 손님 둘을 새로 데리고 왔어요. 한 분은 위余 사장이라고, 최근에 남국방직南國紡織 회사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고 다른 한 분은 대화기업大華企業의 쪼우周 회장이에요. 그날 밤 우 사장의 운수는 기가 막혔어요. 대박 패가 연달아 났다니까요.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린 우 사장의 시뻘겋게 짓무른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열두 판째, 우 사장은 희열에 차서 외쳤답니다. "얘야, 빨리 와 봐라! <사희임문四喜臨門> 이 터졌어야!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패 아니냐. 동, 서, 남, 북 전부 나고 쌍패까지 겹쳤내야! 뭐, 대사희大四喜는 불길하단 말도 들어봤지만 나야 평생 재수가 없었는걸!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고 이게 전화위복일지 누가 알아! 얘야, 얘야, 이 패를 봐라, 귀엽지 않니? 재미있지 않냐고?"
우 사장은 껄껄거리며 탁자 위 골패를 흩어놓았어요. 인쉐옌은 우 사장 곁에 서서 가볍게 어깨를 주물러주며 웃었어요. "대부님, 어서 정신 집중하시고 남은 두 판 다 쓸어버리셔요. 위 사장님이랑 쪼우 회장님 돈 따면 저한테도 한턱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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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에 뱀발로 언급했는데 이 이야기는 무대극으로 각색되서 상하이 극장에서 상하이어로 공연된 적 있어요. 나중에 베이징에서도 올렸는데 이때는 표준어로 했는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제 생각으론 티비드라마든 영화든 만들어지긴 좀 어려운 이야기 아닌가 싶은데. 차라리 이미지만 따와서 뮤직비디오 테마로 쓰거나 10분내외 대사 거의 없는 단편영화는 어떨까 싶지만요. 인쉐옌이란 캐릭터는 대사가 많으면 안되는데, 연출에 힘 들어가는 영화도 아니고 배우랑 연기가 중심되는 무대극이라니요. 뭐, 인쉐옌은 환상의여인으로 보일락마락 처리하고 우 사장이나 우 여사 입담 위주로 풀어나가면....코메디극이 되겠죠 (...) 제 취향이긴 한데 작가님 취향은 아닌듯, 유툽에 홍보 영상 잠깐 봤는데 작가님이 각색이랑 연출 배우캐스팅까지 깊게 관여하신거 같아요.
...그래요, 주인공은 주인공답게 크고 아름다워야겠죠, 쩝
제목 아래는 작가님 존함, 맨 아래 <滬語活劇 후어활극> 은 상하이어 라이브공연이란 뜻.
쉬장투역 배우 호가 胡歌 가 상하이 출신이라네요. 중드 랑야방으로 한국서도 인지도 꽤 되는듯
...나으 쉐옌 언니는 이러치 아나! ;ㅁ;ㅁ;ㅁ;ㅁ;ㅁ;
...저 아줌마한테 남자고 여자고 죄다 정신 못차린다굽쇼?
...치파오에 반짝이 치렁치렁 촌스럽;; 원작 고증 수준 ㅉㅉ 시뻘건 매니큐어는 또 뭐냐 ㅉㅉ
...등등등등 찌질스런 웅앵거림는 쓸데없는 짓이죠 (...) 전부 원작자님 초이스인데
인쉐옌역 배우님이랑 작가님, 2013년 상하이 공연 쇼케이스에서. 이때 1937년생 작가님 연세 70 중반 넘으셨는데 매우매우 정정하심요. 유툽에 찾아보니까 작년에도 홍루몽 주제로 수백명 청중 앞에서 강연 두세시간 훌쩍 넘게 하시더라구요.
<타이베이사람들> 소설집은 개혁개방이후 최초로 대륙에서 정식출판된 대만책 가운데 하나라는데 따져보면 좀 미묘하죠. 우선 작가님은 대륙에서 태어나 열두살때까지 광시성, 난징, 상하이에서 자랐어요. 49년에 대만 와서 중고등학교랑 대학 졸업, 이십대 후반에 미국에 갔구요. 단편 모두가 미국에서 쓰인건 아닌거 같지만 인쉐옌은 미국유학중에 쓰신거 맞아용. 그리고 발표는 본인이 개발한 플랫폼...이 아니라 본인 주도로 만든 <현대문학> 이란 동인지에 했습니다만 저 잡지, 대만 본토에서 발간 배포한게 아니라 엉뚱하게 말레이시아에서 찍었다는걸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확실한 레퍼런스 찾으면 다음에 써볼게요. 요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제 취향인지라 ㅎㅎㅎ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8-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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