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02/22 12:27:54
Name   녹차김밥
File #1   20210125_193413.jpg (103.3 KB), Download : 9
File #2   20210125_193455.jpg (93.5 KB), Download : 12
Subject   30평대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 후기




원래는 주택 매수후기를 써보려고 했지만 그건 좀더 조심스럽게 써야 할 것 같아서.. 좀더 가볍고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인테리어 후기를 써 봅니다.

인테리어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턴키(turn key)업체에 의뢰하는 방법은, 한 업체에서 책임지고 여러 공정을 조율, 감리하면서 완성 인테리어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도록 맡기는 방법입니다. 열쇠를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완성하여 준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셀프 인테리어 방법은 바닥, 도배, 타일 등 각 공정 작업자를 하나하나 직접 컨택하고 조율하는 것입니다. 공정 자체를 직접 내손으로 작업하는 진정한 의미의 셀프인테리어도 있습니다만, 손재주가 빼어나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시면 그런 경우는 많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하고..

두 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설명한 글은 검색하면 아주 넘쳐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산에 여유가 있고 파격적인 구조변경을 원하거나 단순 마감소재의 변경 이상의 작업을 원하는 경우, 특정 업체의 특별한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 경우 턴키업체를 추천합니다. 필요한 공부의 양, 고민의 양은 두 방법에서 의외로 큰 차이는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 유명 카페인 셀프인테리어(셀인카페)가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처음에 턴키업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디자인 감각에 자신이 없고, 각 공정별로 감리를 위한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검색 끝에 11개 업체 정도를 추려서 전화로 컨택하고 3개 업체와 실제 미팅을 했습니다. 고집있는 예술가 타입의 업체도 있었고 좀더 동네 인테리어스러운 업체도 있었습니다. 그중 소통이 괜찮고 예산이 맞겠다 싶은 곳을 골라 최종 가계약을 하고 실측까지 진행했지요.

그러나 실측 후 첫 번째 미팅을 마친 후, 가계약금 수십만원을 포기하고 진행을 취소하게 됩니다. 사정은 좀 복잡했지만 업체의 문제는 없었고, 예산 문제로 인한 저희의 변심이었다고 요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턴키업체에서 예상되는 6000~8000만원을 지출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국 취소하게 된 것이지요.

이미 각 공정의 특성, 옵션, 소재, 기타 수많은 인테리어 팁과 용어들에 대해선 꽤나 공부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셀프 인테리어로 바로 돌입합니다. 이때 이미 저는 주택 매수부터 시작해서 많은 허들을 넘으면서 지쳐 있던 상황이었고, 턴키업체 취소 또한 아내의 주도로 이루어진  결정이었기 때문에 각 업체들을 알아보고 컨택하는 초반부 작업은 아내의 힘을 빌려 반쯤 업혀갔습니다.

처음에는 턴키 취소한 마당에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해서 간단하게 시스템에어컨, 마루, 도배만 하고 들어가자 했는데, 주방이랑 샷시 필름작업 정도는 할까? 하면서 야금야금 공정들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컨택하고 작업하게 된 공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스템에어컨, 마루, 필름, 도배, 줄눈, 베란다페인트, 조명, 욕실도기교체, 주방가구리폼, 입주청소, 동의서대행.

여러 공정들 중에 어떤 공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지, 다음에 있을 특정 공정을 위해 앞 공정에서 신경써야 할 점 등에 대해 공부하고 신경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각 공정에 감리가  필요한 날에는 상대적으로 휴가일수에 여유가 있던 아내가 주로 연차나 반차를 쓰곤 했고, 괜찮겠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감리를 생략하고 빈 집에서 작업하고 퇴근하게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도 못 가는 마당이라 연차가 남아서 다행(?)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모든 공정시 붙어 있으면 좋겠지만, 저희는 부부가 합해 연차 4개, 반차 4개 정도를 소진하는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의 음료와 간식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많은 상태가 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에 신경썼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갖다놓으면 싹 다 가져가시는 경우가 있다고 들어서.. 다음날 작업자가 몇 명이나 될지 예상해서 약간 여유있는 정도로 전날 밤이나 오후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공정 사이사이에 청소, 보양, 정리, 시스템장 해체와 조립 등 신체 노동을 요하는 상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턴키업체를 통했다면 업체측에서 했을 잡무들이지만 셀프로 하면 어쩔 수 없지요. 퇴근 후 어두운 먼지구덩이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건 생각보다 힘이 들곤 했습니다.

공정들이 야금야금 붙다보니 구조변경을 안 하고 화장실 작업을 최소로 했을 뿐, 전체 인테리어를 한 것과 딱히 다른 것이 없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총비용은 19,916,500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맞출 의도는 없었는데 정확히 2000만원 아래로 딱 떨어졌네요. 가구 구입 비용 등을 제외하고 각방 시스템에어컨 비용을 포함하여 인테리어에 쓰인 비용입니다. 저희는 기존 구조에 결정적인 불만은 없었던 터라 큰 구조변경 없이 마무리된 결과에도 만족합니다. 턴키 업체를 통했으면 더 좋았을 부분들이 있었겠지만, 비용상의 큰 메리트를 가져오면서 처음 원하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맞춤형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화장실 타일작업 등을 최소화하고 줄눈/세면대교체만 하고 들어간 부분인데, 손대지 않은 부분에서 여러 군데 타일이 갈라지는 등 의미있는 하자들이 발생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는 김에 싹 할걸.

각 업체들에 대한 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괜찮았던 업체들만 이름 공개해 봅니다. 카페 유명업체들은 중간이상은 가더라는 것이 총평.

시스템에어컨 (민우공조)
열심히 알아보다가 인테리어카페에서 잘 알려진 업체로 섭외
작업상 사소한 누락사항이 있었으나 잘 해결해줌.

마루 (공간마루)
열심히 알아보다가 인테리어카페에서 잘 알려진 업체로 섭외
완벽히 마무리됨. AS를 위한 연락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음.

필름 (예향인테리어필름)
검색을 통해 평이 괜찮은 곳으로 결정
사소한 문제들이 몇 가지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AS해줌.

도배 (꼼꼼도배)
아내가 검색을 통해 평이 괜찮은 곳으로 결정한 것 같음.
전체적으로 깔끔한 작업. 가구배치상 눈에 띄지 않을 곳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으나 AS 부르지 않음.

줄눈 (동작구미스터줄눈)
평이 괜찮고 전화상 설명이 괜찮은 곳으로 정함.
기대 이상의 퀄리티로 완벽히 마무리됨. AS를 위한 연락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음.

페인트 (성북삼화페인트 / 페인트신)
끝없는 선택에 지친 상황. 열심히 알아보지 않고 카페에서 잘 알려진 업체로 컨택후 바로결정
작업비도 비싼 편이었으나 선불로 쐈음.
작업후 날씨 환경이 좋지 않아 이해할 만한 하자가 발생하였으나 가장 적극적으로 잘 해결해줌.

입주청소
업체 찾기가 어려웠음. 검색을 통해 적당해 보이는 업체로 컨택
작업자의 문제로 서랍 파손 하자가 발생하였으나 소극적으로 대응. 말만으로 빠져나가려는 모습.
해결 가능한 문제여서 끝까지 책임을 묻지는 않고 셀프로 해결함.

동의서대행
대충 검색해서 컨택
빠른 시간안에 동의서/엘리베이터보양 작업 잘 해줌.

주방가구리폼 (노아부부키친)
열심히 검색해서 솜씨좋고 괜찮아 보이는 업체로 찾음.
깔끔하게 작업해주고, 가견적시의 예상보다 비용이 덜 드는 부분을 먼저 알려주고 할인해줌.
AS 필요없었음.

조명
급히 결정. 적당히 검색해서 나오는 인근 업체로 바로 계약
사소한 누락 하나가 있었는데 다음날 잘 해결해줌.
작업내용으로 인한 중대한 문제를 추후 발견했는데 매우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대응
싸우기  귀찮아서 다른 업체에 출장비 및 작업비를 주고 해결함.

도기교체
을지로에 방문했던 도기업체에서 연결시켜준 작업자
설치중 욕실타일이 깨지는 등 하자가 발생하였으나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했던 상황
발생한 하자 등 사정에 의해 한 군데는 이케아 제품으로 바꾸어 세면대 교체를 하게 됨. (두번째 출장)
작업자가 이케아 제품에 익숙치 않아 설치하자가 발생
세 번 와서 작업했고, 상술한 이외에 사소한 하자를 여러 차례 발생시켰으나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함.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3-08 22:0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1
  • 저도 곧 준비해야 하는데 혼자 막막하던 차에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84 일상/생각출발일 72시간 이내 -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사태 23 소요 21/04/25 5129 11
1083 기타요즘 나오는 군대 빈찬합 관련 뉴스에 대해.. 36 윤지호 21/04/22 6014 20
1082 IT/컴퓨터우리도 홍차넷에 xss공격을 해보자 19 ikuk 21/04/20 5448 14
1081 의료/건강COVID-19 백신 접종 19 세상의빛 21/04/17 5068 22
1080 정치/사회택배업계의 딜레마 19 매뉴물있뉴 21/04/16 5404 11
1079 IT/컴퓨터<소셜 딜레마>의 주된 주장들 9 호미밭의 파스꾼 21/04/06 4755 13
1078 게임스타여캠) 안시성 14 알료사 21/04/05 5392 12
1077 철학/종교사는 게 x같을 때 떠올려보면 좋은 말들 34 기아트윈스 21/04/02 7935 31
1076 역사왜 멕시코는 북아메리카에 속하는가? 19 아침커피 21/03/31 5923 11
1075 일상/생각200만원으로 완성한 원룸 셀프인테리어 후기. 30 유키노처럼 21/03/28 5125 50
1074 여행[사진多]한나절 벚꽃 여행기 8 나단 21/03/27 4073 18
1073 일상/생각그냥 아이 키우는 얘기. 5 늘쩡 21/03/25 4177 19
1072 기타그럼에도 사랑하는 너에게. 9 쉬군 21/03/22 4440 34
1071 정치/사회우간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난민사유, 그리고 알려는 노력. 19 주식하는 제로스 21/03/17 5218 32
1070 일상/생각대학원생으로서의 나, 현대의 사제로서의 나 5 샨르우르파 21/03/15 4591 17
1069 정치/사회미래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에 대한 4개의 가설 27 이그나티우스 21/03/14 5110 17
1068 일상/생각제조업(일부)에서의 여성차별 71 Picard 21/03/12 7093 16
1067 요리/음식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7 쉬군 21/03/08 4639 29
1066 일상/생각소설 - 우렁각시 18 아침커피 21/03/07 4664 13
1065 정치/사회수준이하 언론에 지친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대안언론들 20 샨르우르파 21/03/03 8104 24
1064 문학지난 두달동안 읽은 책들 간단리뷰 5 샨르우르파 21/02/28 5281 22
1063 일상/생각30평대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 후기 28 녹차김밥 21/02/22 6962 31
1062 정치/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10) - 성노동에는 기쁨이 없는가? 35 소요 21/02/21 5598 18
1061 정치/사회일용근로자 월가동일수 기준 축소에 반대한다 7 주식하는 제로스 21/02/16 4804 19
1060 여행1박 2일 서울 방문 단상. 17 whenyouinRome... 21/02/12 4603 1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