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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 10:04:51
Name   Velma Kelly
Subject   체스에 대해 배워봅시다! [행마와 규칙]
안녕하세요, 주로 탐라에 서식하는 벨마 켈리라고 합니다.

탐라에 잠깐 설문을 한 결과,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체스 관련 글을 능력이 되는 대로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그러는 당신은 뭔데 우릴 가르치느냐!” 라는 당연하고도 정당한 의문에 대답을 하자면, 미국 고등학교 주(state) 레벨에서 입상을 한 경력이 있다 정도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므로 저보다 더 잘하는 분이 계시면 귀엽게 봐주세요 ㅎㅎ

체스를 둘 줄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기초를 제대로 잡은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닌텐도 월드와이드 게임에서 체스를 두다보면...) 그래서 이 시리즈는 각 말의 행마부터 시작해서 수읽기, 오프닝, 엔드게임 등을 포함한, 제 머릿속에 있는 체스 관련 지식의 총집합이 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이번 편에서는 기초 중의 기초, 체스 말들부터 시작해서 규칙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폰] (1점)

폰은 장기로 치면 졸과 같습니다. 8개나 있고 움직임이 제한된 만큼 말 중에서 가치는 가장 떨어지지만, 쪽수에 장사 없다고 당연히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폰은 기본적으로 앞으로밖에 전진할 수 없으며, [시작점에서 전진할 때에 한해] 두 칸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 말을 공격할때는 정면의 대각선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폰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 서로 움직이지도, 공격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앙파상, 진급 같은 특수 룰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나이트]kNight (3점)

나이트는 장기의 마와 거의 같습니다. 한칸 전진-대각선 한칸의 행마를 합니다. 장기와의 차이점이라면, 경로에 다른 말들이 있어도 자유롭게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이는 체스에서 나이트만이 가진 특수성입니다.

나이트와 비숍은 마이너 피스(Minor piece)라고 불립니다. 퀸과 룩은 메이저 피스(Major piece)고요. 큰 의미는 없고, 편의상 되어 있는 구분입니다.


[비숍]Bishop (3점)

비숍은 거리 또는 앞뒤 제한 없이 대각선으로 움직입니다.

간혹 거리제약이 없다는 점을 들며 나이트<비숍 이라는 의견을 보곤 하는데, 그닥 동의하기 힘든 의견입니다. 체스판이 텅텅 비는 후반부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초중반의 나이트는 종종 비숍보다 더 위력적입니다. 후반부라고 비숍이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고요. 결론은 비숍 = 나이트라고 생각해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내가 비숍을 둘 다 갖고 있으면 나이트-비숍 또는 나이트-나이트 조합에 확실한 우위를 가진다고 평가됩니다. 자기가 있는 색의 칸만 공격/방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룩]Rook (5점)

룩은 거리제한 없이 상하좌우로 움직입니다. 사실상 비숍의 상위호환인 셈이죠. 나름 의견이 갈리는 비숍/나이트와는 달리 룩은 확실히 더 중요한 기물입니다.


[퀸]Queen (9점)

퀸은 비숍과 룩을 합친 것과 같습니다. 사실 말이 9점이지, 말 하나가 여러 지역을 커버한다는 점에서 때로는 점수 이상으로 중요해집니다.


[킹]King

킹은 퀸처럼 움직이지만 한 턴에 한 칸씩 움직입니다. 킹이 잡히면 (체크메이트)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점수 같은건 없습니다. 굳이 그 위력에 점수를 주자면 보통 4점 정도로 평가됩니다.
캐슬링에 대해선 특수 룰 부분에서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규칙
1. 백의 선수로, 흑백이 번갈아가며 [반드시] 한 수씩 둡니다. 어떠한 경우에서든 자신의 턴을 넘길 수 없습니다.
* "한 수 한 수 두기도 바쁜데 수를 넘길 이유가 뭐가 있어요?" 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아래 장면을 보시면 됩니다.

이 상황에서 흑의 차례라면, 흑이 움직일 수 있는 말은 b6의 폰 또는 킹밖에 없죠? 근데 어떤 수를 두든간에 백에게 폰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좋든 싫든 흑은 수를 둬야 하고, 백에게 게임을 내주게 됩니다.

2. 킹은 공격받는 칸으로 이동할 수 없으며, 킹이 직접 공격받으면 반드시 그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야 합니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체크메이트]가 되고, 게임이 끝납니다.

흔히 나오는 체크메이트 장면입니다. 흑의 킹이 퀸에 의해 공격받고 있고, 정상적인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칸(빨강)도 퀸의 공격범위 안입니다. 퀸을 잡아버리면 좋겠지만, 퀸은 바로 옆의 백 킹에게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체크메이트입니다.
* 체스에서 킹은 절대 잡히지 않습니다. 상대가 혹시 실수로 공격받는 칸으로 킹을 움직인다고 덜컥 잡는(…)게 아니라, 그 전으로 무르는 게 룰입니다. 킹이 공격받는 칸으로 움직이는 건 게임을 지는 게 아니라 아예 선택지에 없는 수입니다.


훌륭한 폐인양성게임답게(?) 큰 틀에서의 룰은 이정도가 다입니다. 간단히 말해 상대의 킹을 궁지에 몰아넣어서 포위하면 이기는 겁니다.


특수 룰에 들어가기 전에, 이 시리즈에 있어서 필수적인 체스 기보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체스판의 칸은 소문자 알파벳(가로)과 숫자(세로)로 명명됩니다. 이를테면 색칠된 칸은 d4입니다.


그리고 말이 움직이면 (말을 나타내는 알파벳)(말이 이동한 칸) 을 씁니다. 백의 퀸이 칠해진 칸으로 이동하면 Qg7이라고 쓰는거죠. 폰은 예외로 굳이 P라 쓰지 않고 이동한 칸만 씁니다. 나이트는 K로 시작하지만 킹과 혼동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발음상 편하니까 ㅎㅎ) N으로 씁니다.


만약 기물이 상대 말을 잡아먹는다면 x로 표현합니다. 위 상황에서 비숍이 백의 폰을 잡으면 Bxc3이라고 씁니다.

체크 (킹을 직접 공격함)는 +, 체크메이트는 ++로 표현합니다.

처음엔 알파벳과 숫자만 보면서 헷갈리겠지만 그닥 어렵지 않으니 익숙해질 거에요 ㅎㅎ


그러면 이제 특수 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무승부]
체스에서 무승부는 네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1. 상호간 동의

바둑과는 달리 체스에서는 내가 체크메이트를 당하지 않지만 상대도 당하지 않는, 서로 못 이기는 상황이 왕왕 나옵니다. 그러면 괜히 시간 낭비하면서 기싸움(?)을 하는게 아니라, 서로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하고 무승부로 끝이 납니다. 물론 이건 동의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쪽이 무승부라 생각해도 상대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면 게임이 그대로 진행됩니다.

2. 3수 반복
정확히는, [같은 체스판이 세 번 만들어지면] 자동으로 무승부가 됩니다.
  
예시입니다. 백이 비숍을 c4에 올리자 흑이 Na5로 비숍-나이트 교환을 청합니다. 근데 백 입장에선 그게 싫어요. 
            
그래서 Be2로 도망을 갑니다. 흑은 Nc6으로 원상복귀. 근데 백이 여기서 다시 Bc4를 두면…
Bc4 Na5
Be2 Nc6
Bc4 Na5
이 시점에서 게임은 무승부로 끝이 납니다. 무승부가 싫으면 싫은 한 쪽이 다르게 두는 수밖엔 없습니다.

3. 여타 게임을 끝낼 수 없는 경우
* 체크메이트는 되지 않지만, 한 쪽이 상대를 계속 체크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으면 (perpetual check) 무승부가 됩니다.

예시입니다. 딱 봐도 흑이 엄청나게 유리해 보이지만, 백은
Qe8+ Kh7
Qh5+ Kg8
Qe8+
이렇게 계속

흑의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실력인데…

* 굳이 무한체크가 아니더라도 양쪽이 (각각)50수를 두는동안 아무 말도 잡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무승부가 됩니다.

4. 스테일메이트 (stalemate)
이쯤에서 규칙의 2번 항목을 다시 봅시다.
“킹은 공격받는 칸으로 이동할 수 없으며”
이건 그렇게 하면 게임을 지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아예 규칙상 공격받는 칸으로 움직이는게 불가능한 겁니다.

백의 차례인데, 딱 봐도 흑이 개유리한 상황이죠? 하지만 이 상황은 무승부입니다. [백의 킹이 공격받지 않고 있는데], 킹이 갈 수 있는 칸 (g1, g2, h2)은 흑의 나이트, 폰, 퀸에 의해 공격받고 있습니다. 체크메이트와 정말 비슷한 상황이지만 무승부가 되는, 흑의 입장에선 어이가 털리는 상황인거죠.



그러면 마지막으로, 기타 특수한 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1. 캐슬링 (castling)
원상태:
1)        2)


캐슬링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킹 사이드, 2) 퀸 사이드. 두 경우 모두 킹이 안쪽으로 두 칸을 움직이고, 그 쪽의 룩이 자리를 바꿔 킹의 옆에 붙습니다. 기보에는 0-0 (킹 사이드)와 0-0-0(퀸 사이드)로 표기합니다.

캐슬링에는 두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 킹과 (캐슬링을 하는) 룩이 한번이라도 움직인 적 있다면 캐슬링을 할 수 없고,
• 캐슬링 경로의 칸들이 공격받으면 캐슬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킹이 체크 상태일때 위험을 벗어나는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말이 특수 룰이지, 캐슬링은 거의 모든 수준급 체스 게임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수입니다. 그 정도로 장점이 큰데, 첫째는 킹 보호, 둘째로 룩의 진출입니다. 킹은 초중반에 중앙에 있으면 공격받아 걸리적거리기만 하지만 캐슬링을 하면 얌전히(?) 구석에 안전히 박혀 있게 됩니다.

가치 있는 기물 치고는 룩은 초중반에 생각보다 활용이 어려운 기물입니다. 모퉁이에서 시작하는데다 폰과 다른 기물에 막혀서 그런데, 캐슬링을 하면 일단 그 룩 하나는 비교적 쉽게 교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진급 (promotion)
폰이 엉금엉금 기어서 반대쪽 끝에 도착하면 그와 동시에 킹과 폰(?)을 제외한 기물로 원하는대로 변하게 됩니다. 제한 따윈 없습니다. 잘만 하면 퀸이 세 네 개씩 있을 수도 있는거죠.

그러므로 당연히 멀리 나가서 자리를 잡은 폰은 가치가 엄청납니다. Passed pawn이라고 부르는데, 앞에 상대 폰이 없는 폰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어그로를 끄는 존재입니다. 가만 놔두면 뚜벅뚜벅 걸어가서 퀸이 될 수도 있으니 당연한 거죠!


3. 앙파상 (En passant)
앙파상은 불어로, “지나감”이라는 뜻입니다. 적용되는 빈도는 낮지만 모르고 당하면 "버그X망겜!" 소리를 하게 됩니다

백이 한창 흑 진영에 압박을 가하는 장면입니다. 근데 여기서 흑의 f폰을 보시면, 얘가 한 칸 앞으로 나가면 백의 g폰에게 잡히게 됩니다. 그러므로 흑이 그 폰을 두 칸 앞의 빨간 칸으로 움직인다면 이론상 백의 폰이 공격할 수 없겠죠?

앙파상은 여기서 적용됩니다. 백의 g폰이 [이번 턴에 한해서] 흑의 f폰을 잡을 수 있습니다.
->  

주의할 점은, 흑이 f5를 둔 직후에만 앙파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백이 손을 빼고 다음 턴에는 할 수 없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려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체스를 포함한 모든 보드게임의 기본기이자 꽃, 수읽기에 관련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댓글로 피드백이나 질문 뭐든 많이 써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12-14 22:2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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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재밌어요!!
  • 춫천
  • 감사합니다 ^^!
  • 좋은 글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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