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7/11/04 01:06:11 |
Name | [익명] |
Subject |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듭니다. |
서울 중위권 대학 문과 비상경 사회과학계열을 작년에 졸업한 27세 남성입니다. 원래 계획은 군 복학 후 학교를 다니면서 감각을 쌓고 졸업 혹은 졸업 다음 년도까진 9급에 합격하는 것이었는데, 14년도부터 계속 응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낙방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에 응시했을 때엔 전력투구한다면 합격권에 들 수 있을 점수를 받았었고, 합격 가시권 내에서의 한두문제 차이란 정말이지 큰 차이란 걸 이해하고 있지만 졸업 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생각했으나, 졸업 후 응시한 시험에서도 360~370점대로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될동말동한 불합격 통보 기 몇차례 받은 이후로는 당장 12월에 추가 시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에서 손을 거의 놔버린 상태이며, 이틀에 한번꼴로 악몽에 시달리며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우는 기기묘묘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느낄 소위 '이불을 걷어찰만한' 과거의 경험들이 하루에도 몇십번씩 떠올리고 싶지 않음에도 자꾸만 떠오르며, 그때의 미숙했던 행동들에 대해 느끼는 끔찍한 감정들에 몸서리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내가 과연 돈을 버는 행위를 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하면서도 현실과 유리된 공상(혹은 좌절감)에 빠져있곤 합니다. (아마도, 현재 내가 실패했다고 느끼는 이유를 이런 곳에서라도 찾고싶어하는 무의식 중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누군가를 만난다는 경험 자체가 현재는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지며, 설혹 불가피하게 누굴 만나야만 하는 사정이 있을 때 아니 그런 척, 무덤덤한 척 애써보아도 아마 꽤 강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께서는 대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수입 없이 방황을 이어가는 자식에게 차마 모진소리조차 하지 못하시지만, 요즘 들어 부쩍 금전적인 부담감을 자주 토로하시며 아주 조심스럽게 공무원 임용보다는 다른 쪽을 알아보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시는 상태입니다. 저 또한 연이은 낙방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더 이상 시험공부를 지속할 자신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만, 대학교에서 취업에 필요한 소위 '스펙'들을 쌓는 것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이쪽은 이쪽대로 사기업 취직이든 공공기관 입사에 필요한 NCS든 그야말로 일자무식인 상태입니다. 대학에서 사회과학계열을 전공했지만 졸업에 필요한 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는 학점을 철학과 같은 전공과 무관한 흥미본위의 수업을 위주로 듣다보니, 사회과학도라면 한번쯤 거쳐갈 spss를 위시한 통계쪽은 젬병이며 토익조차도 응시료가 아깝다는 이유로 교내 모의토익으로 퉁쳐서 새로 따야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배워왔던 것들이 무용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것이 제가 돈을 버는 것들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비록 저를 제외한 대다수는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이 가치가 없다고 힐난하겠지만요. 어쩌면, 이 진술은 제가 더이상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고 변변한 수입도 없는 상태다보니, 국비로 일정한 비용을 지급해주고 취업을 알선해주는 국비지원교육에 마음이 많이 동한 상태입니다. 개중에서도, 그나마 배운 가락을 써먹을 공산이 높아보이는 법률보조원 쪽에 관심이 갑니다. 알아보니 박봉이라고는 하지만, 근무환경은 사건이 몰리는 시기를 제외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관련 직종 종사자가 많은 것 같은 홍차넷에 질문을 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이 곳에 남깁니다. 어떤 내용이어도 좋습니다. 읽어주시고 무엇이든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읽겠습니다. 자기변명에 가까운 장황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