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1/08/05 18:41:30수정됨
Name   [익명]
Subject   지나치게 소심한 신입...어쩌면 좋을까요?
먼저 제가 속한 업계가 좁은 편이고, 제가 관련 글을 쓴적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익명으로 작성합니다.


일단 회사 현황을 좀 설명드리면...

먼저 회사는 컨설팅 및 시스템 개발 회사입니다.

작년/재작년에 회사 분위기 흐리는 친구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이 성과 평가 때 대놓고 최하점을 줘버렸고, 이에 이 친구들이 단체로 퇴사했네요.

거기다 그 친구들한테 불만이던 친구들도 마침 이직을 준비하는 바람에 중간 라인이 대부분 빠진 상태입니다.

결국 컨설팅 업무에서 해당 신입 위에 남자 직원은 10년차 이상 차이나는 저뿐이네요.
(해당 신입도 남자입니다.)


이 친구에 대해서는 여러 사례로 말씀드리면...

사례1. 신입사원 교육 기간 중 점심 먹으러 가는데 '저희나라'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래서 신입 교육 때 태도 관련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나라'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며, 보수적인 고객이 많아 지적 당할 수 있는 부분이니 주의 해 달라고 전체 공지로 말했는데, 누가 봐도 그 친구가 실수한 티를 너무 심하게 냈네요.

그냥 예시로 이런 부분 조심해 달라고 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사례2. 저희는 자율 좌석입니다. 근데 보통은 컨설팅과 개발팀이 나뉘는 분위기가 약간 있고, 개발팀 인력이 별로 없는 때였는데, 굳이 개발팀 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네요.

거기다 노트북도 책상 중앙이 아니라 파티션 구석탱이에 놓고, 약간 몰래 화면을 보는 것처럼 노트북을 배치했습니다.

물론 이 친구 성격 상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일하고 있어요.
(학생 때 친구 등 뒤에 숨어서 만화책 보고 있는 것처럼 숨어서 일합니다.)


사례3. 기본적인 대화에 전혀 참여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더운데 점심 머가 좋을까요? 라고 하면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다 메뉴가 어느 정도 나오고 "OOO선생님은 메뉴 괜찮아요?" 라고 물어보면, 그때서야 화들짝 놀라서 "네? 네? 아...머머 메뉴요? 네. 전 괜찮습니다." 한 다음 살짝 머릴 글적글적 거립니다.
(100%로는 아니지만 대부분 머리를 글적글적 합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들이 다 그래요. 같이 프로젝트 나간 사원 중에 비혼주의자인 친구가 올해 결혼한다고 하길래 관련해서 이런저런 애기도 했는데, 전혀 듣지 않아요.

나중에 관련 애기 나오면 역시나 전혀 모릅니다.


사례4. 첫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업무를 배분하고, 기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현황 분석을 해야하는 상황이고, 1~2일에 끝낼 수 없는 상황이라 보통 다음날이나 2일에 한 번씩 전체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편이었거든요.

기한을 주지 않으니 이 친구 퇴근을 못합니다. 그리고 퇴근시간 지나서 오늘 일 못 끝내서 죄송하다고 합니다.
(업무 배분 받은 누구도 당일에 끝낸 사람이 없고, 당연히 당일 끝내는게 불가능한 업무였으며,

퇴근은 제가 가장 늦게 하는 편이긴 한데, 같이 일하는 나머지 친구들은 제가 눈치 안주는거 알기 때문에 바로 퇴근하는 편입니다. 물론 빨리 끝내야 할 업무가 있다면 다른 친구들도 알아서 야근하지만요.

근데 이 신입은 퇴근하라고 해도 안하고, 심지어 이사님이 와서 왜 퇴근 안하냐고 해도 조금 더 있겠다고 한 다음 저럽니다.
(혼자만 남았을 경우 카톡으로 보냅니다.))


원격지에서 간단한 일을 시켜봤습니다. 제가 하면 1~2시간 내에 끝날 업무이나, 이 친구가 업무를 잘 못하는 편이라 기한을 주지 않은적이 있습니다. 대신 천천히 해도 되고, 틀려도 내가 고치면 되니 편하게 해라하고 시켰습니다.

그러면 당일 대략 7~8시쯤 카톡이 옵니다. "오늘 내로 끝내지 못 할 거 같아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구요.

바로 전화해서 미리 말하고 퇴근하지 왜 이제 연락하냐. 빨리 퇴근해라 합니다.ㅜ


사례5. 이 신입과 집이 같은 방향인 여자 직원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여직원이 1년 반정도 먼저 입사했는데, 나이는 어립니다.

같은 방향이다 보니 출근할 때 마주친 적이 종종 있었나 봅니다. 이 신입...한번도 아는척을 안했다고 하네요.
(이 직원이 매우 자존심 상해하더군요.)


사례6. 신입들 단톡방이 있는건 알고 있습니다. 해당 신입과 프로젝트 중에도 다른 프로젝트에도 20%정도 속해 있어 다른 프로젝트 신입에게 이 신입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잘 모른다고 합니다.
(역시나 단톡방에서도 대화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 신입에게 다른 신입들에 대해 물어보면 역시나 모릅니다.


사례7.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프로젝트 끝남에 따라 프로젝트에 대해 면담을 했습니다.

다른 두 직원(여자)은 모두 이 친구가 불편하다고 말하네요. 무슨 말만하면 죄송하다고 하고, 대화를 하려고 해도 참여를 안하니 친해질 수도 없고...심지어 같은 방향이라 종종 마주쳐도 아는척도 안하니...

거기다 하필이면 프로젝트 하면서 자꾸 아픕니다. 그래서 집에서 외부 음식 먹지 말라고 도시락 싸주셔서 점심도 같이 안먹습니다.
(점심 식사 후 남는 시간에는 또 사라집니다. 나중에 본사에서도 그러길래 다른 신입에게 물어보니 근처 공원에서 자고 온다고 합니다. 물론 프로젝트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이 친구도 면담을 했습니다. 프로젝트 어땠냐고?

자신이 일을 너무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만 하더군요.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문제 없는거 같다고 말하더군요.



이 친구가 입사한지 4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 중 저랑 3개월 정도 일했네요.

근데 이 친구와 하루만 같이 일해도 평가는 동일합니다.

불편하다.


업무를 시켜도 성격이 소심하니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만 일합니다.
(본인이 작업한 걸 몇 번이나 검토합니다. 아니면 위에서 말한 걸 녹음해서 하나하나 다 기억해서 그걸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어떻게든 반영하려고만 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경영진 중 한분과 상담했습니다.

결론은 경영진이 그러더군요. "너 걔 맘에 안들지?" "네."라고 솔직히 답했습니다.

근데 이 친구 취업을 좀 어렵게 한 거 같더군요.

경영진에서는 그래도 내보낼때 내보내더라도 무언가 가르치고 내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입니다.


과거에 이 친구보다 더 심각한 사원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결국 아무것도 얻은 거 없이 나간 느낌이거든요.


이 친구를 내보낼지 말지는 경영진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지만...그래도 먼가 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네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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