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1/04/24 14:59:36
Name   [익명]
Subject   힘든 일이 하나 생겨서 조언 부탁드려요.
아버지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리셨습니다.
평소에도 종종 술을 드시고 운전해오시긴 했는데 익숙해지면 몸에 배고 베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되는데
그 행동이 쌓여서 며칠 전에 음주단속에 걸린 거라고 받아들입니다.

벌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모르지만, 과거에 삼진아웃을 당하고 당시에도 벌금을 냈고
이번에 삼진아웃을 2번째로 겪고 그로 인해 최대 2천만 원의 벌금을 내게 생겼습니다.
처음엔 실감이 안 나서 며칠 지냈는데 아빠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다녀오시고 집안에 말 한마디 안도는 상황이
낯설어서 실감이 조금씩 나네요.

부모님의 벌금을 제가 전부 부담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항상 집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저한테 계속 도움을 받아 가는 상황이 지금에 와서 늦게 터져버려서 그렇습니다.

입대하기 전에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 한 돈도 줬고
가게 접기 전에 조금 더해보겠다고 햇살론도 당겨줬고
서울에 공부하러 올라간다고 돈 모아놨는데 갑자기 돈 좀 줄 수 없겠느냐고 하니까 안 줄 수도 없어서 줘버리고
다른 공장에서 돈 모아서 빚 털었더니 갑자기 전화 와서 도와줬다가 후회만 남기고
이번엔 가게 한다고 한 달 월급 줬는데 음주운전 걸리고
집에서 나올 수 있었는데 혼자 살아서 들어가는 비용이 부모님께 그냥 월세 드린다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거랑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집에 머물렀는지만 이런 일이 또 벌어지네요.

제가 돌아온 날에 부모님은 편하게 있다고 했지만
과거랑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었어요. 그냥 집에 있으면 ' 다, 내가 왜 떠나려고 했는지 계속 상기되네' 싶고

그게 저는 10대에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서 20대에 집을 나와서 혼자서도 잘살아갈 수 있다.
그걸 증명하고 싶었는데 30대에 실패자처럼 집에 돌아와서 가진 돈도 없고 무능력하다는 사실이죠.

매번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결말로 향하는 거겠죠?

푸념이 길었네요.
부모님하고 같이 안 살았으면 도울 일도 없었을 텐데 벌금 못 내면 감옥 간다고 하는데 같이 지는데 못 도와주니까 감옥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어휴... 솔직히 정말 도와주기 싫습니다. 저 말고 다른 가족들이 다 도와주면 도와주는 대로
눈치받을 거 같아서 싫고 저도 도와주면 이번에도 도와줬다는 회의감과 새롭게 시작해보려 했지만 다시 늦춰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불편하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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