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0/11/29 18:21:37
Name   [익명]
Subject   과도한 채무로 고생하고 계신 부모님과 저의 갈등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최근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지면서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홍차넷 회원님들의 조언을 얻고자 질문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긴 글이 될 것 같아 미리 회원님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1. 부모님의 채무 상황

저희 부모님은 15년 전부터 자영업을 하셨으나, 지속되는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시고 올해 초에 자영업을 관두셨습니다.
현재는 고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두 분 모두 물류센터 같은 일용직 위주로 생계를 해결하고 계십니다.

문제는 15년 전 자영업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 받은 대출 원금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인데요.
당시 집 터로 가지고 있던 토지를 담보로 4~5억 정도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정 내 경제 상황에 대해선 저에게 자세히 말씀을 안해주시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담보대출 이자로만 분기당 400~500만원 정도를 납부하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15년 동안 조금씩 원리금을 납부했다면 부담은 훨씬 덜했을텐데,
보유 중인 토지 가격이 오르면 한번에 갚겠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이자만 납부하신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토지 가격은 15년째 제자리이며, 매매 수요도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중간에 업종 변환을 하면서, 제 2금융권 대출이나 카드 현금서비스 등 무담보 채무로 두 분 모두 몇천만원을 끌어쓰셔서,
(부모님 두 분 모두 신용등급이 6~8등급입니다.)
이제 부모님이 일용직으로 얻는 수입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온 상황입니다.


2. 반복되는 부모님의 요청과 제가 느낀 감정

현재 저는 20대 중반으로 취업한지는 이제 막 1년이 되었고, 본가에서 나와 따로 자취 중입니다.
부모님께서는 가끔 저에게 경제적으로 지원을 요청하시는 일이 가끔씩 있는데요.
용돈을 요구하시지는 않지만, 대출 이자 납입일 등 특정 이벤트마다 초년생 입장에서 큰 금액을 부탁하실 때가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1월에 200만원, 6월에 350만원, 그리고 이번 주에 1000만원을 요청하셨습니다.
1월에는 모아둔 돈이 없는데다가, 입사 3개월 미만으로 대출은 나오지 않아 부득이하게 거절을 했었구요.
6월에는 모아둔 돈이 있어 350만원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학부생 때 생활비 대출 받아서 드린 것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누적 1000만원 정도 드린 것 같습니다.

이번 부탁도 제가 넣어둔 적금을 깨면 1000만원은 얼추 맞출 수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마음이 내키질 않습니다...

(1) 근본적인 문제 해결 불가

저희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이시만, 경제적인 사고 측면에선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6월에 350만원을 드렸을 때, 부모님은 저에게 5개월 안에 갚겠다고 말씀을 주셨는데요.
부모님의 수입과 채무 구조를 따져봤을 때, 저에게 월 70만원씩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입과 지출 구조를 고려하고 계획적으로 생활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급한 불만 끄고 뒤로 넘기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은 씁쓸하곤 합니다.

이번에도 부모님은 한번만 더 도와주면 앞으로는 두 분의 수입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하다고 하십니다만...
이는 1월에도 6월에도 똑같이 들었던 말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요청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내심 짐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준 돈으로 단기 채무들은 일부 정리한다고 해도, 비중이 가장 큰 담보 채무는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2) 개인적인 허탈감

저는 수입이 크지 않아서, 소비를 최대한 줄여서 월 평균 150정도 저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모은 돈을 보니 입사 초반 이사, 의류 구입 등으로 나간 돈을 제외하고 1400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1350을 부모님한테 드린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심적으로 허탈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부모님은 자영업을 하시는 동안 국민연금도 몇십년째 미납된 상태라 연금도 기대하지 말아야하는 상황인데,
앞으로 외동아들인 제가 혼자서 책임져야할 생각을 하니 결혼은 이미 요원한 것 같고 그냥 의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분이기에 당연히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맞는건데, 마음은 사실 그러질 못하네요.

3. 실제 대처와 돌아온 부모님의 반응

그러나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또 단호하게 거절할 수는 없는지라, 먼저 부모님께 보유 중인 모든 채무 내역을 요청드렸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보유 중인 채무 상세 내역을 훑어보고 1000만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면 드리고,
만약 아니라고 하면 개인회생이나 상환유예 같은 채무조정 절차를 거치는 쪽으로 설득을 하려구요.

그러나 이런 말씀을 드리자 부모님께서는 하나뿐인 자식이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하셨는지,
이후로 어떠한 피드백도 없고 연락을 안받고 계신 상황입니다.(카톡으로 메세지를 보내면 읽으시긴 합니다)

특히, 이번 메세지에는 "이제는 돈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씀하셔서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쓰다보니 질문이 아닌 푸념글처럼 되어버렸습니다만...

홍차넷 회원님들께서 이러한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원이 어떻게 보면 큰 돈이 아닌데, 제가 너무 야박하게 굴었던걸까요?

이 갈등과 채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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