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정의 [이런 하나마나한] 얘기를 듣노라면 뒤따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살면 살아지는 게 삶이라지만, 어머니의 삶은 이미 지옥이었을 겁니다. 날때부터 중증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희망은 없었고, 미래도 더더욱 기대할 수 없으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딸이 죽기를 바라셨을 수도 있습니다. 생계라는 것도 딸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곳에 모두 포커싱 돼 ...더 보기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정의 [이런 하나마나한] 얘기를 듣노라면 뒤따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살면 살아지는 게 삶이라지만, 어머니의 삶은 이미 지옥이었을 겁니다. 날때부터 중증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희망은 없었고, 미래도 더더욱 기대할 수 없으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딸이 죽기를 바라셨을 수도 있습니다. 생계라는 것도 딸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곳에 모두 포커싱 돼 있었을 것이고, [행복]이란 두 글자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개인은 없고 그저 딸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었을 겁니다.
어머니가 중증 장애인을 낳고 싶어서 낳으신 것도 아닐진대, 낳는 순간부터 죄인 심정으로 살아오셨을 겁니다. 얼마나 고통받으셨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과연 있었을까요? 나도 내 삶을 살고 싶다며 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하고, 그냥 방치해도 될까요? 그러면 어머니는 처벌받지 않았을까요?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 네 개소리죠. 잘난 판사님께서 딸의 생명을 책임져주실 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딸이 태어날 때부터 죄인처럼 살아오셨을 어머니는, 뉴스의 글간에 나타난 걸로만 유추해도 이미 경제적으로도 힘드셨을 게 뻔히 보이는데, 어머니는 딸이 숨을 멎을 때까지 그저 인내하고 인내하며 평생을 딸을 위해 바쳤어야 된다는 걸까요? ["우린 모르겠고, 네가 낳은 딸이니까 알아서 해."]가 법정이 판단한 답인 걸까요?
매정하지만 딸을 책임지는 문제는 법정이 관여할 일이 아니죠. 법정은 법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판단을 하는 것 뿐이니까요.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그 틀을 만드는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가 결정할 일이죠.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불행한 이웃에 대한 책임은 판사에 물을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엔빵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거라고 봅니다.
네, 되게 비인간적이죠. 사실 저는 이런 극단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형벌주의 시스템 자체가 종종 그렇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은 건 사법체계의 한계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이 '사회'의 중요성이 '국가' 와 대비해서 지나치게 경시되는게 한국의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