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관련해서 공부한 게 10여년 전이라 저도 가물가물한데요.

일본이 수입제한을 유지하는 다른 국가들을 두고 한국을 타겟으로 WTO에 제소한 것은 아마 일종의 '시범 케이스'였을 겁니다. 한국은 WTO가입 국가 중에서 분쟁해결기구(DSB, Dispute Settlement Body)의 관련 재판을 적지 않게 수행하고 있는 국가이면서도, 국력 측면에서 (일본보다)적극적인 어필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국가는 또 아니거든요. 다시말해, "봐봐, 한국의 이런 제한이 위법하다고 WTO DSB가 판결했거든? 그러니까 니네(다른 국가)도 얼른 수입제한 풀어라"하고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게 딜을 걸기에 딱 좋은 재료였어요.

쉽게 이야기해서 일본이 어디 제3세계 국가에 승소해봐야, 다른 나라들이 귓등으로도 안 들을 텐데 한국이 그런 레벨은 아니고(한국이 졌어? ㅆㅂ 그럼 우리도 혹시 지는 거 아님? 하면서 협상장에 나오는 걸 기대한 거죠), 처음부터 이기기 힘든 챔피언 급 국가도 아니거든요. 그야말로 시범 케이스...에 딱 적절한 레벨이었는데...

1심의 승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글쎄요. 이게 한국의 수입제한 조치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느냐를 증명해내느냐의 싸움이라서 사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 때문에 사실 1심에서부터 승소할 가능성은 저도 낮다고 보았고, 1심 패소가 '당연하다...' 는 급은 아니어도 '쓰읍 역시 그랬던건가...'하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걸 뒤집었네요. 허허헐...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랐네요.
(1심에서도 졌고, 2심에서도 질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판결이 뒤집힌 짜릿한 느낌이랄까요...)
이건 정말 분쟁에 관여한 모든 분들께 훈장 하나쯤 수훈할 만한 일이 아닌가...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