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게시판입니다.
Date 15/11/09 16:16:00
Name   저퀴
Subject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3 리뷰
블랙 옵스 3는 제가 최근 콜 오브 듀티 중에선 가장 기대했던 편입니다. 트레이아크의 블랙 옵스 시리즈는 모던 워페어 시리즈와 함께 이 프랜차이즈를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고, 그만큼 나쁘지 않은 완성도도 보여주었거든요. 특히 발매 전의 정보만 보면 드디어 뭔가 제대로 된 변화를 보여주는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게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캠페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4인 협동 모드의 도입으로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모든 구간에서 4인이 쾌적하게 싸우고, 4인 간의 협동을 강조하는데요. 대부분의 지형과 적의 빈도가 4인 기준으로만 맞춰져 있습니다. 그저 이것 저것 엄폐물만 끼워넣은 개활지에다가, 적은 4인이서 서로 사각지대를 차단하면서 싸우길 강조하는 듯이, 모든 방향에서 튀어 나옵니다.(이러면 혼자서 플레이할 땐, 그저 재빠른 반응 속도만 요구되서 짜증만 날 뿐이죠.) 특히 거대한 비행선이나 전차를 상대해야 할 때의 싱글 플레이는 단 한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4인이 아닐 경우에는 AI 밖에 없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동료 AI는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못합니다.

거기에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서 대부분의 적은 혼자서 한참 쏴야 제거되는 로봇이 매우 자주 나오는데요. 4인 이하의 인원끼리 플레이하면 지겨운 참호전만 반복됩니다. 무진장 쏘고 중화기나 찾아서 마무리하는 식으로요. 여기에 더해서, 대부분의 상황이 모든 적을 몰살시키고 넘어가는 단조로운 구성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전작들은 아군과 적 간의 추격전이나 적진을 잠입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다채로운 구간이 꼭 있었는데, 블랙 옵스 3에선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건 재미도 없는 전투기 운용 뿐이죠. 이런 건 개발진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전부터 쭉 그랬지만 정말 식상하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구간이었습니다. 차라리 단순 반복의 총격전이 나았으면 나았죠. 원래 모던 워페어 이후의 콜 오브 듀티의 핵심은 아주 답답한 레일 슈터지만, 롤러코스터 타듯이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연출이었는데, 이걸 포기한 블랙 옵스 3의 캠페인은 이도 저도 아닐 뿐입니다. 비선형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다른 액션 게임에 비하면 한참 모자르고, 기존 작에 비하면 매우 허전합니다.


그나마 여태까지 단순한 수준의 권선징악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꽤 괜찮았습니다. 거대한 세력 간의 다툼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전작들은 설정조차 유치했죠. 그에 비하면 블랙 옵스 3는 후속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문제는 이게 부실한 스토리텔링으로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전달해주질 못합니다. 특히 시간적으로 전작과 공통점이 적은 후속작인만큼,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이질감을 심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게 제일 심한 구간이 초반부고, 초반부의 진행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 정도로 지루합니다.

중후반부는 되어야 괜찮은 이야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데, 중후반부의 전개는 너무 빠르게 진행되서 몰입을 해칩니다. 실제로 게임 내의 등장하는 배경이 몇 장소가 안 되는데, 중후반부가 별 게 없기 때문이거든요. 크게 나눠서 볼 때, 이번 작의 배경은 2~3 곳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마지막까지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엉망이고, 재활용으로 가득합니다. 굉장히 실망스럽더군요.

거기다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번 작의 줄거리란 것도 기존 작에 비해서 신선한거지, 결코 대단하다 싶은 수준은 못 됩니다. 이미 비슷한 배경과 주제를 다루는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이 넘치거든요. 그래서 전반적인 캠페인에 대한 경험은 매우 별로였습니다. 4인 협동 모드만이 그나마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에 비하면 좀비 모드는 오히려 캠페인보다 더 정성이 들어간 게 보입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새 맵을 제외하고 캠페인보다 더 화려하고 다양한 배경이 있습니다. 이미 모드 자체도 전작부터 계속 나오면서 완성되었고요. 이번 작에서 내세우는 4인 협동조차 캠페인보다 좀비 모드 쪽이 더 좋았습니다. 이미 이렇게 좋은 PvE 모드가 있는데, 뭐하러 캠페인에도 협동 모드를 넣으려고 애 쓴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요.


멀티플레이는 개인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가장 적게 투자한 부분인데, 평소의 콜 오브 듀티에 가깝습니다. AW가 EXO 강화복이 도입되면서 수평보단 수직 상에서의 전투가 강조되어서 꽤 호불호가 갈리게 되었죠. 보통의 FPS 게임보다 경계해야 할 공간이 더 늘었으니까요. 그에 비해서 블랙 옵스3는 수직보단 수평을 중점에 두는 기존 작과 비슷합니다. 활공이나 고공 점프 같은 요소가 사라진 건 아닌데, 전투마다 써야 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긴 한데, 경쟁작인 배틀필드와 비교해서 장비 수 자체가 적어서 좀 아쉽더군요. 전반적인 장비 수가 기존 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도 저에겐 불만이었네요.


마지막으로 PC판을 기준으로 최적화도 끔찍합니다. 특히 메모리 누수가 심각하고, 그래픽 퍼포먼스도 현 세대에 어울린다지, 다른 작품에 비하면 사양만 높지, 결코 장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전작 AW에 비해서 로딩은 빠르더군요. 그래서 모딩부터 시작해서 PC판에 대해서 잔뜩 홍보한 신작이지만, PC판은 추천드리기 어려워보입니다.


블랙 옵스 3는 분명히 전작을 고스란히 반복하려고 했던 후속작은 아닙니다. 월드 앳 워에서 도입된 캠페인 협동 모드의 확장, 전반적인 게임 스타일의 변화와 여태까지 가장 큰 변화가 없었던 멀티플레이조차 스페셜리스트 시스템이 도입되었죠. 그러면서 블랙 옵스 시리즈의 개성이었던 음침한 음모론과 잔인한 묘사, 상대적으로 모순이 적은 시나리오는 장점으로 뽑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야심차게 준비한 4인 협동 모드는 실패로 보입니다. 여러 플레이어가 투입되는 PvE 모드가 밸런싱에 실패하면 얼마나 게임이 지루한지는 수없이 증명된 바 있는데 그걸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더군요. 물론 게임의 의도에 맞게 협동해서 플레이하면 꽤 상쇄되는 단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제 의견으로는 이번 작의 캠페인만큼은 기대 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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