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게시판입니다.
Date 15/10/10 16:40:30
Name   저퀴
Subject   문명: 비욘드 어스 - 라이징 타이드 리뷰

어제 문명 시리즈의 외전이자, 옛 외전인 알파 센타우리의 계승자인 비욘드 어스의 확장팩인 라이징 타이드가 나왔습니다. 제목에 어울리게 움직이는 수상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되는 등, 해상 환경에 집중한 확장팩이고요. 그래서인지 겉으로 보면 정말 추가된 게 많은 확장팩입니다. 비욘드 어스에 없었던 문명5의 요소들을 추가했고, 비욘드 어스의 문제 중 하나였던 이주민들의 외계 행성 개척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고치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잔뜩 개선된 확장팩조차 제 기준으로는 만족보단 실망이 더 컸습니다.


우선 비욘드 어스 때 이미 나왔어야 했던 것들이 이제서야 추가되면서 그나마 문명5 근처까지 따라왔습니다. 비욘드 어스 때부터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만일 이게 문명5가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면 전 크게 호평했을 겁니다. 그런데 문명5가 만들어둔 길을 고스란히 걷고 있는 주제에, 확장팩을 하나 내야 해결되는 건 문제가 있죠. 심지어 이렇게 꽤 많은 유닛이 추가되었는데도,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유닛의 종류는 여전히 문명5보다 부족합니다. 역사적인 고증에서 벗어나서 SF의 상상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 왜 이리 단순하고 재미없는 유닛들만 가득한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비욘드 어스부터 라이징 타이드까지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음악만큼은 훌륭합니다. 원래 문명5 때도 음악은 정말 좋았는데, 비욘드 어스부터 변하지 않고 좋아진 유일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각종 외계 생물과 친화력에 따른 유닛과 건물 디자인도 그 안이 별로인거지, 겉으로는 훌륭합니다. 이번에 추가된 친화력 혼합 유닛들도 조금 개선된 기술 연구와 맞물려서 좀 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듭니다.


새로운 외교 시스템은 좀 더 직관적으로 변했습니다. 문명5를 기반으로 하던 이전의 외교는 플레이어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거 없이 감으로 움직여야 했는데, 최소한 라이징 타이드부터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수치를 근거로 외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문명5로 돌아가는 수준에 불과한 라이징 타이드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개선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멍청한 AI가 게임을 이상하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쟁과 평화 협상인데, 라이징 타이드에선 평화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전쟁 활동에 따른 점수제로 판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AI는 자기가 불리한 선택을 절대 안 하려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쟁이 한쪽이 망할 때까지 진행되어버립니다. 저만 해도 상대 수도까지 포함해서 절반이 넘는 도시를 점령하고 이미 제 것으로 만든지 오래인데, 이 외교 시스템은 어느 한 쪽이 이긴 전쟁이 아니라고 우기더군요.


그래도 새로 추가된 외교 자본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 새로운 특성을 부여하는 협정 시스템이나 문명5보다 개성이 떨어지는 진영과 지도자를 강조하기 위해서, 네 부분으로 나뉜 인격 특성의 도입은 문명5보다 더 나은 부분이었습니다. 

또다른 변화인 유물 시스템은 문명5의 걸작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는 부분인데요. 훨씬 낫습니다. 플레이어가 간섭해줘야 하는 부분은 적으면서, 좀 더 고민하여 유물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졌거든요. 지구에서 온 유물들만 쓸 것인가, 아니면 외계 유물까지 혼합할 것인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물 덕분에, 게임 내에서 좀 더 개척과 탐험에 투자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냈고요.


이렇게 여러모로 개선점이 많은 라이징 타이드지만, 반대로 비욘드 어스 때부터 이어진 문제점을 여전히 고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책 없이 망가진 밸런싱에 있습니다. 딱 한판만 플레이해봐도 미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균형 따위 잡히지 않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습니다. 미덕은 비욘드 어스에서 달라진 게 없어서 늘 하던대로 미덕을 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고, 앞서 호평한 외교 자본 시스템 중에서도 뜯어고쳐야 하겠다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전투도 이러한 문제점의 연장선인데, 문명5에 비해서 도시가 지나치게 약해서 모든 전투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버립니다. 서로 도시를 점령하고, 점령에 투입된 유닛이 재점령에 따라서 갈려 나가는 전투가 결코 재미있지 않습니다. 특히 지형의 영향이 없는 해전은 더 많은 종류의 해군 유닛이 추가되었는데, 여전히 단순하고 지루합니다. 비욘드 어스 때부터 자신 있게 공개한 궤도 유닛은 솔직히 말해서 게임 내내 거의 안 쓰게 됩니다. 안 써도 이길 수 있고,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거든요. 

거기다가 알파 센타우리와 비교되면서 문명5의 야만인만도 못한 외계 생명체들과 성격에 따라서 운용법이 전혀 달라지는 문명5의 도시 국가와 달리 더 단순하고 존재감 없는 중소국가는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그냥 문명5와 똑같이 바꿔도 될 것들인데, 아주 아쉬운 부분입니다.


번역은 비욘드 어스 때도 흔히 말하는 왈도체 바로 직전인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큰 문제라고까진 생각 안 했는데, 라이징 타이드에 와서는 노골적으로 번역기 한번 돌리고 검수조차 안 한게 보입니다. 특히 해양 생태계나 기술에 관련된 단어는 무슨 뜻인지 번역조차 안 해서 음역하거나(물론 음역조차 틀렸습니다.) 오역한 게 대부분입니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서 적기만 했어도 이것보단 나았을 정도로요.

그리고 게임 자체가 단순해지면서 최적화 문제에 벗어났던 비욘드 어스도 라이징 타이드에서 제법 많은 게 추가되면서 또 다시 무거워졌습니다. 문명5와 비교해서 크게 나아진 게 없을 정도로요. 후반만 되면 오히려 문명5보다 더 게임이 느려지는 듯합니다.


확실히 라이징 타이드가 비욘드 어스를 좀 더 괜찮게 만들어준 건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번 확장팩을 포함해서 정가로만 비욘드 어스를 모은다면 이미 60달러가 넘는데요. 2번의 확장팩이 있는 문명5가 60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그냥 문명5를 사서 즐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SF나 스페이스 오페라에 관심이 없다면 더욱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소한 이 게임이 나아지려면 엑스컴의 대형 모드인 롱 워처럼 게임의 모든 것을 갈아치우는 변화가 있어야만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러한 양질의 모드조차 문명5에 더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누가 알파 센타우리를 비욘드 어스 기반으로 이식해주면 좋겠다 싶더군요. 차라리 알파 센타우리를 그대로 옮겨오는 편이 훨씬 완성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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