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20/10/28 13:27:32수정됨
Name   알료사
Subject   흙수저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6067&_rk=eYK&page=1




댓글로 대기업 간 기만자가 돈 잘버는거 자랑하냐고 오지게 욕처먹는데


저는 만화에서 하는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벌써 10년 정도 지난거 같은데 어떤 커뮤니티에 '세상 사는데 돈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었고


글쓴이는 미국 유학중인 금수저였어서 당연히 반응은 '너는 돈 많으니까 돈 안중요하겠지' 였습니다ㅋ


저는 글쓴이가 하는 말에 너무너무 동의하는 바였으므로 실드를 치기 위해서 똑같은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웃긴게 온갖 궁상스러움으로 가득찬 저의 학창시절,20대를 알고 있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결론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는 저의 의견에 열렬한 성원과 지지를 보냈습니다ㅋ


하지만 그 글을 쓰던 시기의 저도 이미 거지같은 직장이지만 아무튼 밥벌이는 하고 과거와 같은 의식주 걱정에서는 벗어난 상태였죠.


'돈이 있으니까 돈이 안 중요하겠지' 라는 비판에서 똑같이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거..


이 모순은 뭘까? 돈은 중요한거야 안중요한거야?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돈은 중요하다. 그래서 인생에 한번쯤은(어쩌면 평생) 돈에 영혼을 팔아야 하는 시기가 있고, 그렇게 영혼없는 일정 구간을 버티게 해주는게 '돈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환상이다..  그 환상으로 영혼 판 시기를 버텨내면 그때부터는 환상이 환상이 아니게 된다.. 아니 뭐래는거야..


다시 만화로 돌아가서, 저는 만화에서 주인공이 아주 최악의 흙수저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게, 그래도 미약하나마 부모님의 '사랑'이 불씨로나마 느껴지는 정도는 있었다는거. 친구들 중에 더 막장인 애들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성장기의 박탈감은 덜했다는거.


음.. 그리고 이건 제가 독붕이라서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는데..  만화 주인공이 책을 <유일한 어머니의 유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는게 재미있었어요.


책의 효용은 무엇이냐.. 지식? 교양? 감동? 물론 저는 책은 효용으로 읽는게 아니라는 주의이지만 세상에는 아득바득 책의 효용을 찾는 무리들이 있잖습니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책의 가장 큰 효용은 그놈이 아주 강력한 <환상 제조기>라는 겁니다..  ㅋ 정신승리에 이만큼 도움되는 놈이 없어요ㅋ


환상은 뭐다? 돈에 영혼 팔아야 할때 그 영혼 대신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기둥이다.. ㅋ


이문열은 자전적 소설에서 항상 앵무새처럼 '나는 성장기에 <소공녀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말을 하고 있어요.

"내가 공주라면 나는 누더기와 넝마를 입고 있어도 공주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감옥에 갇히고 목이 잘려도 왕비다"

이러한 생각이 한때 지주가문이었던 아버지가 재산 탈탈 털어 인민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월북해버리고 자신은 어머니와 동생들과 남한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어야 했던 ㅈ같은 상황을 견디게 해주었다는 거죠..


현실이 시궁창이어도 나는 고귀해.. 아무튼 고귀해..


인간에게는 누구나 고귀한 인권이 있다 이런 사상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귀하다는게 아니라 시발 내가 존나 독보적으로 고귀하다는거.. ㅋ


저는 '소공녀 의식'이라는 말을 20대 중반 이후 처음 접했는데 딱 보자마자 아 내가 가지고 있던게 소공녀 의식이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나를 바위처럼 짓누르는 현실의 중압감 속에서, 내가 바위 밑에서 온 몸과 정신이 으깨어졌는지 어쨌는지 구분도 못하겠는 상황 속에서, 아아 나는 비련의 주인공이라서 넘모 아름다운 것♡ (영혼 탈출) 이런 염병을 떨면서 그럭저럭 세월은 흘러가고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순간 바위가 가벼워진것을 느끼고 그것을 옆으로 밀쳐내고  일어설 수 있었던거 아닌가..



아웅 뭔가 하고싶은 말을 다 못한 느낌인데 뭔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를 까먹음..  아무튼 우리 흙수저들 화이팅입니다.

















1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888 [만화] 기억의 촉감 中 2 Weinheimer 18/12/31 4322 16
32175 사상 최다 추천수에 도전합니다.jpg 8 CONTAXS2 18/07/08 3572 16
28622 곰이 재주를 넘으면? 19 tannenbaum 18/01/27 4612 16
33979 입양아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에요 지켜진 아이예요 5 파란 회색 18/10/01 3924 16
53453 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 6 swear 21/08/21 2620 15
5314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화투 맞추기’ 5 다군 21/08/03 3260 15
40662 마산 교구장 주교 서품 소감 11 다람쥐 19/10/04 4954 15
40119 지금의 일본을 예측한 전직 대통령.jpg 7 김치찌개 19/09/01 4060 15
39181 별풍 엄청 쏴준 시청자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BJ.gif 10 Darwin4078 19/07/01 4080 15
31627 자한당 망했는데 당사 인천으로 안 옮기냐? 14 알겠슘돠 18/06/14 4271 15
31382 국방부 4행시 짓기 팩폭 5 아재 18/06/04 3630 15
8865 [미국 정치] 공화당 후보 중엔 누굴 뽑겠냐고? 8 어른아이 16/02/13 3361 15
66023 막내 외삼촌과 16살 차이나는 조카 만화 7 알료사 24/05/24 1781 14
58950 누나와 등산로에서 놀다가 갑자기 사라진 4살 아이 8 swear 22/08/25 2634 14
54220 코로나19 의료진이(간호사들이) 말하는 1년 전 K-방역과 올해의 차이 2 거위너구리 21/10/04 2487 14
52755 24년 동안 물도 삼키지 못한 사람 + 후기 6 swear 21/07/10 2473 14
49099 모쏠들을 위한 외모 관리 팁 8 8자까지가능하다고 20/12/09 3502 14
43365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 12 swear 20/02/26 3213 14
47400 바다에서 해파리에 쏘인 사람이 신고했더니 받은것 30 다람쥐 20/09/11 3220 14
40629 1일1귀여움이 안올라와서 기다리다 올려봅니다.jpg 5 Darwin4078 19/10/02 3817 14
33163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단상 -이준구 교수 16 월화수목김사왈아 18/08/22 4460 14
31352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18 tannenbaum 18/06/02 5111 14
30170 어휴 손님 어깨가 많이 뭉치셨네.jpg 5 풍운재기 18/04/10 4411 14
52991 '감염 노숙인' 106명 찾아낸 경찰관.jpg 6 김치찌개 21/07/25 2773 13
48272 흙수저를 위한 나라는 없다 23 알료사 20/10/28 4749 1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