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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4/15 21:13:16 |
Name | 풉키풉키 |
File #1 | 06d8017efcca798bbddba5964a9a8165dbfc1d01.jpg (349.7 KB), Download : 58 |
Subject | 나라가 병신일 때 명장이 나오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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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선 묘수 세 번이면 필패라고 하죠. 일단 묘수를 연이어 내놓으며 타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부터가 잘못 된 것..
그런 면에서 전략적 '우위'가 전술적 '대승'에 비해 과소평가 되기 쉽고요. 전쟁사에서도 그렇고, 현대 스포츠 씬의 평가도 비슷하게 돌아가죠. 1위 진출자보다 와일드 카드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생존자가 더 각광받는다든가.
그런 면에서 전략적 '우위'가 전술적 '대승'에 비해 과소평가 되기 쉽고요. 전쟁사에서도 그렇고, 현대 스포츠 씬의 평가도 비슷하게 돌아가죠. 1위 진출자보다 와일드 카드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생존자가 더 각광받는다든가.
ㅋㅋㅋ 사실 위기관리력이 얼마나 실체가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위기관리력 좋다는 건 결국 정신력과 집중력이 좋다는 건데, 정신력과 집중력이 좋은 선수면 애시당초 위기에 몰리는 일이 적어야.. 어딘가 나사 빠져 있으니까 위기관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주어지는 거라 봅니다.
바둑 인공지능이 널리 보급 되면서 사람들이 연구를 좀 해보니까 알게된 사실은 인공지능이 부분전 수읽기는 의외로 약하다는 것이죠. 물론 그래도 인간이 2점 깔아야 호각인데 그 이유는 애초에 그 부분전 수읽기가 승부를 가르는 상황으로 인공지능이 판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인공지능은 말씀하신 격언을 그대로 실천하는 바둑을 두고 있고 그 만큼 포석 단계의 실력이 인간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놓여있다고 봐야겠죠. 마치 스타 초창기에 모두 하드코어 질럿 러쉬, 불꽃테란 같은거 하면서 '살아있는 유닛의 움직임' 같은 걸 강조할 때 스... 더 보기
바둑 인공지능이 널리 보급 되면서 사람들이 연구를 좀 해보니까 알게된 사실은 인공지능이 부분전 수읽기는 의외로 약하다는 것이죠. 물론 그래도 인간이 2점 깔아야 호각인데 그 이유는 애초에 그 부분전 수읽기가 승부를 가르는 상황으로 인공지능이 판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인공지능은 말씀하신 격언을 그대로 실천하는 바둑을 두고 있고 그 만큼 포석 단계의 실력이 인간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놓여있다고 봐야겠죠. 마치 스타 초창기에 모두 하드코어 질럿 러쉬, 불꽃테란 같은거 하면서 '살아있는 유닛의 움직임' 같은 걸 강조할 때 스타의 본질은 그딴게 아니라 일단 더블 커맨드, 3햇은 펴고 시작하는 거에요 라고 말하는 시간 여행자 후배 프로게이머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또 하나 특이할만한 점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타개가 능숙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반가에 인색하고 확정가를 선호합니다. 빠르게 3.3 들어가는 수가 이제 프로 바둑에서 일종의 정석이 된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근데 부분 수읽기가 개판인데 타개는 또 엄청나다는건 제 관점에선 엄청난 모순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기존의 관념으로 이 현상을 해석할 때 이상한게 한두군데가 아니죠.
우선 바둑의 초반에 해당하는 포석은 창의성과 감각의 영역이고 중후반부터 펼쳐지는 타개와 공격은 수읽기를 대표하는 부분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그런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의 뛰어난 계산력이 수읽기의 강력함으로 나타나 전투에는 강하겠지만 망망대해와 같은 바둑판에서 가장 불확실한 '감각'에 의존해야하는 포석은 약할거라는 관점은 가장 선봉에서 서서 처참하게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읽기 능력을 표상한다고 생각했던 중후반 단계의 힘싸움도 사실은 만방으로 지느냐 아니면 만방으로 이기느냐가 걸린 '사활'적 수읽기랑 큰 관계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물론 이 모든걸 가장 쉽게 넘길 수 있는 변론은 프로그램 설계상의 하자, 즉 '버그'라고 치부하는 것이겠죠. 인간의 관점에서 말도 안되는 부분적 수읽기의 실수가 네러티브적 사고와 확률적 사고의 차이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한계에 불과한 것이고 이를 보완하면 부분전 수읽기도 기계가 인간을 개바를 수 있는데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라고요.
근데 이렇게 넘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직은 기술이 도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칙한 상상을 해볼 수도 있죠. 이게 가능한 이유, 즉 흑백의 돌의 나열 속에서 승리가 아닌 '진리'에 가장 근접해 있는게 기계가 아니라 인간인 이유는 확률 이전에 네러티브로 사고하기 때문이고 그게 설령 불완전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인간이 기계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 하듯 기계도 인간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거시적인 메타게임으로 접근했을때 근대 이후부터 펼쳐진 합리와 낭만의 대결에서 전자가 요새 힘을 꽤나 쓰고 있지 않나 싶은데 지금도 우열이 그리 뚜렸한 주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예전에 했던 뇌내망상인데 왜인지 모르게 이 댓글을 보니 한번 풀고 싶어서 길어졌네요ㅎㅎ
또 하나 특이할만한 점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타개가 능숙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반가에 인색하고 확정가를 선호합니다. 빠르게 3.3 들어가는 수가 이제 프로 바둑에서 일종의 정석이 된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근데 부분 수읽기가 개판인데 타개는 또 엄청나다는건 제 관점에선 엄청난 모순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기존의 관념으로 이 현상을 해석할 때 이상한게 한두군데가 아니죠.
우선 바둑의 초반에 해당하는 포석은 창의성과 감각의 영역이고 중후반부터 펼쳐지는 타개와 공격은 수읽기를 대표하는 부분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그런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의 뛰어난 계산력이 수읽기의 강력함으로 나타나 전투에는 강하겠지만 망망대해와 같은 바둑판에서 가장 불확실한 '감각'에 의존해야하는 포석은 약할거라는 관점은 가장 선봉에서 서서 처참하게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읽기 능력을 표상한다고 생각했던 중후반 단계의 힘싸움도 사실은 만방으로 지느냐 아니면 만방으로 이기느냐가 걸린 '사활'적 수읽기랑 큰 관계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물론 이 모든걸 가장 쉽게 넘길 수 있는 변론은 프로그램 설계상의 하자, 즉 '버그'라고 치부하는 것이겠죠. 인간의 관점에서 말도 안되는 부분적 수읽기의 실수가 네러티브적 사고와 확률적 사고의 차이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한계에 불과한 것이고 이를 보완하면 부분전 수읽기도 기계가 인간을 개바를 수 있는데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라고요.
근데 이렇게 넘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직은 기술이 도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칙한 상상을 해볼 수도 있죠. 이게 가능한 이유, 즉 흑백의 돌의 나열 속에서 승리가 아닌 '진리'에 가장 근접해 있는게 기계가 아니라 인간인 이유는 확률 이전에 네러티브로 사고하기 때문이고 그게 설령 불완전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인간이 기계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 하듯 기계도 인간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거시적인 메타게임으로 접근했을때 근대 이후부터 펼쳐진 합리와 낭만의 대결에서 전자가 요새 힘을 꽤나 쓰고 있지 않나 싶은데 지금도 우열이 그리 뚜렸한 주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예전에 했던 뇌내망상인데 왜인지 모르게 이 댓글을 보니 한번 풀고 싶어서 길어졌네요ㅎㅎ
근데 저는 인공지능이 복잡한 상황에서 수읽기가 약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넓고 깊게 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하죠. 위에서 부분전 수읽기는 복잡한걸 못한다는 의미로 쓴 것이 아니라 인간이 봤을때 뻔한 '외길' 수순을 의외로 착각한다는 느낌으로 쓴 것입니다. 대표적인게 알파고 제로계열 인공지능이 자주 일으키는 축버그죠. 쫓는 돌과 쫓기는 돌의 모양에 의미를 부여해서 인식하는 인간은 축을 100수든 200수든 바둑판이 19x19든 100x100이든 1초만에 결과물을 인식가능한데 인공지능은 이걸 인식하는게 ... 더 보기
근데 저는 인공지능이 복잡한 상황에서 수읽기가 약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넓고 깊게 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하죠. 위에서 부분전 수읽기는 복잡한걸 못한다는 의미로 쓴 것이 아니라 인간이 봤을때 뻔한 '외길' 수순을 의외로 착각한다는 느낌으로 쓴 것입니다. 대표적인게 알파고 제로계열 인공지능이 자주 일으키는 축버그죠. 쫓는 돌과 쫓기는 돌의 모양에 의미를 부여해서 인식하는 인간은 축을 100수든 200수든 바둑판이 19x19든 100x100이든 1초만에 결과물을 인식가능한데 인공지능은 이걸 인식하는게 매우 느리고 어이없는 상황에서 축을 나가버리곤 하거든요. 특정 귀사활의 해답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고, 최근 절예 같은 경우도 커제 vs 멍타이링의 대국에서 죄변부터 좌하귀, 하변까지 이어지는 사활의 외길 수순을 읽지 못해서 승률을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아예 반대로 측정하거나, 이세돌 vs 천센의 바둑에서 상변부터 중앙까지 엮인 대마를 잡는 단 하나의 묘수를 천센은 보고 인공지능은 못보는 상황처럼 말이죠. 이건 복잡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판을 좁게 축약해서 보는 능력과 관련이 있겠죠. 물론 말씀하신대로 인공지능이 이걸 훈련할 기회가 없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하고 이건 릴라와 절예의 케이스고 일파고 제로는 또 어떨지 모르기 때문에 위의 사례들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긴 합니다. 근데 인공지능이 복잡한 수읽기를 못한다고 제가 주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조금 부연을 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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