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게 제일 도움이 되었나요?

감정조절이 안됐습니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제 장점 중 하나가 조금 높은 긍정의 감정 유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기복이 발생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상황이라 당황했습니다.

도움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기본으로 갖춘 소양 중 하나가 심리학입니다. 전공은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인간과 그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 전문가 영상도 꾸준히 보며 혼자 이런저런 결론을 만들곤했습니다. 근래 1~2년 정도는 뇌과학으로 옮겨서 심리학의 증거들을 많이 정리했습니다. 이 지식들이 도움 많이 됐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도움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입니다. 저를 믿어주고 기다려 준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원 방문 없이 혼자 우울증을 탈출하신걸까요?

병원도, 상담도 안갔습니다. 일단, 제 몸과 마음을 테스트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된다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위험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한동안은 너무 괴로웠습니다.
탈출이라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잠시 안정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발발할 거라 마음 먹고 있습니다. 복직 전에 제가 하는 일을 잘 아시는 정신과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불편함을 물어 보셨는데, 지금은 별로 없어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휴직 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읽으신 책 중에 특별히 도움이되신 책이 있으신가요? 탈출하신것 잘하셨습니다. 흔히 파도를 거슬리는것이 아니라 서퍼들처럼 파도를 잘 타면서 다스린다고 하던데요. 앞으로도 건강히 잘 다스리시길 바랍니다.

뇌과학과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생활을 수행했습니다. 정해진 패턴의 하루, 운동, 충분한 수면, 좋은 음식, 독서와 글쓰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한컵 마시고 달리기 3~5km. 씻고 아침 식사. 짧은 휴식(영상 시청) 후 독서와 내용정리. 점심식사 후 집 청소. 잠시 휴식 후 근육운동. 가족과 저녁식사 하고 함께 시간 보내기.
보통의 하루는 이렇게 보냈고, 특별한 일정은 주로 사람들 만났습니다. 몇 년 간 못 본 진짜 찐친들, 회사생활 할 때 모셨던 분들, 요 근래 알게 된 분들 등 다양하게 만났습니다.

여러 책을 읽었지만, 때마침 이 책을 만나서 큰 도움 얻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탠리의 '최악을 극복하는 힘'입니다.

보통의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관련 책들은 여러 현상을 정리하는 것으로 그치는데 이 책은 저자의 극복 방법을 자세히 알려 줍니다. 그 치료 방법은 미군에서도 훈련합니다. 만일 우울증이나 트라우마가 없는 분들이 읽으면 별 감흥 없을 것 같지만 당시 저에게는 송곳처럼 따끔거리듯 아팠습니다. 나를 공격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아도 꾹 참고 읽으며 정리했습니다.

다시 병원 가실 마음은 있으신가요?

풀베터리 검사 받을 예정입니다. 몇달 전 성인 adhd 관련해서ama에 올리신 글을 보고 관심 두고 있었습니다. 예약이 밀려서 내년에 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정신병원이나 약에 거부감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불편함이 없어서 그냥 진료만 받았습니다.

안그래도 책 말씀하신 것 보고, 저도 혹시나 저나 다른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11월 내도록 ㅠㅠ 읽고 있습니다. 여러 내용들이 트라우마 치료 관련 기법을 그대로 소개해놓아서 읽기 쉽게 글을 잘 쓰시네 싶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책 있으시면 추천해주세요.

제가 다독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읽으려 노력합니다. 누군가가 살기 위해 독서한다고 말했는데, 나이 먹을 수록 공감합니다. 이번 달은 조금 욕심내서 월간지 구독신청 했습니다. 뭐든 좋은 것은 하다보면 잘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