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
-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23/10/20 22:13:14수정됨
Name   [익명]
Subject   방금 부모님과 의절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부모님은 조부모님의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남김없이 다 사용하셨고 거기에 더해 사채+대출을 받아서 소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셨고 그 비용을 충당하느라 자식들한테 손을 오랬동안 벌려오셨습니다. 부모님이 부유한 집에서 돈걱정없이 살아오셨던분들임을 알기에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고 믿었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대출을 다 갚아서 조금이라도 노후를 편하게 살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의 대출+사채 상환에 도움되라고 20대 후반에 대기업 입사하자마자 월급의 반을 매달 드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사채가 이자가 높아 제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일부 상환하고 제1금융권의 적은이자로 변경해드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어서 이것저것 해결하시라고 돈을 많이 보내드렷지만 사치가 심한편인 저희 부모님이 제가 비상금으로 사용하라고 드린 제 명의 카드로 카드론을 몇천만원에 더해 리볼빙까지 쓰셨습니다. 그래도 매번 부모님의 변명을 믿고 사정이 있으셨겠지 생각하며 계속 잘 지내보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거진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변한게 없네요.

본인들은 줄였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부유하던 시절에 비해서 줄인거지 버는 소득+자산대비 지출이 여전히 높은데도 10년동안 현실적인 경제관념이 자리잡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화가납니다. 제가 가계부도 써보라고 제가 쓰는 가계부도 여러번 보여드리고 소득에서 몇프로를 생활비로 써야하는지 등등 여러 노하우를 알려드리면서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자식이 부모를 경제교육한다는건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것 같은 희망이 자꾸 보여서 놓고싶지 않았는데 부모님이 제 이런 노력들을 너무나도 당연한것처럼 말씀을 하셔서 결국 저도 참아왔던 서러움이 폭발했나봅니다. 10년간의 호구생활을 끝으로 오늘 부모님과 제대로 의절했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손벌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고, 뭐 하나라도 더 주고싶던데 모든 부모가 다 같은 마음은 아닌가봅니다. 내가 왜 미련하게 내가번돈 호구처럼 다 퍼다주면서 엄마아빠라고 믿고 그들을 지켜주려는 마음을 가졌는지 허무하기만 하네요.

이런이야기 사촌이나 친구들한테 할만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답답해서 여기다 적어봅니다.
불효자다 욕하셔도 좋구 위로남겨주셔도 좋고.. 궁금한거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냥 오늘은 뭔가 익명을 빌려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답답한 마음좀 풀고 싶네요ㅎ..

너무 무거운 주제인가 싶기도 한데.. 어디 말할곳도 없어서 여기다가 적어봅니다..
게시판 성격에 안맞는다고 하시면 바로 지우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206 보복자살을 당한 적 있습니다. 32 [익명] 24/08/21 2913 0
1580 담주 월요일에 첫출근 합니다. 13 [익명] 20/03/21 2916 0
2038 와린이입니다.(와우 아님) 31 그저그런 22/09/19 2919 0
1972 노가다밥 10년 넘게 먹었습니다. 18 [익명] 22/05/12 2923 0
1500 지방교대2학년 재학생 질문받아요 7 교사하기싫어요 19/11/19 2925 0
2131 방금 부모님과 의절했습니다 30 [익명] 23/10/20 2925 0
167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45 무더니 20/09/15 2939 0
1696 AMA 39 [익명] 20/10/16 2943 0
1945 길을 잃은 늙은 양 12 [익명] 22/02/02 2954 0
1757 고양이 집사 입니다. 24 치토스순한맛 21/02/08 2957 0
1733 저도 AMA 줄서봅니다 22 아마존 20/12/30 2959 0
1381 아이돌 덕질 해봤습니다 26 [익명] 19/08/01 2962 0
1474 예대 체대 입시 다 거쳐봤습니다 16 [익명] 19/11/04 2962 0
1309 어벤져스 엔드게임 봤습니다(본문 노스포) 20 [익명] 19/04/24 2964 0
1840 한밤중에 피곤하고 센치해서 AMA 해봅니당 17 아침커피 21/07/13 2965 0
2024 발달장애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11 [익명] 22/08/18 2967 0
2048 건설사 다닙니다 31 [익명] 22/10/30 2967 0
1544 할거 많은데 AMA 22 [익명] 20/01/08 2968 0
1631 우울하니까 하는 AMA 12 [익명] 20/07/04 2970 0
2083 개신교 신학생입니다. 66 [익명] 23/03/05 2971 0
1931 베이킹 초보 아저씨 입니다. 37 [익명] 21/12/24 2973 0
1894 탐라권 다 써서 AMA 합니다 2 48 거위너구리 21/10/01 2975 0
1845 모든 끈을 끊어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 26 [익명] 21/07/22 2977 0
1990 영웅입니다 41 [익명] 22/06/11 2977 0
1684 수영용품 덕후입니다 24 다람쥐 20/09/21 2978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