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탄핵이란 단어가 이렇게 일상적으로 들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예전엔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단어였는데 말이죠.

어제 친구들과 보드게임 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우리 게임에도 탄핵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요. 주사위 조작하는 친구, 몰래 카드 빼돌리는 친구, 룰북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친구... 이 모든 행위에 "탄핵 발의합니다!"라고 외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일상 곳곳에 탄핵 시스템이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커피숍에서 30분째 노트북 충전만 하고 있는 사람, 영화관에서 팝콘 씹는 소리가 폭포수 같은 사람, 지하철에서 전화 통화할 때 스피커폰 켜는 사람... 모두 탄핵 대상입니다.

물론 저도 탄핵당할 일이 많겠죠. 약속 시간에 항상 10분씩 늦는 죄, 빌린 책 반납을 자꾸 미루는 죄, 냉장고 속 김치를 다 먹고 빈 통만 돌려놓는 죄... 이 모든 것에 대해 반성합니다.

요즘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제 생각엔 AI가 대체할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확실히 갈릴 것 같습니다.

"AI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을까?" 테스트가 있다면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은 회의에서 졸아본 적 있습니까?"일 겁니다. 만약 답이 '네'라면 축하합니다! 당신의 일자리는 안전합니다. AI는 아직 졸 줄 모르거든요.

인공지능이 코딩은 잘하지만 커피 쏟고 "아, 망했다"라며 절망하는 법은 모릅니다. 감정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상사의 이해할 수 없는 피드백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속으로 한숨 쉬는 미묘한 기술은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인간미'라는 버그이자 특권 아닐까요? 오류와 실수, 감정과 직감... AI가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매력입니다.

언어지성이란 참 묘한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사과' 한 단어가 과일인지 죄송함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다리'는 신체부위인지 교량인지 문맥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마치 한국어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중의성을 모아 놓은 집합소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높임법은 사회생활의 난이도를 하드 모드로 전환하는 비밀 코드 같습니다. '계시다'와 '있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립니다. "이분께는 존댓말을 할까 반말을 할까?" 라는 고민은 인간관계의 첫 번째 미니게임이 되곤 하지요.

외국인 친구가 "한국어는 왜 주어를 숨기는 걸 좋아하나요?" 라고 물으면, 저는 슬쩍 "우린 주어를 찾는 과정을 추리소설 읽듯이 즐기거든요"라고 답합니다. 문장 속에 숨은 주어를 발견할 때의 그 작은 쾌감, 혹시 선생님들도 공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