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3/20 22:36:09
Name   tannenbaum
Subject   약간만 양심을 내려 놓으면 댓가는 달콤하다. 하지만...
http://v.media.daum.net/v/20170320061702488

[단독] '야놀자' 프랜차이즈 호텔, 유흥업소와 연계 성매매 영업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좋은 숙박문화를 만들어가겠다던 스타트업 '야놀자' 가맹점에서 성매매업소와 연계해 성매매장소를 제공했다는 내용입니다. 본사에서는 절대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개 풀 뜯어 먹는 소리구요.


여튼간에 양심을 약간만 내려 놓으면 그 댓가는 너무나 달콤합니다. 혹시 예전에 저에게 탈세만이 부의 축적을 위한 발판이라 강의 했다던 분 기억 나시나요? 제가 연락해 술마실 수 있는 사람들 중 제일 부자이고.... 모르긴 해도 최소 1천억대 이상 자산일겁니다. 이분이 부를 축적하는데 가장 큰 역할은 수도권 신도시 개발 붐이 일었을 때 땅투기와 IMF였지만 그 종자돈은 모텔사업을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이분 인생도 참 파란만장한데요.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이분도 전라도 깡촌이네요) 9남매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합니다. 60년대 태생인지라 당연 보릿고개를 지독하게 겪으셨지요. 술먹고 그 때 고생했던 이야기는 아주 단골레퍼터리입니다. 나름 공부를 곧잘 했었지만 중학교진학도 못했답니다. 열 일곱 되던해였던가... 아는 분 소개로 구로공단 방직공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하루 14시간 온종일 먼지구덩이에서 일해도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았지만 그나마도 시골에 부치고 나면 라면 한그릇 맘대로 먹지 못한 생활이었습니다. 이대로 살다가는 폐병 걸려 죽겠다 싶어서 80년대 초 장안동 여관에 보이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아주머니들 따라다니면서 청소를 돕거나 잡 심부름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년간 일한 뒤 성실함을 인정받아 야간 카운터를 보게 됩니다. 이때 이분이 처음으로 양심을 내려 놓게 됩니다.

당시 장안동은 서울에서도 유명한 유흥가 중 하나였습니다. 야간통행금지 해제와 향락산업의 거대화는 섹스산업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성매매장소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됩니다. 당연하게 이분의 여관도 술집에서 2차를 많이 왔지요. 이분은 이때 장부를 조작해 매출을 착복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그분의 한달 월급이 15만원이었는데 하룻밤에 5만원씩 빼돌립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술집에서 2차 온 손님들은 성매매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손님이 나간 방을 대충 치우고 손님을 다시 받습니다. 이때 다시 받은 매출을 착복하는 것이죠. 이런식으로 하루에 몇개씩 매출을 빼먹습니다. 몇년동안 그렇게 돈을 모은 그분은 80년대말 가게를 그만두고 한참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모텔을 8천만원으로 인수를 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두번째로 양심을 내려 놓습니다.

30개 객실 모텔을 인수한 뒤 주위 유흥가 업소들과 계약을 합니다. 손님 한팀 보내주면 와리를 얼마 주겠다. 기사의 업소들이 쓰는 방식이죠. 이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그러나.... 30개 객실로 하루에 숙박을 90개 찍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룸 10개짜리 업소 10군데만 거래해도 하룻밤 최소 객실 100개가 필요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방 하나당 15천원이면 하룻밤에 매출 150만원을 찍는거지요. 한달 4500만원.. 그것도 80년대말 90년대 초에요...

그렇게 돈을 긁어 모으기 시작한 그분은 이후 개발되는 신도시마다 허허벌판에 유흥가가 들어올만한 자리에 모텔을 짓기 시작합니다. 1-2년이 지나면 사람들 입주가 시작되고 어김없이 유흥가가 들어옵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유흥업소와 거래를 하며 돈을 법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모텔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모텔을 또올리고 또올리고..... 안산, 시흥, 일산, 분당, 검단, 구월동.....  유흥업소가 들어올만한 신도시는 귀신같이 찾아내 건물을 올리는 걸 보면 그런 능력은 정말 탁월했었나 봅니다. 가장 많은 모텔을 소유했을 때 수도권 노른자마다 12개까지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물론 가장 자산을 크게 불린건 IMF 이후 부동산 시장이 폭락했을 때 헐값에 나온 빌딩을 헐값에 사들여 몇배 차익을 남기고 되팔아서 였지만 그 종자돈은 양심을 내려 놓은 80년대 초 여관직원으로 일할 때부터 시작된거죠. 현재는 모텔사업은 진즉 다 정리하고 강남쪽 건물 몇개 임대 사업하면서 남양주와 천안에 땅을 사 놓은 모양입니다.

이분은 전라도 출신에 김대중대통령을 최고로 존경하며 전두환이라면 씹어 먹어도 모자를 만큼 증오하면서도... 강성 새누리 지지자입니다. 이해는 됩니다. 노무현정권 시절 종부세가 그 첫째일 것이고.... 내가 고생해 일궈낸 재산은 내것이다.... 이것이 둘째겠지요. 또 어찌보면 그분 입장에서는 당연한 정치적 선택일 될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민주주의니까요.

이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약간의 양심을 내려 놓으면 참 댓가는 달콤하구나. 물론, 누구나 이분처럼 될 수는 없겠지요. 개발지역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능력과 80-90년대 초 경제호황기와 부동산 시장의 폭등, IMF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 등등 If란 If가 다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맨처음 양심을 내려 놓지 않았다면.... 그 뒤의 모든 일들은 불가능 했을겁니다.

하지만 나에게 같은 기회가 온다면 어찌할 것이냐 묻는다면.... 거절할 것 같습니다. 당장 그분의 부가 엄청나다 해도... 내가 그런 삶을 살아왔다면 별로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서요.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끼니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당장 오늘 밤 잠잘 곳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을 할지... 장담은 못하겠지만요.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나와 엄청난 자산가인 그분을 놓고 선택하라해도 제 삶이 그리 실패하지도 그분이 부럽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p.s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그분이랑 친해졌냐고요?

음.... 사실 한 9년 전 쯤?? 제가 싱글일때 우리쪽 커뮤니티 데이팅 프로그램으로 만난 분이였습니다. 그분이 저한테 프로포즈하면서 홍대 쪽 작은 건물 하나 준댔는데 거절했네요. 절대 제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킁. 솔직히 쫌 아깝긴 합니다... ㅜㅜ

아.. 거기 돌 내려 놓으세요. 지금이야 요모냥 요꼴이지만 그땐 나름 젊었고 저도 몸짱 시절이었답니다.
왜요? 뭐요? 진짜에욧!!!!! 저도 리즈시절이 있었다구욧!!!!

지금이야 오랜 형동생처럼 아주 가끔 그냥 술친구나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3-31 15:08)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5
  • 어떤 글을 쓰셔도 재밌게 읽고 한번 더 생각하면서 또 읽게 되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소설 등장인물 같은 삶을 사신 분이시군요.
  • 재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83 정치/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3 cummings 24/04/04 6690 37
1382 기타우리는 아이를 욕망할 수 있을까 22 하마소 24/04/03 1302 19
1381 일상/생각육아의 어려움 8 풀잎 24/04/03 848 12
1380 정치/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6 카르스 24/03/26 1738 8
1379 일상/생각인지행동치료와 느린 자살 8 골든햄스 24/03/24 1434 8
1378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1194 28
1377 꿀팁/강좌그거 조금 해주는거 어렵나? 10 바이엘 24/03/20 1511 13
1376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1367 19
1375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5 Jargon 24/03/06 1156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4/03/06 1018 8
1373 정치/사회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810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792 13
1371 일상/생각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1013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729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523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1075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203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461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4/02/06 1317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243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710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288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969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 24/01/31 1108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663 3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