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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9/18 23:53:10
Name   알료사
Subject   월간 스타여캠 9월호 (비정기 간행)
1. 대학의 난립


스타대학교.. 스타를 가르치는 대학같은거.. 있을리가 없잖아..

온게임넷에서 스타리그가 열리던 시절에는 클랜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배우다가 커리지를 통과하고 연습생이 되면 그때부터는 프로팀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닭장에서 은퇴할때까지 구르게 되는 코스였죠.

리그가 폐지되고 각자가 개인방송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각 팀의 에이스들끼리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이때부터 전략/메타 개념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하는데(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읍니다만) 최상위권은 자기들끼리 모여 발전했을지 몰라도  중하위권을 교육/육성시키는 기존 시스템은 와해되어 버렸읍니다. 하긴 쫄딱 망한 게임에 그런게 뭐 필요하겠읍니까. 리플레이 공유도 쉬워졌고 유튜브 강의영상도 넘쳐나는 시대에 이영호랑 김택용이 만들어놓은 메타 자기가 알아서 따라가려면 따라가고 아니면 마는거지.


그럼 대학이 난립한다는게 무슨 소리냐? 망했는데 왜 스타를 교육을 시키며 스타를 배운단 말이냐? 가르치는 쪽이든 배우는 쪽이든 수요가 있는거냐? 않이 그래 소수가 가르치고 배운다 치고 그걸 왜 대학이라고 부르냐? 그런 활동들은 이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클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것 아닌가?


일단 대학이라는 호칭은..  스타여캠 초창기에 전프로 김성대가 어쩐지 많은 여캠들을 가르치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전프로의 주무대가 프로리그였기에 본인의 게임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여캠들과 어울리는 김성대를 놀리려고 이름 중간에 '여'자를 끼워넣어 <김성여대>라고 부르기 시작했읍니다. 교육기관이라는 의미보다는 약간은 물소(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여캠판에서 게임 자체보다 이성에 대한 사심이 더 앞서는 사람들)라고 놀리는 성격이 강했죠.


장윤철이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스타 토크쇼? 같은 곳에서 김성대는 그런 말을 했읍니다. 언젠가 스타가 망한다면 더 오래 존속할 수 있는 판은 전프로씬이 아니라 여캠판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너 그걸 노리고 여캠들 가르치는거냐ㅋㅋㅋ>라며 놀렸죠. 물론 김성대는 그러한 거시적 전망보다는 순수 물소였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저도 당연히 김성대의 의견에 완벽하게 동의했으나 다만 시기는 꽤 먼 미래라 생각했었읍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 미래는 앞당겨져 버렸읍니다..  메이저 프로리그의 가장 큰 기둥인 이영호 김택용 염보성이 코인사태로 날아가버린거시죠..  이 세명의 존재는 그들이 실력적으로 최상위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라는 것에서 그치는게 아닙니다. 이 세명만을 바라보고 스타판을 후원해 왔던 큰손들이 싸그리 등을 돌린다는 뜻이며 사실상 메프의 종말이었읍니다. 마재윤과 비교해 누가 더 잘못했냐 논쟁이 일기도 하는데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전체 판에 입힌 타격은 비슷할테죠. 펀치력은 마재윤이 쎘겠지만 얻어맞는 피해자쪽이 후자가(아프리카 프로씬) 훨신 허약한 상태였으니까요..


자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래도 ASL은 계속 열리겠고 한두단계 낮은 레벨의 프로리그도 유지되긴 할테니 거기서 밥벌이를 하면 되겠지만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읍니다..


그런데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사태에도 평온한 전프로들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메프의 전성기때보다 더 방송이 잘되고 있읍니다?


우선 전상욱. 전상욱은 작년 가을 <한가위티어>가 탄생할 시기에 유입된 김하선 등을 가르치며 방송이 크기 시작했읍니다. 방송을 잘했다라기보다는 김하선 등이 다른 카테고리에서 상대적으로 전상욱보다 메이저였기 때문에 덕을 본거죠. 근데 또 어떻게 전상욱은 금전적 이득이나 시청자 숫자보다는 초보를 가르쳐 키워낸다는 일에 대해 눈을 떴다고 해야 하나, 이미 현역시절 수많은 후배들을 가르쳤을텐데 새삼 이제와서? <여자에게 스타를 가르쳐서 성장시키는 일>에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던 것입니다..ㅋㅋ 그래도 일차적으로 커리지는 통과한 남자 연습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미숙함 - 그 미숙함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 - 전상욱에게는 그것 자체가 스타와는 별개의 아주 흥미진진한 게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ㅋ 한가위티어 제자들이 이런저런 사고들로 방송을 접은 이후에도 전상욱은 계속해서 새로운 제자를 받아들였고 가르치는 족족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그 제자들은 태반이 초보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중도포기가 많은 테란 유저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의가 있었읍니다. <전상욱 사단>이 승승장구하자 메카닉 위주로 가르침을 받은 그들은 김성여대를 패러디해 <미다스공대>라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다스는 전상욱의 ID입니다.


개인적으로 미다스공대에서는 꽤 특이한 요소를 관찰했읍니다. 전상욱 이전에도 유독 여캠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은 앞서 언급한 김성대를 비롯해 몇몇 있었읍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눈높이 교육의 귀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가르쳐야 할 대상들은 -압도적으로 미숙- 했으니까요. 그런데 전상욱의 가르침은 물론 딴에는 눈을 낮춘다고 낮췄겠지만 객관적으로 초보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방식들은 아니었읍니다. 대표적인게 초반에 입구를 막지 않아 저글링이나 질럿 러시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지는 게임들이 속출했고 이것 때문에 커뮤니티에서도 꽤 논쟁이 있었습니다. 전상욱은 왜 저렇게 난이도 높은 빌드를 처음부터 가르치는거냐. 저러면 여캠들이 남아 있겠냐.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상욱의 제자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았습니다. 어떻게 그런일이 가능했는가? 전상욱은 기다렸읍니다. 못했어? 괜찮아 처음엔 어려워. 한번 더 해봐. 될때까지 해봐. 한번 되고 나면 쉬워. 이 기다림은 따지고 보면 그렇게까지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대략 최소한의 사람구실 할때까지 한두달 정도?) 여태까지 다른 전프로들이 참아내지 못할 만큼은 길었읍니다.. ㅋ

전프로와 여캠이 스승제자 관계가 되기까지 의외로(당연한?) 큰 벽이 있습니다. 전프로들은 순수 스타라는 게임만 보는 팬들에게 <너 여자한테 사심있어서 가르치는거지>라는 의심을 어떻게든 받게 되어있어서(어느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ㅋ) 약간 게이머로서의 프라이드가 높은 전프로들은 이런 면에서 크게 경계를 합니다. 그리고 여캠은 여캠대로 기존 스타팬들에게 <너 미인계로 전프로 이용만 하다 버릴거지. 스타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스타 배우는척 스진녀인척 물소들 돈 뜯어먹으려는거지>라는 식의 눈초리에 시달립니다. 그런 내용의 테러 쪽지도 많구요. 그렇게 서로 조심스러워 하다보니 어쩌다 한두번 배움을 받더라도 지속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서 또 전상욱은 왠지 언제라도 찾아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여캠들에게 주었달까요..  하꼬 특유의 <나 한가해>라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의 방송 분위기라든가, 오늘 힘들었던 게임들을 이야기하며 질럿은 사기에오 저글링은 사기에오 징징대면 언제나 그래 걔네들이 좀 막기 빡세.. 라면서 밤 새서라도 받아주는 느긋함이라든가.. 현역시절 결승전 문턱에서 무릎을 꿇어도 <졌네ㅋ>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던 그는 제자들의 답답한 게임을 보면서도 그저 미소지을 따름이었으니.. 여기가 스타 가르치는 방송인지 스린이들 우는거 달래주는 방송인지 헷갈리는 그곳으로 스타라는 X같은 게임에 고통받는 중생들이 모여들어왔읍니다.. 기왕에 모인 그들은 자기들끼리 연습게임을 하게되었고 다른데 가면 쥐어터지기만 해서 서러운데 X밥끼리 하니까 재미있고 그래서 계속 하고 계속 하는건 곧 연습량이고 연습량이 많아지니까 이제 다른데 가서 이기고 오는 사이클이 생성되어 버립니다. 전상욱 방은 내가 우는걸 받아주는 방이고 나처럼 우는게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는 방이고 울고 있는 이들끼리 게임할 수 있는 방이었던 거십니다. 그 토양에서 보잘것없어보였던 떡잎들도 될성부른 나무로 자라났읍니다.


스승제자 컨텐츠는 처음이 아니었읍니다. 김택용 염보성 등도 여캠을 가르쳤었고 박성균이나 송병구 등은 가르치다가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서브컨텐츠였고 메인은 프로리그였죠.

그러다가 메프가 한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시점에서 미다스공대의 성공은 남아있는 전프로들에게 약간은 "저곳이 출구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것일까요? 그들은 거의 절박함에 가까운 적극성을 보이며 여캠들을 제자로 받아들였읍니다. 아니, 섭외했습니다.

김윤환의 캄브리지(김윤환 ID CALM), 김학수의 학버드(이름 첫글자 학), 배병우의 배병대(해병대 컨셉), 김윤중의 점문대(점.. ㅋ), 기뉴다의 마종대(마이너즈) 신상문의 우끼끼즈(제자중에 너무 못해서 원숭이 취급 받는 아이 있음) 등등 유치한 네이밍의 온갖 대학들이 설립되었읍니다.. ㅋㅋ  

원래 스승제자 컨텐츠는 말그대로 스타 교육과 약간의 우결분위기?를 중심으로 어필했었는데 이렇게 대학들이 많아지고 보니 대학들간의 대전이 또다른 파생컨텐츠가 되면서 김택용 이영호 따위는 기억도 안날정도로 스타판은 풍요로워집니다.. (물론 여캠을 주로 보는 저같은 10덕들의 관점에서겠죠.. 최상위권 전프로들의 게임을 원하는 팬들은 못마땅할수밖에.. )


이 과정에서 수혜자들은 각 대학들의 제자들만이 아닙니다. 이제 과거와 같은 엄근진한 무대에서의 선수생명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판명되는 신상문, 배병우, 박재혁 등이 마지막 '영광의 시기'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 긴 공백기를 깨고 ASL 본선에 진출한 것입니다. 인간 수컷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주어지는 때가 언제인가.. 그것은 이성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광장 한복판에 놓였을 때이다.. 이제 조카뻘 되는 같이 어울리기도 어색한 한참 어린 여자아이들이 말로만 날 가르치던 선생님의 실제 실력은 어느정도일까 우리 선생님과 쟤네 선생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호기심에 가득차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들은 부활했읍니다. 한 분야의 마스터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거기서 빠져나오는 계기가 될 일로 새로 시작하는 이의 눈빛을 마주하는것 만한게 없을거십니다.. 대학 컨텐츠는 이 두가지를 모두 선생님들에게 제공했읍니다.



신상문 첫 승리를 지켜보는 우끼끼즈 제자들

https://www.fmkorea.com/index.php?mid=game_starcraft&sort_index=pop&listStyle=webzine&document_srl=3909115973&search_keyword=%EC%9A%B0%EB%81%BC%EB%81%BC%EC%A6%88&search_target=title_content&page=1






2. 강덕구


강덕구가 누구냐.


강덕구는 스타를 못하는 아이다.


그게 뭐? 여캠들은 원래 스타를 못하잖아.


원래 못하는 그 무리 안에서도 유독 재능없고 꼴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각 세대별 노재능의 계보는 항상 보아 왔잖아.


스타여캠이라는 요상한 존재가 아프리카에 처음 등장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실력에 경악했던가..


처음에 열풍을 몰고 왔던 세대가 시들고 다음 세대가 떠오를 때 시청자들은 이제 우리는 익숙해졌다며 관대해질 수 있다며 자신했지만 언제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주는 노재능의 첨단이 나타났다..


끝없는 충격의 갱신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인내했던것은 그래도 그 모든 뉴타입 노재능러들이 느리지만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각 세대의 꼴찌들은 그래도 6개월~ 1년여에 걸쳐 다음 세대가 나타날 즈음이면 그 뉴비들의 평균치는 넘어서 있는 결과가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강덕구가 그것을 깨뜨렸다.


후발 세대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강덕구는 그들의 평균치조차 밑돌았다.


이 아이는 자라날 수 있을까.


앞서 대학들을 열거했을때 신상문의 우끼끼즈 라는 명단을 보았는가? 왜 다른 대학들은 선생의 ID나 이름을 따서 대학명을 지었는데 신상문은 우끼끼즈인가. 그가 첫 제자로 받은 아이를 시청자들이 원숭이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강덕구다.


대한민국의 군필 남성들에게 PTSD를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있다. 선임들이 후임에게 "우끼끼 해봐"라고 놀리고 있다. 극심한 모멸감을 느낄수밖에 없는 행위이고 참다못해 총기난사를 해도 인지상정이라 할만한데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바로 강덕구의 게임만 끝나면 채팅창에는 "우끼끼 해봐"라는 채팅이 도배되고 있었다.


강덕구의 대응은? 원숭이처럼 턱을 긁는 제스쳐를 취하고 원숭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원숭이 인형을 사서 인테리어 삼았다. 어쩌다가 한두번 자신에게 패한 다른 BJ들을 불러모아 바나나 한박스를 상금으로 걸고 열리는 원숭이 대회에 참가했다.






스타 때문에 온갖 모욕을 받아도 방송적으로는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실은 단지 살아남은 것 이상의 대성공이었다. 김택용과 이영호가 떠난 스타 카테고리 시청자 순위 최상단에 강덕구가 있었다.


시청자들은 매일같이 답답해서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왜 강덕구 방에 들어가는걸까? 우리는 각 시대를 풍미하는 노재능들을 끝끝내 참아 왔고 강덕구 네놈이 아무리 초월적 노재능이라 하더라도 이번에도 우리는 반드시 네놈의 성장을 목격하고야 말겠다는 오기였을까?


하지만 수많은 '덕맘'들을 좌절시킨 컨텐츠가 진행된다. 강덕구가 방탈출을 하러 갔는데 방탈출 과정에서 간단한 산수 문제가 나왔다.

47574 - 744 + 744

744를 공제하면 47574가 답이라는게 0.01초만에 도출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우리 덕구가 47574에서 744를 빼고 46830에 다시 744를 더해서 간신히 답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https://youtu.be/W-SRMrty9ww?t=681


아아.. 우리 이제 덕구 놓아주는게 맞지 않을까.. 덕구의 초월적 노재능의 근원이 이제 밝혀진것만 같았다..  


며칠후 공주티어 위너스리그가 열렸다. 덕구가 포함된 세대의 BJ들이 3명씩 종족별로 참가했다. 누가 올킬을 할 것인가? 누가 그날의 스타가 될 것인가? 모두가 기대감에 차서 하나둘 방송을 켜고 있는데 강덕구의 방제는 나 오늘 1승 할 수 있을까 였다. 예전이라면 팬심으로라도 많은 덕맘들이 기적을 바라며 지켜보았겠지만 며칠전 그들은 충격의 744빌드를 목격해버렸지 않은가..


과연 선봉 출전한 강덕구의 게임은 47574에서 744를 빼고 46830에 744를 더하는 듯한 플레이었다.. 상대는 순식간에 744를 공제하고 빠르게 지름길로 달려가고 있는데..


하지만 왜때문인지 강덕구는 그 게임에서 승리했다. 덕구도 울었고 덕맘도 울었다. 덕맘들은 다시는 덕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작 744를 효율적으로 공제해가며 살아가고 있는가? 뻔히 보이는 744를 공제하고 싶지만 갖가지 이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47574-744와 46830+744의 멍에를 지고 뒤쳐져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본 일이 없는가? 덕구는 그 일을 해내고 있었던 거시다.. 그래서 덕맘들은 우끼끼 해봐라고 화내면서도 덕구를 응원하는 거시다..

https://youtu.be/jnV9378ZySY

https://youtu.be/_5u_Pv_1-jU?t=35



3. 파이


파이라는 사람이 누구인데 저토록 욕을 먹고 있는 것일까요? 천하의 죽일년이라고 합니다. 머니게임이라는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큰 죄를 지었나 봅니다.

그 파이가 스타를 하고 과연 방송 망한 BJ들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스타판 답게 그 천하의 죽일년을 품었읍니다. 파이는 일단 문전박대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들어오자마자 스타로 확 뜬것도 아니었읍니다. 스타는 대전게임인데 파이를 상대해줄 BJ가 없었습니다. 스타팬들이 파이를 용납했어도 유동시청자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자칫 잘못 엮였다가 어떻게 나락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같이 게임하자고 나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유일하게 강덕구가 같이 게임하자며 찾아왔습니다. 강덕구는 나락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우끼끼였으니까요. 역시 강덕구는 바보야. 파이라는 폭탄이 가진 위험성을 모르네ㅋㅋㅋ 하고 비웃을 뿐이었죠.

덕구가 찾아올 때를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파이는 혼자 컴퓨터랑 게임을 하고 래더를 돌렸읍니다. 스타판 자체가 인방세계의 변방이고 그 스타판 안에서도 겉돌고 있는 파이의 처지는 BJ로서는 유배생활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처럼 안전한 곳도 없었을 테지요.

시간이 좀 지나자 파이 사건을 잘 모르는 초보 스타여캠들로부터 스폰게임이 조금씩 들어왔습니다. 파이가 대역죄인이건 뭐였건 일단 대형 커뮤들을 뒤흔들만한 사고를 쳤다는거 자체가 메이저라는거고 하꼬 BJ들 입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줄을 대볼 가치는 있었읍니다. 그러다가 대학 설립 붐이 일면서 3년전 합방으로 인연이 있는 김윤중과 한 배를 타게 됩니다.

코인러들이 날아간 현 시점에서 김윤중은 너무 거물?이었는지 시청자들은 유튜브 포기할 생각이냐면서 우려했지만 김윤중은 이제 그만 해라, 파이보다 더 잘못한 사람들도 방송 잘만 한다. 불만있는 사람들은 커뮤에 글 써라. 김윤중이 파이 옹호한다고. 라면서 일축했읍니다.

김윤중의 비호 아래 이제 파이는 대학대전을 통해 점차 여캠판의 주요 BJ들과 게임이 가능하게 되었읍니다. 사실 스타판은 처음부터 파이를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호고 말고 할것도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지막 찝찝함을 김윤중이 걷어내버린 것이었읍니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한 사람도 없습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죄를 짓지 말아라.


김윤중과 손을 잡은 파이는 이제 본인의 힘을 제대로 써서 보답하기 시작했읍니다. 파이의 과거는 잘 모르겠지만 알고보니 아프리카TV의 파트너BJ였더라구요. 베스트BJ는 별풍선 수수료를 면제받는 정도지만 파트너BJ는 아프리카TV에 컨텐츠를 제시하고 지원금을 받아올 수 있읍니다. 거의 아프리카 준 직원이라 봐도 무방하죠. 파이는 이 권한을 사용해 연달아 CK(당일에 열리는 팀리그)를 열었고 신청자들 중 소외되어 있는 BJ들을 대거 선발했읍니다. CK가 끝나면 참가자들의 방송을 한명한명 찾아가 수고하셨다고 별풍선을 쏘고 지원금을 한계까지 다 쓰고 난 이후에는 사비를 써서 CK를 열기도 했읍니다. 머니게임의 파이를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스타팬(물소)들의 눈에 이것은 충분하고도 넘쳐흐를 백의종군이었읍니다.






4. 안시성 안아 LASL 4강 진출

안아가 8강에서 만난 상대는 또봉순입니다.

또봉순은 정소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카덴지를 제외하고 국내 여성저그 1인자였읍니다. 카덴지는 레어단계에서 강했기 때문에 사실상 하이브 운영의 구색을 갖춘 유일한 여성저그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4월5일 안시성을 티타임에 소개하던 시점에서 안아와 또봉순의 상대전적은 21승 38패.

LASL 8강이 열리던 8월 13일 상대전적은 40승 43패까지 좁혀져 있었습니다. 저 격차를 4개월만에 이만큼 좁혔다는건 추세상 실력이 역전되었다고 볼수밖에 없었죠.

이것은 또봉순의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크게 나버리는 상황이었읍니다. 정소윤에게 저그1인자 자리를 내준건 자신과 똑같은 재야의 고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지만 안아는 상대적으로 너무 애송이였거든요. 나름 남모르게 칼을 갈았고 그동안 안아가 얼마나 무섭게 컸는지 알고 있는 팬들이 압승을 예상한것과는 다르게 2:2로 팽팽하게 맞서며 최종 5경기에 임하게 됩니다.

안아는 포지보다 넥서스를 먼저 짓는 쌩더블을 시전했는데 또봉순이 9스포닝풀을 지으면서 빌드가 갈렸고, 캐논을 최대한 빨리 짓고 프로브의 신컨이 나와야만 막을수 있는 상황으로 보였으나 안아의 대처는 언뜻 보기에 많이 미흡해 보였습니다. 해설자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프로브가 나와야 한다고 외치지만..

https://youtu.be/jqkkyCu7Nrg?t=5205

안아는 자신이 왜 수성의 달인인지 안시성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증명하며 8분50초만에 게임을 마무리지었읍니다.



5. 멈추지 않는 서지수 슬레이어들


https://youtu.be/dgz9o_rtMKg?t=4380


혜로로가 9월3일 레종최에서 가난한 저그의 묘를 살려 서지수를 잡아내며 통산 상대전적 2:2를 기록하는 위엄을..

9월17일에는 안아가 또 서지수를 잡고 상대전적 2:11이 됩니다. 아비터가 멀티에 리콜을 하려다가 실수로 리콜개발이 안되어있다는걸 깨닫고 정면 빡러시로 뚫어버린 게임.. 아직 영상이 안올라와 아쉽읍니다.  












뭔가 떡밥들이 더 있었던거 같은데 뒤로 갈수록 점점 생각이 안나네요.

잠시 홍차넷과 거리두기를 하였읍니다. 커뮤질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과몰입이 너무 심했던거 같아서.. ㅋ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아 이렇게 재밌는걸 왜 안하려고 그래.. 싶으면서도

위험해.. 이건 위험해.. 너무 재밌어.. ㅋㅋ 뭔글인지 안읽고 닉네임들만 봐도 벌써 재밌어.. ㅋㅋ 난 여기서 못벗어나..

으아 좋아요 누르고 싶어.. 안읽었지만 일단 누르고 싶어.. 미쳤나봐.. 나가야돼.. 하지만 안되겠지..

이런식으로 심적 동요가 심합니다ㅋ

음 그래도. 생존신고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떤 식으로 신고를 할까 조금 짱구를 굴리다가

나 평소대로 잘 살고 있다 = 나 평소대로 10덕질 하고 있다

를 보여주는게 제일 나을거 같아서..

스타여캠 얘기는 하면 할수록 동어반복이 많아져서 셀프 표절 같기도 하고 찝찝합니다. 하던말 또하고 또하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시즌별로 인물들만 조금씩 바뀌고 큰 틀은 거기서 거기네요.

그래서 똑같은 얘기라도 뭔가 내 감정이 분출하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요동칠때만 내보내고 싶은데

이번에는 이건 생존신고니까.. 라는 핑계로..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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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귀환을 축하합니다
  • 오랜만이에요. 기다렸어요 알료사님 ㅠㅠ
  • 춫천
  • 눈팅러 환영! 글써주시는 선생님 더환영!
  • 새로운 분야에 대한 애정어린 이야기 감사합니다.
  • 보고싶었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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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057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330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87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118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58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154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16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바이엘) 24/01/31 1002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534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62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93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56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74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96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80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3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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