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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11 13:51:51
Name   바나나코우
Subject   캐러맬 화 양파와 울고싶은 날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야!란 말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그 반대도 되는 것 같습니다.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울어서 슬프다는...

유튜버인 백종원씨의 제안에 따라, 4.5킬로그램짜리 양파 한 망을 사와서 캐러맬화될 때까지 볶아 봤는데요. (미국 양파라서 우리나라의 양파 농가에는 아무 도움이 안되지만) 양파를 썰다가 눈물을 철철 흘리다보니 정말 울고싶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약 세시간을 쏟아 부어 얼추 비슷한 것을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너무 고되네요. 이게 정말 그렇게 유용하면 집집마다 볶고 있을 일이 아니라 양파농가에서 양파로 이걸 만들어서 팔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작 알앤비, "울고싶은 날엔"!입니다. 요즘 물리치료를 다니는데, 물리치료사가 알앤비 매니아라서, 매주 2시간씩은 알앤비를 강제로 듣다보니 알앤비가 좋아져버렸습니다.

https://soundcloud.com/bananaco/about-to-cry

1.

하나씩 챙겨 두었지 
네가 쓰던 컵, 칫솔
깊숙히 넣어 두었지 
침대 밑 서랍 상자 속
이불을 덮어 주었네 
수건을 잘라
춥지 않게 떠나지 않게

울고 싶은 날엔 몹시 그리워진 날엔
의미 없는 걸 이미 알면서
찾아보게 되네 점점 더 희미해져가는
네가 거기엔 조금이라도 
묻어 있을까 해서

2.

서랍속 가득 찬 옷들 
지난 겨울의 내 모습
하나씩 꺼내 놓았지 
상자가 보일 때까지
흩어진 기억의 길을 거슬러 걷네
비틀대며 길을 잃으며

뿌옇게 번지는 그 길가의 불빛들이
네가 맞는지 그걸 몰라서
꺼내지 못한 채 
그저 이불을 고쳐 덮고
쌓인 먼지를 닦아주고 다시 서랍을 닫지만

울고 싶은 날엔 몹시 그리워진 날엔
의미 없는 걸 이미 알면서
찾아보게 되네 점점 더 희미해져가는
네가 거기엔 조금이라도 
묻어 있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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